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tzscaling: 링크드인 창업자가 들려주는 성공의 비결

Reid Blitzscaling모교인 스탠퍼드에서 대단하고 재미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링크드인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이 알랜 블루, 그리고 존 릴리와 함께 학부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왜 이것이 대단한지는 일단 강사진에 대해 짧은 소개가 필요하다.

  • 리드 (Reid Hoffman):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세계 최고 VC중 하나인 그레이락 (Greylock Partners)의 임원. $46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세계 갑부 순위 341번.
  • 알랜 (Allen Blue):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현재도 링크드인에서 활발히 제품 개발을 하고 있는 ‘쉬지 않는 창업자’.
  • 존 (John Lilly): 파이어팍스 브라우저를 만드는 모질라의 前 CEO. 현재 리드와 함께 그레이락의 파트너 중 한명.

(참고: 모두 스탠퍼드 졸업생)

셋이 합쳐서 50억 달러가 (한국 돈으로 6조원!) 훨씬 넘는 갑부들이 스무살 나이의 학생들과 허름없이 강의실에서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한학기 동안 나누는 것이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서울대에서 김범수, 김정주, 그리고 이해진이 (존칭 생략)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이들이 가르치는 과목은 ‘Blitzscaling’. Blitz (기습 공격) 이라는 군사 용어와 scaling (회사를 성장시킴) 이라는 스타트업 용어를 합성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기습적으로 빠르게 스타트업을 키울 수 있는 비법을 가르치는 수업인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전설’들이 직접 가르치는 성공의 비법… 수강신청 대란은 당연하고, 졸업생이라 한들 청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리 만무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수업 동영상 및 수업 노트를 그레이락에서 일반인에게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어서 리드의 스탠퍼드 수업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수업 노트를 작성하여 제공하는 그레이락의 크리스 맥칸 (Chris McCann)의 동의를 얻어 그의 글 중 재미있는 부분을  짧게 요약 및 번역하여 리드의 수업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Class 1 Notes Summary

 1. 잘못된 속설: 실리콘밸리가 특별한 이유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가 특별한 이유는 활기찬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다고 본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친구들과  창고에서 창업을 하고, 그 아이디어를 높게 산 벤처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고, 그 돈으로 더 좋은 제품으로 고객들을 확보하여 성공한 벤처기업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실리콘밸리에 잘 정착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100% 맞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제는 세계 어디서나 팀을 꾸리고, 투자를 받고, 또 멋진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Unicorns by region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한 시대에도 정말 혁신적이고 세상을 바꾸는 회사들은  실리콘밸리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평가가 $100억이 넘는 (기업 가치가 $1 billion이 넘는 스타트업들을 ‘이 동네’에서는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스타트업 회사 중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제외하고 모두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들이다. 유니콘의 상위 10%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50%가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회사들이다. 과연 왜 그럴까?

2. 실리콘밸리가 특별한 진짜 이유

리드는 실리콘밸리가 특별한 진짜 이유는 ‘이 동네’에는 회사를 키우는 경험과 실질적인 지식이 ‘다른 동네’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blitzscaling의 요지이다. 보통 선주자 우위 (first mover’s advantage) 라고 하여 경쟁자 보다 먼저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리드의 주장은 시장에 먼저 들어왔건 나중에 들어왔건 상관없이 회사를 놀라운 속도로 키워서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실리콘밸리는 이것을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에 특별하다는 것이다.

Mozilla의 blitzscale 예제
Mozilla의 blitzscale 예제 (출처: Greylock YouTube video)

3. Blitzscale에서 고려해야하는 것들

인생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스타트업에도 ‘정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강의진들도 이 부분을 강조한다.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에서 성공했던 전략들이 다른 스타트업에서 통한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을 키우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공통적으로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Organizational Scale Chart
조직 스케일 단계 (출처: Greylock YouTube video)
a. 언제 blitzscale을 해야하나?

