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전설들의 수다: Masters of Scale

리드 형님께서 요새 많이 심심한가 보다. 링크드인을 260억 달러에 (30조 원!) 현금으로 매각하고 조금 쉬다가(?) 얼마 전 팟캐스트를 시작 하셨다. 이름도 멋지게 ‘Masters of Scale’.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first mover’ (시장을 선두로 들어가는 자)가 아닌 ‘first to scale’ (먼저 규모를 달성하는 자) 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알맞은 타이밍에 폭풍처럼 성장을 해야한다는 그의 Blitzscaling의 이론을 창업자들과 상대로 토론하고 증명하는 ‘라디오 쇼’이다. (작년엔 같은 주제로 Blitzscaling 이라는 스탠퍼드 강의를 하기도 하였다. [강의 요약 블로그 링크]) 리드 형님의 수준에 맞게 팟캐스트 초대 손님도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에릭 슈미트 (구글/알파벳) 등 완전 후덜덜한 라인업. 그런데 이 보다 더 멋진 것은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겪었던 실례들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에 실용적인 조언과 리드의 이론들을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반론들이 제기된다는 점. 첫 회 부터 5회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요약해 본다.

1화: Handcrafted (수제품)

리드의 이론

회사가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처음엔 확장성 없는 것 들을 해야한다.

(실리콘밸리의 그 유명한: ‘In order to scale you have to do things that don’t scale’)

초대 손님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창업자)
  • 에어비앤비는 너무 ‘말도 안되는’ 개념이라서 초반에 사용자가 거의 없었음. 뉴욕에 백여개의 리스팅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YC 창업자 폴 그래험에게 들은 조언: ‘왜 실리콘밸리에 있는거야? 고객이 있는 현장에 있어야지. 당장 뉴욕에 가는것이 좋지 않을까?’ 그 조언을 듣고 바로 뉴욕행. 대부분의 시간을 뉴욕에서 보내고 YC 이벤트 있는 날에 다시 실리콘밸리로 ‘귀가’하는 생활을 함.
  •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의 시간이 너무 소중. 어린 창업자들이 ‘아 아직 그로스가 안보여요’ 라고 말할 때 ‘아 정말 그 때가 좋을때야’ 라고 할 때가 있다. 왜냐면 그 시점엔 유일하게 모든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 고객의 피드백을 받고 정말 수제품 처럼 제품의 경험을 디자인 하는 것은 초창기 스타트업에게 정말 중요. 여기서 ‘신의 한 수’는 고객들에게 가치있는 피드백을 받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에어비앤비의 경우는 현재의 경험을 1 부터 10까지 점수를 주라고 한 후에 그 다음 점수를 받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예를 들어:
    • 8점의 점수를 받기 위한 경험의 예는?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했을데 주인이 상냥하게 맞아주고 동네 맛집 리스트와 주요 이벤트 정보들을 알려주는 것. 9점을 받으려면? 10점? 11점 ? … 20점이기 위해선? 엘론 머스크가 공항에 마중나와 같이 우주 여행을 가자고 하는 것.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물어보면 10점과 X점 사이에 실현 가능한 멋진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향하여 나아가면 된다.
  • 고객의 만족을 위해 초반엔 수작업을 많은 일들을 해 나아갔다. 예를 들어 호스트들의 사진을 직접 가서 찍어주고, 또 리스팅을 수작업으로 웹사이트에 올렸다. 지금은 자동화 되어 호스트들이 직접 정보들을 올릴 수 있지만 이런 수작업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 해야하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 최근 에어비앤비 트립을 디자인 하면서 역시 확장성 없는 방법을 선택. 어느 한 여행자를 골라 따라다니면서 그의 행동과 동선을 관찰, 그 후 다시 샌프란시스코에 초대를 해서 ‘맞춤 여행’ 제작하여 선보였다. 그 여행자는 너무 즐거운 여행을 했으며 헤어질 땐 결국 감동의 눈물마저 보임. 이 한 사람의 경험을 통해 확장성 있는 서비스에 필수적인 요건들을 찾을 수 있었음 (여행지에 도착하고 24시간 내에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고, 또 그것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 등).

