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ier said than done

요새 연말 모임이 잦다 보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가끔 대화가 서로 하는 일, 혹은 최근 이슈가 되는 일들이 회자되곤 하는데 이럴 때 마다 꼭 크게 훈수를 두시는 분들이 있다. ‘그건 이렇게 하면 되지’,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건 이러이러 한거야’, ‘에이~ 그건 바로 저렇게 풀면 되는거 가지고… [회사]는 그것도 못하나?’

제 3자가 보기엔 문제가 단순해 보이고 왜 그걸 풀지 못하는지 의아해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정말 간단한 해결책이 있는데 완전 깜빡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밖에서 보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매우 애매한 뉘앙스 및 복잡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술자리에서 가볍게 얘기하는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가 2017년의 큰 이슈 였는데 많은 사람들은 ‘딱 보면 가짜인지 아는데 그걸 왜 페이스북이랑 트위터에서 못 잡아내는거야?’라고 불평을 한다.

페이스북이랑 트위터에 다니는 똑똑한 수재들이 가짜 뉴스가 정말 ‘딱 보면 알 수 있는’ 것이었으면 왜 여태껏 해결을 못했겠는가. 근본적으로 가짜 뉴스는 ‘딱 보면 알 수 있지’ 못하거니와, 많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은 컨텐츠의 내용의 진위를 (가짜 뉴스, 댓글 조작 등) 평가 및 판별하는데 있어 크게 사용자 제보, 머신러닝, 그리고 실제 인력을 투입하는데, 이런 다양한 기법 및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도 다음과 같은 뉘앙스와 복잡함으로 문제 해결이 용이하지 못하다:

사용자 제보

혹자는 사용자들이 ‘신고하기’로 제보된 뉴스를 골라서 거르면 가짜 뉴스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가짜 뉴스에 현혹된 사람들은 그 뉴스를 믿기에 ‘신고하기’를 누르지 않는다. 되레, 그들은 ‘좋아요’ 혹은 ‘추천’을 마구 누를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이런 플랫폼들은 보통 추천 알고리즘으로 컨텐츠를 사용자에게 개인화 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설령 ‘딱 보면 가짜인지 아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그들에겐 이런 가짜 뉴스가 보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머신러닝 적용

머신러닝이 실리콘밸리에서 큰 유행처럼 번지고, 또 그 그대치에 걸맞는 결과들이 나오면서 (예: 알파고) 가짜 뉴스 파악에도 머신러닝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 (페이스북 예). 많은 사람들은 머신러닝이 가짜 뉴스를 포함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머신 러닝은 항상 precision 과 recall 이라는 제한이 존재한다 (참고: precision = 예측한 결과가 실제 맞는 경우, recall = 검출율; 모든 ‘true’ 중 맞게 예측한 정도). 99% precision이 있는 가짜뉴스 판별 시스템을 만든다고 해도 1%의 가짜 뉴스는 미꾸라지 처럼 빠져 나가고, 또 이런 높은 precision의 경우엔 recall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짜 뉴스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최대한 많은 가짜 뉴스를 걸러내기 위해 recall을 높이면 precision이 낮아지므로 가짜 뉴스가 아닌 무고한 뉴스들도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데 희생(?)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실제 인력 투입

어떻게 보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수 조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에서 올라오는 모든 뉴스들을 사람이 일일히 팩트체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전수조사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로 ‘딱 보면 아는’ 가짜 뉴스가 얼마나 될까? 또한 개개인의 조사자들이 가진 가치관과 지식의 차이 때문에 매우 일관적이고 공편하게 가짜뉴스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정말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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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표현 중에 ‘easier said than done’ 이라는 말이 있다. 간단히 말해 ‘말이 쉽지’ 라는 뜻. 실제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하면 모든게 쉽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한 때 어느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며 안좋은 경험이 있을 때 마다 ‘아 이런 회사가 이런것 기본적인 것도 못하네’ 라고 매섭게 비평을 할 때가 있었는데, 막상 ‘내부자’가 되어보니 정말 ‘easier said than done’임을 실감하며 나의 과거 모습이 부끄러워 진다.

