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 Ahn http://www.andrewahn.co Ahntastic Adventures in Silicon Valley Sun, 13 Sep 2020 05:06:14 +0000 en hourly 1 https://wordpress.org/?v=6.0.7 https://i0.wp.com/www.andrewahn.co/wp-content/uploads/2016/09/cropped-AndrewAhnCo_v2.png?fit=32%2C32 Andrew Ahn http://www.andrewahn.co 32 32 95284054 실리콘밸리 피난민들을 위한 한국 맛집 리스트 http://www.andrewahn.co/silicon-valley/korea-foodie-list/ Sun, 13 Sep 2020 00:54:58 +0000 http://www.andrewahn.co/?p=3311 Read more 실리콘밸리 피난민들을 위한 한국 맛집 리스트]]> [경고: Andrewahn.co 블로그의 원래 취지 및 다루는 주제와는 전혀 다른, off topic 포스팅임]

실리콘밸리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몰아서 맞이하고 있다. 급증하는 코로나 확진자, 시위 중 무개념 소수들의 폭동 (looting), 폭염, 산불, 최악의 공기 (AQI: +250), 6개월이 넘게 계속되는 ‘shelter-in-place (재택 대피령)’ 등.

이런 빡센 상황을 피하여 한국으로 피난(?)을 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생겼는데, 나도 회사의 배려와 개인적인 여건이 되어 한국에서 행복한 피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3개월 정도를 지내며 마스크 열심히 쓰고 프로 먹방러의 사명감으로 맛집을 방문하였는데, 혹시나 맛집을 찾으시는 다른 피난민 분들도 참고하시라 여기에 공유.

들어가기에 앞서 당부의 말씀 몇 가지:

  • 순전히 개인 취향을 반영. 나에게 인생 맛집은 나에게만 인생 맛집일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
  • 당연히 더 맛있고 더 좋은 음식점들이 존재함. 더 좋고 훌륭한 맛집 리스트도 물론 (링크, ).
  • 코로나 시대에 불필요한 외출을 장려하는 것은 절대 아님.
  • 뒷광고는 커녕, 앞광고, 옆광고 PPL 전혀 없음. (사장님 연락좀 주세요 ㅠ)
  • 일부만 이 블로그에 기록. 더 긴 리스트는 여기 참고.
진미 평양냉면
  • 주소: 서울 강남구 학동로 305-3
  • 메모: 평냉 + 제육 (반 접시) + 만두 (반 접시) . 평양면옥 (논현동), 을지면옥 (입정동) 역시 매우 추천.
중앙해장
  • 주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86길 17
  • 메모: 최고급 한우로 만든 고급진 양지 내장탕, 곱창 전골. 일찍 품절될 위험이 있어 저녁 시간 붐비기 전 방문을 추천.
합천 삼가식육식당
월향
농민백암순대
  • 주소: 곳곳
  • 메모: 평소 먹던 분식집 순대와 매우 다른 고급진 순대와 진한 국물
진주회관
만족오향족발
해몽
네기규동
땀땀
  • 주소: 용산구 한남대로 91
  • 메모: 고메이494 한남 푸드코트. 베트남 쌀국수를 한국식으로 잘 융합한 k-pho.
큰기와집
새우의 진수
다로베
스시유리
  •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83길 36
  • 메모: 중고가의 스시 오마카세 (점심: 8만, 저녁: 13만). 방문 당시 (여름) 청어과 위주의 생선을 주로 사용 + 잘 다룸
슈만과클라라
  • 주소: 경주 곳곳
  • 메모: 인생 커피집. 테라로사를 뛰어 넘을지도…
육덕식당
대전 숯골원 냉면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
푸라닭
  • 메모: 배달 음식. 치킨계의 프라다. KFC (Korea Fried Chicken)의 클라스를 느낄 수 있음.
보너스: 에그드랍
  • 주소: 전국 곳곳
  • 메모: 드라마 슬의생에서 PPL된 식당. 자가격리 기간 중 브런치로 좋음.

.

마치며 다시 한번 당부의 말씀: 사회적 거리 두기, 그리고 마스크 착용 필수를 준수하며 맛집 탐방 즐기시길.

<추가>

해외에서 오래 거주하다 한국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인증 통곡의 벽’. 한국에서는 본인 명의의 한국 전화번호 및 신용카드가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 (한국은 대기업 스타트업 할 것 없이 글로벌 글로벌 하면서도 이렇게 기본적인 auth에 대한 개념이 잘못 성립되어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이건 나중에 블로그로 추가 설명). 이렇게 비내국인에 척박한 환경에서도 그나마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들이 있는데, 가뭄에 단비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한국인 패치가 완벽하게 된 상황을 대체할 수 없지만, 말 그대로 ‘버틸 수’ 있다.

  • 요기요: 본인 명의 확인 없이 회원 가입이 가능. 또한 ‘현장 카드 결제’ 옵션으로 배달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가격리 기간 동안 외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 우버: 카카오 택시는 한국 번호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듀얼심으로 한국 번호로 인증을 한 후에 미국 번호로 교체해도 사용이 불가능. 반면 우버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고 (서울) 비싸지만 (우버 블랙 수준; K9+ 차량들), 미국에서 사용하던 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 라임: 강남이 주요 활동 지역이라면 스쿠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할 때가 가끔 있다. 라임 역시 위의 우버처럼 (당연하게) 가입 절차 중 본인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용 전에 운전면허 인증을 해야 하는데 미국 면허증을 찍어 보내도 된다!
  • 네이버 지도: 티맵은 처음 사용시 한국 전화번호로 인증을 해야하는데 네이버 지도는 그러지 않아도 바로 네비게이션 사용이 가능.

Wishing everyone a 슬기로운 격리 + 안전한 피난 생활!

]]>
3311
잘못된 성과 지표의 위험 http://www.andrewahn.co/product/setting-wrong-metrics/ Sat, 20 Jun 2020 09:21:53 +0000 http://www.andrewahn.co/?p=3283 Read more 잘못된 성과 지표의 위험]]> 오랜만에 추억에 잠겨 백 만 년 만에 미스터 피자를 주문했는데 피자가 이상한 모양으로 배달이 왔다. 😭 물론 맛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이상한 모양의 피자를 보면서 예전에 들었던 성과 지표에 대한 일화가 갑자기 생각나서 공유.

