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테슬라처럼 마케팅 하지 말자

요새 엘론 머스크가 테크계의 영웅 중의 영웅이다. 며친 전 팔콘 헤비 로켓에 테슬라 로드스터를 탑재해 화성으로 날려 보낸 후 쌍둥이 로켓을 동시에 착륙 시키는 모습은 정말 🐶감동!

그런데 이런 멋진 인간도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테슬라에서 계속 보내오는 모델 3 자동차 연기 소식. 2016년 4월 1일에 $1,000을 넣고 예약을 했는데 작년 11월 처음 연기 소식을 받고, 원래 계획 대로라면 자동차를 인도 받았을 법한 엇그제 또 연기 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테슬라 역사상 엘론 머스크가 발표한 출시일을 맞춘 적이 없는 것을 알고도 자동차를 예약 주문한 내가 바보지만, 그보다 다음과 같은 형편 없고 어이가 없는 이메일을 보낸 테슬라의 마케팅 부서에 대한 빡침이 가장 컸다.

요약하면:

안녕, 우리 테슬라야. (네가 묻지도 않았지만 굳이 알려 주자면) 우린 양산에 관한 문제점들을 너무 멋지게 풀어내고 있어. 너무 멋지지? 그런데 어쩌지? 네가 2년 전에 주문한 자동차는 (다시 한번) 예상보다 조금 더 늦어질 것 같아 (…라고 쓰지만 사실 많이 늦어질꺼야). 얼만큼 늦어지는 지 알고 싶으면 우리 홈페이지 로그인해서 알아봐. 기다려줘서 고마워!

마케터의 눈으로 봤을 때 이 편지는 정말 오.마이.갓! 😱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이란 제품과 회사에 대한 정보를 고객이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고객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를 달성 했을까? 이는 이 편지의 목적을 정리해 봄으로써 평가할 수 있다.

Primary objective
(이 편지에서 가장 중요한 점)
Inform customers about the delay (자동차 예정 인도일 연기를 통보)
Secondary objective
(추가적인 목표)
Continued support and confidence in Tesla (회사에 대한 계속된 신뢰와 지지 유지)

위를 토대로 테슬라의 이메일을 평가했을 때 우선적인 목적이 나중에 언급되고 (두 이메일 모두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은 아무도 묻지 않은 공정 혁신에 대한 자랑질-_- ), 고객의 이해와 신뢰를 얻기 위한 어조나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일방통보 같은 느낌이고 고객이 알고 싶은 정보는 웹사이트 로그인 하고 보라고 한다. 내 기준에서는 완전 탈락.

만약 내가 테슬라 마케팅 팀에 있었다면 다음과 같이 쓰는 것을 건의 했을 것이다.

Andrew,

Thank you for being a Tesla supporter. I want to let you know that your Model3 will be delayed than our original expectations, due to production bottlenecks.

The new estimates are the following:

  • First Production (310 mile range): May – July 2018
  • Dual Motor All-Wheel Drive (220 or 310 mile range): Late 2018
  • Standard Battery (220 mile range): 2019

We know we let you down, and we take this very seriously at Tesla. We are committed in clearing the production bottleneck and deliver Model 3s to our customers around the globe, while maintaining the utmost high quality standards we have on our vehicles.

If the new schedule no longer fits your timeline, you may login to the Tesla homepage and follow the instructions to get your deposit refunded.

Thank you for your patience and, more importantly, supporting our vision of sustaining energy future.

-Elon

******

앤드류님,

테슬라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타깝게도 공정 병목 현상으로 고객님이 사전 주문하신 모델3의 인도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도 예정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First production: 2018년 중반
  • 4WD: 2018 후반
  • 기본 사양: 2019년

고객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저희도 이것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속히 양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전 세계의 테슬라 고객분들께 최고 수준의 품질의 차량을 빨리 인도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만약 새로운 인도 시점이 고객님의 일정과 맞지 않는다면 테슬라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절차에 따라 예약금 환급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고객님의 이해에 감사드리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비전에 동참해 주셔서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엘론 드림


