미래를 운전하다: 무인 자동차

teslaauto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요새 승승장구 하고 있다. Model X를 출시하자마자 오토파일럿 (Autopilot)이라는 무인 주행 기능을 OTA (over-the-air)로 기존에 있는 테슬라에 장착시킨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를 오토파일럿 모드로 주행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보면서… ‘아 정말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무인 자동차 관련 뉴스를 점점 더 많이 접하면서 무인 자동차 기술 및 전략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는데,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무인 자동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지인들과 만나 이 주제로 꽤 깊은 대화를 최근 나눌 수 있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단순한 흥미로움에 대화를 시작 하였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인 자동차가 가진 사회적 잠재력과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 되면서 생각해야할 윤리적인 문제들까지 두루두루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대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짧게 정리해 본다.

무인 자동차의 기술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무인 자동차 기술은 말 그대로, 운전할 때 필요한 사람의 역할을 컴퓨터가 대신하여 사람이 없어도 차가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자동차에 달린 다양한 센서를 이용하여 (카메라, GPS, 레이저, 레이더 등) 주변의 정보를 받아드리고, 이를 컴퓨터가 도로, 인간, 사물, 자동차, 차선 등으로 식별하여 자동차의 구동을 제어하는 것이다. 센서 및 신호 처리 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다양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또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 되는 것이다. (286 컴퓨터와 광센서만 있었다면 절대로 못했겠지?)

테슬라의 무인 자동차 기능 (출처: Tesla)
다양한 센서를 통해 도로의 상태를 파악하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 (출처: Tesla)

누가 무인 자동차를 만드나?

테슬라, 벤츠, 아우디, 닛산 등 왠만한 양산차 업체들이 무인 자동차 개발을 하고 있고, IT 업체인 구글, 애플 (추정)도 무인 자동차 개발에 열의를 띄고 있다.

왜 다들, 심지어 IT 회사들 까지, 무인 자동차를 만드려고 하나?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사람들의 삶이 급격하게 달라진 것 처럼, 무인 자동차 역시 소비자들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용’이라는 개념이 생겨난지 100여년이 되었지만 운전이라는 행동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운전자는 전방 및 좌우를 주시하고 손발로 자동차를 조작해야만 안전하게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무인 자동차로 인해 운전자는 ‘운전’이라는 행동에서 자유로워지고 (탑승자로 변환), 이로 인해 자동차 안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출퇴근으로 하루에 한시간을 소비하는 사람은 무인 자동차로 인해 한달에 20시간이라는 자유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 20시간은 자동차라는 물리적인 공간내에서만 보낼 수 있다. 이 20시간 동안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다면? 독서나 영화 관람 등의 여가생활을 할 수 있다면? 집과 회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을 지배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잠재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하여 너도나도 무인 자동차에 뛰어드는 것이고, 우리 삶에 이미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현재 무인 자동차를 제일 잘 하는 회사는?

무인 자동차가 분명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제일 뛰어난 회사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구글이다. 이 분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도 있지만 무인자동차의 핵심 역량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인자동차 기술의 핵심은 입력받은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인데, 이런 능력은 IT 회사들이 수십 년 간 ‘밥 먹듯이’ 해왔던 일인 것이다. 더욱이 구글과 같이 빅데이터를 엄청난 속도로 속도로 처리하는 회사들은 복잡한 센서 데이터를 그 누구보다 더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에서 발표한 전기 무인 자동차. 네티즌들의 기발한 패러디.
구글에서 발표한 전기 무인 자동차. 네티즌들의 기발한 패러디.

