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totyping: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Product-Market Fit 찾기

이미지: https://goo.gl/3uEW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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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한국을 방문하여 Product-Market Fit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질문을 여러번 받았다.

“하드웨어는 PMF 측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PMF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장, 사용자, 그리고 시장에 대해 직관을 계속적으로 기르면서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A/B testing을 통해 다양한 가설들을 검증하고, 이를 통해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이 인터넷 기반 제품들이 PMF를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통상적인 방법인데, 이러한 기법들은 하드웨어 제품에 적용시키기 매우 어렵다. 일단 제품을 출시하면 외관 및 핵심 기능들을 A/B 테스트를 할 수 없을 뿐더러 양산이라는 하드웨어의 특성상 소량 생산으로 여러 버전을 만들기에도 금전적, 인력, 설비 측면에서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하드웨어 전문가가 아니기에, 청중의 질문에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은 ‘제품 개발 단계에 고객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고 이야기 하세요’, 혹은 ‘고품질의 비디오를 먼저 제작하시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등에서 선주문을 받아 수요과 반응을 가늠해 보세요’ 였다. 그러다가 최근 전 구글 개발군 임원이었던 Alberto Savoia라는 사람이 명명한 pretotype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는데, 하드웨어 신제품의 PMF를 찾는데 정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rototype는 제품을 양산하기 전 시제품을 만들어 보는 것으로, 기술을 최초로 제품화 시키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Pretotype는 이런 prototype를 하기 전, 아이디어 자체가 시장성이 있는 것인지를 ‘가짜 제품’을 이용하여 판별해 볼 수 있는 기법이다. 즉 ‘어느 것’을 제대로된 제품으로 만들기 전에, ‘어느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Pretotyping is an approach to help you make sure you build the right ‘it’, before you built it ‘right’.

-Alberto Savoia

PMF 블로그 포스팅에서 알아 봤듯이 아무리 좋은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라도 시장성이 없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피벗이나 제품의 지속적인 변형이 어려운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이 ‘어느 것’을 잘못 골랐을 경우 두번 째의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위기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 많은 하드웨어 회사들이 pretotyping 기법을 사용해 왔다고 Savoia는 소개한다. (심지어 수십 년 전 부터!)

예를 들어, 수십 년 전 IBM은 음성-텍스트 변환기를 만들고 싶었지만 하드웨어 성능의 부침으로 시제품조차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음과 같은 영리한 pretotyping 기법으로 음성-텍스트 변환기에 대한 제품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테스트 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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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goo.gl/IgjruS

IBM 연구개발팀은 방에 키보드가 없는 컴퓨터와 마이크를 설치하고, 잠재적 사용자들에게 새로 만든 음성-텍스트 변환기를 시연해보라고 주문하였다. 이에 사용자들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였고, ‘마법스럽게’ 모니터에 말했던 단어들이 나타났다고 한다. 분명히 기술력이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알고보니 뒷방에 대단한 실력의 타이피스트 (typist)를 두고 사용자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실시간으로 타자를 직접 쳤던 것이다. (아 기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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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goo.gl/IgjruS

IBM은 컴퓨터에 마이크를 붙인 허접한 디자인으로 음성-텍스트 변환기를 만들 의도가 없었다 (물론 기술력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가짜 솔류션’을 통해서 IBM은 음성-텍스트 변환기의 사용자 경험이 큰 시장성을 보이기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 여러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사용이 사용자의 목을 아프게 한다는 불편함, 주변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음성 인식이 거의 불가능, 통화 내용 및 사생활 보호에 민감한 사람들에겐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 등. 아니나 다를까, 수십 년이 지나고, 애플의 시리 등 고성능의 음성인식 시스템이 존재하는 오늘날에도 키보드가 컴퓨터 및 스마트폰의 주 입력 기구로 사용되고 있음은 크게 놀랄 사실이 아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PDA 제조사 Palm도 마찬가지로 Palm Pilot을 출시하기 전 pretotyping 기법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Palm 창업자인 Jeff Hawkins는 나무를 이용하여 초기 제품 스펙과 동일하게 ‘가짜 PDA’를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척을 하였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소록, 달력, 메모, 그리고 to-do list가 Palm Pilot의 핵심 기능이 될 것이라 알 수 있었고, 또한 제품을 어떻게 하면 가장 가장 자연스럽고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직관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http://goo.gl/IgjruS
이미지 출처: http://goo.gl/IgjruS