2화: The Money Episode (돈)

리드의 이론 창업자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금액보다 항상 더 많이 투자를 받아야한다.
초대 손님 마리암 나피시 (이브닷컴 창업 및 엑싯, 민티드 창업자)
  • 민티드는 고급 수제 카드를 파는 온라인 회사. (고급 청첩장 등을 생각하면 됨)
  • 마리암은 첫 창업시 성공은 했으나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두번 째 창업은 lifestyle 사업을 지향했음. 하지만 생각보다 사업이 잘 안되고 재무적인 압박에 투자를 받아야하는 상황이 생김. 투자 받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나 첫 번 째 엑싯의 후광으로 운 좋게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게 됨. 투자 받고 곧바로 2008년 미국 부동산 위기로 경제가 바닥을 침. 가뜩이나 사업이 잘 안되고 있는 판에 경기까지 최악이어서 만약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완전 ㅈ될 뻔함.
  • 초기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냉대를 받고, 갑자기 새로운 경쟁상대가 나타나거나, 뜬근 없는 (불활 등) 악재들이 닥쳤을 때를 대비하여 현금을 재워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함.
  • 에어비엔비의 브라이언 체스키는 반대로 투자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받으면 ‘헝그리 정신’이 사라지기 때문에 ‘닥치고 투자 받음’에 대한 태도는 좋지 않다고 생각. 하지만 리드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되는 상황이 생기면 망하는 것 보다 헝그리 정신이 없는 것이 차라리 낫기 때문에 투자를 받는 쪽이 더 나은 접근 방법이라고 주장.

3화: The Beauty of a Bad Idea (나쁜 아이디어의 아름다움)

리드의 이론 최고의 사업 아이디어는 처음 들었을 땐 어이가 없을 정도로 나쁘고, 이에 많은 투자자들이 거절을 하기 나름이다.
초대 손님 트리스탄 워커 (초기 트위터 직원, 워커앤코 창업자)
  • VC들은 대부분의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를 거절한다. 그게 정상이다. 어떤 사람은 첫 투자를 받기 까지 150여번 가까지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거절이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약간 고개를 갸우뚱 하는 거절과 아이디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던지는 멍청한 거절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아이디어는 대박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
  • 투자자는 투자 수락 혹은 거절을 빨리, 그리고 명확히 하는 것이 창업자를 도와주는 길이다. ‘어쩌면~’ 이라고 한발만 살짝 걸쳐 놓고 간 보는 행동은 얍실한 기회주의적 태도이고, 창업자들에겐 잔혹한 희망고문이다. 차라리 깔끔하게 거절을 하고 ‘안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자신의 투자 실력을 가늠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낫다.
  • 투자자로써 모두가 ‘오 이거 정말 최고인데?’라고 하는 반응은 정말 위험하다. 그렇게 좋으면 다른 회사들도 벌떼처럼 모여들기 때문 (만약 안 모여들면 더 이상). 모두가 투자에 부정적이면 그것도 위험. 찬성과 반대 의견이 적절히 섞여있는 아이디어가 가능성이 있을 확률이 더 높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바보 같은 아이디어!’,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이 ‘그런데 혹시 이것이 된다면?’ 라고 주장하는 아이디어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4화: Imperfect is perfect (미완성이 완성이다)

