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담당자와 개발자: 냉정과 열정 사이

테크 회사의 제품 담당자라면 개발자와 한 번 쯤은 싸워봤을 것이다. 다음은 제품 담당자와 개발자가 싸우게 되는 전형적인 상황.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면서 제품 담당자는 기존에 있는 기능들과 코드를 조금 변형하고 이래저래 짜깁기 해서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면 당장 내일도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고 하고, 엔지니어는 그런 멍청한 방법은 제대로된 해결책이 아니라고 하며 새로운 infrastructure를 만들고 새로운 코드들을 짜야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기존에 있던 코드를 계속해서 변경하고 여기 저기에 덕지덕지 붙여 제품을 구현하다 보면 코드가 프랑켄슈타인처럼 되어 관리와 디버깅이 매우 까다로워지며, 또한 추후 확장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 개발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기술 부채가 (technical debt)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새로운 판에서 완벽한 코드만 짜려고 하다간 크리스마스에 맞춰 내야 하는 제품이 초복이 넘어 출시되는 위험이 생긴다. ‘네가 맞다. 너도 맞다’의 황희 정승 코스프레 늪에 빠져 어쩔 줄 몰라할 때 제품 담당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개발자를 설득한다: ‘완벽함은 좋음의 가장 큰 적이야. 일단 내가 제안한 대로 하면 어느 정도 좋게 구현이 되니깐, 일단 빨리 만들어서 우리 가설을 증명한 후에 제대로 만들자.’ 

겨우 설득해서 진도를 뺀 제품 담당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지만 개발자는 이 결정에 대해서 탐탁해 하지 않는다. 제품 담당자는 본인이 극적인 타협을 끌어내어 시간 내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는데 자신을 고마워 하지는 못할 망정 왜 탐탁해 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발자의 입장이 되어보자. 물론 좋은 제품과 기능들을 사용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제품 담당자 못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품 출시에 대한 개발자들의 평가는 해당 제품을 구현하는데 존재하는 기술적인 문제들은 어떻게 멋지고 깔끔하게 풀었는지가 큰 요소가 되고, 이러한 engineering craftmanship을 코드로 표현하고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특히 큰 테크 회사인 경우 해당 업무의 특수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일반적인 잣대로 업무 성과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의 실력을 대변하는 코드가 다른 개발자가 봤을 때 깨끗하고 좋아야 한다. 엘레강스한 코드를 짜고 멋진 시스템 아키텍쳐를 구현할 수 있는데, 제품 담당자의 ‘빨리빨리’ 압박으로 프랑켄슈타인 코드를 만들어 동료들에게 검사를 맡아야 하는 개발자의 마음이 좋을리 없다. 심지어 성과 평가에 반영이 안된다고 한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주된 업무인 개발자의 (= developer) 입맛에 맞을리 없다. 한두 번은 어떻게 넘어가더라도 그것이 반복되는 일상이 된다면 아마 개발자들은 그 제품 담당자를 떠나버릴 것이다.

다시 제품 담당자의 입장으로 돌아가자. 개발자의 입장을 생각해 보니 미안하긴 한데, 그렇다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무조건 완벽 코드 모드로 가서 망부석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경우 개발자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해당 개발자의 업무를 인정해 주고 그것이 왜 전략적으로 중요한지 강조를 하여 그의 사기를 북돋아 주거나, 성과 평가 때 코드 및 기술 문서와 더불어 본인의 기여도를 보여줄 수 있도록 임원 보고서에 개발자를 참조, 혹은 기술적으로 새롭게 접근하기로 결정된 프로젝트로 해당 개발자를 추천하는 배려 등이 노련한 제품 담당자들이 개발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들이다. 나도 예전 링크드인 온라인 사업부를 담당했을 때 기존 사용자 경험을 조금씩 바꾸어 가면서 성과를 최적화 시키는 그로스 해킹팀에 배정된 개발자들은 두 스프린트 단위로 프로젝트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하였고, 기능을 전체 팀 앞에서 시연하는 ‘데모 데이’에서 지난 성과를 나누고 기여한 개발자들을 축하해 주었으며, 가끔씩 사장님 / 부사장님을 초대해 해당 업무의 중요성을 팀원들이 느낄 수 있게 자리를 마련했던 경험이 있다. (사족: 꼬아서 보는 사람들은 임원들이 팀을 방문하는 행위가 오히려 더 부담되고 ‘쫀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실리콘밸리에서는 팀에게 사기를 진전시키는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이다. (‘와~ 내가 하는 일이 사장님이 신경 쓸 정도로 회사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구나!’))