하드웨어 제품에는 소프트웨어 보다 훨씬 더 많은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약들이 제품의 실패에 대한 핑계가 될 수는 없다. Pretotyping과 같은 창의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실패의 확률을 줄여나간다면 더 빨리 product-market fit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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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현장의 고수가 전해주는 팁! 🎁

위에서 언급했듯이 하드웨어에 대해 깊은 견해를 가지기엔 내공이 부족해서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IoT / 스마트홈 플랫폼 시장에 큰 획을 긋고 있는 Awair 라는 아름다운 디자인의 공기측정기를 만든 Bitfinder의 노범준 대표님께 염치를 불구하고 연락을 드렸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PMF에 대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엄청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다음과 같은 내공 깊은 꿀 조언을 해 주셨다.

“사실 전 비디오 비싸게 잘 만들어서 킥스타터, 인디고고에 올려서 마치 pmf를 달성한양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건 좋은 접근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많은 하드웨어 회사가 처음에 잘나가는것 같지만 결국 제품을 양산-배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제일 중요한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working prototype을 만들어서 paying customer (그러면서 willingness to pay를 알아내야죠)를 찾는것이에요. 그리고 중요한건 하드웨어 외에 어떤 가치를 추가적으로 주면서 subscription을 끌어낼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죠. (어짜피 하드웨어 마진은 시장의 크기와 매력도가 증명되면 상당한 압력을 받을테니 마진 높은 매출 소스를 빨리 찾는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design for manufacturing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것이죠. 너무 많은 스타트업들이 킥스타터, 인디고고에서 한달에 얼마정도 버짓을 남겨놓은 사람들로부터 프리오더를 받아 놓고 그것을 pmf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신경써야 할 점들은 sustainable paying customer들이 이 회사 제품에서 어떤 점들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찾아야함. 그리고 그 뒤에 양산과 관련된 일은 it’s a whole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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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Awair 페이스북 페이지, 구매 정보 (아마존, 직구)

참고 2] Next View Ventures 블로그 원문: http://goo.gl/d5HwNO

참고 3] Alberto Savoia의 ‘Pretotype It‘ 전자책을 제가 한국어로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번역이 끝나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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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유일하게 신경써야 하는 단 하나의 것

pmf
이미지: 마크 안드리센 블로그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Product-Market Fit (PMF) 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넷스케이프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있는 VC인 Andreessen Horowitz (A16Z)를 운영하는 마크 안드리센이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인데, 그가 스타트업의 성공에 있어 유일하게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the only thing that matters”) 매력적인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지칭한다.

Product/market fit means being in a good market with a product that can satisfy the market.

-Marc Andreessen

안드리센에 의하면 PMF가 있는 제품은 출시 하자마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구입을 하고, 입소문이 순식간에 퍼지며,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은행에 돈이 마구 쌓이는 등, PMF가 왔음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 수긍이 가지만 조금 애매한 부분들이 있다. PMF를 ‘느낌’으로 알 수 있다니… 일인 기업이 아닌 이상 팀원 모두가 조금씩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을텐데 이것만으로 PMF를 판단할 수 있을까? 또한, PMF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PMF에 도달할 수 있을까? 안드리센은 PMF가 없다면 있을 때 까지 PMF에 집착하라고 한다 😓. (고려대학교 농구팀 박한 감독 유머가 생각난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작전 타임을 불러놓고 ‘너희 지금 안되는게 딱 두가지가 있어. 공격, 그리고 수비. 그것만 제대로 해봐, 알았지?’)

이런 점들 때문에 PMF는 개념적으로는 좋지만 실질적인 적용이 매우 어려웠다. 회사에서도 신제품 출시 후 가지는 사장단 회의에서도 가끔씩 던져지는 ‘do you have product-market fit?’의 질문에 대해서도 우물쭈물 대답을 잘 할 수가 없었다. 이런 답답함(?)에 계량적으로 PMF를 측정하는 법, 또 PMF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제품, 사용자, 그리고 시장에 대해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체계(framework)를 세워보았다. 이것이 PMF를 접근하는 유일한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신제품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신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스타트업도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되어 공유한다 (at a minimum, get another perspective on product-market fit).