위에 연말 모임의 분위기를 살짝 망치는 ‘훈수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많은 문제들이 ‘easier said than done’임을 인정하고, ‘정답’을 제시하는 것 보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접근 방식, 그리고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

2017 스타트업 근황 (State of Startups)

First Round Capital VC에서 2015년 부터 출간한 ‘스타트업 근황’ 설문 조사를 매년 추려서 블로그에 공유하고 있다. 올해는 성추행과 성차별, 그리고 이런 것들이 엮인 정치적인 이슈들이 실리콘밸리 및 미국 사회 전역을 크게 흔들어 놓아서 그런지 이번 설문 조사는 D&I (Diversity and Inclusion) 부분이 크게 강조되고, 이에 상대적으로 시장, 투자, 성장 등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다룬 것 같지 않아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든다. 매년 그렇듯이, 올해의 하이라이트 몇 개를 추려서 개인적인 의견과 함께 (파란색) 공유한다.

 

1. 절반이 넘는 창업자들은 성추행과 관련된 이슈를 겪거나 겪은 사람을 직접 알고 있으며 (여성은 78%, 남성은 48%), 여성은 ‘갑’의 위치에 (예: VC, LP) 더 많은 여성들이 포진해 있어야 이 문제가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반면 남성은 교육과 언론의 역할이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

2017년은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한 해 였다. 대놓고 육아휴직을 쓰려는 여사원에게 퇴사를 종용하거나 젊은 여직원에게 커피 심부름 등을 시키는 무식한 짓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갑’의 위치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추행은 실리콘밸리 여성들에게 큰 쇼크를 주었고, #MeToo (#나도피해자였다) 운동을 일으키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2. 창업자의 1/3은 ICO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

2017년 2Q+3Q에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들은 $2.3B의 금액을 투자 받았는데 그 중 90%는 ICO로 자금은 조달했다는! 이런 믿을 수 없는 통계는 그렇다 쳐도, 최근 펀드레이징 중에 있는 회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VC 투자 조건에 ICO를 안하거나, 할 때 VC들이 동일한 조건으로 우선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항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ICO가 ‘the real thing’임을 실감한다.

3. 성공하지 못할 가장 큰 이유는 ‘추가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하여’ (21.8%)

작년에도 같은 질문에 창업자들은 같은 이유를 들어서 각종 스타트업 애널리스트과 VC들에게 된서리를 맞은 적이 있다 (작년 #6 참고). 회사가 매출이 늘어나고, 인재가 계속 유입되고, 고객들이 제품을 사랑하면 투자를 못 받을 가능성이 적을텐데… 

4. 올해 처음으로 영업 담당 임원을 채용하는 것이 엔지니어링 임원 채용보다 더 어렵다는 답변 (25.8% vs. 엔지니어링 임원 24.4%)

B2B 스타트업에서 제품만큼 중요한 것은 영업팀의 능력이다. SaaS 기반의 B2B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이쪽 분야에 역량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기에 이들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 나의 추측.

5. 중간급 개발자들의 편균 연봉 = $101k ~ $150k (1억2천 ~ 1억8천만원)

작년과 거의 동일한 결과이다 (작년 #4 참고). 많은 스타트업의 경우 burn의 가장 큰 요소가 인력이기 때문에 $150k 이상을 넘게 연봉을 챙겨주기엔 무리가 있나보다.

6. 비트코인/블록체인은 이제 주류?

작년엔 창업자 70%들이 비트코인이 ‘overhyped’ (과열) 되어 있다고 생각한 반면 올해는 블록체인이 (올해는 비트코인 대신 블록체인으로 기술) 대략 50%만 과열되어 있다고 응답. 반면 VR/AR이 65%로 올해 가장 과열되어 있는 기술로 평가됨. 논란의 Magic Leap이 최근 개발자 툴을 공개했는데 과연 과열 및 허풍으로 그칠지 두고 볼 일.

7. 투자자들이 협상 테이블을 주도

작년엔 61%가 창업자들이 투자 협상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 반면 올해는 47%로 무려 14% 포인트가 빠짐. VC들도 겨울을 겪고 나서 더 날카로운 안목으로 옥석을 고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

 

보고서 원문: http://stateofstartups.firstround.com/2017

PS: 올해에는 FRC에서 연례 행사로 만드는 ‘크리스마스 뮤비’ 10주년. 이런 것도 10년 동안 꾸준히 만드는 것도 대다나다…

Discla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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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상 의역, 오역이 있을 수 있으며, First Round Capital의 의도와 다르게 번역 및 해석이 되었을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but not my intention to mis-interpret / mis-represent)

제품 관리의 예술 (The Art of Product Management)

https://pixabay.com/en/ethics-right-wrong-ethical-moral-2991600/

테크 회사의 제품 담당자 인터뷰를 준비하는 분들이 가끔 조언을 얻고자 지인을 통해 내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거의 모든 분들이 가장 두렵고 알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코딩 할 줄 알아야 되나요?’의 질문에 대한 답변. 이 질문을 조금 일반화 시키면 제품 담당자가 되기 위해 기술적인 역량이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코딩 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생각은 여기에) 일단 제품 담당자라고 하는 직군은 논리적 사고와 계량적인 방법론들을 이용하여 사용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정의하고 성공을 위해 팀을 이끌어 나가는 집단이라고 일반적으로 정의하곤 한다.

