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회사들의 사명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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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많은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mission statement (사명문)이 있고, 또 그것을 성문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LinkedIn: Connect the world’s professionals to make them more productive and successful.
Google: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궁금해서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사명문들을 한 곳에 취합해 보았는데 공통된 특징 몇 가지가 있어 짧게 써본다.

  • Ambitious: 목표가 매우 고귀하고 야심만만하다.
  • …but sounds achievable: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진 않다.
  • Business goals not included:  ‘업계 1위 달성’ 등의 사업적인 결과를 목표로 하지 않으며
  • …rather aims for the greater good: 대신, 인류에 대한 선의를 추구한다.
  • Unique and specific: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하는…’ 등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 자신들의 독특한 장점을 구체적으로 부각시킨다.

 

스타트업도 사업의 일종인지라 BM (수익모델)이 어쩌며 BEP (손익분기점)이 언제가 될지 고민하는 창업자들의 모습을 많이 본다.  하지만 위의 사명문들을 보면서 손익을 따지기 전에 자신의 스타트업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을 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어쩌면 이런 야심만만하고 순수한 회사의 목표가 우리가 알지 못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성공 비법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면접 정복하기

가끔씩 내게 링크드인 및 실리콘밸리 회사에 취업 관련하여 문의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중요한 순간에 정말 좋은 운으로 현재의 위치에 있는 것이라 조언을 해주기가 어려운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엄청난 스펙이 있으신 분이 되레 내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는 더더욱!)

하지만 다행히 ‘hyper-growth’ 회사인 링크드인을 4년 넘게 다니면서 좋았던 점을 꼽자면 인터뷰를 정말 많이 경험했다는 것이다. 내가 관리하는 팀을 늘려 나가면서 수천 장의 이력서를 심사하고 수백 시간에 달하는 면접을 직접 하였으며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일주일 중 삼일은 아무 일도 안하고 인터뷰만 했던 적도 있다), Associate (신입) 부터 Sr. Director (전무?) 까지 다양한 직급을 채용하는데 hiring comittee (채용 위원회)로 크고 작게 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주제 넘지만 미국 IT 회사들의 면접을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는 팁들을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고자 적어본다. (실리콘밸리 및 링크드인 bias 가 있음을 인정).

1. 자신의 엘리베이터 피치를 완성하라. (Perfect your elevator pitch)

경영학 수업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elevator pitch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중요한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의 생각을 요약하여 짧을 시간에 전달한다는 의미로, 어느 상품에 대해 그 가치에 대해 빠르고 간단한 요약 설명이 elevator pitch이다. 면접에서 그 상품은 나 자신이다. 미국의 인터뷰는 대부분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작은 보통 ‘tell me about yourself’로 시작된다. 이 때 짧고 강렬하게 내 자신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이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많은 자소서에 볼 수 있는 ‘유복하지 않지만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나…’ 등의 미사여구가 넘처나는 긴 스토리는 탈락의 지름길이다.

경험상 높은 점수를 받는 면접자들의 elevator pitch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련 업적
  • 인터뷰하는 포지션의 이해도 및 열정
  • 커리어에 대한 비전

예) I am a business analyst at McKinsey, helping consumer retail companies to assess and expand to new emerging markets. I’m passionate about driving insights that lead to big impact, and deeply enjoy analyzing complex datasets and processes to identify hidden opportunities. My goal is to become a general manager — and I am super excited about the opportunity at LinkedIn that can leverage my skills learned at McKinsey as well as learn how to develop and operate marketing programs.

2. 논리적으로 구성된 답변을 하자

나와 내 동료들이 인터뷰에서 자주 뭍는 질문이 있다: ‘일하면서 처했던 가장 어려웠던 경우를 들려주세요. (Tell me about a most difficult problem you had to solve at work)’

이 질문의 이면에는 많은 평가 항목들이 내재되어 있다: 지원자가 어떠한 상황을 경험해 봤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어떠했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문 지식을 어떻게 이용했는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절했는가. 상황을 남에게 설명하는 능력이 어떠한가.