참고] 안드리센의 Product/market fit에 대한 블로그 글

사용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이미지: https://goo.gl/OnudS5
이미지: https://goo.gl/OnudS5

 ‘코딩하고 사용자들과 대화하라 (write code, talk to users)’

세계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Y Combinator의 샘 알트만의 스타트업 조언 중 하나이다. 사용자들과 대화해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제품과 시장에 대한 직관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사용자들이 진정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주 한국에서 많은 분들과 스타트업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었는데, ‘사용자와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회사가 커질수록, 업무가 분업화 될수록 사용자랑 literally 대화를 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사용자랑 대화를 하는 목적은 그들의 피드백을 듣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고객의 피드백을 잘 얻을 수 있다면 꼭 ‘대화’를 안해도 되는데,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사용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1. (그래도 할 수 있다면) 직접 대화가 최고

역시 제일 좋은 것은 직접 사용자와 대화를 하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무의미할 수 있어도 고객들에게 직접 듣는 목소리의 톤, 말투 등이 제품에 대한 좋은 직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사용자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그냥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질물을 유도하면 된다.

예를 들어 이번에 한국에서 택시를 탈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탈 때 마다 카카오택시 서비스에 대해 기사님에게 물어봤다. ‘기사님 카카오택시 사용하세요?’ ‘하루에 보통 몇 번 정도 카카오택시를 통해 손님 잡으세요?’ ‘카카오택시 있어서 매출 많이 늘으시겠네요?’ ‘사용하시면서 불편하신거 있으세요?’. 물론 취조하듯이 질문만 건조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대화형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다. 이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광명 등 서울에 인접한 베드타운에서 택시를 운영하시는 경기도 면허 기사님들은 카카오택시가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것. 카카오택시는 가까운 곳에 있는 손님을 알려주는데, 길 건너 서울에서 호출되는 요청은 법적으로 받을 수가 없단다. 또 비록 광명에서 손님을 받더라도 서울이 도착지인 경우에 돌아올 때 십중팔구 빈차로 와야되므로 (서울에서 손님을 못 태움) 본의아닌 호출 거절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신다. 이렇게 기사님과의 짧은 대화로 카카오택시의 edge case를 찾을 수가 있었다.

사용자들을 직접 찾아갈 수 없다면 이메일을 통해 짧은 인터뷰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링크드인에서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기법인데, 보통 5-10% 정도의 회신율을 받는다. 10-15명의 사용자들과 같은 주제로 15분씩만 이야기해도 정성적인 (qualitative) 직관을 많이 얻을 수 있다. 다음은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듣고 싶을 때 사용하는 이메일 견본이다.

customer feedback invitation

2. 설문을 활용

10명씩 15분씩만 이야기해도 말하는 시간만 150분. 스케줄 맞추고, 인터뷰 질문 작성하고, 인터뷰 후 노트 정리하는 일까지 다 더한다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시간과 자원의 여유가 없다면 설문을 기반으로 한 고객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블로그에서 다뤘던 NPS도 이러한 일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임의의 주기대로 설문을 실시하였다면 어떠한 결정적 순간(‘moment of truth’)을 경험하였을 때 즉각즉각 사용자의 피드백을 물어서 각각 세부 기능 단위에서의 분석 및 고객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최근 추세이다.

특히 앱의 경우에는 설문을 앱 안에서 바로 구현시킬 수 있는 SDK들이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이런 도구들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피드백을 더 많이, 빠르고 정확하게 수집할 수 있다. 다음은 SurveyMonkey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모바일 SDK. 실례로 Simon Properties라는 회사는 이 도구를 이용하여 설문 응답율을 200%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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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용 패턴을 분석

사용자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의 사용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사용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 사용자가 구직 페이지를 계속해서 들락거린다면 아마 구직의 의도가 있음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페이스북 사용자가 그룹에 잔뜩 가입한다면 그 그룹들의 특성들을 파악하여 사용자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유추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계량적인 분석들을 통해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또 제품을 만든 의도와 소비되는 행태의 괴리를 빨리 파악하여 제품에 적절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단, 여기서 유의할 점은 사용 패턴의 분석은 ‘이 사용자가 이런 행동들을 하였다’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도 ‘왜 이런 행동을 하였을까?’에 대하여 어느정도의 유추는 가능하지만 정확한 대답은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고객의 피드백이 전혀 없는 ‘데이터 분석 순혈주의’식의 접근은 장려하지 않는다.