예전에 어느 미국 피자 체인점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피자는 대표적인 배달 음식.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 피자집은 ’30분 안에 배달이 되지 않으면 무료!’ 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걸어 고객들의 관심을 끈다. 고객들은 이런 솔깃한 약속에 너도나도 이 피자집으로 주문을 넣기 시작하는데, 여기서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 주문이 예상보다 너무 많이 몰리면서 30분 안에 배달할 수 있는 ‘캐파 (capacity)’를 넘어선 것이다. 30분이 넘어가는 배달은 무료를 약속했으니 캐파 이상의 주문을 받으면 재료와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사장님은 피자 반죽을 미리 만들고 토핑도 최현석 쉐프의 소금 뿌리기 스타일로 대충 던진 후 오븐에 서둘러 때려 넣는다. 피자 제작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 다른 말로는 ‘효율성 재고’ 😅 ). 배달도 카트라이더급으로 달려 일분일초를 아끼려 노력한다. 아무리 피자가 대동소이 하다고 해도 피자가 엉망으로 흔들려 고객들에게 배달이 되고 맛도 떨어지니 고객들의 불만은 급증한다. 결국 피자가 엉망이라고 소문이 나고 얼마 안되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주작 느낌을 떨칠 수 없는 이야기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럴 듯 해 보이는 성과 지표가 어떻게 회사 전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위의 피자집 사장님의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느 성과 지표를 확정하기 전 그 지표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이 지표가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찾고 분석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또, ‘stress test’ (시범 운행)을 통해 실제 내가 의도한 결과가 나오는지 위의 피자집 처럼 의도치 않은 일들이 생기는지 확인, 그리고 고려해야 할 다른 지표를 (예: 품질) 필수 제약 조건으로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내가 저 피자집 사장이었다면 ’30분 배달’ 대신 어떠한 관련 성과 지표를 사용했을까? 피자집 운영과 배달에 있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 ‘배달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의 비율 (% of orders customers felt the delivery was late)’을 측정하고 어느 수준 밑으로 낮추고 유지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을 것이다. (예: 금요일 밤에 평균적으로 10%의 고객이 배달이 늦었다고 불만을 토로하면 이 지표를 낮추고 유지하는 것으로 목표 설정). 이러면 무조건 ’30분 배달’이라는 수단에 관련된 지표에 집착하지 않고, 왜 배달이 늦었고 어떤 경우에 고객 불만이 생기는지 조금 더 근본적으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더 효율적으로 강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Data-driven 한 것은 좋지만 깊은 성찰 없이 마구 던지는 계량적인 성과 지표는 정말 조심하자.

]]>
3283
의견의 무게 http://www.andrewahn.co/silicon-valley/opinion-suggestion-mandate/ Sun, 07 Jun 2020 06:40:17 +0000 http://www.andrewahn.co/?p=3262 Read more 의견의 무게]]> “부하 직원이 내가 제시한 의견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곧이곧대로 실행만 해요. 비록 제가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대충 던진 의견마저 그래요. 어떻게 하면 해당 사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독립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팀을 만들 수 있을까요?”

지난 ‘초짜 매니저 가이드‘ 강연 때 나왔던 질문 중 하나이다.

경영진은 직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step-up’ 하길 원하지만 직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윗사람의 의견을 정면 배치하는 제안을 했다가 나만 X 되는거 아니야?’, ‘상사가 이미 이렇게 말했는데, 시키는 것이나 잘 하지 왜 쓸데없이 잘난 척해서 시간 낭비 하냐고 꾸중 들으면 어떻하지?’ 등 이미 상부에서 제시한 의견의 무게에 눌려 ‘안전빵’으로 실행만 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직원들의 이러한 태도를 줄이기 위해선 ‘여러분이 노오오오력 하세요!’ 혹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해봐요!’ 라고 종용하는 것 보다 의견을 제시할 때 그 의도를 명백하게 (explicitly) 공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방법은 많이 있겠지만 나는 수 년 전 Jeff Weiner에게 배운 ‘세 종류의 피드백‘ 프레임웍을 사용한다. 실제 업무에 적용해 본 결과 결과 매우 효과적이어서 여기에 공유. (물론 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도 이 프레임웍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영향력이 있는 입장에서 남에게 의견을 제시할 때 다음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하여 의사소통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

첫 번 째 의견의 종류는 ‘한 사람의 사견 (one person’s opinion)’이다. 이는 상사나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나오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S전자 스마트폰 디자인 팀에서 일하는 철수는 평양냉면 맛집을 운영하시는 삼촌이 ‘철수야, 이번에 새로 나온 은하계 전화기 디자인은 어쩌구 저쩌구 하게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아’라고 의견을 주셨다고 해서 머리를 싸매고 당장 디자인 변경 계획을 꾀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한 사람의 사견’의 의도로 제시된 의견은 구체적인 행동이나 변경을 기대해서는 안되고, 직원 역시 이런 종류의 의견을 단지 높은 사람이 제안했다고 해서 ‘알아서 기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

두 번 째 의견의 종류는 ‘강한 권고 (strong suggestion)’이다. 이런 의견은 해당 사안에 대해 더 많은 경험, 내공, 그리고 전문성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전달하는 조언이다. 사장이라는 직위에서 주는 은하계 전화기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은 철수가 알지 못하는 사업 및 기타 고려 사항들에 대한 인사이트가 담겨 있을 수 있고, 디자인 총괄이 주는 의견은 핵심 사용자 경험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녹아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사장이나 총괄이라고 모든 의견이 ‘강한 권고’가 되는 것이 아니고, 권고할 만한 이유와 인사이트가 의견에 담겨 있어야만 한다. 이런 의견을 들은 직원은 그 권고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내 생각과 논리에 헛점이 있는지 혹은 더 깊게 고려해 봐야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심사숙고 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 의견의 종류는 (엄밀히 말하자면 의견이 아니지만😅) 구체적인 ‘명령 (mandate)’이다. 이런 의견은 의사결정권자의 입장에서 ‘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기겠는걸?’, 아니면 ‘이렇게 해야지만 우리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는데?’ 등의 ‘mission critical’한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직원들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명령에 기반하여 충실하게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런 결정을 내리는 사람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한테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위와 같이 의견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면, 반드시 자신의 의견이 어떤 종류인지 의문의 소지가 없도록 분명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것은 제 사견이니깐 참고만 하세요’, ‘제가 예전에 비슷한 상황을 여러번 겪었는데, 이런 경우엔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문제가 심각하니 책임자인 제가 결정을 내릴게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 의견의 무게를 남들에게 정확히 전할 수 있다.