한 질문으로 이런 여러가지 항목을 평가를 하기에 질문 액면대로 어려웠던 상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문제의 솔류션만을 이야기한다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다. 대신 다음과 같이 논리적으로 답변을 구성하여 설명을 한다면 면접관들이 평가하려는 다양한 항목들을 포괄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제: 인터뷰 예상질문을
예제: 예상되는 질문에 대해 논리적으로 답변을 구성해 놓으면 인터뷰를 원활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

3. 답을 구하는 과정에 집중하라

개발 직군과는 다르게 마케팅 및 경영 직군에서는 기술적인 면접 (technical interview)을 하기가 어렵다. (SWOT 분석이나 마케팅의 4P에 대해 물어보는게 좀 웃기지 않은가). 이런 경우 나를 포함한 많은 면접관들이 실제로 닥친 문제를 일반화 시켜서 ‘너같으면 어떻게 하겠니? (How would you solve this problem?)’ 식의 질문으로 기술면접을 대체한다.

이 질문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드려 멋지게 답을 맞춘다면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이 질문의 핵심은 새로운 문제에 대해 지원자들이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평가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답을 구하는데에 너무 머리를 싸매지 말고 (실제로 정답이 없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면접관이랑 대화를 하며 접근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며, 어떠한 가정을 세웠고, 또 다양한 해결책들의 장단점을 설명하면서 답변을 도출한다면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다.

실례로 내가 4년전에 링크드인 면접을 봤을때 ‘프리미엄 멤버들이 유료 서비스를 해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입사 후 첫 프로젝트가 실제로 유료 회원들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전략과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

최근까지 내가 자주 하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아래의 유료 회원 가입 페이지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였다. 이러한 개방형 질문은 지원자들이 미리 대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 접근 방법과 raw talent를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자주하는 인터뷰 질문: "이 페이지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내가 자주하는 인터뷰 질문: “이 페이지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여담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또 한가지의 이유는 무의식에서 나오는 편향성 (unconscious bias)을 통제하기 위해서이다. 보통 과거 경험에 대한 질문들을 하게 되면 남성은 자신의 업적을 더 부풀려서 말하고 여성들은 더 축소해서 답변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질문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면 이러한 편향 현상 없이 공정하게 답변을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too good to be true’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남성 지원자인 경우 반드시 이러한 질문을 통해 한번 더 검증을 하는 편이다.

4. 양질의 질문을 해라

대부분의 인터뷰는 면접관이 ‘do you have any question?’으로 마무리 된다. 그냥 의례로 하는 질문인 것 같지만 이 질문으로 지원자가 회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고, 또 회사에 대해 사전 공부를 하였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냥 생각없이 ‘월급이 필요해서’ 지원을 하였다면 회사에 대해 딱히 궁금한 점들이 없거나 질문의 심도가 매우 낮을 것이다. 심사숙고한 질문 대여섯개 정도를 준비하여 ‘do you have any questions?’ 질문을 기회삼아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도록 하라.

좋은 질문의 예
  • 최근 인터넷 업계 동향이 점점 더 모바일로 편중되는 것 같은데, 이에 맞추어 새로운 앱을 출시한 것은 정말 멋진 전략인 것 같아요. 앱 출시 이후 유저들의 이용이 많이 늘어났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가요? 혹시 이용을 더 촉진시키기 위한 마케팅 캠페인은 계획하고 있으세요?
  • 제 생각에는 이 포지션에 필요한 능력은 다양한 팀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쉽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능력인 것 같은데, 이 포지션에서 성공하기 위해 또 어떠한 능력들이 필요한가요?
  • 우리 팀의 성공지표 (KPI)가 무엇인가요? 왜 그것이 중요하죠? 이런 X, Y, Z 지표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쁜 질문의 예
  • 일년에 휴가가 며칠 있나요?
  • 연봉은 경쟁사보다 높나요? 승진은 언제쯤 할 수 있죠?
  • 질문 없어요  (헉!!!)