리드의 이론 당신의 첫 제품을 출시할 때 부끄럽지 않다면 그 제품의 출시는 너무 늦은 것이다.
초대 손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 저커버그는 어렸을 때 부터 ‘코딩 천재’였음. 아버지가 치과 선생님이었는데,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메신저를 만들어 사용하곤 했음 (이것은 미국 AOL IM 이전 시절!). 한마디로 저커버그는 어렸을 때 부터 고객이 필요한 무엇을 빨리 만들어 내놓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
  • 제품은 항상 ‘이 정도면 되네’ 했을 때 출시하는 것이 중요. 그래야지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빨리 받고 수정할 수 있음. 저커버그는 하버드에서 페이스북을 만들기 전 ‘기말 고사 대비 크라우드 소싱’ 사이트를 만든 적이 있는데, 기말고사를 치루기 전에 출시해야 했기 때문에 필수 기능만 대충 집어 넣고 학우들에게 배포. 이 때 왜 빨리 제품을 출시해야하는지 느꼈다고. (이 웹사이트로 전체 학급의 기말고사 평균 점수가 올라갔다고 함)
  • 소프트웨어는 항상 베타 버전이라고 생각 (permanent beta). 계속해서 좋아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어짜피 계속해서 개선해야하면 굳이 조금 더 좋게 만들려고 시간을 더 할애할 필요가 없다.
  • 예외는 애플. 스티브 잡스 같은 비전이 있다면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서 내도 된다. 아니라면 고객의 피드백을 하루 빨리 받는 것이 더 나은 듯.
  • 페이스북처럼 회사가 커졌을 경우에는 ‘미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 이에 ‘Move fast and break things’에서 ‘Move fast with stable infrastructure’로 모토를 바꾸게 됨.
  • 회사가 커지더라도 빠르게 움직이고 실험 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 실험 실패시 회사에 치명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 봐야 한다.

5화: Lead, lead again (이끌고, 또 이끌어라)

리드의 이론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리더는 계획을 잘 만드는 것 만큼 계획을 잘 부서버릴 수 있어야 한다.
초대 손님 쉐릴 샌드버그 (전 미국 재무부 실장, 전 구글 임원, 페이스북 COO)
  • 실리콘밸리의 첫 인상이 너무 좋았음. 에릭 슈미트가 청바지 차림으로 자신의 차로 직접 마중나와 동네 피자집에서 제리 양 (야후 창업자)과 회의를 함. 이는 의전과 격식을 강조한 정부와 금융계에 있었던 쉐릴에겐 신세계 문화 쇼크!
  • 구글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나갈 때 배운 점: 새로운 조직과 직군을 만드는데 있어서 경력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 (존재 하지 않는데 어쩌라고!) Temp-to-hire (계약직=>정규직 전환)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인력을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에 맞추어 수급할 수 있었고, 동시에 일반적인 구글 인터뷰 과정에서 찾기 힘들 수 있었던 슈퍼스타 인력들을 발굴할 수 있었음.
  • 저커버그는 지인 크리스마스 파티 때 처음 만났는데, 그 때 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 저커버그가 집에 자주 놀러와서 같이 식사를 하고 깊은 이야기를 많이 하였음. 깊은 친분을 쌓음으로써 이미 조만간 서로 같이 일하고 싶은 감정이 많이 쌓인 상태에서 페이스북 입사를 하게 됨.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커버그와 샌드버그는 일치하지 않는 의견이 많았는데, 의견을 일치하는데 시간을 쏟기 보다는 의결을 하는 과정에 대한 프로토콜을 성립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저커버그와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 (이것은 누구의 2인자, 혹은 누구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기존의 많은 회사와 비교 했을 때 매우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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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에릭 슈미트 (구글/알파벳), 7회 낸시 루빈 (Dress for Success, Crisis Text Line)까지 나와있으니 한번 들어보시길… 🙂

Whole Foods Prime? 아마존 + 홀푸드

아마존이 미국 고급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를 15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인수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소식에 미국의 미디어는 물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앞다투어 테크 애널리스트로 빙의, 아마존의 전략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가 의미하는 것’이란 주제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는, 매우 신기한 며칠이었다. 아마존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현상이었다. 워낙 큰 뉴스라, 나도 시류에 편승하여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 소식을 들으며 생각난 것들을 정리해 본다.

1. 테크 회사의 반격

최근 테크 관련 인수합병 트렌드는, 특히 다른 산업 사이의 인수합병은, 기술적인 역량을 키우고 싶은 기존 산업들이 주도하였다. 유니레버의 달러쉐이브클럽, 쥐엠의 크루즈 인수, (공교롭게도 아마존과 같은 날 발표해서 빛이 바랬지만) 월마트의 보노보스 인수 등이 모두 기존 산업의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즉, 새로운 시대에서 살아남고 싶어 최근 트렌드 및 기술적인 역량을 ‘강제 이식’ 한 것이다 (= They need to stay relevant).