흔히 제품 관리는 50% 과학, 50% 예술이라고 한다. 성공적인 제품에 필요한 기획, 사용자에 대한 인사이트,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 프로젝트 관리 기법 등은 과학적인 사고 방식이 치중된 제품 담당자의 필수 실력이라고 한다면, 위와 같이 핵심 내부 이해관계자인 개발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타협과 조율을 아름답게 끌어내는 실력은 분명 제품 관리의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총 가동해야 하는 이런 제품 담당자의 길… 단연코 쉽지 않지만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 생각하고,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위대한 제품의 특성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괜찮은 수 많은 제품 중에서 진정 위대한 제품을 판별할 수 있는 특성이 무엇일까요?’ 

내가 회사에 제품 담당자 인터뷰를 50번 이상 하면서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지원자들에게 묻는 질문이다.  예전 링크드인 다닐 때 제프 위너 사장님의 블로그 글을 계기로 ‘제품 담당자라면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서 묻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제품 담당자 면접 질문으로 너무나 적절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평소 제품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있으면 비교적 쉽게 대답할 수 있고 (반면 제품에 대해 평소의 생각이 깊지 않았다면 ‘붕 뜬’ 느낌의 질문에 당황하기 십상), 또 제품 담당자로써 제품에 대한 철학 및 접근 방법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답은 없지만 좋고 나쁜 답변을 판별하기 쉬운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이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남에게 설득력 있게 답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최근 크리스마스 선물로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되는 제품 몇 개를 접하면서 평소 가지고 있던 두리뭉실한 답변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제하여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우선, 위대한 제품의 필요 조건으로 기본적인 기능들을 사용자들에게 문제 없이 제공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우리는 화려하고 멋진 새로운 기능만 추구하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혁신’ 제품들을 너무나 자주 경험한다. 예를 들어 여러 신용카드 정보를 하나의 전자식 신용카드에 넣어주는 ‘Coin’이라는 제품이 있었다 (예전 블로그 포스트 참고). 뚱뚱한 남자의 지갑은 멋대가리가 없기에 실리콘밸리의 미니멀리스트 성향의 테크쟁이들은 너도나도 이 ‘위대한’ 제품을 선주문 하였는데, 막상 제품이 배달되어 사용해 보니 15% 정도의 결제 실패율이 나는 것이었다. 신용카드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결제의 신뢰도가 보장되지 않는 이상, 그 아무리 멋진 혁신 기능이 들어갔다 해도 이 제품은 위대하긴 커녕 그냥 망작인 것이다. 영어로 이런 상황을 ‘failed on basic execution’이라고 하는데, 이 기본적인 것들을 완벽하고 문제 없이 실행하는 것이 위대한 제품의 기본 중의 기본이 된다.

기본 조건이 충족 된 상태에서, 위대한 제품의 특성 중 하나는 제품의 성능이 사용자의 기대치를 월등히 넘는다는 것이다 (‘performance exceeds the user’s expectations by a mile’). 보통 우리는 어느 문제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사용하는데, 이 때 대개 어느 정도의 문제와 니즈가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을 하기 나름이다. 진공 청소기를 사용했을 때 카펫이 깨끗해지는 정도, 혹은 자동차를 운전하며 가속할 때 느껴지는 승차감 정도 등 수 년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예상하는 기대치가 있는 것이다. 위대한 제품은 이런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할 정도의 멋진 제품 성능을 보여준다. 다이슨 청소기로 처음 카펫을 밀었을 때 느끼는 흡입력 및 불과 몇 십 초 만에 수북히 빨린 먼지들을 본 사람들은 예상치를 뛰어 넘은 ‘고성능’이 무엇인지 몸소 느껴 알 것이다. 마찬가지로 테슬라 자동차의 랙 (lag) 없는 가속도와 승차감은 사용자의 기대치를 훨씬 능가하여 고객들을 만족 시킨다.

