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의 기본: gamif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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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네트워킹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연히 말을 주고 받은 사람이 너무 낯이 익어서 계속 캐보니 몇 년 전 MIT Venture Lab에 기웃거릴 때 발표를 했던 Bunchball의 창업자였다. 4년 전 짧게 만났지만 그로스 해킹의 기초가 되는 심리학 및 gamification에 대해 한참 공부할 때라 이쪽 분야의 고수임을 자처했던 Bunchball 창업자와의 만남은 아직까지 가시지 않았던 것이다.

지인을 만나 기뻤지만 (혹시 망했을 까봐) 대놓고 ‘너네 회사 어떻게 되었어?’ 라고 물어볼 수 없어 나중에 Bunchball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았는데 일단 홈페이지는 살아있어 안도. 그냥 무심코 여러 페이지를 클릭하다가 gamification에 대해 나름 잘 정리해 놓은 페이지가 있어 짧게 번역 + 의견을 붙여보기로 하였다.

원문: http://www.bunchball.com/gamification/game-mechanics

Gamification이란 게임을 디자인할 때 자주 이용되는 행동심리학적인 기법들을 차용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용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총칭하며, game dynamics, 혹은 game mechanics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기법들은 흔히 ‘게임 중독’의 주범으로 주목되기도 하는데, gamification을 과장해서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사용자들을 나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중독’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당연히 그로스 해킹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숙지해 놓아야 한다.

다음은 Bunchball이 소개한 gamification의 기본 개념들이다.

빠른 피드백: 어느 행동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 및 반응을 줌

공지,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행동 변화를 지속할 수 있게 격려한다. 사용자들이 목표를 달성할 때 축하와 동시에 그 다음 목표를 설정해주거나 계속 하던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포상을 해준다.

투명성: 어디에 누가 있는지 줄 세우기

사용자들이 중요시하는 지표 상 그들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를 짚어줘라. 개인 및 팀 프로필에는 현재 및 누적된 진척 상황을 보여준다. 순위차트는 누가 사용자보다 바로 위, 아래에 있는지를 나타내고 동시에 정해진 지표 기준으로 몇 순위인지를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목표: 단기 및 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들

사용자들에게 왜 주어진 행동을 해야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를 주며, 동시에 사용자들에게 어느 것들이 ‘의미’ 있는 행동이고 또 무슨 행동들이 가능한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뱃지: 성취의 표시

성취의 상징, 혹은 어느 기술에 대한 완벽한 습득을 상징하는 표시로 그것의 가치를 알아주는 집단 내에서 매우 의미있게 작용한다. 준거 집단 내에 어떤 특정 기술이나 전문성을 표시할 때 주로 사용한다.

레벨 업: 지위의 표시

레벨은 장기적, 그리고 지속적인 목표 달성을 의미한다. 준거 집단 내에서의 지위를 표시하고, 또 새로운 미션, 뱃지, 포상등의 기본 요전으로 사용된다.

온보딩 (on-boarding): 사용자의 주의를 사로 잡으며 정보를 주입

사용자들은 비디오 게임을 게임을 하면서 어떻게 게임을 하는지 배운다. 마찬가지로, 매뉴얼을 읽는 것 대신 매우 간단한 미션 등을 통해 사용자들이 주어진 일들을 경험하면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경쟁: 남과 비교했을 때의 나의 성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남들과 비교해서 사용자들의 성과가 어떠한지 보여주는 기법. 개인 혹은 팀 별 순위차트를 통해 경쟁을 유발하여 사용자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사람을 이기고 싶어하는 경쟁심을 유발시킨다.

협업: 남들과 같이 일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함

팀 단위로 사용자들을 묶어서 더 큰 목표를 달성, 더 강한 경쟁심을 유도, 혹은 더 많은 공유등을 촉진시킨다. 팀원들에게 자신들의 팀 기여도를 알려줌으로써 서로 팀의 ‘엑스맨’이 되지 않으려는 행동을 유발한다.

