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과 IP 사이에서…

며칠 전 Dollar Shave Club이라는 면도기 전자상거래 회사가 유니레버에 10억달러에 매각되었다. 테크 기반의 회사가 아닌 생필품 전자상거래 유통 회사인 것이 눈에 띈다. 이 회사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지만, 정말 엄청난 ‘허슬’ (hustle: 파이팅)로 일구어낸 쾌거라고 생각된다. 그 어느 면을 봐도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사업으로, 그리고 투자처로 매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 제품의 차별성: 면도기에 얼마나 큰 차별을 둘 수 있을까? 3겹 날, 5겹 날 정도? 면도기는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 기술적 우위: 면도기에서 ‘기술’이란 면도날의 품질, 면도날 개수, 턱선에 잘 감기는 면도기 축 등이라 할 수 있는데, 질레트가 이 부분에서 최고.
  • 시장의 특성: 차별성이 낮은 생활용품 시장은 마진이 낮은 편이다 (영어로 우연찮게도 ‘razor-thin’이라고 표현). 대량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가 있을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비교해서 레버리지가 현저하게 낮다.
  • 소비자의 특성: 면도기와 생리대는 ‘첫 경험’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한다. 처음 면도를 했을 때 집었던 면도기가 평생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첫 경험’을 잡기 위해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내는 선두업체들 사이를 비집고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움.

실제로 이런 시장의 특성과 매력 떨어지는 사업 모델로 투자를 받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하는데, 과정이 어찌하였던 결국 멋있게 유니레버에게 ‘유니콘 사포’를 쓰고 시집을 갔다. 적당히 좋은 제품을 극도로 저렴한 가격 (대박 가성비)에 구독 형식으로 집으로 배달 해주는 (대박 편의성) 강점만 가지고 면도날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한 것이다. 웹사이트를 봐도 고객 유치 및 유지를 위해 고객 서비스 및 사용자 경험에 부단히 투자한 허슬이 느껴진다. (예: 100% 고객 만족 보장, 무료 업그레이드 및 다운그레이드, 유연한 배달 일정, 대부분 제품 무료 배송)

반면에 길에 나가면 너도나도 하고있는 포케몬고 현상이 있다. 개인적으로 게임 구성 및 완성도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요새 게임의 기본이라는 페이스북 로그인도 없고 (고로 ‘친구 초대하기’ 같은 기본 그로스 기능이 부재), 매우 불안정한 서버 (하루에 30% 이상은 로그인이 안됨), 마인크래프트보다 조금 나은 듯한 그래픽, 그리고 생각보다 자주 ‘뻑’나는 게임 상황들. 한마디로 허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피카츄 한마리 잡으려고 불을 키고 돌아다니는 내 자신을 보면 포케몬이라는 엄청난 IP(지적재산)의 힘을 느끼게 된다. 포케몬에 대해 모르는 나도 피카츄를 잡아야 될 것 같다고 느끼는 이유는 십수년에 걸쳐 쌓인 브랜드 인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포케몬이 아닌 새로운 캐릭터였다면 속초에 버스가 매진이 안되었을지도 모르고 게임의 낮은 질에 대한 더 많은 비평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포케몬이라는 IP가 이런 완성도 낮은 게임을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앱스토어 1위, 매출 1위, 사용시간 1위 등.)

출시 첫 주 최고 다운로드 기록을 갱신한 포케몬 고. Sensor Tower 분석에 의하면 출시 후 2주만에 3천만 다운로드, 3백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
출시 첫 주 최고 다운로드 기록을 갱신한 포케몬 고. Sensor Tower 분석에 의하면 출시 후 2주만에 3천만 다운로드, 3백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

허슬과 IP. 그 중 하나만 매우 뛰어나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위 뒤 사례로 볼 수 있는 기분 좋은 한주였다. 하지만 별거 아닌 IP를 대단한걸로 착각하고 허슬도 안하고 (예: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혹은 안되는거 너무나 뻔한데 (예: 너무 작은 시장의 O2O) 피벗을 안하고 죽도록 허슬만 외치는 것은 주의해야 할 것이다.