이렇게 키보드로 깊은 빡침을 표현하지만, 현실은 끄떡 없는 테슬라 주식과 모델 3를 받기 위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몇 만 명의 구매 대기자. 엘론 머스크의 아우라 + 미래의 자동차라는 멋진 포지셔닝 + 실제로 디자인과 성능이 빼어난 전기 자동차라는 매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완전 WTF 마케팅임에도 잘 나가는 것이다. (엘론 머스크가 마케팅까지 먼지 안 날리게 완벽하면 우리는 다 어떻하라고… ㅠㅠ)

하지만 당신이 엘론 머스크가 아니고 테슬라 자동차 보다 더 멋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면 테슬라처럼 마케팅 하면 안된다. 이렇게 했다가 ‘고객 신뢰 파괴’ 지뢰 한번 밟으면 폭망한다. 꼭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마케터가 되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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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Elon Musk Twitter

엘론 머스크가 알려주는 회사 내 소통 법

https://www.ted.com/talks/elon_musk_the_mind_behind_tesla_spacex_solarcity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회사 내 정치와 부서간의 갈등을 겪게 된다. 한국이던, 실리콘밸리이던, 회사라는 공동체 조직에 필연적으로 있는 현상이다. 단, 이것이 문제임을 인지하고 그것을 풀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는지가 회사의 ‘격’을 나누는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엘론 머스크가 이와 관련해 테슬라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Inc 잡지사가 입수하여 공개하였는데, 매우 straight-forward해서 개인적인 생각 덧붙이지 않고 아래와 같이 번(의)역해서 공유한다.

테슬라 회사 내의 의사소통에 대해서…

회사 내에서 정보가 어떻게 흘러야 되는지에 대해 크게 두 가지의 견해가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조직의 보고 체계에 맞추어 정보를 주고 받는 방식이 있습니다. 즉, 자신의 상사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상사는 또 그의 상사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이런 식으로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관리자의 ‘권력’을 증진시키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궁극적으로 회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해당 부서 담당자들이 서로 만나서 주어진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대신에, 직원들이 그들의 상사에게 보고하고, 또 그것이 다시 윗선에 보고되어 한참 후 다른 부서로 넘어가고, 타 부서에서 다시 정보가 서열의 단계를 거처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고, 그것을 받아 다시 내려 보내는… 이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incredibly) 멍청한 방법입니다. 행여나 우리 회사의 관리자가 이런 일을 장려하거나 용인한다면 그들은 조만간 다른 회사에서 일하게 될 것입니다. 뻥카 아님!

우리 테슬라 직원들은 주어진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메일을 주고 받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당신의 상사의 허락 없이 상사의 상사와 직접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부서의 부사장과도 직접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저와도 직접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그 누구와도 상사의 허락 없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여러분은 ‘올바른 행동’이 일어날 때 까지 회사의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의무감’을 가지셔야 합니다. 제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작위로 ‘노가리 까기’ 하라는 것이 아니고, 올바른 의사소통을 통해 전사적으로 문제를 매우 빠르고 (ultra-fast) 제대로 (well)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규모로 기존의 자동차 업체와 경쟁을 할 수 없기에 이런 ‘영리함’과 ‘빠릿함’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관리자는 회사 내에서 ‘우리 vs. 너’의 사고를 유발하는 소통의 ‘벽’이나, 이 외의 정보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없앨 수 있습니다. 부서간 벽을 만들고 성공의 여부를 부서간의 상대적인 성과로 평가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테슬라 회사 전체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탔습니다. 여러분은 항상 당신의 부서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우리 회사의 전체적인 성공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엘론

 

엘론의 이런 리더십이 회사의 사업 지표와 미래 기술에 대한 희망과 더불어 테슬라의 시가 총액에 반영이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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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https://www.inc.com/justin-bariso/this-email-from-elon-musk-to-tesla-employees-descr.html

이미지 출처: https://www.ted.com/talks/elon_musk_the_mind_behind_tesla_spacex_solarcity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가 아닌 이유

지난 3월, 테슬라 모델3을 사전 주문 한 이후 계속 테슬라에서 더 상위 모델인 모델 S와 모델 X를 사라고 러브콜이 온다. 적자에 허덕이는 테슬라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 그냥 확 질러버려?’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도 모르게 손이 ‘당신의 테슬라를 선택하세요!’ 버튼을 클릭하였고 (다행히 ‘구매하기’ 버튼은 안누름), 여기저기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문득 든 생각: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구나!’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핵심 (기존) 자동차 기술의 부재