Blitzscale을 하는데 있어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적절하지 못한 시기에 blitzscale을 하게 되면 기업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과오를 범할 수 있다. (run out of money = dead startup)

b. 박학다식 vs. 전문지식

초반에는 박학다식한 소수의 집단이 회사를 꾸려나간다. 아무리 CEO라고 한들 초반에는 고객 관리, 장부 정리, 서버 운영까지 도맡아서 해야하지만, blitzscaling 단계로 접어들면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전문가들 위주로 사람을 영입해야한다.

c. 계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기업 문화 유지

회사가 커지면 관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커다란 회사에서 새로 생기는 문제 (예: 효율적인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d. 적응성 vs. 효율성

Blitzscaling의 핵심은 그 속도에 있다. 새로운 상황에 빨리 적응하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희생시킬 각오를 해야한다. 누구나 완벽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원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대로 갖추게 되면 이미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팔의 경우는 급성장 기간을 겪으면서 두 달 안에 고객상담원 200명을 급하게 채용하여 쏟아지는 고객 문의에 대응해야 했다. 결국 비효율적인 인사 운영으로 70%가 넘는 고객상담원들이 그만두게 되었지만 회사가 크는데 있어 문제가 되었던 급한 불을 끌 수 있었고, 현재는 아주 효율적이고 친절한 고객 관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 자본 운용 방법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둘 중 하나를 해야한다. 좋은 수익 모델이 있거나, 좋은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거나. 현재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안정적인 수익 모델과 시장 장악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 사이의 갈등이다. 예를 들어 우버는 최근에 무려 $5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는 소문이 있엇는데 투자자들은 시장을 장악하는데 필요한 투자라 생각하고 여전히 기업가치를 $5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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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첫 단추 잘 꿰기

링크드인의 첫단추 꿰기 (50만명) => Blitzscale 후 (1억명, 2011년)
링크드인의 첫단추 꿰기 (50만명) => Blitzscale 후 (1억명, 2011년) (출처: Greylock YouTube video)

스타트업 초창기에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하면 blitzscaling을 할 기회가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는 기업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품, 동료, 그리고 자본에 100% 집중하며 나아가야 된다. 풀어 설명하면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당신의 제품이 좋은가?

* 당신의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가족, 친구 제외)

* 인재를 채용할 수 있나?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영입할 것인가?

* 그 인재들을 보상하고 데리고 있을 만큼 자본력이 있는가?

스타트업은 하루하루가 생존 싸움이고 비상사태이다. 기업의 전략, 분석, 보고서, 사외 이사 등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위에 나열한 진짜 중요한 일들을 놓치게 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첫 단추를 뀀에 있어서는 ‘전략은 과감히(!) 개나 줘버려‘야 한다. 일단 살아남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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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재미있는 내용들도 많이 있었는데 위의 내용들이 내게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고, 실제 스타트업을 계획하거나 시작한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수업이나 비슷한 성격의 모임을 주변에서 접할 때 문득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리드, 알랜, 존과 같은 엄청난 사람들에게서 직접 듣는 살아있는 지식, 그리고 그것을 큰 꿈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더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 과연 이런 것들이 한국에서, 아니 세계 다른 어떤 곳에서도 가능할까? (개인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또 가능해야 한다고 희망함과 동시에 가슴 구석 어딘가에서 회의감이 느껴진다.) 리드 같은 사람들과의 접근성,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생기는 영감과 희망, 그리고 불타는 도전의식이 실리콘밸리를 blitzscale의 성지로 만들게 한 저력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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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추가 정보

PS – Thanks Chris for letting me reference and translate your write-up on Reid’s class