허슬 or IP… the choice is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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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Dollar Shave Club에 투자를 해서 대박이 난 Venrock 이라는 VC는 나와 다르게 직판하는 저렴한 면도날이 차별화된 제품의 핵심이었다고 주장한다. (David Pakman 미디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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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10년… 그리고 10가지 팁

2006년 6월 19일, 나는 Spansion이라는 반도체 회사의 인턴으로 실리콘밸리의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 회사를 필두로 SAP Labs에서 한 번 더 인턴 과정을 거친 후 엑센츄어, 그리고 현재 링크드인까지 실리콘밸리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실무에 대한 많이 배웠지만, 이런 전문지식의 습득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문화와 관습’이 더 기억이 남는다.

문화와 관습이라는 것은 몇 번 본다고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 생활을 10년 이상 한 지금도 미국의 회사 문화가 어색할 때가 있지만, 다행히 10년 전 보다는 좀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나의 지난 10년을 되돌아 보며, 2006년 여름 Spansion의 문을 열고 첫 직장을 맞이한 과거의 나에게 다음과 같은 ‘실리콘밸리 회사 생활 팁 top 10’을 알려주고 싶다:

1. 이메일

  • To와 cc를 구분하여 사용하자. To는 이메일 수취인, cc는 이메일 내용을 참고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만 포함할 것. cc가 있는 경우는 꼭 전체회신을 할 것. (지메일은 전체회신을 기본 옵션으로 설정해 놓을 수 있음.)
  • 이메일은 간결하고 목적이 분명하게 쓴다. Bullet point도 좋다 – 소설은 쓰지 말자. 안부는 짧게 묻는 것은 좋지만 너무 오버하지 말자. (‘Hope you had a great weekend!’ 정도)
  • 이메일을 받았으면 수신 확인차라도 답변을 하도록.  (Got it. Thanks!)

2. 회의

  • 30분이 기본. 정말 중요하면 60분. 60분이 넘어가면 회의을 아예 잡지 말자.
  • 회의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가급적이면 ‘발표’는 생략하고 논의로 바로 들어간다.
  • 회의에 꼭 필요한 사람들만 부르고, 눈치 보여도 회의 중에는 컴퓨터와 휴대저화 사용하지 말자고 건의할 것.

3. 대화

  • 이메일, 메신저 등을 잘 활용할 수 있어도 꼭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자. 사람과 대면할 때의 경험을 100% 재현시킬 수 있는 도구는 아직 없다.
  • 두괄식으로 대화를 풀어 나가자.  결론부터 말해야 혹시 중간에 중요한 일로 상사가 불려 나가더라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4. 업무 시간

  • 업무 시간을 정해놓지 말아라. 늦게 출근한다고 눈치 볼 사람 없고 사장님보다 늦게 있는다고 인정해주는 사람 한 명도 없다. 일한 시간 만큼 평가 받는 것이 아닌 일해서 나온 결과로 평가 받는다. 눈치 때문이 아닌,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회사에 늦게 남길…

5. 상부 보고

  • 결재 떨어지기 기다리다가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 너의 결정 능력을 믿기 때문에 회사에서 너를 뽑은 것이다. “Ask for forgiveness, not permission.”
  • 모든 결과에 대해서 투명하게 보고를 하도록. 안 좋은 결과라고 이상하게 포장하지 말고 좋은 결과를 오버해서 자랑하지 마라. 다들 똑똑해서 좋은 것, 안 좋은 것 말하지 않아도 기가 막히게 파악한다.

6. 노가리 까기

  • 실리콘밸리도 가끔씩 나가서 동료들이랑 ‘노가리 까는’ 것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단, 대화를 공유할 만한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점. 무한도전이랑 추신수 경기만 보지 말고 왕좌의 게임과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를 관람하여 대화거리를 만들어보자. (특히 짝수 년도인 지금!)
  • 아, 그리고 노가리 까면서 탄생한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지?

7. 복장

  • 멋드러진 양복은 제발 집에 두고 출근하자. (Spansion 첫 날 양복 입었음 😓). 심지어 구글의 복장 규정은 ‘you must wear something’ 이다.
  • 양복이 아쉬우면 비지니스 캐쥬얼이 정답이고, 편하게 청바지랑 남방 입는게 제일 무난하다.
  • 잘 모르겠으면 상사와 동료들의 스타일을 따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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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적극성

  • 일은 찾아서 하는 것이더라.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은 보통 자신들이 하기 싫어 떠넘기는 경우거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차별화 되지 못한 일이 대부분.
  • 적극적으로 질문 및 반박을 하는 훈련을 하자. 상사의 의견에 ‘적극 반대’해도 논리가 합당하면 ‘찍힘’이 아닌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다.