무인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의 시너지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인 자동차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하지만 무인 자동차라는 ‘시스템’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만이 아닌 하드웨어와의 유기적인 융합이 필요하다. 자동차 하드웨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엔진, 트랜스미션 등 주 동력 시스템) 기술은 매우 복잡하여 아무리 소프트웨어를 잘한다고 한들 이쪽 기술에 역량이 부족하면 좋은 무인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 가속, 감속, 힘 배분 등 자동차의 승차감을 결정짓는 많은 요인들이 이런 하드웨어 기술에서 나오며, 또 정교한 파워트레인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해서 무인 주행 기술 외적인 소프트웨어를 복잡하게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하드웨어 기술력이 신규 업체들에게 커다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였는데, 만약 여기서 이 진입 장벽을 허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에 대한 해답이 바로 전기 자동차이다. 전기차는 배터리에서 바로 바퀴 축으로 동력을 보낼 수 있는 아주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어렸을 때 한번 쯤은 해본 RC 자동차 조립 과정을 생각해보라). 이렇게 되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가지고 있던 핵심 역량이 더 이상 경쟁력으로 작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전기 자동차의 패러다임에서는 배터리의 성능(한번 충전에 얼마나 갈 수 있나, 또 얼마나 빨리 충전할 수 있나)과 소프트웨어의 우월성으로 승부를 볼 수 있기에, 테슬라와 같은 신규 업체나, 구글, 애플과 같은 IT 회사들이 기술 혁신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무인 자동차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현재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은 센서에서 받는 정보를 사람의 직관력과 같은 수준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사람 얼굴이 그려진 커다란 포스터가 도로에 깔려있다면 무인 자동차는 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까?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냥 포스터 위를 지나갈 것이지만 컴퓨터는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쉽게 처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센서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 (예: 머신러닝,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런 문제들은 조만간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 자동차는 다양한 생사가 걸린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무인 자동차는 생사가 걸린 복잡한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기사 원문)

내 생각엔 무인 자동차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오히려 무인 자동차와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무인 자동차가 갑자기 도로에 나타난 사람을 피하기 위해 난간을 들이받도록 프로그램을 해야할까? 만약 그 차에 가족이 타고 있다면? 한 사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갑자기 도로에 나타났다면? 여러 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운전자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 ‘더 큰 공공의 이익’일까? 만약 그 한 사람이 내 딸이라면? 실제로 한 경제학자가 Mechanical Turk (크라우드소싱의 일종)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생사의 기로에 걸린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연구를 하였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 차를 난간에 치이는 경우를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운전자가 아닌 것을 전제로 했을 때만 그런 상황을 골랐다고 한다. 다양한 윤리적인 기준을 비교 분석하는 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달 교수의 강의 ‘Justice (정의)’가 떠오른다. 단, 강의에서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철학적인 측면에서 접근 하였다면 위의 예는 정말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실제적인 상황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윤리적인 사안들이 충분한 의논을 거쳐 사회적인 규범으로 형성되는데 까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

2004년 영화 I, Robot에서 나온 윌 스미스의 무인 자동차를 봤을 때 ‘저런거 뭐 30년 후에나 나오려나?’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십여 년이 지난 2015년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무인 자동차가 점점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로이 아마라 미래학자의 말이 현재 무인 자동차 트렌드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We tend to overestimate the effect of a technology in the short run, and underestimate the effect in the long run’. 우리도 모르는 순간 우리는 이미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이다.

Uber for X – 온디맨드 기업의 B2B 전략

uber_business

며칠 전 PwC의 Digital Leadership Council (DLC)에 초대되어 실리콘밸리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DLC의 의도는 인터넷, IoT, 전자상거래 분야의 리더들이 모여 업계 동향, 제품,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생각을 나누는 것인데, 이번 모임은 ‘On-demand for Enterprise’ 라는 주제였다. 장소도 주제에 알맞게 온디맨드 서비스 분야에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는 Sherpa Foundry / Sherpa Capital에서 모였다.
Continue reading “Uber for X – 온디맨드 기업의 B2B 전략”

Blitzscaling: 성공하는 창업자들의 특징

Sam Altman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만한 Y Combinator (흔히 YC라고 부름). 처음 듣는 사람에게 가장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창업자들에게 정해진 기간 동안 조언 및 운영에 도움을 주는 기관)의 ‘하버드’이다. 세계에 약 2,500여개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가 현존하고 있는데, 이 많은 기관 중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스타트업  8개 (Dropbox, AirBnB 등) 모두 YC에서 배출하였다.