기분 좋은 제품의 법칙

11961997885_0767db6a4f_k모든 회사는 최고의 제품 (great product)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느 경우에는 비록 마음 뿐일지라도). 최고의 제품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그 중 공통되게 말할 수 있는 것을 꼽자면 ‘세계 최상급의 방식으로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문제점을 잘 해결해준다고 그 제품이 ‘기분 좋은’ (delightful)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 사용하기 쉽고, 설령 없어서는 절대 안되는 제품 일지라도 ‘기분 좋음’이 부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띄우는 ‘기분 좋음 (delight)’은 종종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릿츠칼튼 호텔에 체크인을 할 때 지난 투숙 정보를 보고 내가 선호하는 베개로 이미 세팅을 해주는 것 같은 것이 이 ‘기분 좋음’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구글의 제품들을 사용하면서 이러한 기분 좋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제품의 단순함과 유용함이 구글 제품들을 사용하게 된 계기였다면, 기분 좋은 경험들로 인해 제품에 대한 몰입도와 ‘감성적 충성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구글의 기분 좋은 경험은 다음과 같다:

  • 구글 검색: 멤버십 번호를 검색창에 바로 보여줌

Screen Shot 2015-09-17 at 2.41.06 PM

비행기 예약을 하면서 멤버십 번호를 찾으려 책상 서랍을 다 뒤지거나 예전 이메일을 한참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안을 빌미로 이메일에 멤버십 번호 마지막 네자리만 보여줄 때는 정말 최악이다. 하지만 이 구글의 기능으로 비행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서 이미 스크린 앞에 필요한 정보를 놓고 시작할 수 있다.

  • 쥐메일: 첨부파일을 까먹었을 때 알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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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파일 보내드립니다’라고 이메일을 쓰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첨부하지 않은 적이 얼마나 되는가? (나는 수도 없이 많다 ㅠㅠ). 그러면 다시 ‘전체 회신’을 해서 파일을 보내게 되고, 이러는 과정에서 좀 칠칠치 못해 보이게 되는데 이런 부끄러움을 이 기능 하나로 원천봉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개인 비서가 옆에서 잘 챙겨주는 기분이다.

  • 구글 지도: 예약이 되어 있는 곳들을 보여줌

Screen Shot 2015-09-17 at 9.36.05 PM

지도로 개인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도상에 내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는 것은 의외로 유용하다. 예를 들어, 하루에 다양한 곳에서 여러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경우 효과적인 이동 경로를 짤 수 있다. 만약 이런 정보가 지도에 없다면 달력이나 이메일에 있는 정보를 일일히 지도에 찍어 봐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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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최근 경험들을 일반화 시키면 다음과 같은 ‘기분 좋은 제품의 법칙‘ 을 세울 수 있다.

  •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견한다. (예: ‘어? 지도에 있는 이 날짜들은 뭐지?’)
  • 당장의 핵심 사용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더라도, 그 문제 해결 이후의 경험을 더 좋게 만든다. (예: ‘좋아! 내게 꼭 맞는 비행기표를 찾았다! 앗 이런… 근데 멤버십 번호가 뭐였더라?’)
  • ‘좋은 느낌’의 감정을 떠나서, 실제로 유용하다. (예: 이메일에 첨부파일을 같이 보냄으로서 업무상 실수를 줄임)

위의 법칙들을 이용하여 ‘기분 좋은’ 경험들을 제품에 적절히 배합하면 사용자들은 제품과 더 깊게 교감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최고의 제품을 더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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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포스트는 제 원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애플 신제품 발표: 잡스가 무덤에서 땅을 치고 분노를?!

지난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가 있었다.