9. 술자리

  • 실리콘밸리 친구들도 술먹고 노는거 엄청 좋아한다! 이럴 때 한국인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자! 🍸🎉🏮🎤🍻
  • 술자리는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자 마련한 것이다. 아무리 급하고 중요해도 가급적이면 업무 이야기는 하지 말자.

10. 우선 순위 정하기

  • 일은 끝이 없다. 중요한 것, 의미 있는 것을 우선시 하고 나머지는 무시하자. (일 잘하는 법)
  • 업무 뿐만 아니라, 인생의 우선 순위도 꼭 생각하자. 내일 사장에게 보고하는 문서가 내 딸의 첫 걸음마 순간을 목격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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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http://goo.gl/Nnaf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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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해킹, 어디까지 해봤니? #6: Freemium

온라인 게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인터넷 기반 서비스(“consumer Internet products”)는 광고를 통한 수익 모델을 추구한다. 하지만 왠만한 웹 트래픽을 가지고 의미있는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성공적인 인터넷 업체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유료화 전략을 통해 사용자들로부터 직접 수익을 발생하는데, 이 때 자주 쓰는 전략이 바로 ‘Freemium’이다.

Freemium?

Freemium은 Free + Premium의 합성어로, 사용자들이 기본적인 기능을 무료로 사용하고 초과 사용이나 고급 기능들을 ‘업그레이드’의 형태로 금액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드랍박스에 가입하면 무료로 1기가바이트의 용량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 용량을 초과하면 유료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를 해야한다.

Why Freemium?

Freemium 모델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신규 고객 유치 및 유료화가 기존의 완전 유료화 전략보다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기존 premium 모델은 신규 사용자 모집과 동시에 그들의 지갑을 열어야만 했다. 이 제품에 어떤 기능들이 있고, 또 왜 이만큼의 금전적 가치가 있는지 한번에 해결했어야 했다. 반면 freemium 모델은 고객 유치 및 유료화를 나누어서 접근한다. 우선, 유료화 과정을 뒤로 미룸으로써 사용자들은 아무런 금전적 부담이 없이 서비스에 가입을 하고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회사는 이런 무료 회원들에게 기본적인 ‘맛보기’ 기능들을 제공하면서 무료 회원들을 ‘양육 (nurture)’ 시킨다. 그리고 충분히 ‘양육’된 사용자들을 선택적으로 골라 더 높은 효율로 유료화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freemium_funnel

사용자 입장에서도 freemium 모델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잘 알지도 못하는 제품 사용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위 ‘파워 유저’가 아니라면 무료 경험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뽑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을 동료들과 연락하며 지낼 수 있는 ‘전문직 인명록’으로만 사용한다면 굳이 ‘링크드인 프리미엄’ 계정으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이트를 잘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고려해야할 점

Freemium이 매력적이지만 모든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상황에 맞더라도 freemium의 틀을 잘 잡아야 신규 사용자 확보, 무료 사용자의 가치 창출, 그리고 유료 사업의 활성화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균형 잡힌 무료 사용자 경험

무료 제품의 경우 신규 사용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야 하는 동시에 너무 많은 가치를 제공해서는 안되는, 적절히 균형잡힌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한다.

에버노트의 경우 무료 사용자 경험이 너무 좋은 나머지 수익성의 문제를 겪었으며, 그 결과 최근 새로운 무료/유료 기준을 발표 하였다. 반면에 어떤 데이팅 앱의 경우는 무료 사용자 경험이 너무 안좋아서 ‘유령 회원’들만 잔뜩 생겨 골치를 썩이고 있다고 한다.

유료화의 기준

  • 어느 특정 행동이 특정 집단에 불균등하게 가치있는 경우: 링크드인에서 이름이 아닌 키워드로 검색하는 경우는 전체로 봤을 때 얼마 되지 않지만, 그렇게 검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리크루터들이다. 즉, 키워드 검색은 리쿠르터들이 일하는데 꼭 필요한 (=돈 내고 쓸 법한) 행위라는 뜻. 이에 키워드 검색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하게되면 사용자는 검색 결과 페이지가 아닌 업그레이드 페이지를 맞이하게 된다.
  • 사용량과 비례한 과금: 드랍박스에 1기가바이트 이상의 자료를 저장하게 되면 더 많은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를 해야한다.
  • 정말 ‘돈 낼 만한’ 가치가 있는 경우: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고퀄’의 정보 등은 유료화 시킨다. (예: Wall Street Journal)

