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결산: 스타트업 근황 (State of Startu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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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First Round Capital이 스타트업 근황에 대한 보고서를 출간하였다. 작년에도 짧게 요점을 요약/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올해도 보고서에 나온 내용 중 몇 개를 추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여 (파란색) 나누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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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업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인재 및 고객 유치이다.

2년 연속 창업자들은 인재 발견 및 영입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답변하였다. 반면, 작년엔 매출 성장이 두 번째 걱정거리였는데 올해는 고객 유치가 2등을 차지했다. 다양성 (diversity – 성, 인종, 배경 등) 및 ‘삶의 질 (work-life-balance)’에 대해선 25% 정도의 창업자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스타트업은 인재확보에 관련해서 대기업 대비, 악조건 속에서 베팅을 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창업자들은 각 분야의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싶지만 그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들이 대기업에 비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애플에서 인공지능 역량을 키우기 위해 스탠퍼드에서 자연어처리 등 인공지능 관련으로 박사 졸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수 억의 연봉 및 수 억의 계약 보너스를 준다는데, 이 현실적인 조건을 마다할 사람이 몇 있으며 또한 이런 제안을 맞추어 줄 수 있는 스타트업은 몇 개가 있을까? 그래도 어렵지만 스타트업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개인적인 성장 및 성취감, 그리고 회사의 비전을 열심히 파는 동시에 인재의 기준에 대해선 절대로 타협을 하지 않는 뚝심을 보여야 뛰어난 사람들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

2. 거품이 꺼지고 있다.

작년에는 73%의 창업자들이 스타트업 업계에 거품이 있다고 답변한 반면, 올해는 57%만 아직 거품이 있다고 답변하였다.

거품이 터지지 않고 수그러들고 있다고 느껴진 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2016년은 ‘눈 먼 돈’을 투자받은 회사들에겐 참으로 혹독한 한 해 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스타트업들이 폐업을 하였지만 동시에 내실이 있는 ‘옥석’ 스타트업들을 가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은 업계의 좋은 성장통 이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추가로 좋은 소식은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어웨어, 타파스 등) 성공적인 투자사업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 

3. 매출 > 이익

스타트업 특성상 당연한 이야기지만 61%의 창업자들은 이익률보다 매출 성장에 회사를 최적화 시키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물론 이익률도 중요하지만 단위 경제 (unit economics)만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면 시장 지배력을 넓히는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매출 > 이익 우선순위에서 가장 걱정되는 회사가 있는데, 바로 우버이다. 그들의 단위 경제는 대충 다음과 같다 (credit: Ben Thompson): 

우버 단위 이익 = 총 매출 – 운전자 수임 – 운전자 인센티브 – 카드 수수료 – 승객 인센티브

현재 예상되는 사실은 이 공식의 결과가 음수라는 것, 그리고 현 상황으로는 이 공식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때 줄어드는 비용이 크게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걱정의 원인이다. 하지만 만약 이 공식을 ‘+’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실행되면 (예: 운전자 수임 및 인센티브를 없앨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엄청난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4. 중간급 개발자들의 평균 연봉 = $101k ~ $150k (1억2천 ~ 1억8천 만 원)

다행히 개발자들의 처우가 나쁘지는 않다. 살인적인 물가의 실리콘밸리에서 1억 버는 것은 극빈층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소개된 글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실리콘밸리에 사는 다수 (상인, 선생님, 간호사, 은행원, non-tech 회사원, tech 회사의 비 개발자 등)와 비교했을 때 평균, 혹은 평균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물론, 테크 대기업의 개발직과 비교했을 때는 평균  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빈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은 인정).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개발자의 몸값이 낮지만, 그래도 절대적으로는 많은 비용이기 때문에 회사의 burn rate에 신경을 써야하는 창업자는 직원수를 늘리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5. 창업자 5명 중 1명은 자신의 회사가 유니콘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18%의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회사가 반드시 유니콘 (기업가치 1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에는 차이가 있는 법. 같은 비율의 창업자들은 2016년에 정리해고를 단행 하였다고 함.

