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법

http://program.interest.me/tvn/misaeng/10/Board/List?page=2
출처: http://program.interest.me/tvn/misaeng/10/Board/List?page=2

십수년 전 학교를 다닐때,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높은 점수 = 좋은 학점 =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공식이 존재했던 학창 시절과 다르게 직장인이 되면서 무엇무엇을 하면 일 잘하는 회사원이라는 공식을 찾기 쉽지 않았다. 회사 문화, 직장 상사 및 부하와의 관계, 그리고 다양한 업무 평가 방식 때문에 어느 일관된 공식을 찾는것은 어쩌면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기준이 되었던 많은 업무를 중요한 순서대로 멋지게 처리하는 능력은 일을 잘하는 회사원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을 중요한 항목일 것이다.

그러면 잔뜩 쌓여있는 업무에 어떻게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을까? 상사가 시키는 것 부터? 아니면 처리하기 쉬운 일 부터? 다양한 기준과 고려해야할 요인들이 있어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예전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 배운 2×2 prioritization matrix (영어로는 2×2를 ‘투 바이 투’라고 읽음) 프레임웍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링크드인을 4년 가까이 다니면서 이의 위력을 여러번 실감하였기에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2×2 prioritization matrix는 간단히 말해 의사결정 과정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기준삼아 선택 가능한 일들을 평가하여 사분면에 배치하는 것이다. ‘회사 업무의 우선순위 정하기’의 주제를 이 프레임웍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회사 업무들을 다양한 기준으로 나눌 수 있겠지만, 나는 아래 두가지 기준이 ‘업무의 중요성’을 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랑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그들의 기준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 Level of impact (업무의 영향력)

업무의 결과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업무의 중요도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요소라는 것은 모두가 동감할 것이다. 만약 업무의 결과가 회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잡무’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어느 일의 결과가 회사의 사활을 좌지우지 한다면 그 업무의 영향력이 엄청 높다고 평가를 받을 것이다.

  • Level of effort (업무에 들어가는 노력)

모든 직장인이 아는 사실이지만, 각 업무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천차만별이고, 이는 업무의 영향력과 무관하다. 예를 들어 전직원의 경비처리 영수증을 수기 확인하는 일은 영향력이 낮지만 엄청나게 높은 노력 (인력 +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쌓여있는 업무들을 위의 두 기준의 스펙트럼 상에 각각 순위를 매기면 다음과 같은 사분면에 업무들을 모두 배치시킬 수 있다.

prioritization matrix

이렇게 모든 업무들이 배치되는 순간, 업무의 우선순위 선정은 놀랍게도 간단해진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the magical 2×2” 라고 부르기도 한다)

  • 홈런 사분면: 천우신조의 기회다. 낮은 노력으로 엄청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업무가 있다면 모든것을 제쳐두고 제일 먼저 공략하도록 하자. 주의할 점이 있다면, 홈런을 칠 기회가 혹시 너무 많지 않은가에 대해 의심을 해봐야한다. 아무리 배리본즈, 이승엽이라고 한들 매 경기마다 홈런을 때리는 것을 본적이 있나?
  • 쓰레기 사분면: 여기 있는 일들을 시간 낭비이다. 노력은 노력대로 하고 결실을 제대로 맺을 수 없는 일들이다. 혹시 구조적으로, 아니면 상사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일들을 해야하는 입장이 계속적으로 생긴다면 더 좋은 근무환경이 있는 곳으로 이직을 고려해라. 회사는 인재를 썩히고 있고, 본인도 회사에 의미있는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 ‘낮게 달려있는 열매 (low-hanging fruit)’ 사분면: 큰 노력없이 어느정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들이다. 홈런은 아니더라도 많은 단타로 성과를 낼 수 있다. 최소한의 기회비용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지속적으로 뽑아야하는 그로스 해킹 관련 업무들은 이런 ‘낮게 달려있는 열매’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 큰 모험 (big bet) 사분면: 현실은 냉정하다. 홈런의 기회는 가문에 콩나듯 나타나도, ‘낮게 달려있는 열매’는 쏠쏠하지만 계단함수(step-function)식의 변화와 영향력을 가져다 줄 수 없다. 회사에 엄청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들은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회사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위험을 감수하는 ‘큰 모험’ 사분면에 있는 업무들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모험과 무모의 경계를 잘 구분하는 것이다. 업무의 잠재 영향력에만 이끌려 맨땅에 헤딩하는 정신으로 계속해서 달려든다면 ‘영웅병 (trying to be a hero)’에 걸린 것이다.

