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 담당자의 업무 중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 및 수렴, 그리고 궁극적으론 어려운 결정을 이끌어 내야하는 것이다. 제품의 개발 속도가 더딜 때 기능과 완성도를 줄여서 출시할 것인가 아니면 제품 출시를 연기할 것인가? 플랫폼 제품에서 사용자 편의 및 안전을 추구하면 공급자의 경험이 안 좋아지고, 또 반대로 공급자 경험을 우대하니 사용자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은 제품 담당자에게 마법 같은 해결책을 기대한다.
이런 진퇴양난 상황을 타개해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 (= first principle thinking)을 제안한다.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믿음과 목적을 기반으로 주어진 사안을 접근하고 결정을 내리는 자세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창업자인 경우 ‘회사의 성장’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염두해 두고 이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십 체결을 하는 것, 제품 담당자의 경우 ‘사용자 가치 창출’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제품의 기능을 추가 (혹은 제거) 결정을 내리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반대되는 행동으로는 그냥 위에서 떨어진 권고를 추가 생각 없이 열심히 실행하는 것, 혹은 잘 짜여진 프로세스를 반문 없이 따르는 것 등이 있다.
아까 언급한 예제에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을 적용해 보자. 제품 담당자의 근본적인 믿음이 ‘사용자 가치 창출’ 이라면 제품 기능 축소와 제품 출시일 연기 사이에서 고민할 때 판단 기준은 ‘해당 결정을 했을 때 사용자의 가치 창출이 차이가 얼마인가?’의 단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생각 없이 ‘원래 정해진 날이 있기 때문에 그 날에는 무조건 출시해야 한다’, ‘스펙에 있는 것은 다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에 출시일을 연기 해야한다 ‘, 혹은 궁극적 목적과는 전혀 상관 없는 ‘조직 내부적으로 자존심 구긴다’ 등은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플랫폼 제품에서 흔히 겪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해 관계의 상충에서도 이런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만약 수요자 지향적인 제품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제 1원칙에 입각하여 수요자 가치 창출이 의사결정의 가장 큰 기준이고, 이에 따르는 공급자 경험의 타격은 고려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코스트코, 아마존 같은 회사를 보면 그들의 제1 원칙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현재 COVID-19 관련 논쟁만 봐도 그러하다. 바이러스로 인한 사상자를 최소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지만 (=제 1원칙),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제 1원칙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제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으로 커다란 의사 결정의 첫 방향을 잡은 후 추가적인 심사숙고 및 이해 관계의 조율이 있어야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제 1원칙 없이는 이 조차 불가능 하다. 이에 자신의 제품에 본인의 믿음과 목적을 분명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버릇을 들인다면, 어렵고 까다로운 상황에서도 현명하고 옳은 결정을 내리는 제품 담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사전적 의미의 first principle thinking은 더 이상 연역 혹은 가정을 담을 수 없는 원초적인 명제를 기반으로 한 생각인데, 현장(실리콘밸리)에서는 블로그 원문에 있는 ‘광의’로 많이 통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