스타트업에서 찾을 수 있는 긍정의 힘! 솔직히 유니콘으로 평가받고, 또 유니콘으로 엑싯을 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는 것’ 처럼 어렵다. (몇 년 전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중 가장 뜨거운 유니콘이었던 Gilt의 흥망성쇠를 보라.) 하지만 유니콘이 되리라는 확신이 없으면 유니콘이 될 가능성 조차 없지 않을까. 계속 유니콘의 꿈을 꾸시길!

6. 혹시 망한다면 그 이유는?

창업자들은 성공하지 못할 가장 큰 이유는 ‘추가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하여’라고 답변하였다 (24%).

살짝 실망스러운 자세이다. 투자를 받지 못하여 망하는 것이 아니고, 망할 것 같으니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망하는 이유는 가장 적은 답변을 받는 아래 네 가지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등용을 잘 못 하거나, 경쟁에서 패배하거나, 돈을 너무 헤프게 쓰거나, 고객들을 확보 및 유지하지 못해서. (YC 폴 그래험의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18가지 이유 참고). 스타트업 분석 업체인 CB Insights, 그리고 OATV VC의 Bryce Roberts도 이에 대해 비꼬는 기사를 냈다. 미사여구로 들리겠지만 ‘Focus on the user, and the rest will follow’, ‘Make what people want’의 정신을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CB Insights의 비평: “투자자가 우선, 고객은 차선”

2017년에는 ‘한국 스타트업의 두각’이라는 트렌드도 이 보고서에서 실릴 수 있는 해가 되길!

보고서 원문: http://stateofstartups.firstround.com/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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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First Round Capital은 연말에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들과  ‘크리스마스 뮤비’를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올해도 역시! (작년 버전은 여기 참고)

훌륭한 인재 채용을 위한 면접관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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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VC인 First Round Capital에서 올해에도 스타트업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 정리는 다음 포스팅에…). 여기서 눈에 띈건 2년 연속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는 설문 결과였다. 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스타트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링크드인도 회사 운영 제1 원칙이 인재이고 (‘Talent is our number one priority’),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모든 회사의 공통된 관심사이자 문제점이다. (일환으로 ‘실리콘밸리의 인재 유치 전쟁’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이 동네는 인재 발굴 및 유치를 위해 기상천외한 채용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창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 인재 유치

그런데 아무리 지원자를 많이 받더라도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준과 방법이 없다면 훌륭한 인재를 찾아내고, 또 그들을 나의 회사로 끌어드릴 수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아이비대학 컴싸 전공’ 같은 소위 ‘학벌’, 혹은 ‘어디 출신 엔지니어’ 식의 ‘스펙’을 바탕으로 ‘훌륭한 인재’를 가리고자 한다. 혹자는 이것을 인재를 재빨리 분별할 수 있는 ‘지름길’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스탠포드 학부 나와서 맥킨지에서 3년, 하버드 MBA 후 구글 전략실에서 일했으면 다이아몬드 스펙 아니야?’), 개인적으로 이런 행위는 회사의 인재 관리 및 기업 문화에 매우 큰 위기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위험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다른 회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기준들이 우리 회사와 해당 직무에 적합할 확률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뭐 회사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 라고 생각 한다면 드릴 말씀이 없지만, 내가 운영하는 회사 / 내가 다니는 회사는 좀 더 특별 하다고 생각 한다면 반드시 회사의 인재상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인재 채용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인재상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 있어야 하고, 그런 후엔 면접 등의 심사 과정을 통해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을 분별해 내고 채용 하는 것이 ‘정답’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훌륭한 사람이 불합격되는 한이 있더라고, 부적격한 사람이 합격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한다 (confusion matrix에 비유하자면 maximize precision, not recall). 특히 한 사람의 역할 비중이 더 높은 스타트업은 더더욱 그렇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채용자 입장에서 인터뷰를 매우 효과적으로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전 회사에서 채용을 폭발적으로 늘려나갈 때 유입되는 인재들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면접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A/B 테스팅을 통해 (비록 표본수는 낮지만) 인터뷰 스타일을 교정하는 노력을 들였었는데, 이를 통해 정립한 훌륭한 인재 채용을 위한 면접관의 원칙을 나누어 본다:

면접의 목적: 정확하게 인재를 분별하는 것. (인재를 놓치는 것 보다 인재가 아닌 사람을 잘못 뽑는 것이 더 문제적)

1. 면접을 임하는 자세

면접관의 역할은 최고의 ‘짱짱맨’ 지원자를 찾아내는 것이지, 본인이 더 상급 지위의 사람 이라든지, 미래의 보스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권위의 자리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면접관의 ‘똑똑함’을 보여주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가끔씩 면접 노트나 인터뷰 후 팀 회의를 하면 간혹 지원자를 탈락 시키려고 작정하고 면접을 진행한 사람들은 본다. 일부로 질문을 악의적으로 꼬아서 내고 대응도 잘 안해주고… 가뜩이나 긴장한 지원자들인데,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 자신의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원자의 평가를 충분히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면접이라는 ‘시스템’에 최적화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답변을 잘 하게 되어, 되레 실제 실력이 떨어지는 지원자들을 합격시키는 안좋은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원자의 포텐을 최대한 평가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안한 환경을 마련해주고 (초반에 긴장을 풀 수 있는 가벼운 질문 등) 지원자가 질문에 ‘헤메는’ 경우에는 적당히 도와주는 것이 좋다.

2. 열린 질문 (open-ended question) 십분 활용

이력서는 좋은 정보를 제공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다 좋아 보인다. 이력서에 업무 잘 못해서 프로젝트 말아 먹었다고 쓰는 사람이 있을리 만무하다. 이력서에 쓰인 과거 경력을 통해 연관 업무 경험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지만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다. 이에 열린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창의력, 논리적 사고 능력, 그리고 지적 호기심을 평가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느꼈다.

최근까지 자주 써먹었던 질문: ‘자율 주행차의 시대가 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요?’ 약간 붕 뜬 질문처럼 느껴지지만 제품 전략과 산업 트렌드를 접근하는 사고 방식을 읽을 수 있고, 지원자의 답변에 따라 점점 질문을 구체화 시켜서 실시간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추가 질문들의 예: ‘당신이 우버 사장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그럼 그 시대에 가장 중요안 사안이 무엇이고, 왜 그렇게 생각하시고, 또 그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 하시겠어요? 현재 우버 서비스에서 바꿔야 할 것들이 있을까요?’)

3. 예상을 벗어난, 살짝 허를 찌르는 질문 사용

직군마다 약간 다를 수 있는데 제품 담당자 (프로덕트 매니저) 면접은 컨설팅이나 투자은행 인터뷰와 비슷하게 점점 정형화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장 좋아하는 제품이 무엇이에요? 왜요? 그 제품을 어떻게 개선 하시겠어요?’ 이란 질문은 제품 담당자 면접에서 단골로 던져지는 질문이다. 너무나 자주 사용(남용?)된 나머지 이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이 구글 검색을 하면 잔뜩 나와버린다. 즉, 이 질문에 멋지게 대답하는 지원자를 만나면 면접 대비를 잘 한 사람일 뿐이지, 제품 담당자로써의 자질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문제 은행’류의 질문들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약간의 변형을 주면 의외로 지원자들의 ‘정직한’ 내공을 들여다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간혹 ‘가장 좋아하는 제품’ 질문 대신 최근 큰 기대를 하고 사용했는데 가장 실망했던 제품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그 이유와 개선점을 알려달라고 질문한다. 혹은 제품 개선 방향에 대한 질문 대신, 좋아하는 무료 인터넷 제품/서비스를 골라 어떻게 유료화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물어본다. 제품 담당자 면접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이런 질문들을 던졌을 때 ‘product guy’와 그냥 ‘smart guy’의 차이가 생각보다 명확하게 들어난다.