벤치마크

다음과 같은 회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freemium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 링크드인: 검색 및 인메일 기능, 그리고 특정 집단(예: 영업 혹은 구직자)에 더 높은 효용이 있는 기능들을 유료화 시키고, 이런 경험들로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도록 범용적인 기능들을 무료로 제공한다.
  • 드랍박스/박스/에버노트: 무료 사용량을 초과하면 유료 계정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한다.
  • 판도라: 무료로 취향에 맞는 음악을 스트리밍할 수 있다. 정해진 스트리밍 시간이 넘으면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한다. (마치 애니팡 하트 채워지는 것 처럼.) 업그레이드를 하면 추가로 광고도 자동으로 차단된다.
  • 신문사: 뉴욕 타임즈처럼 정해진 갯수의 기사를 무료로 읽고 그 이후엔 업그레이드를 해야하거나, 월스트리트저널처럼 기사별로 무료/유료를 정해놓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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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제품을 개발하면서 가장 나중에 생각하는 것이 유료화 전략이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제대로 된 유료화 전략을 제때에 마련하지 못하면 회사의 운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무조건 광고, 무조건 100% 유료화의 등의 단편적인 수익 모델만 고집하지 말고, 이러한 freemium 모델을 통해 사용자의 가치와 회사의 수익성을 동시에 잡아보는 것도 좋은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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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https://goo.gl/dKRr1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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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인재 유치 전쟁

실리콘밸리가 혁신의 산실인 이유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인력들을 끌어드리기 때문이다. 멋진 기술 혁명을 갈망하는 인재들이 모여 더 놀라운 혁신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또 새로운 세대의 인재들을 유입 시키고… 정말 선순환의 끝장이다. 실리콘밸리 안에서도 기업들 간 서로 더 유능한 인재들을 유치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때로는 도를 넘는 스카웃 경쟁으로 CEO 끼리 싸우는 상황도 벌어진다. (가장 유명한 일화로 스티브 잡스가 인력 유출로 ‘빡쳐서’ 팜(Palm) CEO에게 항의 서한을 보낸 상황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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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인력을 빼가는 팜 CEO 에드 콜리간에게 보낸 항의 서한.

링크드인에 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인재 유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주 듣게 된다. 업계 사람들끼리 술자리에서 ‘노가리 까기’ 주제가 될 법한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회사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다음은 들었던 이야기 중 ‘only in Silicon Valley’스러운 일화들이다. (참고: 일화로 들은 이야기므로 100% 사실 관계는 보장할 수 없음. 😜)

링크드인: 천만원이 넘는 채용 보상금

미국 대부분의 회사는 직원들이 주변 인재들을 요직에 추천하고, 채용시 금전적 보상을 받는 직원 추천 채용 제도(employee referrals)가 있다. 만약 추천한 후보가 채용이 되면 직급에 따라 $3천달러 ~ $5천달러 정도의 ‘리퍼럴 보너스’를 지급한다. 링크드인은 몇 년 전, IPO를 하고 얼마 안되어 어느 특정 개발 직군이 너무 부족한 적이 있었다. 이에 회사에서 이 직군 개발자에 대한 리퍼럴 보너스를 $1만달러로 올리고 각 팀 당 누가 더 좋은 인력을 추천하는지 이벤트까지 열었다. 성공적인 추천 한번에 천만원이 넘는 돈을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니!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떤 엔지니어는 20명 넘게 성공적인 추천을 하여 연봉 못지 않은 포상금을 받았다는…😮

스트라이프 (Stripe): 팀 통째로 채용

Stripe는 결제 시스템 및 API를 제공하는 Y Combinator 출신 회사로 최근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BYOT (Bring Your Own Team) 제도를 도입하여 2-5명의 팀원 단체로 회사에 지원할 수 있고, 팀 단위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한다. (하지만 합격 수락은 개인별로 할 수 있다). 실력있는 인재를 한 명씩 뽑는 것이 아니라 ‘쌍끌이 그물’로 스타급 팀을 한번에 낚아오는 것이다.