자동차 회사가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는 부분 중 으뜸으로 파워트레인을 꼽을 수 있다. 테슬라는 파워트레인의 핵심인 엔진이 없다. ‘동급 대비 최대 마력’ 등의 광고 문구로 성능을 자랑하는 대신 테슬라는 모델별로 주행거리를 제일 처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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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프트웨어의 강조

제원에서 가장 먼저 보여주는 사항은 OTA 업데이트 기능 (자동으로 공중 주파수를 이용하여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하는 것). 역시 옵션 사항에서도 제일 먼저 보여주는 것이 오토파일럿 기능. 왠지 테슬라 차체는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한 포장 박스인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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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온라인 직판, 쇼룸, 그리고 사전 주문

테슬라의 판매채널은 온라인 직판이다. 쇼룸은 테슬라 자동차를 실제로 보고, 궁금한 점을 직원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역할만 한다. 온라인 직판이기 때문에 가격 흥정도 없고 (미국에서 유일하게 가격 흥정이 가능한 것이 자동차인데!) 복잡한 서류 작성, 그리고 그 고통 후에 따르는 자동차 인계 경험도 없다. 더욱이 모델3의 경우는 몇 년 후에 인도받는 가정하에 사전 주문. 2년 후에 나올 소나타를 사전 주문하겠는가? 심지어 몇 년 후에 나올 신형 아이폰을 지금 사전 주문 하겠는가? 자동차 회사는 물론, 굴지의 IT 회사들도 하기 힘든 일을 테슬라는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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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숨길 수 없는 SaaS 스러움

모델 S나 X를 잠깐이나마 생각했던 이유는 월 $593불에 2년 리스 기간이라는 ‘핫 딜’ (이라고 쓰고 그래도 겁나 비싼)이 나와서였다. 그냥 미친척 하고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싹 가시게 한 것은 옵션의 가격 정책 때문이었다. 테슬라를 리스할 경우 모든 옵션들은 월 구독 형식으로만 선택이 가능하다. 오토파일럿처럼 서비스인 경우 이해가 되지만 (기존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XM radio나 내비게이션의 실시간 교통 정보 같은 경우 월 구독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 서비스가 아닌 제품에도 모두 구독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던 것이다. (예: LED 안개등 등이 구성되어 있는 프리미엄 패키지, 트렁크 시트 등). 뭔가 SaaS 형식으로 판매되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느낌이 든다 (= 케바케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돈을 더 많이 내는 경우가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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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자동차 시대는 크게 두 가지의 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소유가 무의미해지는 우버의 시대, 그리고 자동차 소유가 발전하는 테슬라의 세상. 테슬라는 이런 미래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자동차 거래 패러다임의 초석을 성공적으로 다질 수 있을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상상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 질문의 대답이 펼쳐지고 있는 시대에 이미 살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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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욕망을 제조하다

tesla model 3

3월 31일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신제품인 모델 3를 발표하고 24시간 만에 20만대에 가까운 선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모델 3 예약에 천 달러가 드니깐 2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하룻밤 사이에 테슬라 은행으로 들어간 것이다. 또한 평균 가격을 4만 달러로 가정했을 때 이는 매출이 8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참고로 테슬라는 2015년도에 5만대가 겨우 넘는 차량을 출고했으니, 하루치 주문량으로 작년 일년치 출고량보다 4배가 높은 규모를 달성한 것이다. 👍

이 현상을 보면서 대학교때 들었던 김상훈 교수님의 마케팅 수업이 문득 떠올랐다: “Do you need it, or do you want it?”

