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합의를 위한 ‘5일의 법칙’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대부분 직군별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서 일을 한다 (보통 cross-functional team이라고 부름). 각 분야의 전문성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의사결정에 있어서 팀 내부적으로, 그리고 팀 사이간 이견을 조율하는데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복잡하고 중대한 사항일수록 의견이 분분할 확률이 높은데, ‘상명하복’의 문화와는 동떨어진 이곳에서는 서로를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별 짓(?)을 다 하는… 정말 웃픈 광경을 볼 수 있다.

왠만해서 서로 중간 합의점을 찾기 마련인데, 때로는 정말 외나무 다리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대치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 업그레이드 버튼을 누르면 유저에게 일반적으로(default) 보여지는 제품은? 내 제품 vs 네 제품?).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 끝장 토론? 나이 많은 순서대로? 선배(?)의 눈치보고?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5일의 법칙 (5-day rule)’을 도입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 최근 나도 이 법칙을 적용하여 ‘극에 달한’ 대치 상황을 풀어내고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 직접 이 방법론을 적용하고 경험한 결과, ‘5일의 법칙’은 의사결정의 심사숙고와 속도를 둘 다 감안한 효율적인 방법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5일의 법칙이란?

어느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대치되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 양 측이 5일 안에 해결을 보자고 합의를 본다. (이것 조차 합의를 못하면… 쏘리😓). 5일 동안 각종 데이터 및 분석 자료들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논리를 펼치며 합의에 이르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나올 수 있는 결과는 네 가지: 1) A의 주장으로 합의를 봄 2) B의 주장으로 합의를 봄 3) A와 B가 동의한 제3의 방법으로 합의를 봄 4) 대치 상태를 유지.

4번의 경우, 즉 5일 동안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못하는 경우엔, 간혹 우리 측 부사장님한테 가서 ‘저쪽 팀이 말도 안되는 주장하는데… 도와주세요!’ 라고 ‘빽’을 쓰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것은 동료간 의를 상하게 하는 초고속 지름길이기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많이들 한다!)

이런 지저분한 행위 대신, 5일 후 ‘Clean Escalation’이라는 절차를 밟는다. ‘Clean Escalation’은 위와 같이 한 측에서 다른 측이 모르게 상부에 ‘고자질’ 하는 것이 아닌, 양측이 합의점을 내지 못하였음을 인정하고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더 높은 사람에게 데이터와 함께 의사결정을 부탁하는 것이다. 임명된 상부자는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고 사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결정이 내려지면 ‘잔소리’ 않고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한다.

왜 좋은가

‘5일의 법칙’은 신속한 합의를 이루는데 매우 효과적임을 느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본다:

한정된 시간에 ‘고퀄’의 논의를 가능하게 함

5일이라는 인위적인 시간의 제약을 통해 ‘다음 달 회의에서 다시 논의합시다’ 식의 미루기 작전이 불가능하다 (영어로는 ‘kick the can down the road’). 동시에 5일이라는 시간은 엄청나게 짧은 시간만은 아니다. 추가적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필요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양측 모두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더 깔끔한 논지를 펼칠 수 있게 해준다. (더 높은 수준의 데이터와 논리를 통해 합의를 볼 수 있는 가능성 ⬆️)

실무자들끼리 자연스러운 합의를 장려

제도적으로 상부에 회부할 수 있다고 매 사안마다 안건을 올려 보낸다면 아마 회사에서 오래 남아있기 힘들 것이다. 모나고 사람들과 협의도 못하며 고집만 센 사람으로 이미지가 박혀버릴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사안의 비중을 봐서 꼭 ‘윗사람’이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면 실무자들끼리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즉, 왠만한 사안들은 실무자 선에서 5일 내로 결정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Clean Escalation’