각각의 업무 추진 취향 및 위기 감수 능력이 다르지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사분면들의 특징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업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홈런: 다른 업무들을 희생하더라도 ‘고’
low-hanging fruit: 70% (확실한 작은 성공이 불확실한 큰 성공보다 더 실용적임)
big bet: 30% (한두가지 큰 프로젝트를 고른다. 실패하더라도 low-hanging fruit이 전체 결과를 헷징해줌)
쓰레기: 0% (혹시 상사가 이런 일을 시킨다면 ‘감히 건방지게’ 토론을 한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2×2 prioritization matrix를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업무에 우선순위를 부과하여 중요하고 실현가능한 업무 위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일을 잘하는 방법은 이렇게 ‘work smart’ 하는 것이지 무작정 ‘work hard’만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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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작년에 같은 주제로 ‘The magical 2x2s‘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업무 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일 일에도 적용되는 방법을 알고 싶으면 참고하길 바랍니다.

실리콘밸리 임원들이 회의 하는 법

딜버트

관리자가 되면서 급속도로 증가하는 업무 중 하나가 미팅 (회의) 이다. 팀 미팅, 상위 조직에게 보고하는 미팅, 그리고 다른 팀과의 미팅. 하루 종일 회의실을 오가면서 보내는 날도 허다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회의는 시간 낭비다’, ‘관리자는 일 안하고 회의에 들어가서 ‘이빨만 깐다’’ 등 회의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회의라는 것이 일에 전반적인 진행을 확인하고,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활동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회의를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

이 주제를 가지고 회사에서 이야기하다가 친한 동료인 Brian Rumao 비서실장(Chief of Staff)이 멋지게 쓴 글이 있어서 양해를 구하여 나의 경험과 그의 글 내용을 덧붙여 효율적인 회의를 위하여 링크드인 임원진들 및 내가 미팅을 주최할 때 사용하는 모범 실무 (best practice)들을 정리해 보았다.

Great meetings include thoughtful preparation and balanced discussion, culminating in a decision and commitment to action, followed by execution thereafter.

좋은 회의는 사려깊은 준비와 균형있는 논의가 있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 및 행동에 대한 약속을 이끌어 내고, 이후 실행으로 옮겨진다.
— Brian Rumao (Chief of Staff @ LinkedIn)

1. 회의의 목적과 성공의 요건을 반드시 명기

같은 사람들과 비슷한 주제로 자주 모이는 경우, 회의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어떤 사람은 정보 취득이 목적인 회의로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은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회의라고 생각한다면 효과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회의가 끝나고 ‘도대체 우리 왜 모인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반면, 회의의 최종 목적을 명시적으로 제시하면 회의 참가자들에게 일관된 회의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일관된 회의 목표를 재고시키는 방법으로 ‘다음의 것들을 이 회의를 통해 이룰 수 있다면 성공입니다 (This meeting will be a success if…)’로 회의를 시작하길 권한다. 처음 몇 번은 약간 어색했는데 계속 하다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미팅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opener’가 되었다.

발표자료 첫 장에 회의의 목적과 성공 요건을 명시한다
예: 발표 자료 첫 장에 회의의 목적과 성공 요건을 명시한다

2. 발표보다 논의에 집중

회의의 목적은 발표자가 얼마나 멋지고 수려하게 발표하는가가 아닌, 회의의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제에 대한 발표보다 주제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다. 논의 시간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링크드인에서는 발표 자료를 24시간 전에 회의 참석자들에게 보낸다. 미리 자료를 보내게 되면 회의 참여자 개개인이 자신의 속도와 시간에 맞추어 자료를 미리 숙지를 할 수 있다. 또, 회의에 들어가서는 5분 정도 침묵 정독 시간을 갖는다. 혹시 미리 읽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 및 회의 주제와 관련하여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정독 시간이 지나면 발표자가 2-3분 내외로 회의의 목적과 발표 내용을 요약하여 설명한 후 논의 및 질의 시간을 가진다. 이런식으로 회의를 구성하게 되면 첫 5-10분을 제외하고 회의의 대부분의 시간을 논의하는데 할애할 수 있다.

