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에 광 내기: 언제 조직을 떠나야 하나

커리어를 쌓다 보면 가끔씩 자신이 잡고 있는 동아줄이 썩어 있는 상황에 직면 하거나 너무나 안좋은 조직에 엮여 있음을 발견하고 처해진 상황에서 빠져 나갈 궁리를 해야할 때가 생긴다. 나의 커리어 운신의 대부분은 가는 곳의 기회가 너무나 기대되는 긍정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아 이런 썩은 조직에 계속 있다간 X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현 상황 탈출에 모든 것을 걸었던 때도 있었다. 이런 상황들은 직면하는 순간 싸한 느낌이 바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배와 같이 침몰하기 직전까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컨설팅 업계에 있던 시절 ‘똥에 광 내기 (polishing the turd)’ 라는 표현을 습득(?) 했는데, 쓸데 없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퍼 붙는 행위를 지칭하는 말이다. 중요한 클라이언트 발표를 앞두고 밤 새 파워포인트의 폰트 크기, 장표 줄 맞춤 등 본질에 아무 상관 없는 것들을 최적화 시키는 것이 ‘똥에 광 내기’의 좋은 예. (그래서 결국 그 전날 까지 “client_strategy_deck_final.pptx” 이였던 파일이 “client_strategy_deck_final_final_v23_edited.pptx” 로 바뀌고…-_-)

똥은 아무리 광을 내어도 똥일 뿐,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나는 조직 내에 이런 ‘똥에 광 내기’ 행위가 만연하다는 것을 파악하는 순간 비상 탈출 전략을 실행에 옮기곤 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내 커리어 앞에 있는 지뢰들을 피해갈 수 있게 해준 좋은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고 빨리 성장하는 유망한 조직은 사업의 본질적인 문제를 집중해서 빨리 해결하기 때문에 건강함과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조직의 많은 사람들이 ‘똥에 광 내기’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조직에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능력이 없거나, 중요한 곳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없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 아니면 더 슬픈 경우, 그 조직은 ‘똥에 광 내는’ 짓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조직에 자신의 커리어를 베팅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지 않은가?

사장이 가볍게 던진 곁다리 질문에 완벽한 답변을 하기 위해 전 조직을 동원하고 쪼아대는 중간 관리자, 부서 간 ‘힘 싸움’ 때문에 협업 제안서를 무한 뺑뺑이 돌리는 임원, 잘 나가는 사람 밑에 딸랑딸랑 줄 서기 위해 실패가 눈에 선하게 보이는 프로젝트를 반론 하나 없이 끌고 가는 팀장… 모두 ‘똥에 광을 내는’ 사람들이다. 놀랍게도 이런 행위는 효율과 결과를 중시하는 실리콘밸리에서도 가끔씩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평생 살면서 개인적으로 만족감 넘치며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많지 않다. 만약 자신이 속한 조직에 ‘똥에 광 내기’ 행동이 보이고, 또 그것이 조직 전반적으로 만연하다고 생각 된다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을 권한다.

PS – 물론,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는 능력을 우선 갖추도록.

이미지 출처: 웹사이트

희생 vs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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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결승골 주인공인 김영권 선수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 더 희생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을 하였다.

응?

희생?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는 ‘희생 (sacrifice)’이라는 말을 평소에 너무 쉽게, 그리고 자주 사용한다. 특히 ‘회사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등 무엇인가 더 크게(?) 느껴지는 ‘대의’를 위하여 우리는 개인의 자유/권리/시간을 ‘희생’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당연한 만큼 자주 말을 하고 다닌다.

나는 일반적으로 ‘희생한다’ 라는 문구를 좋아하지 않고, 특히 ‘회사를 위해 희생’ 한다는 류의 말에 대해서는 너무나 반대한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감정에 호소한 부당한 노동 착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가 잘 되어야지 그 회사의 구성원들도 잘 될 수 있지만, 사원들이 희생하지 않고서 회사가 잘 될 수 없다면 그 회사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게다가 평생 야근, 주말 근무, 임금 동결 등의 ‘희생’으로 회사가 궤도에 오른 후 정리해고라도 된다면 개인적으로 얼마나 억울한 일 이겠는가?