정말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Clean Escalation’ 제도를 통해 뒷끝 없이 깔끔하게 사안을 해결할 수 있다. (‘Clean Escalation’이 엄포용으로만 쓰였다면 이미 사장되었을 것이다.) ‘Clean Escalation’을 통해 지목된 상부자는 ‘결제하고 보고만 받는’ 고리타분한 관리자가 아닌 실제 사안에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리기에, 상충된 의견으로 긴장되었던 조직을 다시 통합시키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디어 임원들이 쓸모가 있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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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 아마존 CEO의 의사결정 프레임웍에서 언급했듯이, 회사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안들은 type 2 decision이다. 완벽한 답을 위해 몇 주를 투자하는 것 보다 ‘충분히 좋은 (good-enough)’ 답으로 오늘 움직이는 것이 백 배 낫다. 만약 스타트업이라면 만 배 낫다. 분석, 논의, 혹은 조직의 충돌로 인해 빠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마찬가지로 위험한 것은 무조건 빨리 가야된다고 최소한으로 필요한 심사숙고도 하지 않는 것이다. 위와 같은 ‘5일의 법칙’ 및 ‘Clean Escalation’ 기법들을 활용한다면 공평성과 논의의 심도를 유지하면서도 조직을 좀 더 긴장감있게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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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http://goo.gl/1W0o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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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정신과 와닿는 졸업 축사

미국은 이제 졸업 시즌 막바지다. 미국 대학 졸업식의 꽃은 아마 유명인사의 졸업 축사에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 연설도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 축사였다. 올해는 페이스북 COO인 쉐릴 샌드버그의 버클리 대학 졸업 축사가 큰 화제가 되었었다.

여러 졸업 축사 동영상을 찾아보다가 우연찮게 한국에서도 최근 유명세를 탄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의 2011년도 닷머스 대학 졸업 축사를 접하게 되었다. 코난의 ‘저질 코미디’를 좋아하는 나는 웃음만을 기대하고 25분 정도의 동영상 재생을 시작하였는데, 웃음과 더불어 예상밖의 진지하고 중요한 인생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도전’과 ’실패’라는 단어들과 떼래야 뗄 수 없는 스타트업과도 상당히 와닿는 부분이 많아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다.

참고로 동영상의 맥락 파악을 위해 짧게 코난 오브라이언 소개.

하바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작가로도 활동하였던 코미디계의 수재. 미국 코미디언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NBC의 투나잇 쇼(미국의 ‘구봉서’급인 코미디언인 조니 카슨도 투나잇쇼 출신)를 호스트 하다가 2010년 방송사의 ‘배신과 삽질’로 다른 유명 코미디언인 제이 레노에게 투나잇쇼를 빼앗기게 된다. 한마디로 하루 아침에 일인자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된 신세. 십 수 개월을 방황하며 지내다가 케이블 방송에 ‘코난’이라는 토크쇼로 컴백하여 자신만의 색깔로 코미디를 계속 하고 있다. 아래 졸업 축사는 이런 ‘공개적 실패’를 겪은지 얼마 안된 2011년 여름이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정신과 와닿는다고 생각되는 구절들

Whether you fear failure or not, disappointment will come. The beauty is that through disappointment you can gain clarity, and with clarity comes conviction and true originality.
실패를 두려워하던 안하던, 여러분은 반드시 낙심하게 되는 일들이 생길 것입니다. 아름다운 것은 이런 낙심을 통해 여러분들이 더 (자신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런 명확성은 더 깊은 신념과 진정한 독창성을 부른다는 것입니다.

Your path at 22 will not necessarily be your path at 32 or 42 … Whatever you think your dream is now, will probably change — and that’s ok.
당신이 22세일 때의 (꿈과) 진로는 당신이 32세일 때, 42세일 때의 (꿈과) 진로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지금 당신의 꿈이 무엇이던, 그 꿈은 (당신들이 살면서) 아마 바뀔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Work hard. Be kind. And Amazing things will happen.
열심히 일하고, 남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세요. 그러면 엄청난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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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테크 유명인사들의 졸업 축사 리스트

* 스티브 잡스 (애플 CEO) 2005년 스탠퍼드
* 쉐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2016년 버클리
* 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 2013년 미시건
*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2007년 하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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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http://goo.gl/0p7qX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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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 + 마이크로소프트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일어나니 갑작스런 소식으로 월요일을 맞이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내가 다니고 있는 링크드인을 262억 달러에 (약 30조 8천억 원) 인수한다는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전화기를 보니 내가 사용하는 모든 메신저를 통해 지인들의 축하, 우려, 질문으로 가득차 있었다. ‘세기의 딜’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정말 엄청난 뉴스인가 보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산업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 금액이다). 간단히 인수합병 내용에 대해 요약해 본다.