4. 고객센터 데이터 활용

내가 항상 사람들에게 ‘꿀단지’라고 말해주는 것이 바로 고객센터에 들어오는 사용자들의 문의 및 불만사항이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얻으려고 따로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문제점 및 제품에 대한 의견을 주는 것 아닌가. 이 때문에 링크드인에 입사하자마자 고객센터가 있는 오마하를 엄동설한에 덜덜 떨면서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경험상 어느 제품에 대한 3-4 가지 피드백이 전체 문의 및 불만사항의 70-80%를 차지하는 것 같다. (‘특정 기능이 잘 안되네요’, ‘이거 어떻게 작동하나요?’, ‘이 페이지에서 진행이 안되는데요’ 등). 보통 고객센터에 문의되는 내용은 자유 폼 (free-form) 형식이기 때문에 감정 섞인 욕설 및 육두문자가 여과없이 들어오기 마련인데, 사용자 경험이 그만큼 고통스럽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들어오는 사항들의 수량과 고통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분석 및 대응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난 겨울방학(?)때 swift 공부하고자 만들었던 앱인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놓았다.
지난 겨울방학(?)때 Swift 공부하려고 만들었던 앱인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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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listen) to users…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사용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더 빨리 product-market fit을 찾고, 더 빨리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 욕망을 제조하다

tesla model 3

3월 31일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신제품인 모델 3를 발표하고 24시간 만에 20만대에 가까운 선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모델 3 예약에 천 달러가 드니깐 2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하룻밤 사이에 테슬라 은행으로 들어간 것이다. 또한 평균 가격을 4만 달러로 가정했을 때 이는 매출이 8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참고로 테슬라는 2015년도에 5만대가 겨우 넘는 차량을 출고했으니, 하루치 주문량으로 작년 일년치 출고량보다 4배가 높은 규모를 달성한 것이다. 👍

이 현상을 보면서 대학교때 들었던 김상훈 교수님의 마케팅 수업이 문득 떠올랐다: “Do you need it, or do you want it?”

테슬라에서 나오는 자동차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시승은 커녕, 디자인도 확인 안하고 주문을 넣을 정도로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테슬라의 자동차를 가지고 싶어한다. 소비자들의 모델 3에 대한 ‘want’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테슬라와 엘론 머스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테슬라는 어떻게 소비자들의 욕망을 제조해 낼 수 있었을가? 나는 테슬라의 시장 접근 전략, 미래에 대한 희망고문, 그리고 희소성의 법칙이 테슬라의 욕망 제조기에 완벽한 비율로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주 원료: 테슬라의 어마무시한 시장 접근 전략

엘론 머스크는 무려 10년 전인 2006년도 ‘테슬라의 비밀 계획’라는 블로그 포스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So, in short, the master plan is:
Build sports car
Use that money to build an affordable car
Use that money to build an even more affordable car”

스포츠카로 시작하여 거기서 생기는 자금으로 조금 더 가격이 ‘착한’ 제품을 만들고 (Model S), 거기서 발생하는 자금을 이용하여 대중적인 자동차를 만든다는 (Model 3), 소위 ‘top down market expansion’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전략이 주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자동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를 암시하는 ‘status symbol’로 통용되고 있다. 테슬라는 소유한다는 것은 재력과 동시에 기술의 얼리 어답터임을 표시하고, 또한 클린/재생 에너지를 지지하는 ‘미래를 생각하는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까지 얻게 됨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똑똑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이미지는 모두가 가지고 싶어하지 않을까? 모델 3은 그런 멋진 이미지를 일반적인 사람들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만약 반대로 대중적인 이미지에서 고급화를 추구하는 전략을 취했더라면 고급차 수요층에 매력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을 까 의문이다.