3. 노트북 그리고 휴대전화 ‘반입금지’

회의 중 노트북을 열어 이메일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로 딴짓을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도 아니며 절대로 좋은 회의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회의 초대 이메일에 ‘***Please no laptops or cell phones***’ 문구를 삽입하여 보내고, 또 회의를 시작하면서 ‘Let’s close our laptops’ 라고 구두로 안내를 하여 모두 회의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러한 간단한 회의 예절만 지켜도 엄청나게 높은 집중도를 달성할 수 있고, 또 나중에 별거 아닌 일 가지고 얼굴 붉히는 일도 줄일 수 있다. (‘야… 너 왜 내가 말하는데 무시했어?’ 등)

4. 회의록 작성 및 배포

회의 시작 전 회의록을 작성하는 사람을 위임하고 회의가 끝난 후 회의 내용을 요약해서 배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회의록을 통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회의에서 의논한 내용 및 의사결정 내용을 성문화함으로써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회의록 구성은 다음과 같다.

* Attendees (참여자):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 목록. 자신의 이름은 맨 마지막에 넣는다.
* Items Discussed (회의 내용): 어떠한 내용에 대해 의논을 하였는지 요약해서 쓴다.
* Action Items (조치 항목): 회의에서 합의된 해야할 일들을 담당자 이름, 그리고 마감 기한과 같이 명시한다.

회의가 끝나고 팀원들에게 보내는 회의록 예제
회의가 끝나고 팀원들에게 보내는 회의록 예제 (물론, fake data)

5. 후속조치 (follow-up)

Action item들이 실제로 실행에 옮겨져야지 회의의 궁극적인 목표가 달성된다. 아무리 심도있고 중요한 회의를 하였다 한들 그 다음 단계로 실행이 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만약 action item이 할당 되었다면 즉각 처리하고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자. 또한 보고를 받은 사람은 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사안을 종결시킨 후 다음 사안으로 넘어가는 버릇을 들인다면 회의에서 논의된 일들을 체계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다.

회의가 끝난 후 follow-up 하기
회의가 끝난 후 follow-up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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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필요악’인 회의…어짜피 없앨 수 없는 판에 조금만 신경써서 회의를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나간다면 회의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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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https://www.linkedin.com/pulse/how-linkedin-execs-run-meetings-brian-rumao
2] http://blog.practicingitpm.com/wp-content/uploads/2013/10/Dilbert-Meetings-a-Waste-of-Time.jpg

 

그로스 해킹, 어디까지 해봤니? #2: Customer Retention

Homejoy

최근 실리콘밸리가 술렁였다. O2O (Online to Offline) 열풍을 선도하였던 홈조이 (Homejoy)가 문을 닫는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7월 31일부로 홈조이는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홈조이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Uber for 가사도우미’ 라고 할 수 있다 . 원하는 시간에 저렴하게 가사도우미를 불러 집을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이다. 작은집 – 큰집, 아파트 – 저택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1) 집을 깨끗하게 하고 싶어하고 2) 자신들보다 남들이 대신 청소를 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홈조이는 시작과 함께 엄청난 성장을 하였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하버드라고 불리는 Y-Combinator 를 나오고, Google Ventures, Redpoint Ventures, Andreessen Horowitz, First Round, 500 Startups 등 내노라하는 최고 명문 VC들의 지원을 받으며 (총 4천만달러, 465억원!) 멋진 성장곡선을 그리던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다니 무슨 날벼락인가.

Y-Combinator의 Paul Graham가 자랑스럽게 트위터에 올린 홈조이의 성장곡선
Y-Combinator의 Paul Graham이 자랑스럽게 트위터에 올린 홈조이의 성장곡선

나중에 나온 여러 기사를 통해 홈조이가 몰락한 내부 사정들이 속속 밝혀졌는데,  첫 번째가 O2O 모델과 기존 노동법의 상충에서 파생된 각종 법적 소송들, 그리고 두 번째가 고객 유지의 실패 (fail to develop and retain loyal customers)로 크게 요약되었다. (간단히 말해, 마케팅 홍보물이나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홈조이를 한번 이용한 후 제 값을 내고 계속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전문가들은 고객 유지 실패를 홈조이의 가장 큰 패인으로 꼽는다.

