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매니저 가이드

회사가 성장할수록 조직은 어쩔 수 없이 커지고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회사는 조직 구성 및 관리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이런 측면에서 엉성하고 정신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경험과 내공이 부족함에도 회사 성장의 물결에 휩쓸려 매니저가 되어 큰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경우.

실리콘밸리 인사 담당자들은 이런 상황을 ‘어른의 몸에 아이의 마음이 있는 조직’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는데, 예전 링크드인의 hyper-growth 시절 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링크드인으로 이직 후 몇 개월 뒤 내가 담당한 분야의 팀을 꾸리라고 상부에서 나에게 할당한 인력은 MBA batch recruiting 고작 한 명. 한 명의 팀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하냐고 투덜거렸는데, 완전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몇 달 후 또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그리고 일 년 후 옆 팀을 통합하여 나에게 그 팀이 통째로 넘어와 순식간에 부하 직원이 잔뜩 생기는 상황이 되었다.

표면상으로는 굉장히 멋진 ‘커리어 관리’ 스토리 같지만, 위의 MBA 졸업생을 팀원으로 채용한 것이 매니저로서 첫 걸음 이었기에 이런 갑작스러운 ‘scale-up’은 조직 관리 및 업무 스트레스 측면에서 너무나 힘든 일 년 이었다. 누가 체계적으로 가르쳐 준 적이 전혀 없는 ‘사람 문제’들이 갑자기 나의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잦은 판단 착오와 의사 소통의 실수로 인해 나도 힘들고 부하 직원들도 매우 힘들어 했다. 한 번은 업무 진행이 더딘 상황을 나무라며 좀 심한 말을 했더니 여직원이 눈물을 흘리며 나가 버린 적도 있다. (인사과에서 전화 올 것 같아 며칠 밤 잠을 못 잤다 ㅠㅠ).

이런 힘든 경험 후 좋은 매니저가 되고 싶어 멘토를 찾아 조언도 구해보고 회사에 커리어 코치도 요청하여 ‘조직 관리’에 대해 열심히 과외를 받았는데, 자랑 섞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매니저라는 평판을 쌓을 수 있었다. 이 때 나의 경험을 토대로 초짜 매니저들이 고려해야 할 것들을 글로 정리해 두었는데, 최근 친한 스타트업 대표님의 초청으로 회사 매니저들 대상으로 ‘Team Management / Team Leading’의 주제로 강연(… 이라고 쓰고 brown bag session)을 하게 되어 이 내용을 다시 갈무리하여 블로그에 공유.

조직 관리에 대한 다섯 가지 조언

1. 예전 업무를 그만하라 (Stop doing your old job)

대부분의 사람이 관리직에 입문하는 계기는 개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매우 잘한 것을 인정 받아 매니저로 승진 된 경우이다. 승진 후의 역할과 영역이 기존 직무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승진 전에 잘했던 ‘개인 업무’를 계속 열심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 매니저의 새로운 역할 중 하나는 팀원들이 승진 전 당신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일을 잘 할 수 있게 돕고 조언을 하는 일이다. 만약 당신이 승진 전 일을 그대로 하고 있다면 관리자로써의 역할을 이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팀원들에게도 성장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lose-lose 상황을 만들 뿐이다. (참고: 한기용님이 고위 관리직 승진과 관련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라고 말씀 하셨는데, 평사원에서 관리직으로 넘어갈 때도 적용되는 것이 많다고 생각된다.)

2. 적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 더 잦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 익숙해 져라

매니저가 되면 어느 정도 현업에서 멀어지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세세하고 구체적인 정보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에 어느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불안하거나 결정 장애가 올 때가 있다. 나는 컨설턴트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인지 어느 사안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세세한 정보도 주석을 달아야 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매니저가 된 이후 이런 정보가 없어 몰려오는 공황을 적응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정보가 불완전한 경우 세세한 사항까지 부하들을 ‘쪼아서’ 알아내려 하는 대신 주어진 정보를 잘 취합하고 핵심 내용을 파악하여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 부족한 정보는 이 큰 틀을 바탕으로 ‘follow-up’ 하는 형식으로 추후 보완할 수 있는 영역이 대부분이다. 이런 방식을 취하면 의사 결정의 부재로 프로젝트가 막히는 일을 줄일 수 있고, 관리자로서 더 큰 그림을 보는 훈련을 할 수 있다.

3. 매니저 = 심리 상담사

매니저가 되어 알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팀원들이 당신과 같은 스트레스 허용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관리자로써 이런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적절하게 조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고려하지 않고 ‘존버’ + ‘끝까지 달리자’ 정신으로 팀을 무리해서 이끌게 되면 단기 성과를 낼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건강한 팀을 유지할 수 없다. 개개인의 스트레스 및 기타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풀 수 있게 1:1 미팅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권한다. ‘심리 상담사’처럼 해결책을 주는 것 보다 잘 듣고 공감을 해 주는 것 만으로도 팀원들의 스트레스 레벨을 내려 업무 생산성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유대관계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4. 부하들의 공중 엄호를 담당하라

영어로 ‘air cover’ 라고 하는데, ‘보병’인 팀원의 앞 길을 ‘전투기’를 탄 매니저가 공중에서 보호하는 것이다. 다른 팀에서 내 팀원에 대해 태클이 들어오면 모든 잘못은 내 선에서 막고, 또 팀원이 험지에 나가 논란이 될 만한 안건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맞장구를 쳐주거나 난감한 질문을 대신 받아주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만약 안좋은 상황에서 ‘아~ 김 부장, 미안해. 우리 팀 막내가 잘 알지도 모르면서 마음대로 이렇게 했나봐. 내가 한 마디 할테니깐 걱정하지마’ 식의 대화를 한다면 당신은 그 팀의 매니저가 될 자격이 없다. (참고로 이런 상황에서 팀원들이 당신에게 가지는 충성과 신뢰는 1도 없을 것이다. 그들이 당신의 팀에 남아있는 것 자체가 신기.)

5. 팀원들을 고무시켜라

‘말을 물가로 데려올 수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 없다’ 라는 속담 같이, 아무리 실력 좋은 친구들을 팀원으로 영입해도 일에 대한 동기 부여가 없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반면 ‘외인구단’ 팀이라도 뜨거운 열정과 동기 부여가 있으면 상상 이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스포츠 및 비지니스 세계에서 많이 보았다. 이렇게 팀원 개개인의 업무에 대한 열정은 팀 전체의 분위기, 문화, 그리고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리자로써 팀원을 고무시키는 것은 매니저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이다. 하지만 뛰어난 웅변가가 아닌 이상 팀원들을 엄청나게 뽐뿌질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웅변 실력이 빵점인 나는 야심찬 목표를 책정 후 왜 이런 엄청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지 설명하는 것에 치중 하였고, 다니엘 핑크의 ‘Drive‘에서 언급된 개개인이 고무되는 요소 세 가지를 (자율성, 숙련도, 의미) 제공하는 것에 노력 하였다. 관리자의 스타일, 팀의 성격, 그리고 전반적인 기업 문화 및 배경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팀원들을 고무시키는 것에 대한 해법은 매니저 개개인이 찾아야 할 것이다.

매니저가 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개인 업무를 잘 하거나 짬밥이 쌓이면 왠만해서 가능) 훌륭한 매니저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훌륭한 매니저가 되어 더 좋은 조직을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고, 의미가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연습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