  • 애플 워치 (에르메스) 및 watchOS2
  • 아이패드 프로 / 애플 연필 / 스마트 키보드, 아이패드 미니 4
  • 아이폰 6s / 6s+
  • 애플 티비

혹자들은 기대 이하의 실망스러운 제품 발표회였다면서 회의감을 표현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술적으로 또 한번 도약한 애플의 저력을 볼 수 있었던 발표회였다. 중간 중간에 ‘아 저건 진짜 잘 만들었다!’ 라고 혼자 탄성을 내며 발표회를 보다가, 문득 ‘어… 좀 이상한데? 진짜? 이거 스티브 잡스가 무덤에서 땅을 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2007년 겨울 아이폰으로 애플 제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아이폰의 직관적이고 단순한 사용자 경험이 아이폰의 커다란 스크린 보다 더 큰 매력이었는데,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통해 ‘왜 제품을 이렇게 만드는지’, 그리고 ‘왜 제품을 저렇게 안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러한 단순함과 직관적인 부분이 다소 사라진 듯한,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열정적으로 주장했던 제품에 대한 신념들을 정면 반박하는 제품들이 이번 애플 발표회에서 느낄 수 있었다

1. 대형 아이폰

source: http://images.gizmag.com/gallery_lrg/iphone-1-vs-iphone-6-vs-iphone-6-plus-8.jpg

이미 이미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진 소재이지만,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폰 6의 화면 크기는 4.7인치 (대각선 기준), 6+는 심지어 5.5인치이다. 이는 첫 아이폰의 3.5인치 화면 대비 ~2.3배가 넓어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2010년 기자들과의 대담에서 4인치 이상의 스마트폰들은 손으로 제대로 잡을 수도 없고 (‘you can’t get your hand around it’),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no one’s going to buy that’) 폄하를 했었는데, ‘완벽한 크기’라고 했던 3.5인치 제품은 불과 몇 년 만에 사라지고 현재 애플은 대형 전화기의 선봉자 역할을 하고 있다.

잡스가 말한 큰 전화기의 문제점 중 하나는 손가락이 화면 윗부분에 편하게 닿지 않는다는 것인데, 애플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더블탭’ 동작을 통해 화면을 아래로 ‘내려주는’ 경험을 개발하였다. ‘더블탭’을 화면에서 실행하면 줌이 되지만, 홈버튼에서 실행하면 화면이 내려간다. 이는 직관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일관성도 떨어지는 사용자 경험이다. 아이폰 6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대형 화면을 쌍수들고 환영하지만 이 특정한 사용자 경험은 ‘애플 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 아이패드 미니 4

역시 사이즈에 관련된 일화이다. 스티브 잡스는 삼성 갤럭시 탭 7인치가 출시되는 것에 대해 DOA (Dead on Arrival: 출시되자 마자 사장됨) 라고 독설을 서슴치 않았다. 그 주장의 근거로 1) 아이패드보다 현저하게 작은 화면으로는 풍부한 사용자 경험이 불가능하고 2) 사람들의 손가락을 ‘사포’로 갈아서 얇게 만들지 않는 한 아이패드 같은 정교한 터치를 구현할 수 없고 3) 가격 대비 성능 및 제공되는 앱들이 형편 없으며, 마지막으로 4) 크기가 애매해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전혀 매력이 없음을 들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8인치 모델인 ‘미니’를 출시하자마자 대박을 터트렸고, 심지어 네번째 모델까지 나왔다. 이는 새로운 아이폰이 나올때 마다 수요가 적은 구형 모델들을 없애는 것과는 다르게, 작은 사이즈의 태블릿 수요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손가락이 몇 년 사이에 얇아지지도 않았고,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더욱 늘었는데 늘어가는 작은 태블릿의 수요… 스티브 잡스가 무덤에서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고 있을지 살짝 궁금해진다.

3. 애플 연필 / 스마트 키보드

이번에 출시된 제품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이패드 프로. 커다란 화면, 엄청난 하드웨어 성능, 거기에 걸맞는 전문가용 앱들. 아 그런데 갑자기 키보드와 연필 (스타일러스)가 나온다. 역시 과거에 스티브 잡스는 스타일러스에 대한 혐오를 들어낸 바 있다.

“Handwriting is probably the slowest input method ever invented”
필기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느린 입력 방식일 것이다.

“If you need a stylus you’ve already failed”
만약 스타일러스가 필요하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한 것이다.