2012년도 포브스가 발표한 엑셀러레이터 순위.
2012년도 포브스가 발표한 엑셀러레이터 순위. (링크)

이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YC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는 샘 알트만 (Sam Altman)이 스탠퍼드 Blitzscaling 수업에 첫 외부 강사로 초청되었다. 알트만은 2005년에 스탠퍼드를 중퇴하고 Loopt라는 회사를 창업하였는데 이때 Loopt에 채용 및 서비스 초대 이메일을 학교 이메일로 자주 받아본 기억이 난다. (이때 동참했더라면!!!)

실리콘밸리에서 매년 수천개의 날고 기는 스타트업들을 평가하고 투자하는 알트만은 그의 경험과 분석을 통해 발견한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비전의 명확성 (clarity of vision)

즉, 창업자로써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왜 하는지 남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로:

  • 이것을 하지 못하면 채용, 영업,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설명을 제대로 못하면 누가 나의 스타트업에 동참하여 열정을 쏟겠는가?
  • 회사의 실질적인 면들을 떠나서 비전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명확한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 (clear thinker)일 확률이 높다.

브라이언 체스키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이 AirBnB 컨셉 자체에 심각한 의문을 던졌을 때 ‘현지 체험’의 매력에 대한 비전을 굴하지 않고 설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비전을 통해 아이디어의 최종 상태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을지언정, 결국에는  성공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에어베드를 거실에 깔아줌 -> 방이나 집 전체를 빌려줌)

단호하고 열정적임 (very determined and passionate)

스타트업… 사실 말이 멋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길인가. 스타트업은 태생부터 성공과는 거리가 매우 먼 확률로 시작하는 게임이다. 이런 혹독한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단호한 의지와 (영어로는 ‘take no for an answer’, 우리말로는 ‘안되면 되게하라’), 또 그 의지를 받쳐줄 열정이 필요한 것이다. 창업자 스스로가 그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머리’로만 스타트업을 운영한다면 초반에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웠던 우버나 에어비엔비는 현재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AirBnB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회사 초반에 펀딩이 떨어져 수십개의 신용카드로 돈을 인출하며 ‘돌려막기’를 통해 회사를 버텼다고 한다. 만약 머리로만 회사를 운영 하였다면 이런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었을까?

일을 빨리 해결하는 능력 (get things done quickly)

Blitzscaling 수업에 알맞는 창업자의 특징이다.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이 많은 스타트업의 운명을 좌우짓는다. 창업자들은 제품에 대해, 시장 접근에 대해, 이 외 회사 전반에 대한 안건에 대해 수시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진하면서 그때그때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유일한 오답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인데, 알트만은 가장 대표적인 예로 직원들을 빨리 해고하지 못하는 창업자들의 실수를 꼽는다. 업무 성과가 낮은 직원을 해고하지 못하면 하루하루 생존을 다투는 회사는 경쟁력을 잃게 되고, 또 그 직원 역시 자신과 더 맞는 직장을 찾지 못하고 계속해서 안좋은 경험만 쌓게 되는 lose-lose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 특징과 관련하여 최근에 유행하는 영화 ‘마션’이 비유가 되었다.  영화의 와트니 대원은 한정된 자원을 이용하여 생존과 관련된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만 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정해진 시간은 필요한 시간보다 적다 – 새로 들어오는 경쟁업체, 높아지는 고객의 요구, 줄어드는 펀딩 등…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매주 10% 이상 더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그와 관련된 문제들을 빨리 해결한다면 생존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

알트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회사를 성공시키는 것과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역량은 별개라는 것을 다시금 확일 할 수 있었다. 본인이 아무리 코딩을 잘 하거나 어느 한 기술 분야의 독보적인 권위자라고 해도 제품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그 비전에 다가가기 위한 열정과 빠른 행동이 없다면 그 스타트업은 성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최근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한국 친구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데, 알트만이 제시한 성공적인 창업자들의 특징을 참고하고 계발하여 조만간 YC list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

.