제품 담당자, 사업 총괄, 팀장, 임원 등 영향력 및 권한이 많은 직군이나 직책에 있으면 그 사실만으로 그들이 던지는 의견의 무게도 묵직해 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여 제시하는 의견의 의도를 명확하게 하는 버릇을 들인다면 직원들의 독립적인 사고와 의사결정을 장려할 수 있다. 또한 동시에 상사의 의견을 잘못 해석하여 조직의 자원을 헛되이 사용하는 비효율성도 줄일 수 있기에 조금이나마 더 슬기로운 직장 생활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

]]>
3262
초짜 매니저 가이드 http://www.andrewahn.co/silicon-valley/first-time-manager-guide/ Sun, 24 May 2020 07:06:51 +0000 http://www.andrewahn.co/?p=3226 Read more 초짜 매니저 가이드]]> 회사가 성장할수록 조직은 어쩔 수 없이 커지고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회사는 조직 구성 및 관리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이런 측면에서 엉성하고 정신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경험과 내공이 부족함에도 회사 성장의 물결에 휩쓸려 매니저가 되어 큰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경우.

실리콘밸리 인사 담당자들은 이런 상황을 ‘어른의 몸에 아이의 마음이 있는 조직’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는데, 예전 링크드인의 hyper-growth 시절 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링크드인으로 이직 후 몇 개월 뒤 내가 담당한 분야의 팀을 꾸리라고 상부에서 나에게 할당한 인력은 MBA batch recruiting 고작 한 명. 한 명의 팀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하냐고 투덜거렸는데, 완전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몇 달 후 또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그리고 일 년 후 옆 팀을 통합하여 나에게 그 팀이 통째로 넘어와 순식간에 부하 직원이 잔뜩 생기는 상황이 되었다.

표면상으로는 굉장히 멋진 ‘커리어 관리’ 스토리 같지만, 위의 MBA 졸업생을 팀원으로 채용한 것이 매니저로서 첫 걸음 이었기에 이런 갑작스러운 ‘scale-up’은 조직 관리 및 업무 스트레스 측면에서 너무나 힘든 일 년 이었다. 누가 체계적으로 가르쳐 준 적이 전혀 없는 ‘사람 문제’들이 갑자기 나의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잦은 판단 착오와 의사 소통의 실수로 인해 나도 힘들고 부하 직원들도 매우 힘들어 했다. 한 번은 업무 진행이 더딘 상황을 나무라며 좀 심한 말을 했더니 여직원이 눈물을 흘리며 나가 버린 적도 있다. (인사과에서 전화 올 것 같아 며칠 밤 잠을 못 잤다 ㅠㅠ).

이런 힘든 경험 후 좋은 매니저가 되고 싶어 멘토를 찾아 조언도 구해보고 회사에 커리어 코치도 요청하여 ‘조직 관리’에 대해 열심히 과외를 받았는데, 자랑 섞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매니저라는 평판을 쌓을 수 있었다. 이 때 나의 경험을 토대로 초짜 매니저들이 고려해야 할 것들을 글로 정리해 두었는데, 최근 친한 스타트업 대표님의 초청으로 회사 매니저들 대상으로 ‘Team Management / Team Leading’의 주제로 강연(… 이라고 쓰고 brown bag session)을 하게 되어 이 내용을 다시 갈무리하여 블로그에 공유.

조직 관리에 대한 다섯 가지 조언

1. 예전 업무를 그만하라 (Stop doing your old job)

대부분의 사람이 관리직에 입문하는 계기는 개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매우 잘한 것을 인정 받아 매니저로 승진 된 경우이다. 승진 후의 역할과 영역이 기존 직무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승진 전에 잘했던 ‘개인 업무’를 계속 열심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 매니저의 새로운 역할 중 하나는 팀원들이 승진 전 당신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일을 잘 할 수 있게 돕고 조언을 하는 일이다. 만약 당신이 승진 전 일을 그대로 하고 있다면 관리자로써의 역할을 이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팀원들에게도 성장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lose-lose 상황을 만들 뿐이다. (참고: 한기용님이 고위 관리직 승진과 관련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라고 말씀 하셨는데, 평사원에서 관리직으로 넘어갈 때도 적용되는 것이 많다고 생각된다.)

2. 적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 더 잦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 익숙해 져라

매니저가 되면 어느 정도 현업에서 멀어지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세세하고 구체적인 정보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에 어느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불안하거나 결정 장애가 올 때가 있다. 나는 컨설턴트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인지 어느 사안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세세한 정보도 주석을 달아야 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매니저가 된 이후 이런 정보가 없어 몰려오는 공황을 적응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정보가 불완전한 경우 세세한 사항까지 부하들을 ‘쪼아서’ 알아내려 하는 대신 주어진 정보를 잘 취합하고 핵심 내용을 파악하여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 부족한 정보는 이 큰 틀을 바탕으로 ‘follow-up’ 하는 형식으로 추후 보완할 수 있는 영역이 대부분이다. 이런 방식을 취하면 의사 결정의 부재로 프로젝트가 막히는 일을 줄일 수 있고, 관리자로서 더 큰 그림을 보는 훈련을 할 수 있다.

3. 매니저 = 심리 상담사

매니저가 되어 알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팀원들이 당신과 같은 스트레스 허용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관리자로써 이런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적절하게 조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고려하지 않고 ‘존버’ + ‘끝까지 달리자’ 정신으로 팀을 무리해서 이끌게 되면 단기 성과를 낼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건강한 팀을 유지할 수 없다. 개개인의 스트레스 및 기타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풀 수 있게 1:1 미팅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권한다. ‘심리 상담사’처럼 해결책을 주는 것 보다 잘 듣고 공감을 해 주는 것 만으로도 팀원들의 스트레스 레벨을 내려 업무 생산성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유대관계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4. 부하들의 공중 엄호를 담당하라

영어로 ‘air cover’ 라고 하는데, ‘보병’인 팀원의 앞 길을 ‘전투기’를 탄 매니저가 공중에서 보호하는 것이다. 다른 팀에서 내 팀원에 대해 태클이 들어오면 모든 잘못은 내 선에서 막고, 또 팀원이 험지에 나가 논란이 될 만한 안건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맞장구를 쳐주거나 난감한 질문을 대신 받아주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만약 안좋은 상황에서 ‘아~ 김 부장, 미안해. 우리 팀 막내가 잘 알지도 모르면서 마음대로 이렇게 했나봐. 내가 한 마디 할테니깐 걱정하지마’ 식의 대화를 한다면 당신은 그 팀의 매니저가 될 자격이 없다. (참고로 이런 상황에서 팀원들이 당신에게 가지는 충성과 신뢰는 1도 없을 것이다. 그들이 당신의 팀에 남아있는 것 자체가 신기.)