셋 째, 위대한 제품은 사용자의 기대치를 월등히 넘음과 동시에 사용자가 기대하지 않은 부분까지 배려하여 즐거운 사용자 경험을 전달한다 (‘surprise and delight’). 페이스북 메신저가 ‘따봉’ 이모티콘을 찾지 않고 한번에 보낼 수 있게 한 UI 디자인, 구글 맵이 아침 저녁에 알아서 출퇴근 길을 자동으로 띄워주고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것, 지메일이 내가 답변을 하거나 받아야 하는 묵은 이메일을 자동으로 상단에 ‘follow up?’ 이라는 알림과 함께 보여주는 것 다 여기에 속한다. 간단히 말해 제품 경험의 마법(magical product experience)들이다.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았으나 그런 기능들을 접할 때 ‘와, 이거 좋은데?’ ‘오! 이거 내가 정말 원하던 것 이었는데!’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애플의 에어팟 프로가 나한테 그러한 느낌을 주었다. ‘설정 > 블루투스 > 새로운 기기 연결’의 사용자 경험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에어팟 케이스를 열자마자 전화기에 바로 연결되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페어링 경험에서 느낀 기쁨은 와우! 

위대한 제품은 위와 같이 기대치를 넘어서고, 또 기대하지 않은 것 까지 배려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기분이 좋으면 계속해서 그 제품을 사용하게 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해당 제품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게 된다. (‘야, 이거 써봤어? 이거 장난 아니야~’). YC 및 유명 VC들이 ‘사용자들이 너네 제품을 남에게 써보라고 소문 내고 싶을 정도까지 제품이 좋아야 해’ 라고 말하는 것, 제품의 리텐션(=재사용률)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그로스 해커들, NPS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프로덕트 마케터의 주장 모두 ‘사용자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위대한 제품의 특성을 계량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제품은 사용자의 행동과 태도를 바꾼다. 심지어 그것이 비합리적인 결정이고 필요 이상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사용자는 이를 감수하고 열정적으로 그 제품을 사용한다. 내 개인적인 경험만 봐도 그렇다. 다이슨 청소기의 성능은 일반 진공 청소기 보다 최대 두 세 배 정도인 것 같은데 가격은 다섯 배가 넘게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최애 가전 제품인 다이슨 청소기를 구입한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돈을 잘 쓴 제품이라고 생각(혹은 착각)한다. 또, 안드로이드 전화기를 메인으로 사용하는데 에어팟의 매력에 빠진 요즘엔 보조 전화기인 아이폰을 꼭 챙겨 다녀 주머니가 무겁다. 주변 사람들을 봐도 마찬가지. 동급의 차량보다 비싼 테슬라를 구입하고 회사에서 충전 가능한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로 더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 한 탭으로 연동이 가능한 애플 맵 대신 구글 맵을 사용하기 위해 아이폰에서 주소를 일일히 복사하여 구글 맵에 수동으로 입력하는 사용자들 모두 위대한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추가 비용, 시간, 및 불편을 감내하는 것이다. 그만큼 위대한 제품은 사용자들을 당기는 힘이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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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제품의 특성을 위의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지만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 더 다양한 조건과 특성들 역시 유효할 것이다. 다른 제품 담당자들도 나와 상황이 비슷하다면 주요 지표 관리 및 분석, 팀 미팅, 제품 개발 마일스톤 집중 등이 주요 일과 일텐데, 가끔씩 위와 같은 ‘붕 뜬’ 제품 관련 질문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또 그 생각을 바탕으로 본인이 담당한 제품에 적용해 보는 습관을 기르면 올라운드 (all-round) 제품 담당자가 되는 좋은 훈련이 될 것 같다. (물론, 혹시 미래에 있을 수 있는 면접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보너스!)

영향력으로 조직을 이끄는 법

동료 제품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하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말을 너무 안듣고, 본인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엔지니어들을 설득하고 설명하는데 시간을 낭비 한다는 불평으로 끝이 나곤 한다. (물론, 엔지니어들은 답답하고 무능한 제품 담당자 때문에 인생이 피곤하다고 불평을 할 것이다).