왜 고객 유지가 중요한 것일까? 홈조이 같은 실리콘밸리의 ‘핫 스타트업’을 쓰러트릴 만큼 위협적인 고객 유지…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4년 전 링크드인에 입사할 때 나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고객 유지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팀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유지의 중요성과 효과적인 고객 유지를 위하여 어떻게 ‘그로스 해킹’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다.

Lesson 2: 고객 유지를 위한 꿀전략

‘왜 그로스와 관련된 섹션에 고객 유지에 대한 글을 쓰는가?’ 라고 질문하며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내 생각에는 그로스의 가장 큰, 그러나 숨은 진주는, 신규 고객 유치(customer acquisition)가 아닌, 고객 유지(customer retention)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로스의 진북(true north)은 고객 숫자가 아닌 매출의 극대화에 있고, 매출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고객 유지가 고객 유치보다 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1. 신규 고객 유치 vs. 기존 고객 유지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각종 마케팅 및 부대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Lesson 1에서 언급한 Paid Marketing도 대부분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Viral marketing을 제외하고 대분분의 신규 고객 유치 전략은 많은 비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이런 비용을 CAC (Customer Acquisition Cost)라고 한다). 기존 고객들은 이미 나의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 비용은 CAC보다 훨씬 적게 든다. 즉, 같은 결과를 얻는데 기족 고객을 유지하는게 더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2. 고객 유지 전략

그렇다면, 홈조이는 이 사실을 몰라서 신규 고객 유치에만 올인한 것인가? 기존 고객 유지가 중요하다는 이론은 실리콘밸리의 코흘리개도 아는 사실이다. 홈조이가 실패한 것은 이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고,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유효한 전략을 구상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나의 링크드인 경험으론 고객 유지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하나는 제품과 서비스 자체의 질을 계속 향상하여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고  (큰 범주에서 product – market fit이라고 볼 수도 있음), 나머지 하나는 ‘transactional optimization’ (의역: 거래경험최적화) 인데, 이는 제품/서비스의 핵심 경험 외적인 요소들(예: 결제 프로세스 등)을 최적화 시켜 구조적으로 고객들이 더 상품을 많이 구입하거나 더 오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법들이다. 이러한 ‘transactional optimization’ 이 고객 유지 차원에서의 그로스 해킹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다운그레이드 (account downgrade)

많은 사람들이 비싼 가격 때문에 유료 서비스를 해지하곤 한다. 절대적으로 너무 비싸거나, 혹은 서비스를 사용하는데서 나오는 가치가 매달 내는 가격보다 훨씬 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완전 해지하는 경우 고객들을 다시 유치하는데 드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격 조정 통해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데, 그것의 한 방법으로 멤버십 다운그레이드를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골드’ 멤버십이었으면 완전 해지가 아닌 ‘실버’ 멤버십 등의 조금 더 저렴한 요금제로 갈아타는 것이다. 실제로 링크드인 프리미엄 팀에서 처음 다운그레이드 경험을 만들어 출시했을 때 서비스를 해지했을 법한 많은 사람들이 다운그레이드를 선택하여 고객 유지 수치와 매출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것을 경험하였다.

LinkedIn Premium의 다운그레이드 경험 및 결과
LinkedIn Premium의 다운그레이드 경험 및 결과

 

  • 계정 일시 정지 (account on-hold)

위와 같은 다운그레이드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정을 일정 기간 정지시킨 후 다시 자동으로 재개 하는 방법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유저들이 해지 후 다시 가입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에 해지 고객들의 재가입율보다 더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넥플릭스(Netflix)의 경우 휴가철 사람들이 장기 여행을 떠나면서 서비스를 해지하는 것에 대응하고자 ‘Vacation Hold’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최근에 해지와 재가입 과정을 한번의 클릭과 로그인으로 바꾸는 사용자 경험을 소개하면서 이 기능은 없어졌지만, 어떻게 보면 계정 일시 정지를 확대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서비스 해지 = 무기한 계정 일시 정지).