5. 팀원들을 고무시켜라

‘말을 물가로 데려올 수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 없다’ 라는 속담 같이, 아무리 실력 좋은 친구들을 팀원으로 영입해도 일에 대한 동기 부여가 없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반면 ‘외인구단’ 팀이라도 뜨거운 열정과 동기 부여가 있으면 상상 이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스포츠 및 비지니스 세계에서 많이 보았다. 이렇게 팀원 개개인의 업무에 대한 열정은 팀 전체의 분위기, 문화, 그리고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리자로써 팀원을 고무시키는 것은 매니저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이다. 하지만 뛰어난 웅변가가 아닌 이상 팀원들을 엄청나게 뽐뿌질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웅변 실력이 빵점인 나는 야심찬 목표를 책정 후 왜 이런 엄청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지 설명하는 것에 치중 하였고, 다니엘 핑크의 ‘Drive‘에서 언급된 개개인이 고무되는 요소 세 가지를 (자율성, 숙련도, 의미) 제공하는 것에 노력 하였다. 관리자의 스타일, 팀의 성격, 그리고 전반적인 기업 문화 및 배경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팀원들을 고무시키는 것에 대한 해법은 매니저 개개인이 찾아야 할 것이다.

매니저가 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개인 업무를 잘 하거나 짬밥이 쌓이면 왠만해서 가능) 훌륭한 매니저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훌륭한 매니저가 되어 더 좋은 조직을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고, 의미가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연습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
3226
First principle thinking: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 http://www.andrewahn.co/product/first-principle-thinking/ Sat, 16 May 2020 23:20:02 +0000 http://www.andrewahn.co/?p=3208 Read more First principle thinking: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 제품 담당자의 업무 중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 및 수렴, 그리고 궁극적으론 어려운 결정을 이끌어 내야하는 것이다. 제품의 개발 속도가 더딜 때 기능과 완성도를 줄여서 출시할 것인가 아니면 제품 출시를 연기할 것인가? 플랫폼 제품에서 사용자 편의 및 안전을 추구하면 공급자의 경험이 안 좋아지고, 또 반대로 공급자 경험을 우대하니 사용자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은 제품 담당자에게 마법 같은 해결책을 기대한다.

이런 진퇴양난 상황을 타개해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 (= first principle thinking)을 제안한다.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믿음과 목적을 기반으로 주어진 사안을 접근하고 결정을 내리는 자세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창업자인 경우 ‘회사의 성장’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염두해 두고 이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십 체결을 하는 것, 제품 담당자의 경우 ‘사용자 가치 창출’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제품의 기능을 추가 (혹은 제거) 결정을 내리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반대되는 행동으로는 그냥 위에서 떨어진 권고를 추가 생각 없이 열심히 실행하는 것, 혹은 잘 짜여진 프로세스를 반문 없이 따르는 것 등이 있다.

아까 언급한 예제에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을 적용해 보자. 제품 담당자의 근본적인 믿음이 ‘사용자 가치 창출’ 이라면 제품 기능 축소와 제품 출시일 연기 사이에서 고민할 때 판단 기준은 ‘해당 결정을 했을 때 사용자의 가치 창출이 차이가 얼마인가?’의 단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생각 없이 ‘원래 정해진 날이 있기 때문에 그 날에는 무조건 출시해야 한다’, ‘스펙에 있는 것은 다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에 출시일을 연기 해야한다 ‘, 혹은 궁극적 목적과는 전혀 상관 없는 ‘조직 내부적으로 자존심 구긴다’ 등은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플랫폼 제품에서 흔히 겪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해 관계의 상충에서도 이런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만약 수요자 지향적인 제품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제 1원칙에 입각하여 수요자 가치 창출이 의사결정의 가장 큰 기준이고, 이에 따르는 공급자 경험의 타격은 고려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코스트코, 아마존 같은 회사를 보면 그들의 제1 원칙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현재 COVID-19 관련 논쟁만 봐도 그러하다. 바이러스로 인한 사상자를 최소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지만 (=제 1원칙),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제 1원칙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제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제 1원칙 기반의 사고방식으로 커다란 의사 결정의 첫 방향을 잡은 후 추가적인 심사숙고 및 이해 관계의 조율이 있어야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제 1원칙 없이는 이 조차 불가능 하다. 이에 자신의 제품에 본인의 믿음과 목적을 분명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버릇을 들인다면, 어렵고 까다로운 상황에서도 현명하고 옳은 결정을 내리는 제품 담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사전적 의미의 first principle thinking은 더 이상 연역 혹은 가정을 담을 수 없는 원초적인 명제를 기반으로 한 생각인데, 현장(실리콘밸리)에서는 블로그 원문에 있는 ‘광의’로 많이 통용되고 있다.

]]>
3208
진정한 전문가의 자세 http://www.andrewahn.co/silicon-valley/pros-practice/ Sun, 26 Apr 2020 08:08:47 +0000 http://www.andrewahn.co/?p=3197 Read more 진정한 전문가의 자세]]> 최근 ESPN에서 1997 – 1998 NBA 시즌의 전설이었던 시카고 불스를 다룬 ‘The Last Dance’ 라는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시작되었다. NBA 팬들은 알겠지만 이 시즌은 1995년에 마이클 조던이 은퇴를 번복하고 코트로 돌아온 이후 NBA 우승 3연패를 달성한 시카고 불스의 최고 전성기였던 시절. 나는 마이클 조던 광팬인데, 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도 ‘the whole another level (완전 차원이 다른 레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운동 선수였기 때문이다. ‘역시 MJ!’ 라고 감탄을 하고 있다가 문득 예전 회사의 최고 사업 책임자 부사장님이 조던과 관련된 일화를 빗대며 했던 말이 생각났다.