이런 고충이 있는 이유는 제품을 책임지고 있는 제품 담당자가 제품에 기여를 하는 팀원들에 대한 인사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테크 회사들은 직군 별로 조직이 나뉘어져 있고, 다양한 직군에 있는 사람들이 제품을 중심으로 모이는 XFN (= cross-functional) 구조로 팀이 조직되다 보니 팀 내 본인 상관이 아닌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골치 아픈 버그를 몇 개 잡아 달라고 제품 담당자가 어느 엔지니어에게 고쳐달라고 하면, 엔지니어는 해당 버그를 잡기 위해 개고생 해야할 것이 눈에 선한데 다음 인사 평가때 멋진 업적을 써서 낼 수 없을 것 같아 (= ‘불과 버그 몇 개 잡았음’) 각종 핑계를 대면서 제품 담당자가 부탁한 일을 미루거나 빠져나가려고 한다.

제품 담당자 직군을 mini-CEO 라고 소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위의 상황처럼 제품 담당자가 팀을 효과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제품 담당자는 nano-CEO는 커녕, 권위는 하나도 없고 책임은 무한대로 지는 욕받이 역할만 하게 된다. 😭 급하게는 욕받이를 면하고, 궁극적으로는 제품 담당자의 원래 역할인 제품에 큰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는 제품 담당자는 인사권이 없이 영향력으로 조직을 이끄는 법을 필수적으로 체득해야 한다 (= ‘lead by influence’).

영향력으로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는 그 무엇 보다 의사소통 능력이 좋아야 한다. 제품 담당자가 의사소통 능력이 좋다고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잘 전달한다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 나의 주장을 상대방이 수용하고 행동에 옮긴다는 것을 뜻한다. 즉, 설득력이 높아야 한다는 것. 남을 설득 시키기 위해서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이렇게 설명하고, 저렇게 설명하고, 부연 설명하고… 등등) 한국인 MBA / PM 지망생들이 흔히 ‘PM 하려면 영어를 잘 해야 되나요?’라는 질문을 하는 것 같은데 (그런 분들은 이 블로그 글 참고), 영어 자체를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논리 정연하게 나의 생각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강약 밀당을 조절할 수 있는 active listening 실력이 필요하다. 이런 의사소통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책들과 기법들이 물론 여럿 있지만 (예: The Pyramid Principle), 결국엔 많은 연습과 실전을 통해 경험을 쌓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해 관계자들과 1:1을 자주 하는 것 역시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1:1 미팅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첫 째는 상대방의 숨은 동기 및 욕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까 예로 든 버그 따위(?)는 고치기 싫은 엔지니어가 인사 평가에 도움이 되는 ‘executive visibility (임원들의 주목)’를 굉장히 원한다는 것을 제품 담당자가 1:1을 통해 알아낸다면 이 정보를 이용하여 ‘사용자 경험 개선 경과 보고’ 임원 미팅에 엔지니어를 초대함으로써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Skip level 1:1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두 번 째 방법이다. Skip level 1:1 이란 내 보스의 보스, 혹은 내 이해관계자의 보스와의 1:1 미팅을 지칭한다 (= 나랑 직접 연결된 사람을 ’skip’하고 그 윗 사람을 만난다는 뜻). Skip level 들에게 나의 주장에 대한 피드백과 동의를 받은 후 이해 관계자들과의 1:1에서 ‘너네 보스도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는거 같어’ 라고 말을 하면 내 주장이 조금 더 무게감 있게 전달 될 것이다. 물론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이해 관계자들들의 권위가 무시 당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선을 잘 조절하는 것. 마지막 방법은 1:1 미팅을 통해 이해 관계자들 한 명 씩 설득하여 서서히 ‘대세’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한 명이 설득되면 ‘저 옆에 누구도 여기에 동의해’라고 말하여 그 다음 사람을 설득하고, 이 작업을 반복하여 모두가 대세에 참여를 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어 버리면 가랑비에 옷 젖듯 조직이 이미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향해 있을 것이다.