대신 나는 ‘헌신 (dedication)’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였으면 좋겠다.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희생과 헌신의 차이는 실제로 꽤 크다. 희생은 수동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반면 헌신은 100% 능동적인 행위이다. 같은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더라도, 능동적으로 (본인이 좋아서, 하고 싶어서, 스스로) 하는 것과 상사의 강요나 눈치 때문에 억지로 개인 시간을 희생 당하면서 하는 것의 차이는 일을 대하는 태도, 능률, 성과, 개인적인 만족도 등에 대해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가끔씩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법’이 자유롭고 유연한 근무시간, 높은 연봉과 엄청난 직원 복지,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워라밸, 수평적인 조직 문화 등에 있다고 주장하는 한국 기사를 접하곤 한다. 물론 이런 것들이 한국과 비교해서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성과주의 평가, 대기업 스타트업 할 것 없는 치열한 경쟁, 그리고 불안한 고성취자 (insecure high achiever) 들이 바글바글한 실리콘밸리이기에 생각보다 일 많이 하고, 야근 (집에서 늦게 까지 랩탑 들고 일하는 것 포함) 많고, 사내 정치 치열하고, 또 살인적인 물가로 고액 연봉 대비 생각보다 넉넉치 못하게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보다 오히려 위에서 언급한 ‘희생’이 아닌 ‘헌신’이라는 관점으로 일을 접근하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숨은 ‘성공 비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리 위에서 성과를 위해 조직을 굴리고 쪼아도(?) 헌신적인 자세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조직의 성과를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다. 설령 짧게는 따라 잡은 것 같아도 지속적으로 (sustainable),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회사 구성원이 회사에 헌신을 하기 위해서는 주식이나 스톡옵션 등의 금전적인 이해 관계도 필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각 구성원들의 업무에 자율성, 책임, 그리고 업무에 대한 의미가 부여 되어야 한다. 회사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조직의 일개 부속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 부터 조금이라도 정해진 업무에서 벗어난 일들은 헌신이 아닌 희생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회사의 리더는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 종용, 묵인하기 보다 회사 구성원들이 업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공감 가능한 회사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헌신적으로 일을 하며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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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 Investor School – Day 1: 벤처 투자는 왜, 그리고 어떻게 하는가

YC (Y Combinator) 에서 Investor School 이라는 온라인 공개강의(MOOC)를 열었는데 운 좋게 직접 YC 사무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4일 동안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 있는 엔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철학, 기본 원칙, 주의할 점, 트렌드 등에 대해 강의를 하고 투자자들 사이에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자리였다. 멋 모르고 집어 넣은 몇 천 만원 상당의 투자금을 얼마전에 날려먹은 (😭) 아주 슬픈 사건도 있고, 예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나의 커리어 중 언젠가는 벤처 투자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바쁜 와중에도 무리해서 시간을 내어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MOOC 강의라 수업 모든 내용이 공개되어 있는 상태에서 내가 블로그를 통해 강의 내용을 재탕해서 옮겨 놓는 것은 의미가 없고, ‘실리콘밸리 전설들의 수다: Masters of Scale’ 처럼 개인적으로 주요하다고 느낀 점만 짧게 요약하고, 그 위에 내가 느꼈던 점과 비디오로 제공되지 않은 Q&A 및 토론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

Day 1 강사 Geoff Ralston (YC Partner)
Sal Altman (YC President)
Kirsty Nathoo (YC Partner)
Carolynn Levy (YC Partner)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

제프와 샘 모두 청중에게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가 혹시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것인지 질문을 하였다. 200명 가까이 되는 청중 중 극히 소수만 손을 들었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내가 이 때 든 생각: ‘아 이런 위선자들! 투자자가 투자 수익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지!’ 그러다가 샘 알트만과 (다음 날) 마이클 사이벨이 말한 내용들을 며칠 동안 곱씹어보니 ‘스타트업 투자는 물론 돈이 벌리지 않으면 하지 않겠지만, 돈을 버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중요한 기준과 가치들이 있구나’로 개인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샘 알트만에 의하면 그런 중요한 것들의 예는 다음과 같다:

  • interesting, energizing, fun (흥미롭고, 힘이 나고, 재밌다)
  • help shape the future (미래를 여는데 도움이 된다)
  • sometimes you make a big return (가끔씩 대박이 난다)
  • really satisfying (개인적인 만족감이 높다)
  • the people you’re around (스타트업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긍적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데,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 humbling, get used to getting wrong (겸손의 미덕을 배울 수 있다. 아주 자주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게 된다…)
  • but you learn a lot (… 그러나 그런 실패들을 통해서 너무나 배우는 것들이 많다)

Power law

샘 알트만은 스타트업 투자는 power law (멱함수/제곱함수의 법칙?)의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이는 즉 제일 좋은 투자 한 건이 나머지 모든 투자의 결과의 합 보다 훨씬 더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번 삼진을 당해도 한 번 홈런을 치는 것이 계속해서 안타를 치는 것 보다 백 배 낫다는 것이 그의 주장. Moneyball의 ‘안타의 법칙’이 야구 및 프로 스포츠계에 혁명을 일으켰는데 샘은 이와 정 반대의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성공 기준이 ‘실패율’이 아닌 ‘가장 큰 성공의 규모’이기 때문이라고. 야구에 비유하자면 삼진/아웃 최소화 (= 출루율을 높임)가 목표가 아니라 아웃이 아닐 때의 야구공의 비거리가 목표인 것이다.

샘은 이런 power law가 적용되는 게임에서는 ‘무엇이 잘못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며 투자를 심사하는 것 보다 ‘이게 만약 된다면 얼마나 클 수 있을까?’ 라고 묻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고 조언한다. 실증적인 데이터로 YC가 1,600개의 회사에 투자했는데 가장 잘 나가는 5개의 회사가 YC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 가치의 2/3 을 차지한다고. 그리고 이런 power law를 실현시키는 회사들을 찾기 위해서 YC는 open network를 지향 한다고 한다 (= 그 누구나 YC 홈페이지 가서 지원을 할 수 있고, 파트너들은 그 서류들을 차별하지 않고 심사한다).

Don’t care about other investors 다른 투자자의 결정에 흔들리지 말것

Power law와 더불어 또 중요한 투자 원칙은 다른 투자자들의 말에 휩쓸리지 말라는 것. 샘은 그의 경험상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온 투자들은 다른 투자자들이 바보같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것들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남들과 반하는 결정을 하라는 것이 아니고 (= 이것은 그냥 헷지펀드) 자신이 가진 투자 원칙을 확고히 하고 그 기준에 따라 줏대 있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어느 유명한 사람이나 기관이 투자한다는 사실이 어짜피 실패율이 높은 상황에서 수십 배 더 높은 성공 확률로 바뀌는 것도 아닐 뿐더러, 이런 결정에 생각없이 따라간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돈과 의사결정을 외주해 버리는 꼴이기 때문에 투자자로써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유니콘 회사를 찾아내는 법

샘 알트만에 의하면 많은 투자자들이 좋은 회사를 싸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이것은 바로 ‘penny smart, but a pound foolish (소탐대실)’의 전형적인 예라고. 그는 모든 노력을 좋은 회사를 찾는데 집중하고 발굴 후 어떻게던 투자자로써 같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샘은 이런 power law를 실현시키는 유니콘 회사들을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사용한다고 한다. (참고 추후 포스팅을 통해 투자자마다 기준과 철학이 매우 다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회사: 회사가 $10B (100억 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 같음. 만약 이렇다면 다른 기준들이 딱히 필요 없음 — 이런 갑오브갑 유니콘이 될 정도의 확신이 드는 경우는 너무나 드물기 때문에 이 기준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뜻.
  • 창업자: ‘위대한’ 창업자 기질을 가진 사람들 위주로 선정. 샘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그냥 그런 창업자들이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낸 적이 없다는 경험을 통해 이런 결론을 내었다고 한다. ‘위대한’ 창업자 기질에 여러가지를 포함할 수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는 의사소통 능력, 빠른 실행 능력, 그리고 창업자들 자신들이 발전하는 속도.
  • 시장: TAM (total addressable market)으로 표현되는 시장의 크기 보다 시장의 성장 속도를 더 중시. YC 파트너들이 TAM에 대해 질문할 때는 보통 10년 후 그 시장의 크기를 묻는 것이라고. 시장의 성장 속도와 미래에 대한 예측과 신념을 가지기 위해서 VC 들도 창업자 못지 않게 (혹은 더) 독립적인 사고 능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위에 다른 투자자의 결정에 흔들리지 말라는 이유도 이 맥락)