우선 들어가기 앞서, disclosure:

저는 링크드인의 공식 대변인이 아닙니다. 인터뷰는 정중히 사절합니다. 아래 내용은 이미 공개 보도자료를 발췌해서 요약한 것입니다. 혹시나 뭍어나오는 의견은 개인 의견일 뿐, 회사나 회사 직원으로써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포스팅 아래에 있는 링크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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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마이크로소프트 + 링크드인 = 클라우드 + 전문가 네트워크

World’s leading professional cloud + world’s leading professional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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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 조건

  • 마이크로소프트가 링크드인을 현금으로 매입
  • 주당 매입가격 $196달러 (전날 거래가격 $131 대비 +$65, +50% 프리미엄. 52주 최고가 $258불 대비 -24%)
  • 링크드인 기업가치 $262억 달러(약 30조 8천억 원)로 평가.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가장 큰 거래. (역사상 가장 큰 소프트웨어 회사 인수합병 거래액)
  •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이자 이사회장으로 있는 리드 호프먼 및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합병 결정
  • 연말까지 인수합병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함

인수합병 구조

  • PMI (post-merger integration) 리더십 팀

– 링크드인: 제프 위너, 리드 호프먼
–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야 나델라, 빌 게이츠, 치 루, 스캇 구스리

  • 인수 후 링크드인의 브랜드, 문화, 그리고 운영의 ‘독립 체제’를 유지할 예정

– 유튜브, 인스타그램, 왓츠앱등의 회사도 이런식으로 운영되어 왔거나 운영되고 있음
– 현 CEO인 제프 위너는 계속해서 링크드인의 사장직을 유지하고, 사티야 나델라에게 직접 보고함 (나델라가 기존의 링크드인 이사진을 대체하는 구조)
– 직원들 역시 일상 업무 및 직책을 유지함. 단, 링크드인이 독립적인 상장회사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은 새로운 직장을 찾는데 회사가 도와줄 예정

시너지

  • 총 TAM (Total Addressable Market): $3150억 달러 (약 368조 원, +58% 증가)

– 마이크로소프트: $2000억 달러의 Productivity & business process 시장
– 링크드인: $1115억 달러의 Hire + Market + Sell 시장

  • 2018년까지 매년 $1억 5천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

관련 보도 자료

 

msln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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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개인적인 생각이나 회사 내부의 분위기 및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일부러 쓰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돌아볼 시간과 ‘자격’이 된다면 그 때 생각해볼 예정입니다.

구글의 회의 법칙

회사 업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 중 하나는 단연 회의이다. ‘실리콘밸리 임원들이 회의하는 법‘ 포스팅에서 링크드인에서 회의하는 모습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 에릭 슈미트의 책 ‘How Google Works’를 읽으면서 구글이 회의를 어떻게 접근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에릭 슈미트는 일반적인 회의가 시간 낭비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대로 된 회의’는 의견과 자료를 공유하며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라고 설명한다. 구글은 컴퓨터 공학자들의 회사이다. ‘비효율’을 증오하는 컴퓨터 공학자들이 그들의 시간을 최대로 잘 활용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도출해 내기 위해 구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8가지 회의 법칙이 있다고 책은 전한다:

1. 회의는 한명의 최종 의사결정자 /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

회의 안건에 ‘목’이 달려있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한다.  간혹 동급의 두 측에서 회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서로 양보하고 합의를 보는 과정에서 최선의 선택을 놓칠 수가 있기 때문에 양측 모두에게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을 회의에 참석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2. 의사결정자는 실무를 집행해야 한다.

담당자가 회의 일정을 잡고, 회의의 목적을 전하며, 안건을 미리 참석자들에게 통보한다. 또, 회의가 끝나면  48시간 이내로 회의록 배포 및 추가 조치에 대해 공지를 한다. (회의록 및 추가 조치는 링크드인 회의 문화와 매우 흡사하다.)