본인의 아이디어를 문서화 하여 적시에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서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두면, 우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조금 더 정제되는 효과도 있을 뿐더러, 발표 자리나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조직 내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고, 또한 아이디어가 ‘공식화’ 되었다는 느낌도 조직 전반에 줄 수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중구난방할 때 ‘이렇게 생각해 둔 문서가 있는데 참고 하시죠’ 라고 한다면 의견의 교통 정리를 나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가 더 수월할 것이다. 단 문서화된 아이디어는 개개인의 ‘발표 전달력’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높은 설득력을 가져야 하므로 주장, 논거, 데이터/수치 등이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정돈된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엔 공개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할 수 있기에, 문서 작성 시 정말 신중을 기해야 함)

모든 ’soft skill’이 그렇지만 위의 방법들이 성공 공식은 전혀 아니며, 개인의 성향과 능력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체득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조직을 효과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실력이 갖추어진다면 제품 담당자는 비로서 mini-CEO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 동료 제품 담당자 분들… mini-CEO 함 가즈아! 💪👊

클리브랜드의 도굴꾼

예전 링크드인에 다닐 때 있었던 일이다. 신제품 관련 업무를 많이 하다보니 업무의 많은 부분이 새로운 제품 컨셉에 대한 사용자 반응 조사, 그리고 시장 분석에 따른 새로운 기능들을 제품에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일이었다. 애자일한 자세로 사용자의 반응을 열심히 제품에 반영하기를 반복하며 신제품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전체적인 제품을 검토해보니 초반에 기획했던 특정한 사용자 집단을 위한 단순하고 빠른 업무 효율 제품이 아닌 회사 전체 조직을 대상으로 한 복잡한 데이터 포털이 되어버린 것을 발견하였다. (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때 팀 내 전략을 담당했던 직원이 한 마디를 한다. ‘우리는 클리브랜드의 도굴꾼을 위한 제품을 만든 것 같아. (We built for gravediggers in Cleveland’).’ 링크드인은 전문가 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이기에 어떠한 특정 직종의 사용자들의 업무/커리어와 관련하여 어떻게 성공을 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제품 개발을 한다. 대도시의 리크루터, 인사담당자, 영업사원, 마케터, 구직자 등이 주 대상인데 클리브랜드의 도굴꾼이라니… 한마디로 쓸데 없는 사용자 집단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었던 것이다. 

열정이 있는 제품 담당자라면 자신의 제품이 완벽하기를 원한다. 설령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완벽에 최대한 가깝게 갈 수 있도록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극진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여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 하지만 가끔 이런 열정이 과해 주 사용자가 아닌 집단(= 클리브랜드의 도굴꾼)의 니즈마저 완벽하게 반영하려고 하여 전체적인 제품이 너무 복잡해지고 사용성이 되레 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 해당 제품은 모두가 사용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이상적인 제품 경험을 할 수 없게 된다. 말 그대로 과유불급.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선 내 제품의 잠재 고객에 대한 확실한 정의와 이에 따른 냉혹한 선택과 집중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페르소나 기법을 통해 사용자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했더라도 페르소나가 너무 많거나, 페르소나의 니즈들이 상충하는 경우는 제품이 산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예: 이탈리아 밀라노 고급 패션쇼 느낌이 나는 옷을 구매하고 싶은 페르소나와 건설 현장에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옷을 원하는 페르소나를 모두 만족시키는 옷가게를 만드려고 해봐라).

애자일, 페르소나, 사용자 중심 디자인 등 멋진 제품 개발 기법을 다 동원 하였음에도 최종 제품이 찜찜하다면 잠시 돌아서서 생각해보라… 우리는 혹시 클리브랜드의 도굴꾼을 위한 제품을 만든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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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nching? Landing!

https://commons.wikimedia.org/wiki/Apollo_11#/media/File:Apollo_11_Lunar_Lander_-_5927_NASA.jpg

구글 내부에서 높은신 분들과 회의를 들어가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앤드류 지금 하고 있는거 언제 착륙 시킬꺼야? (Andrew, when will you land this [product name]?)’ 초반에 이런 질문을 들을 때 속으로 ‘응? 착륙? 뭘 착륙하지? 나 제품 관리자인데? ‘앤드류, 그 제품 언제 출시 (launch) 할꺼야?’가 더 맞는 질문 아닌가?’라고 생각하곤 했다. 나중에 주변 연차 많은 분들께 물어보니 몇 년 전 어느 구글의 엔지니어링 리더께서 의미 없는 론칭 지향적인 (launch-oriented) 문화를 바꾸고자 아폴로 11호 사건을 예로 들면서 제안한 개념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에 대한 내부 문건도 있음).