이에 제품 담당자가 갖추어야 할 계량적이고 기술적인 소양에 대해서 최근 십여년 간 많은 블로그와 서적을 통해 기술되었고, 이렇게 생성된 정보들이 제품 담당자들 사이에, 그리고 제품 담당자가 되고 싶어하는 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그로스해킹과 A/B 실험의계량적인방법론들, 기존의 소프트웨어 개발 주기의 폭포(waterfall) 모델에서 상황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애자일(agile) 기법의 정수로 알려진 스프린트(sprint) 모델 등, 간단한 구글 검색 혹은 아마존 서적 검색을 하면 자세한 정보를 누구나 알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이런 기법들을 집대성하여 제품 담당자 취업대비서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런 책들과 블로그를 읽다 보면 A/B 실험에 대한 직관력을 키워서 좋은 성과를 달성하고 스프린트 기법을 통해 제품을 빨리 출시하고 개선하는 법을 통달하면 훌륭한 제품 담당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 담당자의 커리어를 걷다보니 훌륭한 제품 담당자가 되기 위해서는 제품 관리의 예술적인 (= the art of product management) 부분이 위의 계량적인 방법론을 숙달하는 것 못지 않게, 혹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느낄 때가 많이 있다.

제품 관리의 예술적인 부분? 제품 관리의 예술적인 부분이란 계량화나 객관적인 비교가 어려운, 제품의 심미적인 그리고 가치관에 관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가? 어느 것이 더 가치있는 것인가? 어느 것이 더 옳은 것인가? 이런 것을 판단하기엔 계량적인 접근 방법이 어렵거나 맞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 특히 가치와 윤리에 관련된 제품 결정을 해야할 때는 더더욱.

예를 들어 어느 화상채팅 앱을 특정 사용자들이 섹스팅 앱으로 사용하고, 그들의 인앱 매출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면 그 해당 제품 관리자는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할까? 플랫폼 자체는 중립성을 가지고 있고 그 플랫폼을 이용하여 나쁜 행위를 한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더 나아가, 성인 사이의 동의하에(consent) 이루어진 일이라면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라고 까지 할 수 있다. 상황을 조금 더 엮어보자. 만약 해당 집단에서의 인앱 매출을 포기했을 때 회사를 운영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이 온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담당자로써 내 제품을 통해 그러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 내 양심에 ok 인가? 또 내 제품의 비전과 일치하는가? 비전과 일치하는 것이 의미가 있기라도 한 것인가?

또 다른 예로, 어느 커뮤니티 사이트 플랫폼에서 혐오 단체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 커뮤니티를 이용해 어느 특정 집단을 비하, 모욕, 공격을 한다면, 그 커뮤니티 사이트 제품 담당자는 어떠한 판단을 해야할까? 마찬가지로 플랫폼의 중립성이라는 논리는 이용하여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제제를 가할 것인가? 제제를 가하면 또 다른 형태의 억압이 아닌가? 어느 것이 옳은 결정인가?

위 두 예 모두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치관/윤리관과 제품 담당자의 성공 지표(매출, 사이트 접속/사용량 등)가 대립하고 있는 경우이다. 제품의 성공 지표들을 기준으로 A/B 실험을 진행한다면 섹스팅 앱과 혐오 단체 커뮤니티를 유지시켜야 하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너무 당연한 결정을 어렵게 포장 했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실제 상황들은 더 복잡하게 얽히고 뉘앙스가 가득하여 이런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이 여의치가 않을 때가 너무나 많다.