진짜와 가짜 트렌드를 구분하는 능력

투자자로서 가장 안좋은 투자는 유행에 휩쓸려 거품이 꺼졌을 때 투자금만 탈탈 털리고 교훈도 하나 얻지 못하는 경우이다. 이런 가짜 트렌드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YC는 실제로 사용자들이 (비록 사용자가 적더라도)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사랑하고 회자 하는가를 평가한다고 한다.

  • 좋은 아이디어는 대부분 처음엔 나쁜 아이디어 처럼 들린다. (레딧, 드랍박스, 에어비앤비 등)
  • 위대한 제품은 궁극적으로 어느 순간에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게 되어 있다.
  • 선형적인 사고에 익숙한 인간들은 지수함수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머리속에서 상상이 잘 안된다. 꼭 모델을 돌려봐라.
  • 사용자 규모가 커질수록 더 견고해지고 품질이 좋아지는 제품인지 생각해보라.
  • 지금 소비자들이 보이는 행동 보다 조금씩 이동하는 소비자 행동 패턴을 (shifting consumer behavior) 남 보다 미리 읽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다시 한번 확실히 느낀 것은 벤처 투자는 지금 어느 현상을 멋지게 분석해서 계량적, 논리적, 그리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 보다 미래에 ‘what it could be’에 대한 창업자의 비전이 투자자가 지금 현상을 통해 느껴지는 변화의 물결과 맞았을 때 이루어지는 부분이 더 크다는 것.

샘과의 unofficial Q&A: 왜 VC의 삶을 사는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들에게 개인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샘 알트만에게 왜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일궈낸 사람으로써 왜 다시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 하지 않고 투자자의 길을 선택 했는지를 물었다. 사족으로 내가 샘 알트만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창업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경우는 십수 년 전 대학원 다닐 시절. 그 당시 샘 알트만은 학부생이었고 그의 스타트업 Loopt에 관련된 이메일을 학교 단체 이메일을 통해 종종 받곤 했었다. 나는 그 때 제일 ‘핫’ 했던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AMD에 취업하고 싶어 나머지 회사는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 조차 주지 않았던 상황. 당연 대기업도 아닌 그냥 어떤 어린 친구가 만든 Loopt라는 회사의 이메일은 스팸 처리 하듯이 읽지도 않고 이메일을 지우기 바빴는데 나중에 $43M 으로 엑싯했다는 소식을 듣고 헐~ 했다는…-_-; (난 역시 안돼 ㅠㅠ)

Q (Andrew): Sam, you’ve had a successful career as an operator. What has led you to become an investor and not continue to pursue a life of a serial entrepreneur?

A (Sam): Being an operator is really really really exciting. It’s really fun. But the lifestyle of a VC is much better for me. I can take vacations, and not try to kill myself to save the company.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너무 너무 너무 흥분되고 재밌어요. 그런데 투자자의 삶이 질이 저한테 더 좋게 느껴졌어요. 휴가도 갈 수 있고, 사활을 걸고 미친듯이 일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음… 너무 솔직한 샘-_-. 그럼 나도 당장 투자자가 되고 싶네??? ㅋ

…to be continued with Day 2 notes

수업 자료

 

유튜브 CEO 이름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음?

얼마 전 멍 때리며 한국 사이트들을 서핑하던 중 낯이 익은 주제가 나와서 클릭해보니 ‘앤드루 앤’이 구글에서 무엇을 했다는 기사였다. 앤드류 응 교수가 구글을 나온지가 꽤 되었는데 이건 뭐지 생각했는데, 이 ‘앤드루 앤’이 바로 나였다 -_- ㅋㅋㅋ. 쓸데 없는 호기심이 생겨 검색을 더 해보니 ‘안드루 한’ 이라고 난 기사도 있고 아주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간단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앤드류 안’이 이런 식으로 lost-in-translation (이 경우엔 lost-in-tranliteration)이 되었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가, 또 곰곰히 생각해보니 박찬호를 미국에서 ‘췐호 퐐크’, 태권도를 ‘타이-쿠원-도’라고 하는 것 같은 현상과 같다고 이해하니 ‘아 그럴수도 있겠네’ 하며 넘어가게 되었다.