둘째, 테슬라는 이 top down 전략을 말 그대로 ‘전략적’으로 잘 실행하였다. 테슬라와 비교되는 예로 같은 top down 전략을 택했던 애플을 들 수 있다. 아이폰은 (반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명실상부 스마트폰계의 최고급 제품이다. 애플은 이런 브랜드 포지셔닝을 이용해 막대한 시장 점유율과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한 만큼 고급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가 오고, 가격에 예민한 고객층에게 다가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였는데, 이때 전략적으로 출시한 것이 아이폰 5c. 아이폰 5의 기본 디자인을 바탕으로 더 저렴한 5c를 개발하였는데, 낮은 가격에 맞추기 위해 5 보다 더 낮은 사양으로 출시되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 (주변에 5c 가진 사람 본 적 있나?).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폰 5c를 구입한 사람들은 ‘정식 아이폰을 구입할 돈이 없어서 저사양 제품 밖게 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들어났기 때문이다. 젊은 층을 겨냥하기 위해 입혀놓은 화려한 색깔의 외관이 오히려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 부각시키는 효과마저 야기하였다. 반면 테슬라는 모델 S의 느낌과 경험을 모델 3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자율 주행, 그리고 350km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배터리 모두 다 ‘에누리 없이’ 그대로 적용하였다. 비록 S를 살 돈이 없어서 3을 사는 것이라도, 전혀 열등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하는 비결인 것이다.

tesla_iphone5c_comp

보조 원료: 미래에 대한 희망고문

Want, 더 나아가 욕망은 현재 가지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만약 그 가진 것에 대해서 상상을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가졌을 때와 현재의 상황이 극명하게 대비가 될 때 욕망이 더 강해진다. (예: 한 번만 더 하면 잭팟이 터질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도박이 무서운 것 아닌가.) 테슬라는 멋진 미래에 대한 희망고문으로 소비자들의 욕망을 부추긴다.

현재 운전자의 모습 미래 운전자의 모습
꽉 막힌 도로에 괴롭게 운전하고 있음 자율 주행 기능으로 15인치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하면서 도착지까지 편하게 도착
(일부 지역은 카풀 / 전용 차로 이용 가능)
부담되는 기름값 무료, 혹은 무료에 가까운 연료비
(일부에게만 해당) 환경 오염의 죄책감 클린 /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인 시민’
tesla sustainability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강조하는 환경 지속성 (sustainability): “스티븐은 자신의 자녀들의 환경 지속적인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 모델 S를 탑니다.”

MSG: 군중심리와 희소성의 법칙

마지막으로 선주문(pre-order)의 마법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테슬라의 선주문 제도는 약간 독특한데, 확실한 최종 가격과 차량 인도일을 모른채 환불 가능한 천 달러를 입금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기존 테슬라 소유주 및 주문 순서대로 차를 인도해 준다고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테슬라 구입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이성의 방어막을 무너뜨린다:

1. 기존의 테슬라 팬들이 사전 주문을 함
2. 결정을 하지 못한 사람들도 그 사실은 듣고, 환불 가능하다는 소식에 ‘보험’식으로 주문을 함. (‘혹시 마음 바뀌면 환불 가능하니깐 일단 넣어보지 뭐’)
3. 이에 실 수요보다 더 큰 예약 수요가 생김
4. 테슬라는 과장 되었지만 사실인 예상 수요 수치를 언론에 보도
5. 남아있던 사람들도 ‘아 남들도 다 하는데, 이거 괜찮은가 보네’ 식의 군중심리와 ‘아 이거 빨리 예약 안하면 너무 늦겠는데?’ 식의 희소성의 법칙에 마음이 흔들려 예약을 집어넣음. (여기서 희소성의 법칙 = 때를 놓치면 원하는 시기에 차를 받을 수 없음)
6. 3번으로 돌아가서 반복… 자기 충족 예언 실현

이런 테슬라의 전략은 정말 기발하고 멋지다. 나 역시 테슬라의 욕망 제조기에 넘어가 모델 3의 주인이 되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하늘을 뚫을 것 같은 기대치에 응할 수 있는 테슬라의 실행력. 테슬라가 모델 3 출시로 인해 성공적으로 기존 업체의 양산력을 갖추게 된다면 아이폰이 휴대전화 시장에 미친 파급력 만큼 자동차 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지 않을까 예상된다. (remember Nok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