넷플릭스의 'Vacation Hold'
넷플릭스의 ‘Vacation Hold’
  • 신용카드 재승인 (credit card re-try)

가끔씩 식당이나 백화점에서 제품을 구입하면서 카드를 내면 한번에 읽히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점원이 어떻게 하는가? 간단하다 – 다시 카드를 긁는다. 온라인에서도 같은 원리이다. 보통 온라인 신용카드 승인률이 98%정도 된다고 한다. 만약 100불짜리 상품을 만명이 구입하려 결제과정을 거친다면 2%인 2만불은 승인 에러로 냄새도 못 맡게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카드를 긁어서’ 승인률이 50%만 된다고 해도 만불을 추가로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재승인 절차도 단순하게 ‘한번 더 긁음’이 아니고, 어느 날에 어떻게 재승인 시도를 하느냐, 또 신용카드 정보가 만기되었을 경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재승인률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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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본 것 처럼 거래경험최적화 활동들은 절대로 제품/서비스의 핵심 경험을 건드리지 않는다. 심지어 어느 경우에는 (예: 신용카드 재승인) 사용자가 전혀 알 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혹자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거래경험최적화가 ‘unsexy’하다고 폄하하기도 하는데, 실제 제품 사양이나 사용자 경험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거래경험최적화 활동들이 놀랍게도 사업 결과에 가장 큰 효자 노릇을 종종 한다. (CEO와 CFO에게는 가장 ‘sexy’하게 느껴질 것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이로 인해 말도 안되는 재미(?)를 봐서, 분기 실적발표에 언급된 적도 있었다.

3. Key Metrics

모든 그로스 해킹이 그렇지만, 핵심성과지표 (KPI)를 성립하는것이 제일 중요하다. 무엇을 ‘그로스’ 할지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면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고 원하는 성장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객 유지 활동을 위해 나는 다음의 KPI를 주로 사용한다.

Retention Rate (고객 유지율)
  • 무료 서비스 (consumer product)인 경우:  정의된 시간안에 고객들이 서비스를 다시 찾는 비율.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 저번주에 만명의 신규 유저가 생겼다면 이번주에 몇 %가 다시 서비스를 이용했는지를 계산하면 ‘1-week retention rate’가 나오는 것이다. 앱은 1주, 혹은 2주 고객 유지율을 사용하는것이 통상적이나 각각의 사업과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맞게 변형하여 사용하면 된다.
  • 전자상거래 / 마켓플레이스인 경우: 단위 시간당 재 구매율. 예를 들어 7월에 아마존에 가입하여 물건을 구입한 고객들 중 8월에 다시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의 비율을 계산하면 ‘1-month re-purchase rate’이 되는 것이다. 이 역시 사업의 특성상 시간 단위 및 ‘재구매’의 정의를 알맞게 변형하여 사용하면 된다. (아마존같은 종합 전자상거래 업체는 1주일 단위, 제품 군에 따라 더 세분화하여 고객 유지를 측정할 수 있다면 TV만 판매하는 전문 업체는 교체수요 주기가 길기 때문에 더 긴 시간을 두고 고객 유지를 측정해야할 것이다.) 홈조이의 경우 이 지표를 정의하고 잘 관리했어야 하는데, 내 추측에는 신규 고객에만 너무 치중한게 아닌가 싶다.
  • Subscription / SaaS인 경우: 대금 주기에 맞춰 한달, 혹은 일년후 계속 남아있는 고객의 비율이다 (cohort-based churn rate). 100명이 1월에 가입을 한 후 2월에 그 중 70명이 남았다면 ‘70% 1st month retention’ 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과 더불어 subscription 서비스인 경우엔 고객이 ‘복리’ 형식으로 계속 늘기 때문에 (이번달 고객 + 저번달 고객 + 저저번달 고객 + …) 총 고객 유지비율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위해 월순환매출 (MRR: Monthly Recurring Revenue), 혹은 연순환매출 (ARR: Annual Recurring Revenue)을 계산하여 저번 분기랑 비교하는게 일반적이다. MRR 혹은 ARR이 전 분기 대비 늘어나면 신규 고객 유입과 기존 고객 유출을 다 고려했을 때 매출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MRR 계산법 (source: http://chaotic-flow.com/media/mrr-churn-analysis.png)
Involuntary churn rate (강제 해지 비율)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신용카드가 승인이 안떨어질 때가 있다. Subscription인 경우 결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스템에서 강제로 서비스가 해지되어 고객 유출이 생긴다. 고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involuntary’라고 하는 것이다. (반대로 고객이 ‘나 이거 싫어!’ 라고 해서 자발적으로 해지한 경우는 ‘voluntary churn’이라고 한다). 전체 결제 중 강제 해지 비율을 측정하고, 위에서 소개한 신용카드 재승인 절차 등을 통해 고객 유지율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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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그로스 해킹 기법들이 신규 고객 유치에 초점이 맞춰져 왔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객 유지를 위한 다양한 그로스 해킹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고객 유치 및 유지 전반에 걸쳐 회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에 자원과 인력을 배분한다면 홈조이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스 해킹, 어디까지 해봤니”  시리즈