페이스북: 1억 쏴주면 되겠니?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회사들은 많은 사람들이 입사하고 싶어하지만, 모험과 대박을 노리는 (…이라고 읽고 ‘스타트업 병’ 이라고 쓰는) 사회 초년생 개발자들에겐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대신 이런 대기업이 창고에 남아 도는건 엄청난 현금! 페이스북은 이런 ‘스타트업 기질을 가진’ 대졸 합격생들이 오퍼 레터에 사인을 하는 순간 그 주에 10만불 (1억+)을 사이닝 보너스로 넣어 준다고 한다. 💸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몇 억의 학자금 빚을 값아야 하는데, 이런 페이스북의 제안이 엄청나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우버: 네가 아는 가장 똑똑한 친구 세 명 이름 불러봐

내가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황당하고, 동시에 ‘아 역시 우버구나’ 라고 생각이 들게 만든 이야기다. 우버는 급속한 성장을 겪으면서 구글처럼 차분하게 2-3개월 공을 들여가면서 옥석 지원자들을 가릴 여유가 없었다. 오늘 개발자를 뽑지 못하면 내일 서버가 다운되고 경쟁사들에게 고객을 뺏길 위험이 있던 것이다. 이에 우버는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아는 가장 똑똑한 개발자 친구들 세 명의 이름과 연락처를 요청하였고, 이 목록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인터뷰도 없이 바로 오퍼 레터를 날렸다고 한다! 생각해보라… 뜬금없이 어느날 ‘앤드류님 안녕하세요, 친구 데이빗이 우버에 다니죠? 우버 괜찮은 회사인데… 우리 같이 해요. 워낙 평판이 좋으셔서 인터뷰는 생략하고요, 3주 안에 바로 시작하시는 조건에 급여는 얼마로 대우해 드립니다. 연락주세요!’ (아… 나도 정말 이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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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또 어떤 회사가 이보다 더 ‘독한’ 채용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올지 기대가 되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 ‘역시 실력이 최고다. 실력을 키워서 나도 한번 모셔짐 당해보자!’

 

 

이미지: https://goo.gl/TMnK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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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가격 전략

경영학부를 나왔거나 MBA 과정 중 마케팅 수업을 들었다면 product, promotion, placement, 그리고 pricing으로 이루어져있는 ‘4P’s of marketing’이라는 개념이 생각날 것이다.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 및 수행을 위해 고려해야 할 네 가지 요소들이다. 물론, 이 네 요소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야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기에 모든 요소들이 고루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가격(pricing)의 역할은 감히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제품의 가격 전략이 회사의 매출과 직결되며, 또 가격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많은 우여곡절 끝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였는데 잘못된 가격 정책으로 사업에 실패한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주변 스타트업들을 보면서, 그리고 창업자들과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자주 듣는 신제품 가격 정책은 다음과 같다:

OOTA (Out-of-thin-air; 그냥 마음대로 정함)

$9.99, $49.99 이런식으로 별 생각 없이 ‘익숙한 가격표’를 가져다가 붙인다. 가격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여유도 없으며, 단순히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자 ‘부담 없어 보이는’ 가격으로 최대한 사용자를 많이 확보하자는 의도이다. 저렴한 가격, 사용자 확보… 다 좋은데… 문제는 이렇게 생각없이 가격을 정했다가 영원히 흑자를 보지 못할지도… 😭

Cost-basis pricing (원가 기반의 가격 책정)

하드웨어 업체에서 가끔 보이는 가격 전략인데 원가에 마진을 얹혀 최종 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원가 $40불 + $10의 마진을 더하여 $50불이라는 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단위 경제도 맞아 떨어지고 나쁘지 않은 전략인 듯 하지만 스타트업이 적용하기에 용이하지 못한 부분이 여럿 있다. 예를 들어, 제품 주기 초반에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기에 높은 원가가 고객들의 ‘지불 의향’ (willingness-to-pay)을 넘어설 수 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제품인 경우에는 원가를 계산하는 방법이 하드웨어처럼 간단하지 않아 가격 책정하는데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질 수 있다.

Benchmark competition (경쟁사들 가격 참고)

가장 현실적이고 매우 괜찮은 방법이다. 선두 업체들이 제품군의 가격대를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제품과 기능 및 포지셔닝을 비교하여 프리미엄으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저가형으로 나갈 것인지 정하면 된다. 나 역시 회사에서 영업용 솔류션 제품을 출시했을 때 이쪽 분야 리더인 Salesforce의 가격을 벤치마킹을 많이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이런 벤치마킹 기법이 적절한 비교의 잣대가 되지 못한다. 제품의 기능이나 비교의 축이 현저하게 다른 경우엔 벤치마크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 글래스는 기존 안경 가격과 벤치마킹을 해야할까? 아니면 스마트폰? 태블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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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위와 같은 상황들… 나 역시 많이 경험하였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가격 전략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들을 적용해 보면서, 또 이쪽 분야의 전문가들과 업무를 같이 하면서 다음과 같은 계량적인 접근 방법에 이르게 되었다. 가격 전략에 대해서는 ‘정답’이 있을 수 없고, 나의 방법이 회사에서 교과서처럼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신제품의 가격 전략을 정립하고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기에 가격 전략으로 고민하는 스타트업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공유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사업 전략과 상통하는 가격 전략을 정립한다. 좋은 가격 전략(pricing strategy)은 더 상위에 있는 사업 전략(business strategy)을 지지할 수 있어야한다. 제품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장 점유율? 이윤 극대화? 매출 증가? 해당 목표에 따라 가격 전략과 포지셔닝을 다르게 해야한다.