5. 소통… 그것이 핵심이다

예전 블로그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지만 유학생 진로상담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영어 잘해야 되죠?’ 이다. 다시 강조해서 말하는데 영어는 못해도 되지만 소통은 정말 잘 해야한다. 영어를 잘 해도 소통을 못할 수가 있고 영어를 잘 못 해도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생각을 기본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능력은 가져야 겠지만 그것은 유창한 언변이나 부드러운 발음과 별개의 것이다. (못 믿겠으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와서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시라). 꼭!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열정적으로 표현한다면 좋은 결과에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Blitzscaling: 실리콘밸리 창업자의 포스 –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 (출처: 테라노스 / 비지니스 인사이더)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 (출처: 테라노스 / 비지니스 인사이더)

실리콘밸리의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홈조이의 폐쇄, 에버노트와 트위터의 인력 감축 등 장미빛일 것만 같았던 실리콘밸리에 안좋은 소식들이 최근들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업친데 덥친 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테라노스(Theranos)가 개발한 혈액검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실리콘밸리는 여론과 대중으로 부터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다.

테라노스는 엘리자베스 홈즈가 2003년 스탠퍼드 재학 중 (당시 19살) 창업한 혈액검사 회사. 피 한방울로 수십가지의 질병을 기존보다 수십분의 1의 가격으로 조기 측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혈액검사 한번에 수 백 만원이 넘을 수 도 있는 미국의 현재 상황에서 몇 천원 밖에 안하는 테라노스의 기술은 기존 시장을 송두리째 위협하는 헬스케어의 ‘무서운 아이’ 였는데 최근 의혹으로 수 백 억원이 넘는 사업들이 취소되는 등 창업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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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위기를 맞은 테라노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홈즈는 ‘용감하게’ 모교에 강의를 나와 테라노스의 창업 및 성장 과정을 학생들과 나누었다. 그녀의 강의를 통해 ‘아…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 창업자의 포스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는데 다음 세 가지 부분에서 내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1. 사명감 (Mission-driven)

모두가 한번쯤은 자기 자신들에게 이 질문을 한다: “나는 무엇을 하며 살까?”

홈즈는 이 질문에 대해 “미리 (질병에 대해) 알지 못하여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별해야하는 일을 방지할 수는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최고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창업을 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명감은 사업 성공시에 따르는 금전적 보상의 매력에 밤과 주말을 바치는 여타 스타트업들과 많이 대조되는 모습이다. (물론, 다른 스타트업들이 다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창업할 당시 홈즈는 그녀의 부모에게 스탠퍼드 학비에 쓸 돈을 대신 회사에 투자하라고 설득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명감이 없었다면 그것이 가능했을까 생각해 본다.

2. 해결사 기질

어떻게 자신의 시간을 할당하냐는 질문에 홈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의 가장 어려운 문제점을 푸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한다. 테라노스의 경우 가장 어려운 문제점은 제품에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대중들에게 테라노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복잡한 법률과 규제를 바꾸는 일이었다. 이쪽으로 전문성이 전혀 없는 홈즈였지만 그녀는 테라노스의 성공을 위해 주 의원들을 일일히 만나 그들을 설득하는 등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법률 개정을 관철시켰다고 한다. 대기업은 큰 자본과 법무팀 등의 인적 자원을 동원하여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위와 같이 창업자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앞에 닥친 다양한 문제점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테라노스의 노력으로 아리조나 주에서는 의사의 처방 없이 개인이 혈액검사를 할 수 있다.
아리조나 주의 개정된 법으로 개인이 테라노스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혈액검사를 할 수 있다. (http://goo.gl/NsVKrY)

3. 깡

최근 논란으로 많이 힘들어 보일 것 같았는데 오히려 홈즈는 더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홈즈는 매일매일 더 많은 사람들이 테라노스의 서비스를 통해 자신들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이 일만 계속 될 수 있다면 잡지나 신문에서 그녀와 그녀의 회사를 ‘까는’것은 상관 없다고 한다. 이런 그녀의 깡은 스타트업 대박의 꿈보다 그녀의 깊은 신념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나 싶다.