테슬라에서 나오는 자동차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시승은 커녕, 디자인도 확인 안하고 주문을 넣을 정도로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테슬라의 자동차를 가지고 싶어한다. 소비자들의 모델 3에 대한 ‘want’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테슬라와 엘론 머스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테슬라는 어떻게 소비자들의 욕망을 제조해 낼 수 있었을가? 나는 테슬라의 시장 접근 전략, 미래에 대한 희망고문, 그리고 희소성의 법칙이 테슬라의 욕망 제조기에 완벽한 비율로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주 원료: 테슬라의 어마무시한 시장 접근 전략

엘론 머스크는 무려 10년 전인 2006년도 ‘테슬라의 비밀 계획’라는 블로그 포스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So, in short, the master plan is:
Build sports car
Use that money to build an affordable car
Use that money to build an even more affordable car”

스포츠카로 시작하여 거기서 생기는 자금으로 조금 더 가격이 ‘착한’ 제품을 만들고 (Model S), 거기서 발생하는 자금을 이용하여 대중적인 자동차를 만든다는 (Model 3), 소위 ‘top down market expansion’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전략이 주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자동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를 암시하는 ‘status symbol’로 통용되고 있다. 테슬라는 소유한다는 것은 재력과 동시에 기술의 얼리 어답터임을 표시하고, 또한 클린/재생 에너지를 지지하는 ‘미래를 생각하는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까지 얻게 됨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똑똑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이미지는 모두가 가지고 싶어하지 않을까? 모델 3은 그런 멋진 이미지를 일반적인 사람들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만약 반대로 대중적인 이미지에서 고급화를 추구하는 전략을 취했더라면 고급차 수요층에 매력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을 까 의문이다.

둘째, 테슬라는 이 top down 전략을 말 그대로 ‘전략적’으로 잘 실행하였다. 테슬라와 비교되는 예로 같은 top down 전략을 택했던 애플을 들 수 있다. 아이폰은 (반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명실상부 스마트폰계의 최고급 제품이다. 애플은 이런 브랜드 포지셔닝을 이용해 막대한 시장 점유율과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한 만큼 고급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가 오고, 가격에 예민한 고객층에게 다가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였는데, 이때 전략적으로 출시한 것이 아이폰 5c. 아이폰 5의 기본 디자인을 바탕으로 더 저렴한 5c를 개발하였는데, 낮은 가격에 맞추기 위해 5 보다 더 낮은 사양으로 출시되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 (주변에 5c 가진 사람 본 적 있나?).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폰 5c를 구입한 사람들은 ‘정식 아이폰을 구입할 돈이 없어서 저사양 제품 밖게 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들어났기 때문이다. 젊은 층을 겨냥하기 위해 입혀놓은 화려한 색깔의 외관이 오히려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 부각시키는 효과마저 야기하였다. 반면 테슬라는 모델 S의 느낌과 경험을 모델 3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자율 주행, 그리고 350km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배터리 모두 다 ‘에누리 없이’ 그대로 적용하였다. 비록 S를 살 돈이 없어서 3을 사는 것이라도, 전혀 열등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하는 비결인 것이다.

tesla_iphone5c_comp

보조 원료: 미래에 대한 희망고문

Want, 더 나아가 욕망은 현재 가지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만약 그 가진 것에 대해서 상상을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가졌을 때와 현재의 상황이 극명하게 대비가 될 때 욕망이 더 강해진다. (예: 한 번만 더 하면 잭팟이 터질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도박이 무서운 것 아닌가.) 테슬라는 멋진 미래에 대한 희망고문으로 소비자들의 욕망을 부추긴다.

현재 운전자의 모습 미래 운전자의 모습
꽉 막힌 도로에 괴롭게 운전하고 있음 자율 주행 기능으로 15인치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하면서 도착지까지 편하게 도착
(일부 지역은 카풀 / 전용 차로 이용 가능)
부담되는 기름값 무료, 혹은 무료에 가까운 연료비
(일부에게만 해당) 환경 오염의 죄책감 클린 /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인 시민’
tesla sustainability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강조하는 환경 지속성 (sustainability): “스티븐은 자신의 자녀들의 환경 지속적인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 모델 S를 탑니다.”