3. 의사결정이 목적이 아닌 회의라도 반드시 책임자를 지정해야한다.

정보를 전달하거나 아이디어 구상을 위한 회의에도 반드시 명확한 목적 및 회의 안건들을 정하고 꼭 필요한 사람들만 초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4. 회의는 ‘정부 기관’이 아니다 – 만날 필요가 없다면 회의를 쉽게 없앨 수 있어야 한다.

‘이 회의는 정말 유용한가?’, ‘너무 자주 모이는것 아닌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아닌 경우에는 과감히 회의를 취소시키거나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5. 회의는 ‘감당할 만한’ 인원수로 진행한다.

회의 인원은 여덟 명으로 제한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회의의 결과를 알아야 되는 사람들은 참관자로 회의에 추가시키지 말고 사후 그들에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라. (이 법칙은 업무를 진행할 때 피자 두 판 정도 먹을 수 있는 팀원 수로 제한하는 아마존의 ‘2-pizza rule’과 비슷한 것 같다.)

6.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벼슬’로 여기지 마라.

간부 회의 등 ‘중요하게 보이는’ 회의가 있더라도 회의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 없으면 회의를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다. 회의에 참석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오느니만 못하다.

7. 시간 관리에 신경써라.

정시에 시작해서 정시에 끝내라. 회의 정리를 위해 충분한 여분의 시간을 남겨두고, 혹시 회의의 목적을 일찍 달성했으면 회의를 빨리 종료하라. 회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 지역 별 시차, 점심 시간, 퇴근 시간 등을 존중하여 회의 일정을 잡도록 한다.

8. 회의에 참석하면, 회의에 참석하라.

회의에 들어가서 전화기로 이메일과 페이스북을 열람하는 등의 멀티태스킹을 자제하라. 만약 그럴 시간이 있다면 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만약 다른 업무를 동시간에 해야 한다면, 선택과 집중을 하도록 한다.  (저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회의 초대장에 ‘랩탑 반입 금지’ 등의 문구를 크게 써 넣는다. 열띤 토론을 하는데 옆에서 상관 없는 타자 소리 들리는 것 처럼 짜증나고 무례한 행동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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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언급했듯이, 회의처럼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업무는 드물다. 그런 만큼 회의에 회사의 문화가 가장 많이 반영되는 것 같다. 저번에 링크드인, 그리고 이번에 구글의 회의 법칙을 정리하면서 ‘기름기'(의전, P/T 잡무, 연공서열 등)를 쫙 빼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에만 집중하는 이러한 회의 문화가 실리콘밸리 혁신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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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실리콘밸리 임원들이 회의 하는 법

참고 2] How Google Works

이미지] http://goo.gl/GZVs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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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징: 미래의 플랫폼

미국 최고의 VC 중 하나인 a16z에 파트너로 있는 Benedict Evans는 메시징 앱을 인터넷의 차세대 런타임 후보로 꼽았다 (1세대 = 웹, 2세대 = 앱). 메시징 앱들은 스마트폰에서 가장 자주 사용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앱들이 가진 기능들을 (예약, 주문, 질의 등) 메시징 UI 내에서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일 것이다. 이미 왓츠앱 메신저는 10억명, 페이스북 메신저는 9억명의 월 사용자가 있을 정도로, 실제로 메신저의 플랫폼으로서의 기반이 점점 잡혀가고 있다. 메시징의 시대가 현실로 도래하면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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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y Meeker의 Internet Trend Report: “메시징 앱들이 제2의 홈스크린이 되어가고 있다.”