커뮤니티 (공동체)

공동체는 목표, 뱃지, 경쟁 등에 대해 ‘왜 이걸 해야하지’에 대한 맥락을 제공함과 동시에 그거들을 공유할 수 있는 준거 집단이 된다. 또한 공동체 일원들의 성취 소식들이 공유 되면서 나머지 사용자들에게도 ‘아 이런 것들을 하면 되는구나’ 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포인트: 성취감의 계량적인 증거

점수를 세고, 지위를 정하고, 혹은 가상/실제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축적할 수 있는 도구. 사용자들이 원하는 행동을 하였을 때, 목표를 달성했을 때 등의 상황에서 포인트를 지급함으로써 사용자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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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 위의 gamification 기법들을 바탕으로 그 회사의 그로스 해킹 기법을 ‘역추적’을 해 본다면 ‘아 이래서 이 앱이 내 연락처 열람을 하려고 하는 거구나’, ‘아 이래서 이런 이메일을 받았네’, ‘아 이래서 내 친구가 신기록 자랑을 하는 거군’ 등 별 생각 없이 받아드렸던 것들이 조금씩 의미를 가지며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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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균형있는 관점을 위해 주영민 님의 그로스해킹의 비판글도 꼭 보시길.

어느 회사가 더 좋아요?

https://www.pexels.com/photo/building-modern-glass-tall-27406/

링크드인에서 구글로 이직한지 8개월이 넘어간다. 간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종종 묻곤 한다: ‘두 회사 중 어디가 더 좋아요?’, ‘어느곳이 분위기가 더 좋아요?’

내가 5년 가까이 몸 담았던 링크드인은 제프 위너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리더십과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회사 구성원들에게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기회를 연결시켜주는’ 사명을 가지게 하는 멋진 회사였다. 또한 투명성을 중시하여 2주 마다 하는 회사 전체 모임 (all-hands)에서 제프 및 최고 임원들이 회사의 상황을 (최대한) 가감없이 전 직원들에게 알려주며 소통하는 회사였다. ‘Relationship Matter’라는 회사 가치 중 하나를 기업 문화로 포용하기 위해 휴식 공간 및 구내 식당을 만들 때에도 등을 지고 앉지 못하게 공간을 디자인하여 최대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촉진하는, 정말 멋진 기업 문화를 자랑하였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짬이 안되었지만 일단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예전 회사와 낮과 밤처럼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링크드인의 문화가 ‘좋았기’ 때문에 구글의 문화는 ‘나쁜’ 것인가? 구글은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넘사벽의 기술을 개발하고, 또 그것들을 응용하여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데 희열을 느끼는 회사이다. 래리, 세르게이, 순다 등이 내 기준에서 제프 같은 엄청난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반면 그들이 던지는 ‘우리는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쓰고 ‘우리만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읽음)의 질문들은 기술쟁이로써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지적 짜릿함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가 더 좋아요?’ 라는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대신 나는 ‘두 회사 모두 강한 문화를 가진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은 이 회사가 좀 더 집중해서 부각시키는 것 같고, 저런 부분은 저 회사가 강조하는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한다.