MSG: 군중심리와 희소성의 법칙

마지막으로 선주문(pre-order)의 마법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테슬라의 선주문 제도는 약간 독특한데, 확실한 최종 가격과 차량 인도일을 모른채 환불 가능한 천 달러를 입금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기존 테슬라 소유주 및 주문 순서대로 차를 인도해 준다고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테슬라 구입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이성의 방어막을 무너뜨린다:

1. 기존의 테슬라 팬들이 사전 주문을 함
2. 결정을 하지 못한 사람들도 그 사실은 듣고, 환불 가능하다는 소식에 ‘보험’식으로 주문을 함. (‘혹시 마음 바뀌면 환불 가능하니깐 일단 넣어보지 뭐’)
3. 이에 실 수요보다 더 큰 예약 수요가 생김
4. 테슬라는 과장 되었지만 사실인 예상 수요 수치를 언론에 보도
5. 남아있던 사람들도 ‘아 남들도 다 하는데, 이거 괜찮은가 보네’ 식의 군중심리와 ‘아 이거 빨리 예약 안하면 너무 늦겠는데?’ 식의 희소성의 법칙에 마음이 흔들려 예약을 집어넣음. (여기서 희소성의 법칙 = 때를 놓치면 원하는 시기에 차를 받을 수 없음)
6. 3번으로 돌아가서 반복… 자기 충족 예언 실현

이런 테슬라의 전략은 정말 기발하고 멋지다. 나 역시 테슬라의 욕망 제조기에 넘어가 모델 3의 주인이 되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하늘을 뚫을 것 같은 기대치에 응할 수 있는 테슬라의 실행력. 테슬라가 모델 3 출시로 인해 성공적으로 기존 업체의 양산력을 갖추게 된다면 아이폰이 휴대전화 시장에 미친 파급력 만큼 자동차 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지 않을까 예상된다. (remember Nokia?)

미래를 운전하다: 무인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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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요새 승승장구 하고 있다. Model X를 출시하자마자 오토파일럿 (Autopilot)이라는 무인 주행 기능을 OTA (over-the-air)로 기존에 있는 테슬라에 장착시킨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를 오토파일럿 모드로 주행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보면서… ‘아 정말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무인 자동차 관련 뉴스를 점점 더 많이 접하면서 무인 자동차 기술 및 전략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는데,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무인 자동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지인들과 만나 이 주제로 꽤 깊은 대화를 최근 나눌 수 있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단순한 흥미로움에 대화를 시작 하였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인 자동차가 가진 사회적 잠재력과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 되면서 생각해야할 윤리적인 문제들까지 두루두루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대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짧게 정리해 본다.

무인 자동차의 기술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무인 자동차 기술은 말 그대로, 운전할 때 필요한 사람의 역할을 컴퓨터가 대신하여 사람이 없어도 차가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자동차에 달린 다양한 센서를 이용하여 (카메라, GPS, 레이저, 레이더 등) 주변의 정보를 받아드리고, 이를 컴퓨터가 도로, 인간, 사물, 자동차, 차선 등으로 식별하여 자동차의 구동을 제어하는 것이다. 센서 및 신호 처리 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다양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또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 되는 것이다. (286 컴퓨터와 광센서만 있었다면 절대로 못했겠지?)

테슬라의 무인 자동차 기능 (출처: Tesla)
다양한 센서를 통해 도로의 상태를 파악하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 (출처: Tesla)

누가 무인 자동차를 만드나?

테슬라, 벤츠, 아우디, 닛산 등 왠만한 양산차 업체들이 무인 자동차 개발을 하고 있고, IT 업체인 구글, 애플 (추정)도 무인 자동차 개발에 열의를 띄고 있다.

왜 다들, 심지어 IT 회사들 까지, 무인 자동차를 만드려고 하나?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사람들의 삶이 급격하게 달라진 것 처럼, 무인 자동차 역시 소비자들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용’이라는 개념이 생겨난지 100여년이 되었지만 운전이라는 행동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운전자는 전방 및 좌우를 주시하고 손발로 자동차를 조작해야만 안전하게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무인 자동차로 인해 운전자는 ‘운전’이라는 행동에서 자유로워지고 (탑승자로 변환), 이로 인해 자동차 안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출퇴근으로 하루에 한시간을 소비하는 사람은 무인 자동차로 인해 한달에 20시간이라는 자유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 20시간은 자동차라는 물리적인 공간내에서만 보낼 수 있다. 이 20시간 동안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다면? 독서나 영화 관람 등의 여가생활을 할 수 있다면? 집과 회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을 지배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잠재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하여 너도나도 무인 자동차에 뛰어드는 것이고, 우리 삶에 이미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현재 무인 자동차를 제일 잘 하는 회사는?

