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추억에 잠겨 백 만 년 만에 미스터 피자를 주문했는데 피자가 이상한 모양으로 배달이 왔다. 😭 물론 맛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이상한 모양의 피자를 보면서 예전에 들었던 성과 지표에 대한 일화가 갑자기 생각나서 공유.
예전에 어느 미국 피자 체인점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피자는 대표적인 배달 음식.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 피자집은 ’30분 안에 배달이 되지 않으면 무료!’ 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걸어 고객들의 관심을 끈다. 고객들은 이런 솔깃한 약속에 너도나도 이 피자집으로 주문을 넣기 시작하는데, 여기서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 주문이 예상보다 너무 많이 몰리면서 30분 안에 배달할 수 있는 ‘캐파 (capacity)’를 넘어선 것이다. 30분이 넘어가는 배달은 무료를 약속했으니 캐파 이상의 주문을 받으면 재료와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사장님은 피자 반죽을 미리 만들고 토핑도 최현석 쉐프의 소금 뿌리기 스타일로 대충 던진 후 오븐에 서둘러 때려 넣는다. 피자 제작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 다른 말로는 ‘효율성 재고’ 😅 ). 배달도 카트라이더급으로 달려 일분일초를 아끼려 노력한다. 아무리 피자가 대동소이 하다고 해도 피자가 엉망으로 흔들려 고객들에게 배달이 되고 맛도 떨어지니 고객들의 불만은 급증한다. 결국 피자가 엉망이라고 소문이 나고 얼마 안되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주작 느낌을 떨칠 수 없는 이야기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럴 듯 해 보이는 성과 지표가 어떻게 회사 전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위의 피자집 사장님의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느 성과 지표를 확정하기 전 그 지표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이 지표가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찾고 분석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또, ‘stress test’ (시범 운행)을 통해 실제 내가 의도한 결과가 나오는지 위의 피자집 처럼 의도치 않은 일들이 생기는지 확인, 그리고 고려해야 할 다른 지표를 (예: 품질) 필수 제약 조건으로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내가 저 피자집 사장이었다면 ’30분 배달’ 대신 어떠한 관련 성과 지표를 사용했을까? 피자집 운영과 배달에 있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 ‘배달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의 비율 (% of orders customers felt the delivery was late)’을 측정하고 어느 수준 밑으로 낮추고 유지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을 것이다. (예: 금요일 밤에 평균적으로 10%의 고객이 배달이 늦었다고 불만을 토로하면 이 지표를 낮추고 유지하는 것으로 목표 설정). 이러면 무조건 ’30분 배달’이라는 수단에 관련된 지표에 집착하지 않고, 왜 배달이 늦었고 어떤 경우에 고객 불만이 생기는지 조금 더 근본적으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더 효율적으로 강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Data-driven 한 것은 좋지만 깊은 성찰 없이 마구 던지는 계량적인 성과 지표는 정말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