때는 1991년. 디켐베 무텀보라는 어마무시한 루키가 덴버 너겟의 돌풍을 이끌어 나가고 있을 당시 처음으로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미 35득점으로 덴버 너겟을 박살내고 있던 조던은 경기가 끝날 무렵 파울까지 유도하여 추가 득점 기회를 얻는다. 첫 자유투 득점을 지켜본 무텀보가 조던에게 말을 건다: ‘조던 (형), 눈 감고 넣을 수 있어?’. 조던은 미소를 지으며 ‘무텀보, 이 자유투는 너를 위한거야’ 라고 말하고 눈은 감은 채 자유투를 멋지게 성공시킨다. 조던은 홈사이드 코트로 뒷걸음치며 참교육 당한 루키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던진다: ‘웰컴 투 더 엔비에이’.

이 재미있는 일화를 빗대어 부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 아마와 프로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아마추어는 될 때 까지 연습합니다. 하지만 프로는 실패할 수 없을 때 까지 연습합니다.

“Amateurs practice until they make the shot. Pros practice until they can’t miss.”

실리콘밸리에서 내 나이 쯤 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전문가’ (= professional, expert)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모바일 전문가, ML 전문가, 시스템 전문가, 생산관리 전문가, 반도체 전문가 등. 나름 실리콘밸리라는 ‘테크 업계의 NBA’ 무대에서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데, 나는 딱 적당히 될 때 까지만 노력 했는지, 아니면 눈을 감고 슛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내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 했는지… 이불킥 급 반성과 동시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는 날이다.

# BeLikeMike

참고] 이미지 링크

]]>
3197
회사 PT 끝장내기 http://www.andrewahn.co/product/prepping-exec-presenation/ Sun, 12 Apr 2020 02:42:29 +0000 http://www.andrewahn.co/?p=3178 Read more 회사 PT 끝장내기]]> 회사에서 높으신 분들과 발표(executive presentation)가 잡힌 야심찬 당신은 눈에 불을 켜고 발표 자료(한국에서만 쓰는 전문 용어로는 ‘PT’)를 열심히 준비한다. ‘청중을 사로잡는 멋진 발표’ 하면 딱 떠오르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발표 키노트를 벤치마크, 며칠 밤을 새우며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고화질 그래픽으로 장표를 만든다. 심지어 ‘one more thing’ 슬라이드를 첨가하는 센스까지.

하지만 Aㅏ… 안타깝지만 이미 당신의 PT는 볼 필요도 없이 망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발표의 대상이 현격하게 다르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발표는 대중을 상대로 한 것이고 executive presentation은 회사 임직원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회의이다. 또한 이런 내부 회의는 의견을 주고 받고 이견을 조율하여 해당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자리이지, 한 사람이 혼자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제품을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신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다 😅. 임원들이 당신의 발표를 듣고 새로운 아이폰을 예약하듯이 줄을 서서 당신의 프로젝트 제안에 결재를 하리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신, 다음 세 가지를 신경 써서 임원 회의를 준비한다면 멋진 PT를 만들고, 성공적인 회의 결과를 끌어낼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1. Content

첫 째, 모든 발표가 그렇지만 특히 임원 발표의 핵심은 내용이다. 회의 목적을 정했다면 (참고: 실리콘밸리 임원들이 회의 하는 법)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준비한 내용을 깔끔한 논리와 데이터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이 빈 종이에 나의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 해줄 논리를 한 줄 씩 적는 것이다.

<executive summary 예제>

이런 핵심 개요를 ‘executive summary’라고 하는데, 이 개요가 깔끔하고 명확할수록 발표의 내용이 튼실하다 할 수 있다. 좋은 척도로 만약 누가 1분 만에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이거 한 장 읽어 보시면 됩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핵심 개요는 실제 장표 구성에 매우 중요한 뼈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는 PT 만드는 시간의 60 ~ 70%을 이 한 장의 핵심 개요를 쓰고, 다시 쓰고, 더 깔끔하게 보완하고 정돈하는데 할애한다.

2. Visual expression

발표할 내용이 잘 정리 되었다면 그 다음 작업은 내용들을 장표로 변환 시키는 것이다. 핵심 내용이 부실하면 그 어떠한 화려한 표현도 쓸모 없지만, 많은 공을 들여 좋은 내용을 준비 하였어도 표현력이 적절하지 않으면 그것 만큼 또 안타까운 것이 없다. 한마디로 내용 만큼 표현에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내 첫 직장 매니저가 슬라이드 구성에 대해 해 준 조언이 있는데 ‘Your headlines should be eye catching like the National Inquirer, and your charts should be clear as the Wall Street Journal’ (의역: 장표의 헤드라인은 ‘디스패치’ 만큼 눈에 띄고 도표는 월스트리트저널 만큼 깔끔해야 돼). ㅎㄷㄷ.

장표의 가장 첫 작업인 헤드라인은 핵심 개요를 잘 적었다면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핵심 개요에서 나열한 문장들을 각 장표의 헤드라인으로 쓰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핵심 개요가 장표의 실제 ‘뼈대’가 되는 것). 그 다음은 헤드라인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핵심 데이터 및 논리적인 근거를 알맞는 도표 및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한 표현 기법을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3차원 차트, 애니메이션, 그림자 넣기 등의 내용과 무관한 ‘효과’들은 제발 노노. 도표를 비롯한 장표의 다양한 표현 기법들은 핵심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 임원들에게 미술 작품이나 단편 애니메이션을 감상 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나는 주로 세 가지 도표 서식을 ‘최애’하여 사용하는데, line chart, bar chart, simple table 이 그것이다. 추세를 나타내는 자료는 선으로 (line chart) 대부분 표현할 수 있고 양을 나타내는 자료는 막대로 (bar graph)로 잘 표현이 된다. 실제 숫자나 짧은 문장으로 비교 혹은 대조를 할 때는 단순한 표로 간단 명료하게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시각화 할 수 있다. 간혹 원 그래프(pie chart)도 사용하는데 비교급 및 추세 등을 표현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지양하는 편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출간한 ‘정보 그래픽 가이드‘ 책에서는 원 그래프를 시댁 식구를 집에 초대하는 것 처럼 아주 뜸하게, 그리고 만약 사용하게 되면 아주 조심히 다루라고 조언한다. 😂

3. 연습

탄탄한 내용과 그를 뒷받침하는 적절한 도표와 자료로 멋진 PT가 완성 되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계속해서 발표 내용을 점검하고 연습하는 것이다. 발표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청중이 누군지를 아는 것 (know your audience)’. 임원 회의에 참석하는 대다수는 내가 발표하는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 및 맥락을 알지 못하고, 혹시 알고 있더라도 구체적인 내용까진 모르고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가정하고 어떻게 그들의 수준에 맞게 내용을 적절하게 ‘level-up’ 해서 설명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습해야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회의를 끌어 나갈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 담긴 PT라도 럭비공 처럼 튀는 임원들의 폭풍 질문 및 반박 논거에 대비를 해 두어야 장표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 (practice makes perfect)’라는 영어 표현이 여기에 매우 적절하다.