기존 산업들이 주도했던 최근의 테크 M&A 트렌드.
반면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위기 의식이 아닌, 테크회사가 한 산업군에 대한 ‘혁신 의지’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perishable goods 유통과 판매에 대한 역량을 이번 인수를 통해 함양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아마존의 온라인 역량을 오프라인 세상에서 구현함으로써 기존 산업을 송두리째 흔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인수 소식이 ‘테크회사의 반격’의 시작점이라면, 이런 형태의 테크-to-기존산업 인수합병이 산업 곳곳에 미칠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에어비앤비가 항공사나 호텔을 인수하여 ‘여행 산업’을 재정의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미국 극장 체인을 인수하여 ‘영화 산업’을 재정의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방송사를 인수하여 ‘뉴스/생방송’을 재정의 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끝이 없는 혁신의 실타래가 풀릴 지도 모르는 일이다.

2. 아마존이 모든 사람들이 가장 자주 찾는 ‘시장’이 되기 위한 마지막 단추를 끼움

아마존은 이미, 최소한 북미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시장(marketplace)이다. $280B로 추정되는 아마존의 GMV (아마존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는 미국 전자상거래 거래액의 40%에 육박하며, 4천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월마트 GMV의 60%에 달한다. 이런 괴물 같은 아마존도 그들이 표방하는 ‘Everything Store’를 달성하는데 크게 발목 잡히는 것이 있었는이 이것이 바로 식료품 (grocery) 이었다. ‘뭐 식료품 별거 아닌데 그런거 말고 TV나 더 많이 파는게 나은거 아니야?’ 라고 식료품을 과소평가할 수 있는데 이는 큰 오산.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을 평균 수입의 10%를 음식에 지출 하고, 그 중 절반 이상을 식료품이 차지한다고 한다 (food-at-home). 이는 아마존이 현재 ‘꽉 잡고 있는’ 의류 와 기타 지출 apparel, services, and other expenditures)을 합친 것과 맞먹는 금액이다. 물론 Amazon Fresh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식료품 사업에 도전해 봤지만 홀푸드의 광대한 매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 시장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 소식에 폭락한 기존 슈퍼마켓 주식들 (이미지: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님 페이스북)
식료품의 또 하나의 매력은 음식이 상하기 때문에 일반 제품과 다르게 고객들이 주기적으로 소비하고 또 다시 구매해야 한다는 것. 아마존이 추구하는 loyal customer를 더 쉽게 확보하고, 또 더 쉽게 유지 및 관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거의 완벽한 ‘Everything Store’가 된다는 것. (남은 부분은 아마 집, 보험, 교육, 그리고 교통 밖에 없을 듯).

3. 홀푸드 = 아마존 혁신의 전초기지

사실 이 뉴스가 ‘product guy’로써 제일 흥분되는 것은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함으로써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혁신, 그리고 기존의 아마존 서비스들의 융합과 재탄생에 대해 상상을 하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뒷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면 ‘아 정말 이 인수 무섭게 정교하고 대단하네’라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상상해 본 아이디어 몇 가지:

홀푸드 = 미니 아마존 웨어하우스

Amazon Prime Now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대도시를 중심으로 생필품을 두 시간 안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이다. 홀푸드가 아마존의 마지막 단에 있는 물류센터로 활용되기 시작하면 대도시, 생필품, 그리고 두 시간이라는 애매한 시간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정확한 수요 예측에 의하여 홀푸드 창고에 더 다양한 제품들을 구비해 두고 즉각 판매 및 배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볼 시작 한 시간 전에 TV가 고장이 났는데, 클릭 몇 번 으로 곧바로 새로운 TV가 집 앞에 배달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정말 엄청나지 않은가?! 이미 저렴한 가격과 무한대에 가까운 품목을 구비하고 있는 아마존이 ‘즉석 배달’이라는 궁극적인 편의를 실현한다면 그야말로 게.임.끝. 일 것 같다.