관련 정보]

  • YC List: 역대 Y Combinator가 투자한 회사들. 참고로 나랑 LinkedIn Sales Solutions에서 같이 일하던 Sachin 도 YC 출신!
  • YC 역사상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인 한국 출신 스타트업: 미미박스!

 

Blitzscaling: 링크드인 창업자가 들려주는 성공의 비결

Reid Blitzscaling모교인 스탠퍼드에서 대단하고 재미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링크드인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이 알랜 블루, 그리고 존 릴리와 함께 학부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왜 이것이 대단한지는 일단 강사진에 대해 짧은 소개가 필요하다.

  • 리드 (Reid Hoffman):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세계 최고 VC중 하나인 그레이락 (Greylock Partners)의 임원. $46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세계 갑부 순위 341번.
  • 알랜 (Allen Blue):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현재도 링크드인에서 활발히 제품 개발을 하고 있는 ‘쉬지 않는 창업자’.
  • 존 (John Lilly): 파이어팍스 브라우저를 만드는 모질라의 前 CEO. 현재 리드와 함께 그레이락의 파트너 중 한명.

(참고: 모두 스탠퍼드 졸업생)

셋이 합쳐서 50억 달러가 (한국 돈으로 6조원!) 훨씬 넘는 갑부들이 스무살 나이의 학생들과 허름없이 강의실에서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한학기 동안 나누는 것이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서울대에서 김범수, 김정주, 그리고 이해진이 (존칭 생략)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이들이 가르치는 과목은 ‘Blitzscaling’. Blitz (기습 공격) 이라는 군사 용어와 scaling (회사를 성장시킴) 이라는 스타트업 용어를 합성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기습적으로 빠르게 스타트업을 키울 수 있는 비법을 가르치는 수업인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전설’들이 직접 가르치는 성공의 비법… 수강신청 대란은 당연하고, 졸업생이라 한들 청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리 만무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수업 동영상 및 수업 노트를 그레이락에서 일반인에게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어서 리드의 스탠퍼드 수업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수업 노트를 작성하여 제공하는 그레이락의 크리스 맥칸 (Chris McCann)의 동의를 얻어 그의 글 중 재미있는 부분을  짧게 요약 및 번역하여 리드의 수업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Class 1 Notes Summary

 1. 잘못된 속설: 실리콘밸리가 특별한 이유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가 특별한 이유는 활기찬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다고 본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친구들과  창고에서 창업을 하고, 그 아이디어를 높게 산 벤처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고, 그 돈으로 더 좋은 제품으로 고객들을 확보하여 성공한 벤처기업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실리콘밸리에 잘 정착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100% 맞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제는 세계 어디서나 팀을 꾸리고, 투자를 받고, 또 멋진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Unicorns by region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한 시대에도 정말 혁신적이고 세상을 바꾸는 회사들은  실리콘밸리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평가가 $100억이 넘는 (기업 가치가 $1 billion이 넘는 스타트업들을 ‘이 동네’에서는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스타트업 회사 중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제외하고 모두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들이다. 유니콘의 상위 10%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50%가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회사들이다. 과연 왜 그럴까?

2. 실리콘밸리가 특별한 진짜 이유

리드는 실리콘밸리가 특별한 진짜 이유는 ‘이 동네’에는 회사를 키우는 경험과 실질적인 지식이 ‘다른 동네’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blitzscaling의 요지이다. 보통 선주자 우위 (first mover’s advantage) 라고 하여 경쟁자 보다 먼저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리드의 주장은 시장에 먼저 들어왔건 나중에 들어왔건 상관없이 회사를 놀라운 속도로 키워서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실리콘밸리는 이것을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에 특별하다는 것이다.