4. 연관 부서의 피드백 참고

회사가 약간 큰 경우, 또 부서간의 협업이 많은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이런 cross-functional하게 구성되어 있다) 직군인 경우 연관 부서원들도 면접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협업하는 팀들이 생각하는 훌륭한 인재상 및 평가 항목이 직속 팀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관 부서원들이 면접에 참여함으로써 더 다양한 피드백과 관점을 받아 봄으로써 지원자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연관 부서들의 피드백을 받아보고 존중해야하지만 궁극적인 평가 기준과 결정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나도 링크드인에서 직속 팀원들을 채용할 때 반드시 제품 담당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그리고 운영팀(operations)을 패널에 포함시켰는데, 그들의 매우 훌륭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지원자를 불합격 시킨 적이 꽤 있었다.

5. 실력만큼 중요한 지원자와 회사의 코드 매치 (culture fit)

객관적인 실력도 중요하지만 회사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 서로 코드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슈퍼스타들이 모여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것이 조직의 현실이다 (사족: 1998년 월드컵 때 네덜란드가 우승하지 못한 이유도 이것이라 생각됨).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 리더십과 협업, 그리고 문제 접근 방법 스타일에 관련된 질문을 통하여 회사의 가치관과 문화에 얼마나 맞는 사람인지는 평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다음 주 까지 기한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동료가 상반된 접근 방법을 계속해서 주장해서 답보 상태인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매우 중대한 사안이 있는데 상사가 휴가를 가서 연락이 되지 않아요. 오늘까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질서와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라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보고 라인을 신속하게 타고 올라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 등 ‘ask for forgiveness, not permission’ 문화가 강한 회사는 절차를 막론하고 문제를 자기 것으로 소유하고 끝장을 보는 자세가 가산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6. 스트레스 테스트 – 개인적으로 너무 비추

가끔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을 평가한답시고 지원자를 난감한 상황에 몰아놓는 경우가 있다 — 일명 ‘스트레스 테스트’. 개인적으로 몇 번 시도해 봤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지원자의 실제 실력을 가늠하는데 오히려 역효과였고, 또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완전 비추다. 감정만 상하면 다행, 자칫 잘못하면 비하성 발언 및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으므로 제발제발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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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가 면접을 준비하는 것 만큼, 면접관도 훌륭한 인재를 뽑기 위해선 그 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로스 해킹, 어디까지 해봤니? #9: 그로스 해커의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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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청소를 하면서 예전 회사에서 팀원 채용 인터뷰시 쓰려고 정리했던 노트를 발견하였다. 날짜를 보니 2013년 말, 링크드인이 미친듯이 성장할 때 내 팀은 물론, 옆에 팀 친구들의 채용도 돕고자 일주일에 십 수 시간씩 인터뷰에 쏟았을 때 작성했던 것이었다. 최고의 인재를 뽑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지만 일주일에 근무시간 절반 가량을 채용 업무 및 인터뷰에 할애하면 실제 업무가 마비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지 않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지원자들을 ‘pattern matching’시키기 위해 수 천 장의 이력서를 보고 백 번에 가까운 인터뷰를 하면서 쌓은 그로스 해커의 자질에 대한 생각을 노트에 적어둔 것인데 블로그를 통해 나눔 + 재정리를 하고자 한다.

사실 훌륭한 그로스 해커를 뽑는 것은 정말 어렵다 — 일단 제대로 그로스 해킹을 해본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그로스 해킹은 융합 학문같은 성격이 있어서 이력서에 나온 ‘스펙’만으로 지원자의 실력과 업무 연관성을 판별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그로스에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뽑는것이 더 효과적이다. 인터뷰 + 실제 업무 성과 + 내 주변에 이 분야로 ‘성공한’ 사람들을 봤을 때 훌륭한 그로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자질이 두각됨을 느낀다.