이랬던 애플이 스타일러스, 거기에 키보드까지 부착하다니!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랑 너무 유사한거 아닌가? 터치 스크린에 정교한 햅틱 반응을 넣어서 키보드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없었을까? 손가락의 굴곡과 손톱 등의 다른 느낌으로 스타일러스를 대체할 수 없었단 말인가? 아… 정말 스티브 잡스가 무덤에서 땅을 치면서 화를 낼 것 같다.

아이패드에 키보드가 생길 것을 2012년에 예측한 Joel Watson의 풍자 만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만약 잡스가 살아있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참 재미있는 질문이다. 스타일러스가 있었을까? 작은 아이패드를 만들었을까? 상상도 못할 제품들이 세상에 나왔을까? 잡스가 타계한지 4년이 되어가고, 팀쿡의 애플도 아직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계속 이런 질문들이 계속 던져지는 이유가 비져너리의 포스가 (비록 많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실리콘밸리에서 가시지 않은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One more thing…

애플 신제품 발표 초대장
애플 신제품 발표 초대장

애플 티비: 살짝 실망스럽다. 앱 스토어와 시리는 당연히 예상한 것인데, 딱 예상한 것만 나왔다. 새로운 터치 기반의 리모콘도 소개되었지만, 티비의 핵심은 컨텐츠다. 사용자 경험은 컨텐츠를 더 쉽게 접근하거나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공중파의 클라우드화, 특히 스포츠나 시사 (current events)에 관련된 구독 (subscription) 서비스를 기대하였는데 MLB만 달랑 하나 소개되어 많이 아쉬웠다. 시리 음성 조작 역시 당분간은 대중들의 어색함 속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하고 개인적으로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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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약간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애플에 대한 포스팅이지만 개인적으로 애플은 내가 써본 제품 중 가장 높은 품질과 아름다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 나올 멋진 제품들에 대해 큰 응원과 (나의 지갑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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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http://www.apple.com/
2] http://www.gizmag.com/iphone-1-vs-iphone-6-vs-iphone-6-plus/35856/
3] 사진: Ben Stanfield (creative commons: https://www.flickr.com/photos/acaben/541420967/)
4] http://www.huffingtonpost.com/entry/comic-predicted-apple-event_55f18065e4b093be51bdb95b

영어능력 vs. 소통능력

마이리틀 텔레비턴, 백종원/사진=마이리틀텔레비전
마이리틀 텔레비전, ‘소통왕’ 백종원/사진=마이리틀텔레비전

가끔 유학생들의 진로 상담을 해줄 때 흔히 듣는 말이 ‘저는 영어를 잘 못해서 컨설팅이나 미국 회사는 지원 못할 것 같아요’ 이다. 이런 경우에 상대가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못한다는 사실이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럴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도 영어 잘 못해요. 그리고 제 주변엔 영어 진짜 못하지만 회사에서 정말 잘 나가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의사소통을 정말 잘해요.’

나는 언어를 잘 하는 것과 의사소통을 잘 하는것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있다면 한국사람 모두가 정치인 못지 않은 언변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기본적인 언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다니엘 헤니처럼 멋지게 영어를 구하사는 것이 아닌, 백종원 처럼 효과적인 의사소통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상대방에게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 메시지를 전달
  • 상대방을 사로잡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미침
  •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을 높임

나 역시 의사소통의 달인은 아니지만, 십여년 전 손짓 발짓 섞어가며 컨설팅 회사 인터뷰를 보았을 때를 기점으로, 보고, 듣고, 실수한 경험들을 토대로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리해 보았다.

1. 의사소통을 하는 목적을 확실히 해라

실리콘밸리 임원들이 회의하는 법‘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왜 내가 어느 사람에게 이메일을 쓰는지, 대화를 하는지, 회의를 하는지에 대해 분명히 정하도록 한다. 업무와 관련된 의사소통에서는 크게 다음과 같이 네 가지의 목적으로 나눌 수 있다: Inspire (영감을 주다), Inform (정보를 전달하다), Inquire (정보를 요구하다), Decide (결정을 내리다). 각각의 목적들에 맞게 어조나 몸짓, 그리고 태도를 결정하고 조절하면 상대방도 이에 맞추어 반응할 것이다.