나 역시 제품 담당자로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들은 이런 가치관과 윤리가 엮인 제품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였는데, 이런 고난(?)을 극복하는데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은 마이클 샌달 교수의 ‘정의란무엇인가’ 강의를 다시 듣는 것이었다. 강의에서 공리주의에 대한 이야기나 나오는데 ‘greatest good for the greatest number’의 사고 방식이 현재 테크회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결정 저변에 깔려있는 가치라고 생각된다. A가 B 집단 보다 10% 결과가 좋으면 A 방식을 택하였을 때 피해가 보는 사람이 있더라도 전체로 봤을 때 A집단의 효용이 높기 때문에 A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는 그로스 해킹의 기본 접근 방식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진부하지만 너무 명쾌한 공리주의에 대한 반론 ‘그렇다면 콜로세움에서 사자의 먹이감이 된 몇 명의 그리스도 인의 죽음은 몇 만 명의 로마인들의 즐거움을 위해 정당화 할 수 있는가?’ 역시 위 두 예의 딜레마와 일맥상통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수업을 듣거나 책을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이런 윤리적/가치관적인 문제들에 대한 정답은 없다. 위 예에서 나온 고민들도 어떻게 결정을 내리던 옳은 결정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단, 어느 확고한 가치관과 논리를 기반으로 어느 제품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고, 동시에 그런 결정을 내림에 있어서 올 수 있는 한계점들에 대해 고민과 해결책들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제품 관리의 예술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깊은 생각을 하고 데이터가 답해 줄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신의 한 수’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제품 담당자들이 정말 고수인 것이다.

결론: Product management is as much of an art as it is a science.

공리주의의 아버지 제레미 벤담 형님과 함께 (실제유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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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연말 회사 파티

요즘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연말 파티로 한창이다. 좋은 파티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기사부터 내성적인 남성 엔지니어의 비율이 높은 테크 회사의 파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하여 선남선녀 고급 모델들을 고용하여 몰래 파티에 심어둔다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사). 2007년 부터 미국 회사에서 연말 파티가 있는 회사를 다녀서 이젠 멋지게 차려입고 파티에 가는 설레임 보다는 이젠 그냥 ‘아이들 없이 하루 노는 날’인 것이 더 감사한 상황이다. 지난 주말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회사 파티에 다녀왔는데, 더 이상 연말 파티에 대한 감성이 무뎌지기 전에 연말 회사 파티에 다니면서 좋게 느꼈던 것들을 간단히 정리.

1. 회사마다 가족 동반, 아니면 직원 only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직원 본인 외 +1을 대동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한다. +1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애인을 데려와 한다는 부담감 100배, 그리고 껄끄러운 상사와 동료들에게 애인을 공개하기 싫은 갈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 테크 회사에서는 친한 친구는 물론, 부모님도 데리고 오는 직원들, 아니면 당당하게 혼자 와서 즐겁게 놀다가는 직원들도 상당히 많다. 내가 누구를 데려오던 뭐라는 사람도, 눈치를 볼 이유도 없는 상황과 어느 +1을 데리고 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게 하는 inclusive한 환경은 너무 그뤠잇!

2. #1을 가능하게 하는 큰 이유중 하나는 파티가 개인플레이 및 삼삼오오로 모여서 즐길 수 있게 잘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캐리커쳐, 스티커 사진, 다양한 핑거 푸드, 카지노 게임, 댄스 플로어 등 혼자 혹은 소수의 모임일 때 재밌게 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파티 이벤트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다 (참고로 개인플레이가 매우 안좋은 연말 이벤트들: 단체 식사, OX/넌센스 퀴즈, 장기자랑, 부서별 대결 등). 또한 정해진 ‘식순’이 없어서 시간에 맞추어 어디를 단체로 참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공식적인 ‘사장님의 축사’도 당연히 없다. 가끔씩 직원들에게 등 떠밀려 하는 ‘사장님의 한마디’가 있더라도 직원들이 하던 일 다 내려놓고 열심히 경청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자유롭게, 물 흐르듯 노는 분위기 역시 그뤠잇.

3. 좀 예산이 있는 큰 테크회사들은 파티 장소로 박물관, 운동장, 전시관 등을 대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를 기회 삼아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너무 멀어서, 아니면 다른 핑계로 접어 두었던 문화생활을 벼락치기로 할 수 있다.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deYoung Museum, Levi’s 49ers stadium, SF Giants AT&T Park, San Francisco City Hall, Exploratorium 모두 회사 연말 파티 때 가본 곳 들인데 아름다운 미술 작품과 전시물을 관람도 하고, 린스컴과 범가너가 월드 시리즈 우승 스트라이크를 던졌던 마운드에도 올라가도 보고, 또 NFL 선수들이 뛰는 필드를 직접 밟아보며 눈과 마음을 호강하는 것은 슈퍼 그뤠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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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고객 관리법