Mozilla의 blitzscale 예제
Mozilla의 blitzscale 예제 (출처: Greylock YouTube video)

3. Blitzscale에서 고려해야하는 것들

인생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스타트업에도 ‘정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강의진들도 이 부분을 강조한다.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에서 성공했던 전략들이 다른 스타트업에서 통한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을 키우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공통적으로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Organizational Scale Chart
조직 스케일 단계 (출처: Greylock YouTube video)
a. 언제 blitzscale을 해야하나?

Blitzscale을 하는데 있어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적절하지 못한 시기에 blitzscale을 하게 되면 기업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과오를 범할 수 있다. (run out of money = dead startup)

b. 박학다식 vs. 전문지식

초반에는 박학다식한 소수의 집단이 회사를 꾸려나간다. 아무리 CEO라고 한들 초반에는 고객 관리, 장부 정리, 서버 운영까지 도맡아서 해야하지만, blitzscaling 단계로 접어들면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전문가들 위주로 사람을 영입해야한다.

c. 계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기업 문화 유지

회사가 커지면 관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커다란 회사에서 새로 생기는 문제 (예: 효율적인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d. 적응성 vs. 효율성

Blitzscaling의 핵심은 그 속도에 있다. 새로운 상황에 빨리 적응하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희생시킬 각오를 해야한다. 누구나 완벽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원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대로 갖추게 되면 이미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팔의 경우는 급성장 기간을 겪으면서 두 달 안에 고객상담원 200명을 급하게 채용하여 쏟아지는 고객 문의에 대응해야 했다. 결국 비효율적인 인사 운영으로 70%가 넘는 고객상담원들이 그만두게 되었지만 회사가 크는데 있어 문제가 되었던 급한 불을 끌 수 있었고, 현재는 아주 효율적이고 친절한 고객 관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 자본 운용 방법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둘 중 하나를 해야한다. 좋은 수익 모델이 있거나, 좋은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거나. 현재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안정적인 수익 모델과 시장 장악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 사이의 갈등이다. 예를 들어 우버는 최근에 무려 $5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는 소문이 있엇는데 투자자들은 시장을 장악하는데 필요한 투자라 생각하고 여전히 기업가치를 $5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

4. 첫 단추 잘 꿰기

링크드인의 첫단추 꿰기 (50만명) => Blitzscale 후 (1억명, 2011년)
링크드인의 첫단추 꿰기 (50만명) => Blitzscale 후 (1억명, 2011년) (출처: Greylock YouTube video)

스타트업 초창기에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하면 blitzscaling을 할 기회가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는 기업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품, 동료, 그리고 자본에 100% 집중하며 나아가야 된다. 풀어 설명하면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당신의 제품이 좋은가?

* 당신의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가족, 친구 제외)

* 인재를 채용할 수 있나?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영입할 것인가?

* 그 인재들을 보상하고 데리고 있을 만큼 자본력이 있는가?

스타트업은 하루하루가 생존 싸움이고 비상사태이다. 기업의 전략, 분석, 보고서, 사외 이사 등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위에 나열한 진짜 중요한 일들을 놓치게 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첫 단추를 뀀에 있어서는 ‘전략은 과감히(!) 개나 줘버려‘야 한다. 일단 살아남고 보자.

.