“나는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만약 내가 해고 당하거나, CEO가 될 수 없거나, 테라노스가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까? 나의 대답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시 할 것이다. 왜냐면 내가 이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일 (질병의 조기진단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방지하는 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나는 몇 번이고 계속 할 것이다”

언론에서 제기된 논란의 사실 관계를 떠나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좋게 바꾸고 싶어하는 홈즈의 열정과 의지… 나는 그녀를 응원한다.

Update: 3/14/2018

SEC (미국 금감원)이 홈즈와 테라노스를 사기죄로 기소했다. 허위 사실과 조작된 정보로 $750M이나 되는 거금을 모집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용어중 ‘fake it until you make it’이라는 말이 있다. 될때까지 ‘인 척’ 하라는 것인데… 이 문구를 대놓고 사기쳐도 된다라고 이해 했다면 그녀는 스탠포드 출신 최고 바보이고, 알고 일부로 그랬다면 정말 나쁜 사람이다. 이 사건은 스타트업계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역사는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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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동영상 링크

참고: Chris McCann 강의 요약 (https://goo.gl/spUUNS)

미래를 운전하다: 무인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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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요새 승승장구 하고 있다. Model X를 출시하자마자 오토파일럿 (Autopilot)이라는 무인 주행 기능을 OTA (over-the-air)로 기존에 있는 테슬라에 장착시킨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를 오토파일럿 모드로 주행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보면서… ‘아 정말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무인 자동차 관련 뉴스를 점점 더 많이 접하면서 무인 자동차 기술 및 전략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는데,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무인 자동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지인들과 만나 이 주제로 꽤 깊은 대화를 최근 나눌 수 있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단순한 흥미로움에 대화를 시작 하였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인 자동차가 가진 사회적 잠재력과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 되면서 생각해야할 윤리적인 문제들까지 두루두루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대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짧게 정리해 본다.

무인 자동차의 기술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무인 자동차 기술은 말 그대로, 운전할 때 필요한 사람의 역할을 컴퓨터가 대신하여 사람이 없어도 차가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자동차에 달린 다양한 센서를 이용하여 (카메라, GPS, 레이저, 레이더 등) 주변의 정보를 받아드리고, 이를 컴퓨터가 도로, 인간, 사물, 자동차, 차선 등으로 식별하여 자동차의 구동을 제어하는 것이다. 센서 및 신호 처리 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다양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또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 되는 것이다. (286 컴퓨터와 광센서만 있었다면 절대로 못했겠지?)

테슬라의 무인 자동차 기능 (출처: Tesla)
다양한 센서를 통해 도로의 상태를 파악하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 (출처: Tesla)

누가 무인 자동차를 만드나?

테슬라, 벤츠, 아우디, 닛산 등 왠만한 양산차 업체들이 무인 자동차 개발을 하고 있고, IT 업체인 구글, 애플 (추정)도 무인 자동차 개발에 열의를 띄고 있다.

왜 다들, 심지어 IT 회사들 까지, 무인 자동차를 만드려고 하나?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사람들의 삶이 급격하게 달라진 것 처럼, 무인 자동차 역시 소비자들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용’이라는 개념이 생겨난지 100여년이 되었지만 운전이라는 행동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운전자는 전방 및 좌우를 주시하고 손발로 자동차를 조작해야만 안전하게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무인 자동차로 인해 운전자는 ‘운전’이라는 행동에서 자유로워지고 (탑승자로 변환), 이로 인해 자동차 안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출퇴근으로 하루에 한시간을 소비하는 사람은 무인 자동차로 인해 한달에 20시간이라는 자유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 20시간은 자동차라는 물리적인 공간내에서만 보낼 수 있다. 이 20시간 동안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다면? 독서나 영화 관람 등의 여가생활을 할 수 있다면? 집과 회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을 지배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잠재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하여 너도나도 무인 자동차에 뛰어드는 것이고, 우리 삶에 이미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현재 무인 자동차를 제일 잘 하는 회사는?

