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에 광 내기: 언제 조직을 떠나야 하나

커리어를 쌓다 보면 가끔씩 자신이 잡고 있는 동아줄이 썩어 있는 상황에 직면 하거나 너무나 안좋은 조직에 엮여 있음을 발견하고 처해진 상황에서 빠져 나갈 궁리를 해야할 때가 생긴다. 나의 커리어 운신의 대부분은 가는 곳의 기회가 너무나 기대되는 긍정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아 이런 썩은 조직에 계속 있다간 X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현 상황 탈출에 모든 것을 걸었던 때도 있었다. 이런 상황들은 직면하는 순간 싸한 느낌이 바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배와 같이 침몰하기 직전까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컨설팅 업계에 있던 시절 ‘똥에 광 내기 (polishing the turd)’ 라는 표현을 습득(?) 했는데, 쓸데 없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퍼 붙는 행위를 지칭하는 말이다. 중요한 클라이언트 발표를 앞두고 밤 새 파워포인트의 폰트 크기, 장표 줄 맞춤 등 본질에 아무 상관 없는 것들을 최적화 시키는 것이 ‘똥에 광 내기’의 좋은 예. (그래서 결국 그 전날 까지 “client_strategy_deck_final.pptx” 이였던 파일이 “client_strategy_deck_final_final_v23_edited.pptx” 로 바뀌고…-_-)

똥은 아무리 광을 내어도 똥일 뿐,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나는 조직 내에 이런 ‘똥에 광 내기’ 행위가 만연하다는 것을 파악하는 순간 비상 탈출 전략을 실행에 옮기곤 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내 커리어 앞에 있는 지뢰들을 피해갈 수 있게 해준 좋은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고 빨리 성장하는 유망한 조직은 사업의 본질적인 문제를 집중해서 빨리 해결하기 때문에 건강함과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조직의 많은 사람들이 ‘똥에 광 내기’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조직에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능력이 없거나, 중요한 곳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없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 아니면 더 슬픈 경우, 그 조직은 ‘똥에 광 내는’ 짓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조직에 자신의 커리어를 베팅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지 않은가?

사장이 가볍게 던진 곁다리 질문에 완벽한 답변을 하기 위해 전 조직을 동원하고 쪼아대는 중간 관리자, 부서 간 ‘힘 싸움’ 때문에 협업 제안서를 무한 뺑뺑이 돌리는 임원, 잘 나가는 사람 밑에 딸랑딸랑 줄 서기 위해 실패가 눈에 선하게 보이는 프로젝트를 반론 하나 없이 끌고 가는 팀장… 모두 ‘똥에 광을 내는’ 사람들이다. 놀랍게도 이런 행위는 효율과 결과를 중시하는 실리콘밸리에서도 가끔씩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평생 살면서 개인적으로 만족감 넘치며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많지 않다. 만약 자신이 속한 조직에 ‘똥에 광 내기’ 행동이 보이고, 또 그것이 조직 전반적으로 만연하다고 생각 된다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을 권한다.

PS – 물론,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는 능력을 우선 갖추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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