강한 문화? 강한 문화란 기업 구성원들이 주어진 가치관, 규범, 전통 등에 대해 공통적인 이해를 가지고 이에 맞추어 행동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사람의 품성과 비슷해서 줏대 없이 ‘남이 하는 대로’ 유(柔)하게 지내는 사람과 자기 주장과 스타일이 분명한 사람이 있는 것 처럼 기업도 어느 회사에 가면 그냥 큰 느낌 없이 고만고만한 반면 위와 같은 회사들은 자신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것이다. 링크드인, 구글, 그리고 그 전에 5년 가까이 미국 회사들을 상대로 전략 컨설팅을 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기업 문화들을 되돌아 봤을 때,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어도 이렇게 강한 문화를 표출하는 회사는 그렇지 못한 회사들 보다 장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우선, 강한 문화를 가진 회사는 자신들의 가치를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하여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더 굳건히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에서는 ‘next play’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것은 링크드인의 지향하는 문화인 ‘transformation’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을 옮기는 것도, 회사를 옮기는 것도 매우 개방적으로 이야기 하고 서로 돕는 문화가 잘 형성되어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당신의 상사가 당신의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 도와주는 것 많은 아이러니 하면서 고마운 경우가 또 있을까?) 구글은 데이터가 왕이라는 문화가 내재되어 있어 아무리 높은 사람이 강하게 주장해도 데이터를 들고 있는 사람이 이기는 ‘데이터 앞에 평등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반면 문화가 약한 회사들은 서로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각기 다른 행동으로 표출하거나, 아니면 분위기 보고 그때그때 다르게 행동하는 ‘언행불일치’ 사태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둘 째, 강한 문화는 회사에 잘 맞는 인재 유입에 큰 도움을 준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기업 문화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가정하면 무조건 돈 더 많이 주는 곳, 직급이 높은 곳, 더 유명한 곳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실리콘밸리 채용 시장을 보면 왠만한 곳은 다 돈 많이 주고, 다 직급 맞춰주고, 다 유명하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우버 등 household brand name 급인 회사가 수두룩). 이런 상황에서 구직자들은 ‘나랑 더 맞는 곳이 어딜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은 연봉과 복지를 넘어 자신들의 추구하는 가치와 스타일에 맞는 회사들을 찾게 된다. 같은 조건이지만 슈퍼스타처럼 대접받고 그에 걸맞게 평가받고 싶은 사람은 넷플릭스를 선호하고, 미래를 열어가는데 희열을 느끼는 사람은 테슬라를 선호하고, 전 세계의 데이터를 만지고 싶은 사람들은 구글을 선호할 수 있게끔 기업 문화가 구직자들에게 암묵적인 신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한 문화를 가진 회사는 어려운 상황을 좀 더 잘 견뎌낼 수 있는 뚝심(resilience)을 제공할 수 있다. 예전 블로그에서 언급했듯이 링크드인은 작년 초 주식이 실적 발표 직후 50% 가까이 폭락한 적이 있었다. 보통 이럴 때는, 특히 실리콘밸리처럼 인력 수요가 핫 한 곳에서는, 인력 ‘출애굽’ 사태가 일어나야 하는게 정상이다. 수십, 수백억의 보상이 날라간 소위 ‘윗 대가리’들 부터 자신들 앞길 찾아 떠나고, 이에 맞추어 줄줄히 경영진 및 주요 인재들이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링크드인 사장단들은 사태에 대해 직원들에게 인정하고, 또 ‘우리는 해낼 수 있다’라는 감동적인 메시지로 (예전 글 참조) 회사의 사기를 굳건히 하고 인력 유출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원들 사이 수근거림과 약간의 이탈이 있긴 하였다. 그래도 내가 퇴사하면서 인사 담당자에게 주식 폭락 및 마이크로소프트 인수가 퇴사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놀랍게도 낮은 수치의 답변을 듣고 놀랐었다. 링크드인에서 이런 상황을 처음 겪은 사람들을 모르겠지만 컨설턴트 시절 클라이언트의 안좋았던 상황을 많이 봐왔던 나로써는 (= 이럴 때 보통 컨설턴트를 투입함) 강한 문화와 약한 문화의 회사들이 어려움을 어떻게 접근하고, 또 극복하려 노력하는지 너무나 대비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강한 문화를 가진 회사들이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다시 언급하지만 강하고 약한 문화가 좋고 나쁜 문화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의 경우 초창기에 명문대를 나오고 지적으로 너무나 뛰어난 사람(=천재)을 지극히 선호했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들만의 가치관과 스타일이 뚜렷했기에 강한 문화임엔 확실하지만, 과연 그것이 좋은 문화라고는 말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구글이 점점 커지면서 서로 간의 협업 및 다양성에서 기인하는 혁신들이 중요시 되기 시작했는데 기존 구글의 문화가 이런 새로운 시대에서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였고, 이에 이러한 엘리티스트 문화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 에릭 슈미트의 강의가 기억난다. 한국 관료 및 일부 기업에 남아있는 ‘기수 문화’등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시작 초반에는 나쁜 의도로 형성된 문화가 아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득보다 사회적/조직적 실이 많은 경우인 것이다. 강한 문화를 가진 회사들은 꼭 주기적으로 자신들의 문화와 가치를 되돌아 보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위와 같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지만, 그래도 강한 문화와 약한 문화를 가진 회사 둘 중 선호도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100% 강한 문화를 선택할 것이고, 강한 문화를 가진 회사가 좋은 문화일 확률, 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돈 많이 주고, 널널하고, 서로 불편하게 하지 않고,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있는 회사가 무조건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런 이상적인 (= 즉, 존재하지 않는) 회사의 사장이 될거야’ 라고 생각하는 창업자 분들을 몇 만났다. 오히려 그들에게 금전적 보상 및 복지의 지표가 어떠하던, 가치관이 뚜렷하고 구성원들이 같은 꿈을 꾸고 어려운 일들을 같이 헤쳐나갈 수 있는 강한 문화가 있는 회사로 키워보시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드리고 싶다.