배달 드론들의 기지

아마존이 드론을 이용하여 상품들을 배달한다고 했을 때 감탄사와 동시에 현실적인 제약들이 머리속에 곧바로 떠올랐었다. 특히 국지적인 비행 거리가 이 멋진 아이디어를 실현 시키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홀푸드 옥상을 ‘드론 기지’로 바꾼다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홀푸드 창고를 미니 아마존 물류 센터로 사용한다면 드론 배달이 현실로 확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장보기 + 생필품 + 좋아하는 책을 아마존 에코의 알렉사를 통해 음성으로 주문하면 10분 후 드론이 뒷 마당에 주문한 상품들을 배달시켜 놓고 유유히 다음 장소로 날아가는 상황이 SF 영화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소름이 끼친다.

오프라인 쇼핑 경험의 혁신

아마존은 현재 Amazon Go라는 매장을 직원들을 상대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아마존 앱을 통해 매장에 들어가서 필요한 상품을 고르고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그냥 걸어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마법의 슈퍼마켓’이다. 시범 매장을 통해 기술을 완성시킨 후 아마존이 자신들만의 Amazon Go 매장들을 만들다면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아마존의 실행력이 워낙 무서워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동시에 매우 높다고도 확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성공적인 소매업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멋진 기술’과 실행력 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상품들을 구비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소매의 제 1, 2, 3의 법칙인 location, location, location을 놓쳐서는 안된다. 만약 Amazon Go 기술이 홀푸드에 바로 적용이 된다면? 품질 높은 상품과 부자 동네의 노른자 땅에 위치한 홀푸드는 Amazon Go 기술을 적용해 오프라인 쇼핑 경험의 혁신을 선도하기에 너무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혼수로 집, 가구, 차, 통장 다 준비해 놓고 ‘칫솔만 들고 들어와~’라고 하는 느낌?). 이미 현재 오프라인 경험이 최고에 가까운 홀푸드에 온라인 및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우리에게 선보일 마법스러운 쇼핑 경험은 너무 기대가 된다.

SaaS (식료품-as-a-service)

아마존의 AWS 서비스는 전 세계 크고 작은 개발자에게 차별하지 않고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식료품을 소비자의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효율적으로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으로 홀푸드를 생각하면 어떤 것들이 가능할까? 지금은 소비자가 장을 보러 가는 곳이지만, 음식점들도 홀푸드 유통 허브에서 직접 원자재 / 반자재들을 배달시킬 수 있지 않을까? 홀푸드엔 꽤나 괜찮은 푸드코트가 있는데, 매장에 들리는 사람들의 간식거리로 파는 것이 아닌 기업용 케터링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식료품의 SaaS시대… 아마존이 연다고 확신한다.

결론: 아마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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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홀푸드 인수 발표 당일 아침엔 슬랙을 $9B에 구매 의향을 보인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더더욱 ㅈㄴ 멋지다.

PS2 – 커버 이미지 소스 https://goo.gl/Nd9Pii

진짜 사업

https://pixabay.com/en/business-plan-business-planning-2061633/

왜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하는지, 사업을 시작 하는지에 대해 매일 생각을 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자아 실현을 위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창업자들을 만나서도 창업 동기에 대해 묻곤 한다. 주로 듣는 대답: 될 것 같아서,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실리콘 밸리에서 한 판 해 봐야지 등… 물론 어느 한 가지만을 위해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사람을 드물 것이다. 아무리 열정적인 분야가 있더라도 성공했을 때의 경제적인 성공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섣불리 뛰어들지 못할 것이며, 아무리 ‘돈이 되는 아이템’이 있더라도 스타트업의 극적인 롤러코스터 여정은 돈을 뛰어넘는 열정과 믿음, 그리고 끈기가 없으면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Indie VC의 Bryce Roberts가 ‘진짜 사업 (Real Businesses)’이라는 제목으로 스타트업/사업의 목표 및 구분에 대해 재미있는 관점으로 쓴 블로그 글을 발견하였다. (https://medium.com/strong-words/real-businesses-b21f44c99b6a)