이런 실제 발음과 다른 외국어 표기법은 평소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원어로 소통할 때에는 나름 큰 애로사항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기원 가는 길을 찾는 외국인이 강남역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 어눌한 한국어로 ‘타이-쿠원-도 인증 받는 곳이 어디에요?’ 라고 물으면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언론에 표기된 대로 그대로 해외에 나가서 발음했을 때 소통이 어려운 것들이 있는데, 주변에서 자주 들었던 것들을 짧게 정리해 본다.

영문 표기 설명 한국에서 종종 쓰이는 표기  Andrew Ahn 대안 (= 발음에 더 유사한)
Jeff Weiner CEO, LinkedIn 제프 와이너 제프 위너
Jeff Bezos CEO, Amazon 제프 베조스 제프 베이조스 / 제프 베이저스
Mark Zuckerberg CEO, Facebook 마크 쥬커버그 마크 저커버그
Elon Musk CEO, Tesla 엘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Susan Wojcicki CEO, You Tube 수잔 보이치키 수잔 워지스키
Chloe Kim USA Snowboard Olympian 클로이 김 클로이 킴
San Jose A city in the SF Bay Area 새너제이 산호세 / 산호제
Gwyneth Peltrow Famous actress 기네스 펠트로 그뷔네스 펠트로우 / 그위네스 펠트로우
LinkedIn Internet company 링크트인 링크드인 / 링뜨인

개인적으로는 너무 틀렸다는 경우만 제외하고 (제프 와이너, 수잔 보이치키, 새너제이, 링크트인)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표기법을 따라 쓰되, 읽거나 말할 때는 원 발음을 따른다.

추가 팁: 영어권에서 사람 이름을 제대로 말하려면 이름과 성을 분명하게 띄어 말해야 한다. 아무리 발음 표기가 정확해도 띄어 읽기가 되지 않으면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 경우가 매우 높다. 예를 들어 ‘두 유 노 덴젤와싱턴?’이 아닌, ‘두 유 노 덴젤(0.1초)와싱턴?’

미국 IT 기자들과의 press brief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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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 중 일부가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일의 연장선으로 옆 팀 부사장님과 함께 테크 기자단을 상대로 press briefing을 열어 직접 회사에서 하는 일을 소개하고, 또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질문들을 대답하는 기회를 가졌다. 예전에 PR 자료를 서면으로 제출한 적이 있지만 실제 미국 테크 기자들과 엠바고를 걸어두고 대담을 나누는 경험은 처음! 나는 완전 생초짜인데 하필 상대방은 너무 후덜덜한 매체들 ㅠㅠ.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나 기사들이 좋게 나와서 감사감사 무한 감사 🙏! 또 언제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차후의 성공적인 press briefing을 위해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점들을 정리.

1. 짧고 임팩트 있는 소개

내가 이미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기자들은 내가 무슨 사람이고 어떤 역량에서 회사를 대표 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럴 때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역량으로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다’ 라고 짧게 소개를 하면 좋다. 이 때 본인이 어떠한 직군에 있는지 말하는 것 보다 자신의 업무가 풀고자 하는 문제나 목표에 연관시켜 소개를 하면 조금 더 자신을 임팩트 있게 포지션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어느 팀에서 마케팅 해요, 제품 개발 해요” 등의 소개 보다는 “100억 명의 사용자의 보안을 항샹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가 더 강력하고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다.