무인 자동차가 분명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제일 뛰어난 회사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구글이다. 이 분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도 있지만 무인자동차의 핵심 역량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인자동차 기술의 핵심은 입력받은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인데, 이런 능력은 IT 회사들이 수십 년 간 ‘밥 먹듯이’ 해왔던 일인 것이다. 더욱이 구글과 같이 빅데이터를 엄청난 속도로 속도로 처리하는 회사들은 복잡한 센서 데이터를 그 누구보다 더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에서 발표한 전기 무인 자동차. 네티즌들의 기발한 패러디.
구글에서 발표한 전기 무인 자동차. 네티즌들의 기발한 패러디.

무인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의 시너지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인 자동차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하지만 무인 자동차라는 ‘시스템’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만이 아닌 하드웨어와의 유기적인 융합이 필요하다. 자동차 하드웨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엔진, 트랜스미션 등 주 동력 시스템) 기술은 매우 복잡하여 아무리 소프트웨어를 잘한다고 한들 이쪽 기술에 역량이 부족하면 좋은 무인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 가속, 감속, 힘 배분 등 자동차의 승차감을 결정짓는 많은 요인들이 이런 하드웨어 기술에서 나오며, 또 정교한 파워트레인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해서 무인 주행 기술 외적인 소프트웨어를 복잡하게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하드웨어 기술력이 신규 업체들에게 커다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였는데, 만약 여기서 이 진입 장벽을 허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에 대한 해답이 바로 전기 자동차이다. 전기차는 배터리에서 바로 바퀴 축으로 동력을 보낼 수 있는 아주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어렸을 때 한번 쯤은 해본 RC 자동차 조립 과정을 생각해보라). 이렇게 되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가지고 있던 핵심 역량이 더 이상 경쟁력으로 작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전기 자동차의 패러다임에서는 배터리의 성능(한번 충전에 얼마나 갈 수 있나, 또 얼마나 빨리 충전할 수 있나)과 소프트웨어의 우월성으로 승부를 볼 수 있기에, 테슬라와 같은 신규 업체나, 구글, 애플과 같은 IT 회사들이 기술 혁신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무인 자동차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현재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은 센서에서 받는 정보를 사람의 직관력과 같은 수준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사람 얼굴이 그려진 커다란 포스터가 도로에 깔려있다면 무인 자동차는 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까?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냥 포스터 위를 지나갈 것이지만 컴퓨터는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쉽게 처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센서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 (예: 머신러닝,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런 문제들은 조만간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 자동차는 다양한 생사가 걸린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무인 자동차는 생사가 걸린 복잡한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기사 원문)

내 생각엔 무인 자동차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오히려 무인 자동차와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무인 자동차가 갑자기 도로에 나타난 사람을 피하기 위해 난간을 들이받도록 프로그램을 해야할까? 만약 그 차에 가족이 타고 있다면? 한 사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갑자기 도로에 나타났다면? 여러 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운전자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 ‘더 큰 공공의 이익’일까? 만약 그 한 사람이 내 딸이라면? 실제로 한 경제학자가 Mechanical Turk (크라우드소싱의 일종)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생사의 기로에 걸린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연구를 하였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 차를 난간에 치이는 경우를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운전자가 아닌 것을 전제로 했을 때만 그런 상황을 골랐다고 한다. 다양한 윤리적인 기준을 비교 분석하는 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달 교수의 강의 ‘Justice (정의)’가 떠오른다. 단, 강의에서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철학적인 측면에서 접근 하였다면 위의 예는 정말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실제적인 상황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윤리적인 사안들이 충분한 의논을 거쳐 사회적인 규범으로 형성되는데 까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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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영화 I, Robot에서 나온 윌 스미스의 무인 자동차를 봤을 때 ‘저런거 뭐 30년 후에나 나오려나?’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십여 년이 지난 2015년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무인 자동차가 점점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로이 아마라 미래학자의 말이 현재 무인 자동차 트렌드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We tend to overestimate the effect of a technology in the short run, and underestimate the effect in the long run’. 우리도 모르는 순간 우리는 이미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