지적 호기심

그로스 해커들은 ‘쓸데없는 질문’들이 많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되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은 보통 웹사이트의 버튼 색깔을 보고 ‘이게 왜 파란색 버튼이지?’ 라고 궁금해 하거나 전자 상거래 결제를 할 때 ‘왜 디지털 상품인데 주소를 입력해야되지?’ 라고 반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스 해커라면 ‘노란색 버튼이 더 눈에 잘 띄지 않을까?’, ‘주소를 입력 안하면 더 쉽게 결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가설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증명 / 반증한다.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사람들은 꼭 업무 관련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일반적인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나타냄을 느꼈다. 즉, 지적 호기심이 높아 기존에 있는 것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또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즉,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그냥 외워!’ 라고 했던 말씀을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는…)

꾸준함

그로스가 최근까지 나름 ‘핫’한 단어라서 멋있어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사실 그로스 실무를 해본 사람들은 전혀 ‘핫’하지 않다는 주장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스 해킹의 80% 이상은 사소한 것을 조금씩 바꿔보면서 실험해 보는 것이고, 그 중 80%의 결과는 ‘꽝’이다. 사소하고, 대부분이 실패로 끝나는 실험들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하게 정진하는 자세를 가지는 사람들이 결국 나머지 20%의 경우에서 20%의 확률로 ‘대박’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예전 나랑 같이 일했던 링크드인 PM들도 3개월에 30-40개 정도의 그로스 실험을 하고 그 중 성공적인 실험 4-5개로 ‘먹고 살았던’ 기억이 난다. 계속 결과가 안나오고 삽질만 계속할 때는 답답하고 미츄어 버릴 것 같기도 했지만 (특히, 답답하다고 못 참고 나가는 엔지니어가 속출할 땐 아오… ㅠㅠ ) 그러다가 한번 대박 결과를 냈을 때의 희열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전략적 사고를 가진 엔지니어 (not 엔지니어스러운 전략가)

그로스에 뛰어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깊음을 자주 느꼈다. 또한 어떤 전략을 짜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어느 전략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직접 시도해 보고, 엑셀과 SQL을 돌려보고, 엔지니어가 짜준 코드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직접 프로토타이핑 및 분석을 하는 모습이 두각된다. 이는 엔지니어스러운 전략가가 보여주는 ‘논리적이고 계량적인’ 접근 방법보다 한참 더 전선으로 나가있는 자세이다. 즉, maker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다른 엔지니어들을 동기부여 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을 만드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지적 호기심 및 꾸준함을 더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공유하기를 좋아함

그로스는 정말 ‘머리를 맞대는’ 효과가 큰 분야이다. 개인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한정되어 있고, 또 많은 경우 개인이 생각한 아이디어는 이미 누군가가 해봤을 가능성이 크다. 팀원, 그리고 다른 그로스 전문가들과 자신들의 아이디어 및 경험들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또 빠지기 쉬운 함정을 피할 수 있기에 좋은 결과에 더 가까이,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봤을 때 링크드인 무료 서비스 그로스를 담당했던 팀과 분기별로 아이디어 및 결과를 공유하고 의논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들을 꽤 쏠쏠하게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가진 그로스 아이디어들이 나만의 ‘비밀 소스’라고 생각하지 말고 널리 공유하여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더 발전시키는 자세가 더 큰 성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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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 분위기가 위축되고 유명 스타트업들의 실패 소식이 많아지면서 실리콘밸리도 그로스 해킹보다 제품과 시장의 본질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은 그로스 해커들을 채용하는데 여념이 없다. 시장진입 (first-to-market) 보다 시장선장악 (first-to-scale)이 엄청나게 중요한 이 시대에 그로스가 회사의 성공에 기여하는 정도는 장기적으로 점점 늘어날 것으로 나는 예상하며, 위와 같은 자질을 가진 멋진 그로스 해커들의 비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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