2. Talking point를 미리 확실하게 정리

사실 회사에서 press briefing을 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목적이 존재한다. 대략 경과 보고 (inform progress), 담론의 주도 (influence narrative), 혹은 신제품/기술/회사 홍보 (promotion)의 경우가 있는데 이런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화두를 정확히 정리해 두어야 기자들을 상대로 내가 (= 회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예전 링크드인 다녔을 때 Jeff Weiner CEO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우리 마케팅 팀을 엄청 쪼았던(?) 것 중 하나가 예상되는/원하는 신문 기사 헤드라인을 뽑아 오라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군더더기 없고 목적에 완벽히 부합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자료를 만들어 내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와 더불어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단위를 일상적인 것들과 비유하는 talking point를 준비하면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 많은 경우 기사에 인용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노 단위의 반도체 공정을 설명하면 일반 사람들에게 얼마나 정교하고 미세한 것인지 전달하기 어렵지만 ‘머리카락의 8만분의 1’이라고 이야기 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초미세 공정임을 누구나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보다 높은’, ‘달까지 왕복 가능한 거리’, ‘마른 날에 벼락 맞을 확률 보다 낮은’, ‘사람이 숫자를 센다면 수 천 년이 걸리는’ 등의 표현을 십분 활용한다면 talking point들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

3. Keep it real

너무 찬양 일색인 보도 자료는 기자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환영을 받기 힘들다. 사실 이런 성향은 대기업 보다 스타트업에서 자주 관찰되는데, 그들의 말만 들으면 너무나 장미빛 미래만 이야기하여 그 회사/제품의 신뢰도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진한 점을 강조하지는 않더라도 상황에 맞게 인정을 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갈 계획을 공유하고 제시하는 것이 기자들에게 균형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을 전달하는데 도움이 된다.

4. 예상되는 질문들, 특히 피하고자 하는 곤란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미리 준비

100이면 110, 내가 꼭 피하고자 하는 질문은 누군가가 던지게 되어있다. 어려운 질문 피했다고 좋아하고 있으면 나중에 서면으로 추가 질의에 포함되어 있다 ㅠㅠ.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누구처럼 눈에서 레이저 쏘는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답변을 준비해 놓는 것 밖에 답이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에서 나왔던 겸손과 인정의 미덕을 보임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2에서 준비한 화두로 되돌아가 꼭 강조하고 싶은 것들 중심의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대화의 흐름 바꾸는 것은 왠만한 사람이 임기응변으로 하기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꼭 미리 준비하여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5. 연습, 연습, 그리고 또 연습

Press briefing에서 내가 준비한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은 반도 안되고 (미리 자료를 공유했을 경우는 더더욱), 대신 대부분의 시간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데 할애한다. 이런 자유로운 포맷 때문에 나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고 실수를 할 위험이 있다. 특히 경쟁사와의 비교나 기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 ‘아’ 다르고 ‘어’ 다르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서 답변을 해야하며, 공개할 의도가 없는 기밀사항들이 실언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나 역시 초반에 몇 번 ‘허걱, 잘못하면 이거 말할 뻔했네!’ 하며 뜨끔 한 적이 있다. 기자들에게는 특종이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런 실수를 최소화 하기 위해 많은 멘탈 훈련과 연습은 필수이다.

막상 쓰고 보니 너무나 당연한 것들만 나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동시에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는 것 보다 더 훌륭한 전략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정리 끝.

Special Bonus: 어느 실리콘밸리의 내공있는 기자님께서 전해주시는 press briefing tip!!

1.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다

설명 하다 보면 필요 이상의 말, 빈 말, 심지어는 기자와 다투는 일도 벌어진다. 이건 최악의 상황이다. 불필요한 말을 하기보단 말을 안하는게 좋다

2. “나는 그 이슈에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

기자들이 기자회견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민감한 질문이 나올때 VP 이상 심지어 CEO 조차도 이런 말을 하더라. 마크 저커버그도 “나는 그 질문에 설명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한 것도 들은 적 있다. 마크가 아니라면 페북에서 누가 이슈를 설명한단 말인가.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방어할 때 이보다 좋은 레토릭은 없다고 생각했다.

3. 내가 얘기한대로 기사화된다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자들은 프레스컨퍼런스에서 말하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fact에 기반해서 쓰지만) 다양한 맥락을 가지고 해석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왜곡이 아니라 해설이며 최근 독자들은 앵무새처럼 그대로 전달하는 것보다 해설하는 기사를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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