.

임원 회의 PT 들어가서 스티브 잡스 코스프레 하다가 회의실 갑분싸 만들지 말고 위의 세 가지를 통달하여 멋진 회의 함 가즈아.

Photo credit: Ben Stanfield, Flickr

]]>
3178
1:1 미팅 제대로 활용하기 http://www.andrewahn.co/silicon-valley/effective-1on1-meeting/ Mon, 30 Mar 2020 00:12:22 +0000 http://www.andrewahn.co/?p=3132 Read more 1:1 미팅 제대로 활용하기]]> 십여 년 전 컨설팅 업계에서 실리콘밸리 테크회사로 이직 했을 때 배운 업무 문화 중 하나는 팀원들 및 이해 관계자들과 1:1 미팅을 하는 것이었다. 1:1, 말 그대로 회사 동료들과 일 대 일로 만나 미팅을 하는 것이다. 당시 1:1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왜 부담스럽게 1:1을 해야 하는지, 만나서 어떠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누구랑 얼마나 자주 1:1을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요새는 1:1 미팅 준비에 핵심/임원 팀 미팅 준비 못지 않게 노력을 들이며 효과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1:1 미팅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적으로 대인 업무를 한 시간대로 몰아 넣어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사가 매일 같이 뜬금없는 시간에 내 책상으로 다가와 부탁한 업무 상황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의뢰한 안건을 들여다 봐야 한다. 이렇게 업무를 alt-tab 하는 경우를 ‘context switching’ 이라고 하는데,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제품 담당자 처럼 높은 집중도를 가지고 생각을 끌고 가야하는 업무를 가진 사람이 하루 종일 남들에게 이런 식으로 방해(?)를 받으면 생산성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1:1 미팅을 통해 협업하는 사람들과 정해진 시간에 경과를 보고하고 주요 사항들을 의논한다면 ‘context switching’에서 오는 생산성 저하를 막을 수 있다.

또한 1:1 미팅은 이해 관계자들 개개인을 대상으로 큰 미팅에서 하지 못할/한 이야기들을 더 깊게 의논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자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예민한 사안을 전체 회의에서 제안하기 전 1:1 미팅을 통해 이해 관계자들의 분위기를 미리 파악 하거나 사전 조율을 할 수 있다. 또한 전체 미팅 중 본인의 주장에 이견을 표출한 사람들을 따로 만나 이견을 좁혀 프로젝트의 난관들을 각개격파 할 수 있다.

1:1로 만나면 시간 낭비 하거나 눈치 보이는 방관자가 없기 때문에 해당 안건에 대해 더 깊고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때로는 더 인간적으로 이해 관계자들을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의외로 많은 업무를 1:1 미팅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참고: 여기서 밀실행정이라는 비판/오해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 결정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더 보장되는 전체 팀 미팅에서 진행해야 한다. 즉, 1:1 미팅은 더 효율적으로 개개인을 설득/이해하고 의/이견을 조율하는 것에서 끝내야 함.)

하지만 이런 장점이 많은 1:1 미팅이라고 해도 어느 누구랑 무엇을 의논할 것인지를 미리 준비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1:1 미팅만 잔뜩 잡다보면 큰 시간 낭비가 될 수 있기에, 다음 세 가지에 대하여 자신만의 기준들을 정립한 후 1:1 미팅을 접근하는 것이 좋다.

1. 누구랑 1:1 미팅을 할 것인가

누구랑 1:1 미팅을 잡을지 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1:1 미팅의 목적을 먼저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목적이 분명해지면 비교적 자연스럽게 대상을 정할 수 있다. (혹은 누구를 1:1 미팅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지 파악 할 수 있다). 다음은 나의 1:1 미팅의 목적 및 대상:

목적1:1 미팅 대상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세부 정보 파악 및 의견 조율 프로젝트에 속해있는 직군별 담당자들 및 핵심 이해 관계자(예: Engineering manager, operations manger)
조직 관리 및 팀원 개개인에 대한 피드백 직속 부하 
상부 보고  매니저, 그리고 매니저의 매니저 (skip level 이라고 함)
기타 (커리어 관리, 정보 취합, 새로운 관점이나 아이디어 도출,  친교 및 네트워킹) 멘토 동기/동료, 직속 보고 라인이 아니지만 관련선상에 있는 임원

2. 1:1 미팅에서 어떠한 내용을 다룰 것인가

1:1 미팅의 대상이 정해졌다면 그들과 대면해서 1:1 미팅의 목적에 부합한 안건들을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 때 안건을 미리 공유하고 구글닥 등의 협업 툴을 사용하여 논의 내용을 문서화 시켜 놓으면 ‘딱히 할 말이 없어서’ 1:1 미팅을 취소하거나, 1:1 미팅 중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직군별 담당자 및 이해 관계자

  •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한 가감없는 피드백: What is working? What is NOT working? Why?
  • 제품 로드맵과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 및 사전 조율
  • 드러난 이견에 대해 더 깊은 논의 및 해결 방안 모색

직속 부하

  • (내가 직접 담당하지 않는) 프로젝트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 및 문제점 파악. 특히 막혀 있거나 (=blocked) 문제가 생긴 부분에 대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
  • 업무 태도 및 성과에 대한 피드백, 그리고 커리어 궤적에 대해 90% 듣기 10% 조언의 비율로 의견 나누기

매니저

  • 주요 프로젝트 현황 정리 및 보고: 내 매니저가 그의 매니저에게 그대로 전달/자랑 할 수 있겠금 중요도 순으로 상황, 문제점, 주요 지표, 나/팀의 성과 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보고
  • “Managing Up”
    • 매니저에게 숙제 주기: 내 선에서 해결하지 못하거나 계속해서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
    • 보호막 요청: 의사 결정이 순탄치 않아 보이는 안건을 총대매고 제안할 때 강력하게 지지하고 쉴드를 쳐 달라고 요구 (영어로는 ‘air cover’라고 함)
  • 업무 성과 및 커리어에 대한 전반적인 피드백 및 조언 요청