소비자를 겨냥한 전자상거래 업체이든 B2B SaaS 회사이던, 자신들의 브랜드와 제품의 충성도 및 재구매율이 높은, 소위 ‘VIP 고객’을 만드는 것이 제품 및 마케팅 부서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회사마다 VIP 고객을 정의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크게 봤을 때 꾸준히 구매, 많이 구매, 비싼 것 구매의 세 가지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를 업계에선 RFM 이라고 한다 – recency, frequency, monetary value). 그런데 열심히 좋은 제품 만들고 마케팅 팀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VIP 고객이 만들어지면 마케팅은 ‘VIP 고객 관리’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VIP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VIP에 걸맞는 멋진 대접을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어느 백화점들은 VIP 고객을 위한 전용 주차장, 엘리베이터, 휴게실, 쇼핑 도우미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회사의 매출과 이익에 더 많이 기여를 하는 고객들을 특별 대접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맞지만, 이렇게 VIP 고객이라고 ‘퍼 주다’ 보면 진정 남는 것이 무엇일까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VIP 고객 관리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들이 있을까?

우선적으로 VIP 고객 관리의 목적을 분명하게 정의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VIP 고객 관리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회사의 브랜드와 제품의 충성도 및 재구매율을 높이고 유지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 목적을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VIP 고객 관리가 사은 대잔치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이런 함정에 빠지는 것을 종종 목격 하였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비싼 예물 시계 하나를 구입했다고 치자. 비싼 물건을 구입했다는 사실은 이 고객이 구매력이 있다는 표시가 될 수는 있어도 재구매율을 알아내는데 유용한 정보가 되지 못한다. 되레 이런 고객들은 (결혼을 한 번 한다는 가정하에) 재구매를 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더 이상의 특별 대우를 하여 비용을 증가시킬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실제로 십년 전 어느 전자상거래 회사의 고객 관리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했을 때 ‘A’급으로 분류되었던 고객군 중 상당 부분이 자동차나 비싼 시계를 하나 구입하고 절대 돌아오지 않는 고객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에 RF의 최소 조건을 두는 고객 재정의 전략을 통해 마케팅 예산을 더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었다.

VIP 고객을 목적에 맞게 정의했다면 이젠 고객을 ‘대접’하는데 드는 한계 비용(marginal cost)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고객들에겐 사치라고 여겨지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VIP 고객 유지 전략을 실행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한계 비용이 낮아야 하는 조건은 필수는 아니지만 계속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큰 추가 비용을 들이면 이익률에 문제가 나기 때문에 권장하는 사항이고, 고객들이 사치라고 여기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고객들이 ‘내 돈 내고는 못 하지만 남이 해 주면 너무 좋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행사들이 비지니스 좌석으로 승급시켜 준다던지, 호텔 체인들이 VIP 멤버들에게 일반실에서 스위트로 올려주는 경우가 다 이런 경우에 속한다. 보통 생(?) 돈 내고 몇 배 비싼 비지니스 좌석이나 스위트 객실을 예약하는 사람이 몇 명이 되겠는가? 항공사나 호텔 측면에서는 식비와 청소비가 조금만 더 들 뿐인데, 승급을 받은 고객들은 (나를 포함) 열심히 사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좋아하지 않나. 이렇게 ‘anybody’에서 ‘somebody’가 되는 기분을 맛 본 고객들은 계속 그 항공사와 호텔 체인을 이용하게 되고, VIP 고객 유지에 선순환 시스템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 제품처럼 한계 비용이 0에 가까운 경우는 굉장히 광범위하게 이 전략을 적용시킬 수 있다. 나의 경험를 예로 들자면, 예전 링크드인 프리미엄 서비스를 담당했을 때 고객 유지 전략의 일환으로 일부 회원들의 링크드인 프리미엄 등급을 한 단계씩 올려준 적이 있다. 고객이 느낀 승급의 가치는 $500이 넘었지만 (기존 등급과 업그레이드된 등급의 가격 차이) 회사 측면에서는 한 푼도 더 들지 않았다. 거기에 ‘enjoy this pricing as long as you don’t cancel your subscription (프리미엄 계정 해지를 안하시면 계속해서 이 우대 가격으로 더 좋은 프리미엄 계정을 사용하세요)’라는 단서마저 붙여 손실 혐오 (loss aversion) 효과까지 주어 기존 VIP 고객들을 더욱 더 오래 유지시킬 수 있었다. 최근 우버에서도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Uber Pass라는 초저가 정액제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계속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Uber Pass가 갱신 되지 않도록 설계하여 고객들의 서비스 재사용을 강력하게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고객 관리란 VIP에게 무조건 퍼주는 거이 아니라 (= 이것은 그냥 고객 접대) 회사의 서비스와 제품 역량을 레버리지 하여 고객의 사용자 경험과 회사의 사업 성과 모두 win-win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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