그에 따르면 스타트업을 다음과 같이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사업 (Lifestyle Business)

라이프스타일 사업은 말 그대로 개인의 생활양식을 중요시 하는 사업 형태이다. 즉, 사업의 주 목적이 사주가 회사 밖에서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대박을 쳐서 돈 방석에 앉아 인생을 편하게 살기 위한 목적으로 창업을 한 경우이다. Bryce에 의하면 VC들은 이런 형태의 사업을 하는 사람에겐 전혀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당연!) 하지만 문제는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하겠다는 의도를 가졌더라도 투자 받을 사람들에게 대놓고 ‘나 편하게 사는게 목표에요’ 라고 하진 않는다는 것. 이것에 대비한 라이프스타일 판별법으로 Bryce는 스타트업 피치에 엑싯 전략이 있는지를 본다고 한다 — 엑싯 전략이 있는 창업가는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물론 일반화의 오류가 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쭉쭉 성장해 나가는 스타트업들의 피치 덱을 보면 엑싯 전략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는 것에 무엇인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예: 에어비앤비, 유튜브, 링크드인)

VC 투자 없인 살아남기 힘든 사업

VC의 투자가 사업을 키우는데 적격인 첫 번 째 시나리오는 말도 안되게 어려운 기술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초기 자본이 엄청나게 필요한 경우이다. 이런 사업들은 높은 진입 장벽을 형성함으로써 오랜 기간에 걸쳐 높은 마진을 유지하며 성공할 수 있다. 로봇 산업 – 오케이. 로케트 산업 – 오케이. 전자상거래 – 낫 오케이. 두 번 째 시나리오는 승자가 독식/반독식 하는 커다란 시장에서 경쟁자보다 오래 살아남거나 출혈 경쟁에서 이김으로써 장기적으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며 성공하는 경우이다.

Bryce는 위 두 가지 경우 모두 ‘유니콘’이라는 개념이 매우 적절하게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이런 시나리오에 딱 맞는 회사를 완벽한 타이밍에 창업하고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뜻. (Bryce는 스타트업 ‘유니콘’ 단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인 듯).

진짜 사업 (Real Businesses)

Bryce는 창업자들에게 그들의 회사가 라이프스타일 사업이 아니고 유니콘 사업이 아니라면 (어짜피 확률적으로도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진짜 사업’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

그에 따르면 진짜 사업이란:

“진짜 사업은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이윤을 남기고 판다. 진짜 사업은 투자자, 기업 가치 (valuation), 그리고 다음 투자 마일스톤이 아닌 고객, 매출, 그리고 이익률에 대해 신경쓴다. 이들은 믿을 만한 재정 모델이 아닌, 실제로 돌아가는 사업 모델이 있다. 진짜 사업은 계속해서 존재하고 싶지, 엑싯을 향하여 달려가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업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직접 조달할 수 있으며 그 누구에게도 ‘존재의 이유’에 대해 허락을 맡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Indie VC) 이런 진짜 사업들이 정말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느리지만 심사숙고하여 얻은 성장을 매번 빠르게 성장하고 빠르게 실패하는 것과 흔쾌히 교환할 것이다. 행복한 고객과 열심히 일하여 달성한 매출을 통해 성장하는 것은 남의 돈(투자금)에 중독적으로 손대는 것을 끊는 것 보다 더 쉽다.”

나의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은 왜 스타트업을 하려고 할까? 위의 프레임웍을 가지고 다시 생각해 보면: 1) 성공 후 안락한 삶을 살고 싶어서, 2) (거의 불가능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기술 혹은 시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리고 3) 한땀씩 열심히 본질에 집착하며 사업을 일구는 기업가가 되기 위하여. 속도와 스케일에 집착하는 요즘 시대에 #3에 가치를 두는 VC가 있어서 놀라운 동시에 좀 멋져 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