의사소통의 목적

2. 나의 입장을 정립하는 습관을 가져라

미국에서는 의제를 제시하거나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개개인의 의견을 무척 중시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관점 (point of view)을 정립하여 표현할 필요가 있다. 토론 문화가 발달된 곳에서는 처음 토론을 시작했을 때 제시된 의견들과 토론을 마칠 때 결정된 의견이 상이하게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정답문화’에 익숙한 많은 한국인들은 다른것 = 틀린것 이라고 생각하고 대세에 따르거나 혹은 조용히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엔 조금 불편하더라도 (= out of the comfort zone) 의견이 다르던, 설령 틀리던, 자신의 관점을 정립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논리들을 남들에게 설명한다면 상대방과 더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3. 메시지를 최대한 단순화 시켜라

내가 싫어하는 것 (pet peeve) 중 하나가 지나친 미사여구의 사용이다. 특히 업무와 관련해서는 단순한 어휘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것을 ‘caveman talk’ 라고도 하는데, 원시인들도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말하자는 뜻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프로젝트 진행 상태: 좋다 vs. 나쁘다
* 목표 대비 실적: 초과 달성 vs. 달성 vs. 미달
* 신사업 잠재력: 크다 vs. 작다

4. 무조건 두괄식이다. 무조건.

귀납법적 논리와 미괄식 산문으로 훈련받은 사람으로써 연역 논증을 바탕으로한 두괄식 표현은 익숙해지기 너무 어려웠다. 거두절미하고 나의 주장을 강하게 날리는 두괄식 표현은 심지어 좀 건방져 보이기까지 했다. (‘아니, 두서 없이 뭐라는 거야?’) 하지만 두괄식 표현은 직장에서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는데 핵심인 것 같다. 우선, 많은 사람들은 어느 안에 대한 최종 결론을 알고 싶어하지, 내가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 큰 관심이 없다. 행여 관심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구구절절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은 더더욱 없다. 또한, 두괄식 표현을 통해 논지의 핵심을 초반에 확고히 함으로써 용두사미식의 시시한 결론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이렇게 생각해. 그 이유는 바로 A, B, C 때문이지’ 같이 두괄식으로 대화나 발표를 진행한다면 첫 문장부터 상대방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5. 미리 이해 당사자들의 암묵적인 동의를 받아라

컨설팅을 하면서, 그리고 고위 간부회의에 참여를 하게 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다면 이해 당사자들과의 관계(stakeholder management)가 발표 내용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발표자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마술쇼처럼 ‘짜잔~’하고 멋지게 발표하고 관객들이 ‘우와~’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상상한다. 하지만 실상은 보기 좋게 ‘깨져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과의 관계 부재에서 일어난 일이다.

특히, 민감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의사소통을 하고자 한다면, 최종 의견을 제시하기 훨씬 전 의견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부터 이해 당사자들을 끌여들어 큰 방향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또 그들의 피드백들을 살펴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해 당사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과, 아무런 창의성 없이 그들의 원하는 대로 결과물을 제공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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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을 잘한다는 것은 수려한 언변과 완벽한 버터발음을 가진다는 것이 아니다. 깔끔한 논리와, 이해하기 쉬운 구조, 그리고 이해 당사자들과의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기는 결과물인 것이다. 영어 못한다고, 또 발음 안좋다고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의사소통을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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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을 정말 잘하는 사람들의 예:

* Simon Zhang (링크드인 데이터 분석 총괄): https://goo.gl/RdGULi
* 반기문 UN 사무총장: https://goo.gl/5v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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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포스팅에 나온 일부분은 링크드인에서 DDU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에게 가르쳐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