<참고: 아폴로 11호 세 줄 요약>

1969년 7월 16일 아폴로 11호가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거대한 새턴 로켓의 엄청난 추진력으로 지구 궤도를 벋어나 달 까지 날아간 아폴로 11호는 이글 달 착륙선을 이용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발을 밟는 쾌거를 이룬다. 이 당시 닐 암스트롱은 그 유명한 ‘한 인간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기 전 작전 수행 관련 상황 보고를 한다: ‘휴스턴, 여기는 고요의 기지이다. 이글은 착륙했다. (Houston, Tranquility Base here. The Eagle has landed.)’

우리는 아폴로 11호를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land) 역사적인 우주 프로그램으로 기억하지, 최첨단 새턴 로켓을 이용하여 멋지게 우주선을 발사한 (launch) 사건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아폴로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는 인류를 달 표면에 착륙시키고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 이었기 때문이다.

제품 관리를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것이 이 ‘랜딩 (landing)’ 개념의 핵심이다. 즉, 1) 제품 관리에서 제품 론칭은 끝이 아닌 과정일 뿐이며, 2) 중요한 것은 론칭 같은 중간 과정의 화려함이 아니라 ‘달 착륙’과 같은 궁극적인 최종 목표 달성이라는 것이다.

제품을 대하는 태도를 론칭에서 랜딩으로 관점을 바꾼다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용감한 (옳은) 의사결정

랜딩의 개념을 가지면 제품 담당자가 제품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에 대해 더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이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제품 담당자의 목표가 ‘신제품 론칭’ 보다 더 명확할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것은 마치 자동차를 사는 이유가 통근, 레져 등이 아닌 ‘운전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셈이다. 수단이 목적이 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라 이런 실수가 없을 것 같지만 일에 몰입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긴박한 제품 출시일에 맞추어 이런 저런 기능을 빼거나 대거 수정하여 제품을 출시하여 ‘론칭’은 성공했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고객 문제 해결을 ‘랜딩’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랜딩의 개념이 확실하다면 제품 출시를 연기 하더라도 고객 문제 해결에 있어 필수적인 기능들을 고집할 수 있는 용기와 논리가 생길 것이다.

목표 달성 수단에 대한 유연함

더 이상 론칭이 최종 목표가 아닌 랜딩 과정의 한 가지의 수단이라면 제품 담당자는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해 유연하게 다양한 제 2, 제 3의 수단을 고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예를 들어 ‘레드오션 마켓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유지’라는 목표가 있는 제품이 있다고 치자. 이런 치열한 상황 속에서 해야할 일 중 하나는 당연히 더 혁신적인 제품을 론칭하여 경쟁사 보다 앞서 가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마케팅 지원을 받으며 신제품을 론칭하여도 시장 점유율이 점점 밀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론칭에만 집중한다면 더 새로운 기능, 더 새로운 제품들이 나올 때 까지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랜딩에 초점을 맞춘다면 론칭과 더불어 가격 정책, 기존 제품 확장 및 유지 등 론칭이 따로 필요 없는 수단들을 동원하여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들에 대한 인정

론칭은 거의 언제나 제품 주기에서 가장 화려하고 주목받는 마일스톤이다. 그렇기 때문에 론칭을 진두지휘한 담당자도 덩달아 화려한 주목을 많이 받게 마련인데, 이런 개인적인 유명세를 맛보게 되면 ‘the next shiny launch’를 찾아 떠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의 심리이다 (= ‘자.. .봤지? 내가 이 정도로 해 놓았으니까 알아서 잘 마무리 해’). 이렇게 되면 아무리 중요한 일이더라도 ‘화려하지 않아서’, ‘나한테 개인적으로 득이 되는 것이 없어서’ 간과하는 경우가 생기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아무리 멋진 론칭을 경험했다 한들 결국엔 ‘훌륭할 뻔 했던’ 제품 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제대로 된 랜딩을 목표로 한다면 중요한 일에 대해선 화려함에 관계없이 같은 열정으로 제품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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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랜딩은 성공적인 론칭이 필요하지만 모든 론칭이 성공적인 랜딩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론칭이 주는 피상적인 화려함의 노예가 되지 말고 최종 목표인 랜딩에 충실하자. 랜딩이 중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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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uzz Aldrin removing the passive seismometer from a compartment in the SEQ bay of the Lunar La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