소심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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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사에서 미친듯이 바쁜 한 달을 보냈다. 인도 출장 일주일 후 바로 뉴욕 출장, 그리고 계속 연속해서 터진 크고 작은 일들을 수습 하고 나니 벌써 5월. 그리고 4월에 처리 했어야 하는 업무들은 그대~~로 쌓여있는 슬픈 현실. 아무리 집에서 추가로 일을 해도 밀린 일들을 따라잡으려면 아직도 한참 남은 상태. 회사에서도 30분 단위로 하루 종일 미팅을 해서 엔지니어들과 추진해온 일들을 따라 잡으려 노력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 실제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없어 다시 업무가 쌓이는 무한 루프에 갖혀버린 요즘이다.

이런 나날을 보내다 보니 항상 미팅에 늦고, 회신해 달라는 이메일 처리도 밀리고, 계속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 캐릭터가 되는 기분이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최근에 보낸 이메일들을 보면서 ‘미안해~’로 시작하는 답변이 많음을 발견하였다. ‘늦어서 미안해’, ‘빨리 답변 못 주서 미안해’, ‘내가 잘못 이해해서 미안해’ 등.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 못지 않게 바쁜 친구들이 여럿 있는데 (오히려 더 심한 친구들도 있음) 그들에게 받은 이메일에선 나처럼 자주 사과하는 문구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나보다 더 회신이 늦거나 내용의 이해가 완전히 틀려서 내가 여러번 교정을 해줬을 경우에도 되레 뻔뻔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이 현상을 조금 더 일반화 해서 보니 (나를 포함한) 한국 사람들이 유독 사과를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자신의 스타트업 아이디어나 제품에 대해 피드백을 요청하는 백인/중국/인도 출신 친구들은 자신의 요구에 대해서 당당한 반면, 한국분들에게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오는 내용을 보면 사과로 시작하거나 끝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횡설수설 써서 죄송합니다’, ‘갑작스레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등. 무엇이라고 정확히 분석해서 묘사할 수 없지만 공손함과 예의를 표하는 방식이 ‘사과’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이런 사과의 남발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인지가 안되겠지만 비한국인에게는 매우 소심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다분하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의 ‘polite’한 의도가 남들에겐 ‘timid’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말해봐야 입만 아픈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리콘밸리는 미친듯이 치열한 곳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좀 한다’ 하는 친구들이 모여서 모두가 자신의 아이디어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주장하는 곳이다. 회사도 그렇고 (승진의 길) 스타트업도 그렇다 (투자, 성장, 엑싯의 길). 이런 빡센(?) 동네에서 소심한 이미지는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이던 아니던, 비한국인이 보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엔지니어의 평가는 대부분 ‘똑똑하고 말 잘 듣는데 조용하고 강한 주장이 없는 편이다’이다. 혹시 우리 자신도 모르게 사과로 예의를 표하는 문화가 이런 평가를 받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과를 덜 하고 소심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문득 작년에 사과를 감사로 바꿔보라는 을 읽은 것이 떠올라 며칠 전 부터 의식적으로 평소에 사과할 만한 상황을 감사의 표시로 바꾸어 행동하고 있다.

늦어서 미안해 (Sorry for being late) → 기다려줘서 고마워 (Thank you for your patience)

잘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해 (Sorry I didn’t understand) → 잘 설명해 주서 고마워 (Thank you for clarifying)

미안, 내가 틀렸네 (Sorry I was wrong) → 아,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올바른 관점 고마워. (Ah, you’re right. Thank you for the right perspective)

실제 업무 효율이나 상대방의 태도가 바뀜은 아직 모르겠지만 더 이상 (서면으로/구두로)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니 이메일을 쓸 때, 그리고 미팅을 할 때 조금 더 자심감있게 행동하는 것 같다.

당당함도 실력이다. 앞으로 더 의식해서 당당해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