다른 재미있는 내용들도 많이 있었는데 위의 내용들이 내게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고, 실제 스타트업을 계획하거나 시작한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수업이나 비슷한 성격의 모임을 주변에서 접할 때 문득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리드, 알랜, 존과 같은 엄청난 사람들에게서 직접 듣는 살아있는 지식, 그리고 그것을 큰 꿈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더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 과연 이런 것들이 한국에서, 아니 세계 다른 어떤 곳에서도 가능할까? (개인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또 가능해야 한다고 희망함과 동시에 가슴 구석 어딘가에서 회의감이 느껴진다.) 리드 같은 사람들과의 접근성,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생기는 영감과 희망, 그리고 불타는 도전의식이 실리콘밸리를 blitzscale의 성지로 만들게 한 저력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

* 더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추가 정보

PS – Thanks Chris for letting me reference and translate your write-up on Reid’s class

기분 좋은 제품의 법칙

11961997885_0767db6a4f_k모든 회사는 최고의 제품 (great product)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느 경우에는 비록 마음 뿐일지라도). 최고의 제품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그 중 공통되게 말할 수 있는 것을 꼽자면 ‘세계 최상급의 방식으로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문제점을 잘 해결해준다고 그 제품이 ‘기분 좋은’ (delightful)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 사용하기 쉽고, 설령 없어서는 절대 안되는 제품 일지라도 ‘기분 좋음’이 부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띄우는 ‘기분 좋음 (delight)’은 종종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릿츠칼튼 호텔에 체크인을 할 때 지난 투숙 정보를 보고 내가 선호하는 베개로 이미 세팅을 해주는 것 같은 것이 이 ‘기분 좋음’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구글의 제품들을 사용하면서 이러한 기분 좋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제품의 단순함과 유용함이 구글 제품들을 사용하게 된 계기였다면, 기분 좋은 경험들로 인해 제품에 대한 몰입도와 ‘감성적 충성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구글의 기분 좋은 경험은 다음과 같다:

  • 구글 검색: 멤버십 번호를 검색창에 바로 보여줌

Screen Shot 2015-09-17 at 2.41.06 PM

비행기 예약을 하면서 멤버십 번호를 찾으려 책상 서랍을 다 뒤지거나 예전 이메일을 한참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안을 빌미로 이메일에 멤버십 번호 마지막 네자리만 보여줄 때는 정말 최악이다. 하지만 이 구글의 기능으로 비행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서 이미 스크린 앞에 필요한 정보를 놓고 시작할 수 있다.

  • 쥐메일: 첨부파일을 까먹었을 때 알려줌

gmail_attachmentalert

‘첨부 파일 보내드립니다’라고 이메일을 쓰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첨부하지 않은 적이 얼마나 되는가? (나는 수도 없이 많다 ㅠㅠ). 그러면 다시 ‘전체 회신’을 해서 파일을 보내게 되고, 이러는 과정에서 좀 칠칠치 못해 보이게 되는데 이런 부끄러움을 이 기능 하나로 원천봉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개인 비서가 옆에서 잘 챙겨주는 기분이다.

  • 구글 지도: 예약이 되어 있는 곳들을 보여줌

Screen Shot 2015-09-17 at 9.36.05 PM

지도로 개인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도상에 내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는 것은 의외로 유용하다. 예를 들어, 하루에 다양한 곳에서 여러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경우 효과적인 이동 경로를 짤 수 있다. 만약 이런 정보가 지도에 없다면 달력이나 이메일에 있는 정보를 일일히 지도에 찍어 봐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

이런 최근 경험들을 일반화 시키면 다음과 같은 ‘기분 좋은 제품의 법칙‘ 을 세울 수 있다.

  •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견한다. (예: ‘어? 지도에 있는 이 날짜들은 뭐지?’)
  • 당장의 핵심 사용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더라도, 그 문제 해결 이후의 경험을 더 좋게 만든다. (예: ‘좋아! 내게 꼭 맞는 비행기표를 찾았다! 앗 이런… 근데 멤버십 번호가 뭐였더라?’)
  • ‘좋은 느낌’의 감정을 떠나서, 실제로 유용하다. (예: 이메일에 첨부파일을 같이 보냄으로서 업무상 실수를 줄임)

위의 법칙들을 이용하여 ‘기분 좋은’ 경험들을 제품에 적절히 배합하면 사용자들은 제품과 더 깊게 교감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최고의 제품을 더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

참고] 이 포스트는 제 원글을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