무인 자동차가 분명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제일 뛰어난 회사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구글이다. 이 분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도 있지만 무인자동차의 핵심 역량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인자동차 기술의 핵심은 입력받은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인데, 이런 능력은 IT 회사들이 수십 년 간 ‘밥 먹듯이’ 해왔던 일인 것이다. 더욱이 구글과 같이 빅데이터를 엄청난 속도로 속도로 처리하는 회사들은 복잡한 센서 데이터를 그 누구보다 더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에서 발표한 전기 무인 자동차. 네티즌들의 기발한 패러디.
구글에서 발표한 전기 무인 자동차. 네티즌들의 기발한 패러디.

무인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의 시너지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인 자동차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하지만 무인 자동차라는 ‘시스템’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만이 아닌 하드웨어와의 유기적인 융합이 필요하다. 자동차 하드웨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엔진, 트랜스미션 등 주 동력 시스템) 기술은 매우 복잡하여 아무리 소프트웨어를 잘한다고 한들 이쪽 기술에 역량이 부족하면 좋은 무인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 가속, 감속, 힘 배분 등 자동차의 승차감을 결정짓는 많은 요인들이 이런 하드웨어 기술에서 나오며, 또 정교한 파워트레인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해서 무인 주행 기술 외적인 소프트웨어를 복잡하게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하드웨어 기술력이 신규 업체들에게 커다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였는데, 만약 여기서 이 진입 장벽을 허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에 대한 해답이 바로 전기 자동차이다. 전기차는 배터리에서 바로 바퀴 축으로 동력을 보낼 수 있는 아주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어렸을 때 한번 쯤은 해본 RC 자동차 조립 과정을 생각해보라). 이렇게 되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가지고 있던 핵심 역량이 더 이상 경쟁력으로 작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전기 자동차의 패러다임에서는 배터리의 성능(한번 충전에 얼마나 갈 수 있나, 또 얼마나 빨리 충전할 수 있나)과 소프트웨어의 우월성으로 승부를 볼 수 있기에, 테슬라와 같은 신규 업체나, 구글, 애플과 같은 IT 회사들이 기술 혁신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무인 자동차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현재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은 센서에서 받는 정보를 사람의 직관력과 같은 수준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사람 얼굴이 그려진 커다란 포스터가 도로에 깔려있다면 무인 자동차는 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까?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냥 포스터 위를 지나갈 것이지만 컴퓨터는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쉽게 처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센서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 (예: 머신러닝,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런 문제들은 조만간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 자동차는 다양한 생사가 걸린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무인 자동차는 생사가 걸린 복잡한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기사 원문)

내 생각엔 무인 자동차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오히려 무인 자동차와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무인 자동차가 갑자기 도로에 나타난 사람을 피하기 위해 난간을 들이받도록 프로그램을 해야할까? 만약 그 차에 가족이 타고 있다면? 한 사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갑자기 도로에 나타났다면? 여러 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운전자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 ‘더 큰 공공의 이익’일까? 만약 그 한 사람이 내 딸이라면? 실제로 한 경제학자가 Mechanical Turk (크라우드소싱의 일종)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생사의 기로에 걸린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연구를 하였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 차를 난간에 치이는 경우를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운전자가 아닌 것을 전제로 했을 때만 그런 상황을 골랐다고 한다. 다양한 윤리적인 기준을 비교 분석하는 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달 교수의 강의 ‘Justice (정의)’가 떠오른다. 단, 강의에서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철학적인 측면에서 접근 하였다면 위의 예는 정말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실제적인 상황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윤리적인 사안들이 충분한 의논을 거쳐 사회적인 규범으로 형성되는데 까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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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영화 I, Robot에서 나온 윌 스미스의 무인 자동차를 봤을 때 ‘저런거 뭐 30년 후에나 나오려나?’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십여 년이 지난 2015년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무인 자동차가 점점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로이 아마라 미래학자의 말이 현재 무인 자동차 트렌드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We tend to overestimate the effect of a technology in the short run, and underestimate the effect in the long run’. 우리도 모르는 순간 우리는 이미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