  • 시장 점유율 극대화 (market penetration):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이런 경우 가치 대비 가격이 동등하거나 조금 더 낮아야 한다. 즉, 가격 때문에 고객들이 ‘태클’거는 일이 거의 없어야 한다.
  • 매출 극대화 (revenue maximization): 고객군 사이에 지불 의향이 동일하여 제품의 차별화가 필요 없는 경우 범용적인 제품으로 최대한의 고객에게 최대한의 가격으로 제품을 팔기 위해 노력한다.
  • 이윤 극대화 (profit skimming): 고객군 마다 제품을 차별화하여 최대한의 이익을 챙긴다. 예를 들어 BMW M3 모델로 최고 스펙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프리미엄을 받아내고 318i 모델로 ‘매스티지’ 제품을 원하는 대중들에게 프리미엄을 받아내어 세분화된 고객군마다 최대로 이윤을 남기는 전략이다.

가격 전략이 정립되었으면 소비자들의 ‘지불 의향’ (willingness-to-pay)을 고려하여 제품에 알맞는 가격을 정해야 한다. 가격에 대한 시장 조사를 할 때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Step 1: 소비자 니즈 파악

제품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기능들을 나열한 후 잠재 사용자들에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제품을 구성해보라고 한다. 이 기능은 넣고, 저 기능은 빼고…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계속해서 하다보면 대중적인 기능과 그렇지 않은 기능들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개발팀들의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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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당신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능들로 제품을 구성해 보세요.

Step 2: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 측정

이상적인 제품을 구성하였다면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당신이 구성한 이 제품에 대해, 다음의 질문에 알맞는 금액을 써주세요:

  • $____: 이 가격에 제품이 판매된다면 나는 반드시 구매할 것이다.
  • $____: 이 가격에 제품이 판매된다면 약간 고민이 되겠지만 구매를 고려해 보겠다.
  • $____: 이 가격에 제품이 판매된다면 너무 비싸서 절대로 구매를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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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취합하면 ‘적당한’ 수요곡선을 만들 수 있다. (위 질문들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으면 Van Westendorp’s Price Sensitivity Meter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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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3: 소비자의 각 기능에 대한 선호도 측정

MaxDiff라는 설문 기법을 이용하여 잠재 사용자들이 고른 기능들의 우선 순위를 매긴다. 이 우선 순위를 이용하여 각 기능별 가치를 계산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하여 최종 제품 구성 및 가격대를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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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MaxDiff 설문을 통하여 각 기능들을 선호도순으로 나열할 수 있다.

이렇게 도출된 가격이 맨 처음 정의한 사업 전략 및 가격 전략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맞추어 적당히 조절(calibrate)하여 최종 가격을 도출하면 끝!

그리고 그 선호도와 수요곡선을 이용하여 각 기능별로 가치를 매길 수 있다.
기능별 선호도와 수요곡선을 이용하여 각 기능별로 가치를 매길 수 있고, 이를 더하여 제품의 최종 가격을 도출할 수 있다.

약간 복잡해 보일수도 있는 과정이지만 가격에 대한 소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에, 조금 머리 아프더라도 꾹 참고 시도해 보길 권장한다. .

가격 전략은 양파처럼 까면 깔수록 끝이 없다. 복잡하려면 끝이 없고 단순하려면 그냥 생각 안 하면 된다. 어느 정도로 양파를 까던, 단번에 완벽한 가격을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두가 만족하는 가격을 정하면 이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고, 단위당 이익을 최대화 하려고 하면 충분한 고객을 모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계량적인 방법들을 통해 고객의 성향을 빨리 파악하고 가격 및 나머지 4p들을 잘 조율한다면 성공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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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https://goo.gl/XSE5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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