멘토, 동기/동료, 직속 보고 라인이 아니지만 관련선상에 있는 임원

  •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상황에 대한 피드백 요청: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거나 비슷한 일을 이미 해결한 사람/사례를 들을 수 있음
  • 상대방이 고민하고 있거나 가장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프로젝트 파악: 회사 내에 돌아가는 프로젝트 및 큰 그림 파악, 새로운 기회의 발견 (협업,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 혹은 팀 이직 등)
  • 커리어에 대한 고민 및 조언 나누기

3. 얼마나 자주 만날 것인가

1:1 미팅은 한 사람 씩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확장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30명이 일하는 프로젝트의 제품 담당자가 30명 모두와 1:1 미팅을 가진다면 1:1 미팅의 장점을 실제 업무에 하나도 적용하지 못하고 일주일이 다 지나갈 것이다. 그래서 누구랑 만나고 그들과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을 정확히 해야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얼마나 자주 만날 것인지를 정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나는 보통 1:1 미팅 길이은 30분을 기본으로 하고, 업무의 속도 및 신속한 의사결정/합의의 중요도에 맞추어 1:1 미팅 주기를 조절한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직군별 담당자 및 이해 관계자

  • 기본적으로 1주에 한 번
  • 사안의 긴박함/중요도에 따라 더 늘리거나 2주일에 한번으로 페이스 조절 

직속 부하

  • 기본적으로 1~2주에 한 번
  • 너무 자주 만나면 micromanage 의 덫에 빠질 수 있고 너무 띄엄띄엄 만나면 제 때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없어 나중에 더 골치아픈 인사관리 문제가 생길 수 있음

매니저

  • 기본적으로 1주에 한 번. 상황봐서 격주로 ‘미팅 취소’의 방식으로 2주에 한 번으로 페이스 조절
  • Skip level인 경우는 잦으면 2주에 한 번. 보통 한 달, 혹은 한 분기에 한 번 정도 ‘체크인’ 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함
  • 매우 긴박하고 중요한 상황인 경우 매니저에게 ‘make time for me’ 라고 요구하고 많은 1:1 미팅 시간을 보내는 것은 필수. (매니저 시간 배려해 준다고 2주 후에 곳간 불 탔다고 보고하면 얻어 맞을 수 있음)

멘토, 동기/동료, 직속 보고 라인이 아니지만 관련선상에 있는 임원

  • 동기/동료: 3~4주에 한 번 (물론 일주일에 몇 번 커피 타임 등을 제외한 추가적으로…)
  • 멘토 및 임원: 분기에 한번, 혹은 일년에 두 세 번

.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재택 근무가 장기화 되면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번 상황을 기회 삼아 나도 위의 기준을 바탕으로 기존에 있던 1:1 미팅들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일주일에 불필요한 미팅을 수 시간 넘게 줄이고, 또 그만큼의 시간을 비움으로써 재택근무에서 나오는 비효율성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었다.

생각 없는 1:1 미팅은 옥상 올라가 담배 피며 노가리 까는 것 보다 더 큰 시간 낭비이지만 잘 이용하면 새로운 정보 취득, 주요 이해 관계자들 설득 및 의견 조율, 커리어 관리 등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유용한 업무 생산성 꿀팁이이다. 혹시 적지 않은 인원 수의 팀/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1:1 미팅 문화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위의 기준을 참고 삼아 한번 시도해 보길 권한다.

]]>
3132
회사에서 잘난 척 하기 http://www.andrewahn.co/silicon-valley/self-promotion/ Wed, 11 Mar 2020 05:49:14 +0000 http://www.andrewahn.co/?p=3119 Read more 회사에서 잘난 척 하기]]> 실리콘밸리 테크 회사에 다니면 (정말 작은 스타트업을 제외하곤) 일년에 한 두 번 여지없이 찾아오는 것이 있는데 바로 ‘직원 평가’ 기간이다. 워낙 날고 기는 친구들이 모여있는 동네라서 그런지 그들이 작성한 ‘본인 평가 (self assessment)’란을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업적들을 본인들이 주도 했다고 열거해 놓았다. 아예 대놓고 본인 자랑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들은 자기 홍보에 열중하여 개똥 만한 작은 일도 쇠똥 만한 업적으로 둔갑 시키는데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로 만든 쌀밥을 먹으며 겸손이 미덕이라고 평생 배운 한국인들에겐 이런 잘난 척을 하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여러 매니저들에게 본인의 업적을 남들에게 알리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하지 말고 당당하게 본인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는 피드백을 수 년간 들었었다. 그런 피드백을 받고 꽤 오랫동안 혼자 전전긍긍 했었는데, 몇 년 전 커리어 코치의 도움으로 조금씩 탈 겸손(?)을 할 수 있었다.

코칭 세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우리’ 대신 ‘나’라는 1인칭 대명사를 쓰라는 것. ‘우리 팀이 이런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가 아닌 ‘내가 이 프로젝트 일원으로 좋은 업적을 냈습니다’ 식으로 말이다. 한국인은 공동체 의식 및 집단 문화가 강해서 ‘우리’라고 말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있다. 우리 나라, 우리 회사, 우리 팀, 심지어 우리 와이프 (‘our wife’?! 응?!?!). 어색하더라도 ‘we’ 혹은 ‘our’ 대신 ‘I’ 라고 쓰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 동양권, 특히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지적이라고 한다. 회사에서 혼자 ‘하드캐리’하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지만 중점적으로 담당했던 부분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잘 정의해서 본인의 업적 및 역할을 부각시키면 ‘나’라는 1인칭 대명사를 쓰고도 자연스럽게 잘난 척을 할 수 있다. 물론 나의 역할에 대해 정확히 하여 의도치 않은 확대 해석 및 오해를 막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이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였다’와 ‘내가 이 프로젝트의 마케팅을 총 책임지는 사람이었다’는 비슷하지만 매우 다른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가.

또 기억나는 유용한 팁으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를 사용하여 본인 홍보를 하면 저항감이 덜 하다는 것 (예를 들어 ‘내가 이 프로젝트 성공에 가장 큰 기여를 하였음’ 이라고 쓰는 것 보다 ‘내가 이 프로젝트 제안서의 초안을 작성하고 제품의 필수 기능 8개 중 6개를 담당 하였다’), 그리고 역겹지 않게 보이기 위해 거울을 보며 자신의 자랑거리를 평가하고 수위를 조절하는 ‘jerk test’ (내가 듣기에도 재수 없으면 남들도 재수 없게 받아들인다는 것) 등이 있다.