Lesson 1: Paid Marketing 투자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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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http://www.retentionscience.com/homejoys-38m-lesson-without-customer-retention-growth-is-a-dirty-word/
2] http://techcrunch.com/2015/07/31/why-homejoy-failed-and-the-future-of-the-on-demand-economy/
3] https://twitter.com/paulg/status/341229908078501890

 

가족같은 회사는 없다

handshake

대학교 시절 박찬희 교수님의 ‘경영학 개론 / General Manager’s Perspective’ 라는 수업 중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아 나도 훗날 기업가가 되면 가족같은 분위기의 멋진 회사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또 얼마전에, 한국 스타트업에 들어간 분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파운더(창업자)가 가족같이 형-아우 지간으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자라고 한다’.

한국인에게 ‘가족’이라는 단어만큼 따뜻한 단어가 또 있을까. 그런 단어를 수식어로 품은 ‘가족같은’ 회사… 얼마나 멋진가. 행여 언론에 ‘가족같은 회사’가 소개되면 한국인 특유의 정(情)과 인간미가 넘치는 곳으로 묘사되곤 한다. 특히 공사 구분이 확실한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해온 나는 이런 ‘가족같은 회사’가 가끔씩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 다가오곤 했다.

The Alliance Book Cover

이런 가운데 내가 다니는 회사의 창업자 리드 호프먼이 쓴 책 ‘The Alliance‘를 접하게 되었다. (리드가 직원들에게 한 권씩 보내주었다). 몇 장을 넘기지 못한 채 나는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요지는 ‘가족같은 회사는 없다 였기 때문이었다.

“Your company is not a family.”

호프먼은 회사가 가족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은 논리를 통해 설명한다.

회사의 거짓말
Companies expect employee loyalty without committing job security
회사는 직원의 충성심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인 고용 보장은 약속하지 않는다

직원의 거짓말
Employee’s say they are loyal, but leave the moment a better opportunity comes
직원은 애사심이 있다고 하지만 더 좋은 기회가 생기는 순간 바로 이직을 한다

이런 양측의 거짓말로 인해 성립된 관계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치고 결국 lose-lose하는 상황을 만든다고 책은 설명한다. (회사는 능력있는 직원들을 잃고, 직원은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이 대안으로 호프먼은 회사-직원 관계를 ‘동맹‘ (alliance) 의 개념으로 보기를 주장한다.

동맹 관계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 Mutually beneficial deal => 상호 이익이 있음
  • With explicit terms => 조건이 확실하고 명시적임
  • Between independent players => 독립적인 주체 사이에 성립됨

충격에서 벗어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솔직히 ‘인간미’가 확실히 떨어지긴 하지만 맞는 말인것 같다. 또한 회사-직원 관계에 있어서 더 솔직하고 공정한 접근 방법인 것 같다. 가족같은 회사라고 말해놓고 직원을 해고하거나 직원의 미래에 투자하지 않는게 어떻게 보면 더 비인간적인게 아닌가? 또한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고, 나 역시 회사 업무를 통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것이 윤리적이고 공정한 거래가 아닐까.

미국 온디맨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의 일인자인 넷플릭스(Netflix)도 그들의 ‘culture deck‘을 통해 ‘We’re a team, not a family’라고 명시하고 있다. 프로구단들이 선수들을 영입하여 공통된 목적(=우승)을 향해 노력하는 것 처럼 회사도 ‘가족처럼’ 지낼 사람이 아닌, 능력있는 사람들을 모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Netflix Culture Deck 발췌
Netflix Culture Deck 발췌

아쉽게도 The Alliance 책으로 인해 나의 ‘가족같은 회사’의 환상과 꿈은 날아가버렸다. 새로운 직원이 팀에 합류할 때 ‘welcome to the family’라는 정감 넘치는 말도 이제 그만 사용하게 되었고, 전체 이메일을 보낼때도 ‘Team’이라는 호칭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그 전에는 All, Friends, Fam, Guys 등 다양하게 사용).

아쉽지만 맞다… 가족같은 회사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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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Image source (creative commons: 드림포유):  https://goo.gl/ZTZYx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