앱스토어의 몰락 (maybe)

KPCB의 Mary Meeker는 메신저가 ‘제 2의 홈스크린’이 되어가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스마트폰의 홈스크린은 사용자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들을 모아두고 실행시킬 수 있는 ‘바탕 화면’이다. 메신저가 이런 홈스크린의 기능을 대신하면서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앱들이 ‘챗봇’의 형태로 스마트폰 OS가 아닌 메신저 앱 안에서 돌아가게 되고 (즉 메신저 = 런타임), 이에 이러한 앱들의 유통이 앱스토어가 아닌 메신저 자체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앱스토어는 단지 사용자가 선호하는 메신저들을 설치 해주는 포털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앱스토어의 몰락으로 다음과 같은 이해관계자들의 변화가 예상된다:

플랫폼 사업자 (iOS, Android)

  • 앱 매출의 ‘꽁돈’ 최대 30% 수수료를 챙기기가 어려워짐.
  • 메시징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앱들의 품질 및 유통관리가 불가능해짐.

앱 개발자

  • 까다로운 앱스토어 리뷰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아도 되어, 좀 더 개성있는 앱 개발이 가능해짐. 대신 메시징 앱 자체의 새로운 제약 및 심의가 있을 수 있음. (Chatfuel 이용하여 만든 챗봇들은 심의 없이 바로 페이스북 페이지에 붙일 수 있다. 예: 챗봇 ‘정봉‘)
  • iOS vs. Android가 아닌 십수개에 달하는 메신저 플랫폼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함 (페이스북? 와츠앱? 카톡? 라인? 텔레그램? 스냅챗? 알로? …). 메시징 앱들은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winner takes all (most)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플랫폼 선택에 신중을 기할 것임.

메시징 플랫폼 (페이스북, 카톡, 스냅챗 등)

  • 본인들의 플랫폼에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앱들을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끌어오려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일 것임.
  • 앱들의 효과적인 발견, 유통 및 품질 관리를 위한 ‘앱스토어 같은’ 생태계가 구축될 것임. 이와 관련하여 페이스북 ‘앱 설치 광고 (app-install ads)’ 같은 기능을 내재화 하여 메신저 앱들의 B2B 수익모델이 강화될 것임.

새로운 고객과의 소통 채널

최근 채팅과 전자상거래를 결합한 ‘conversational commerce’가 뜨고 있다. 메신저를 통해서 물건을 검색 및 문의를 하고 구매까지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적용은 매우 혁신적임은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큰 혁신은 이런 상거래 업체들이 고객들에게 1:1로 다가갈 수 있는 소통 채널에 있다고 본다.

메신저의 특징은 ‘쌍방소통’에 있다. 즉, 브랜드들이 소비자에게 직접 말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품을 주문해서 받아봤을 때 ‘고객님 주문하신 상품 마음에 드시나요?’, 혹은 할인 정보가 있을 때 메신저로 ‘고객님 저번에 찾으셨던 제품이 30% 세일을 하네요’ 라고 시의적절하게 소비자에게 직접 말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이메일과 push notification이 오남용되어 효과가 시들해진 시점에 고객들과 유의미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는 각 브랜드에겐 때 아닌 ‘횡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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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KLM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KLM이 메신저를 통해 직접 고객과 소통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폭발적인 성장

메시징 앱 위에서 돌아가는 앱들의 기본 형태는 ‘챗봇’이다. 그럴듯한 챗봇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공지능 엔진이 필수다. 여러 개발자들이 앞다투어 챗봇을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의 폭발적인 성장과 대중적 적용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 창업자) 일상생활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인공지능 기기는 자율 주행차라고 예상하였다고 하는데, 그 전에 메신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만나보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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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I/O에서 발표한 Allo 메신저. 인공지능을 이용, 친구가 보낸 사진까지 분석하여 예상되는 답변을 추천해준다. (아이의 사진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귀여워!’라는 답변을 추천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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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경계에 사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다. 옛것과 최신이 어떻게 공존하는지 관찰하며, 어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내일 가장 핫한 트렌드가 됨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최근 20년 동안 웹과 모바일 앱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인터넷 산업의 저력을 경험하였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에서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마다 ‘아 이런걸 어떻게 생각해내고 만들었을까?’ 라고 생각할 때가 하루이틀이 아닌데, 눈 앞으로 다가온 메시징의 시대엔 또 어떠한 짜릿한 경험이 우리에게 찾아올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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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http://goo.gl/ZhdR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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