‘자기 자랑’ 혹은 ‘잘난 척 하기’라고 하면 아무래도 약간 재수 없게 들리는 것이 사실인데, 본질은 본인의 업적을 객관적인 틀 안에서 최대한 잘 포지셔닝을 하는 일이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일구어 낸 멋진 성과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것 보다 적절한 잘난 척을 통해 나의 업적을 인정 받는 것이 백 배 낫다. 비록 잘난 척 하는 것이 DNA에 내재 되어있지 않은 우리 한국인이지만 얼굴에 철판 살짝 깔고 회사에서 잘난 척 좀 해야하지 않을까. 잘난 척 하는 기술… 좋던 싫던 실리콘밸리 테크 회사에서 필요한 중요한 커리어 관리 전략이다.

]]>
3119
‘Go to guy’: 회사에서 가장 인정 받는 인재 http://www.andrewahn.co/silicon-valley/go-to-guy/ Tue, 18 Feb 2020 00:00:12 +0000 http://www.andrewahn.co/?p=3094 Read more ‘Go to guy’: 회사에서 가장 인정 받는 인재]]> 가끔씩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적임자’가 없어서 진행이 안될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어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데 어느 한 특정 인물의 의견 혹은 승인이 없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어느 회사는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높으신 분’ 이지만, 적지 않은 실리콘밸리 테크 회사들은 직위의 높고 낮음과 관계 없이 해당 분야의 인정 받는 전문가가 그 역할을 맡는다. 이렇게 어느 문제나 사안이 있을 때 모두가 ‘구해줘요~’를 외치며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go to guy’라고 부른다. (한국어로 가장 비슷한 느낌이 나는 번역으로는 ‘해결사’ 정도가 되겠다.) 

나는 누가 나에게 커리어 조언을 구할 때 이런 ‘go to guy’가 되라고 권한다. 그 이유는 본인의 직위와 관계 없이 조직 내의 영향력, 평판, 그리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는 것을 측정할 수 있는 좋은 지표이기 때문이다. 얕은 넓은 지식 보다 적당하게 넓게 알고 몇 분야를 정말 깊게 잘 아는 전문가가 대접받는 시대가 왔기에, 이런 ‘go to guy’가 됨은 좋은 궤적의 커리어를 그리고 있음을 나타낸다. 

‘Go to guy’가 되기 위해선 당연히 깊은 전문성과 관련 업무 능력이 출중해야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회사 조직이 그를 전적으로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도록 신뢰감을 발산해야 하고, 또 한 두 번이 아닌 지속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여럿 이겠지만 십 수 년 간 실리콘밸리의 여러 회사에서 ‘go to guy’로 인정받는 분들을 만나보며 느낀 공통된 두 가지가 있었는데 긍정적인 자신감, 그리고 유연한 사고의 틀이다.

우선 ‘go to guy’는 긍정적인 자신감이 남다르다 (= exude positive confidence). 긍정적인 자신감은 문제의 해결 유무를 떠나서 해당 문제를 접근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해결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접근하는 태도이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리닉이 자주 하던 말이 이런 ‘긍정적인 자신감’에 대해 잘 설명해 준다:

‘나는 (우버 처럼)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 좋다. 해결을 하던 안 하던, 어려운 문제들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문제가 싫다는 창업자는 마치 수학과 교수가 어려운 수학 문제가 싫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 트래비스 칼리닉 (우버 창업자)

이러한 긍정적인 태도는 문제를 의뢰하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는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문제 해결보다 문제 회피에 급급하다. 이런 사람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또, 실력이 조금 있다고 남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해주는 거만한 태도 역시 ‘go to guy’에서 찾아볼 수 없다.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에게 ‘go’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 

긍정적인 자신감과 더불어 ‘go to guy’는 기존 체계에 안주하지 않고 유연한 사고의 틀을 가지고 문제를 접근한다. ‘Go to guy’, 즉 ‘해결사’는 말 그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지 기존의 해법 공식에 현재의 문제를 단순 대입하여 답을 짜 맞추는 사람이 아니다. 기존의 틀이 현재 상황에 맞지 않으면 새로운 틀을 짜고 다르게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의 관습이나 대세에 역행하더라도 (심지어 때로는 ‘선을 넘더라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독특한 방법과 새로운 관점으로 실마리를 풀어낸다. 

십 수 년 전 꼬맹이 컨설턴트 시절 내 업무 중 하나는 고객이 처한 문제를 다른 회사에서 어떻게 접근했는지 벤치마킹 사례를 찾아 고객사에게 자문을 해주는 것이었다. 고객사들이 가진 아이디어가 내가 찾은 벤치마킹 사례에 있는 경우 ‘다른 회사에서 이미 적용 했는데 성공했어요’, 아니면 ‘다른 곳에서 이것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는데 실패했으니 저희도 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식으로 의견을 내곤 했다. 이런 의견을 들은 고객 측 ‘go to guy’는 ‘다른 회사들은 안 되었지만 지금은 저희 측 상황이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될 것 같아요’, ‘남들은 모두 다 같은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우리측이 직접 검증한 데이터와 논리로 봤을 때 이렇게 새롭게 접근하면 될 것 같아요’ 등의 더 깊은 사고와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틀에 갇힌 나의 빈약한 논리를 보기 좋게 깨뜨리고 문제를 멋지게 해결하곤 했다. 

글 초반에 언급했듯이 어느 조직에서 ‘go to guy’가 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다. 조직의 핵심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전문성 및 문제 해결 능력을 인정 받았다는 것이고,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본인의 의견과 실력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 같이 성과주의가 자리잡은 문화에서는 성과가 계속해서 쌓이면 그것이 개인의 평판이 되고, 좋은 평판은 커리어 성장의 큰 디딤돌이 된다. 열심히 성과를 내어 드디어 한 분야의 ‘go to guy’라는 평판이 생겼다면 본인이 원하는 전략과 비전을 더 권위있게 주장할 수 있어 커리어 성장의 선순환 도구로 사용할 수 있고, 전문성이 달리는 다른 분야로 이직/이동을 꾀할 때는 문제를 멋지게 해결하는 ‘해결사’의 포지셔닝으로 본인을 어필할 수 있다.

깊은 전문성, 관련 업무 능력, 긍정적인 자신감, 그리고 유연한 사고 방식을 통한 지속적인 문제 해결… 이런 실력들을 겸비하여 본인이 담당한 분야의 ‘go to guy’가 되어보자.

]]>
3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