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제품의 특성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괜찮은 수 많은 제품 중에서 진정 위대한 제품을 판별할 수 있는 특성이 무엇일까요?’ 

내가 회사에 제품 담당자 인터뷰를 50번 이상 하면서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지원자들에게 묻는 질문이다.  예전 링크드인 다닐 때 제프 위너 사장님의 블로그 글을 계기로 ‘제품 담당자라면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서 묻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제품 담당자 면접 질문으로 너무나 적절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평소 제품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있으면 비교적 쉽게 대답할 수 있고 (반면 제품에 대해 평소의 생각이 깊지 않았다면 ‘붕 뜬’ 느낌의 질문에 당황하기 십상), 또 제품 담당자로써 제품에 대한 철학 및 접근 방법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답은 없지만 좋고 나쁜 답변을 판별하기 쉬운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이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남에게 설득력 있게 답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최근 크리스마스 선물로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되는 제품 몇 개를 접하면서 평소 가지고 있던 두리뭉실한 답변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제하여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우선, 위대한 제품의 필요 조건으로 기본적인 기능들을 사용자들에게 문제 없이 제공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우리는 화려하고 멋진 새로운 기능만 추구하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혁신’ 제품들을 너무나 자주 경험한다. 예를 들어 여러 신용카드 정보를 하나의 전자식 신용카드에 넣어주는 ‘Coin’이라는 제품이 있었다 (예전 블로그 포스트 참고). 뚱뚱한 남자의 지갑은 멋대가리가 없기에 실리콘밸리의 미니멀리스트 성향의 테크쟁이들은 너도나도 이 ‘위대한’ 제품을 선주문 하였는데, 막상 제품이 배달되어 사용해 보니 15% 정도의 결제 실패율이 나는 것이었다. 신용카드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결제의 신뢰도가 보장되지 않는 이상, 그 아무리 멋진 혁신 기능이 들어갔다 해도 이 제품은 위대하긴 커녕 그냥 망작인 것이다. 영어로 이런 상황을 ‘failed on basic execution’이라고 하는데, 이 기본적인 것들을 완벽하고 문제 없이 실행하는 것이 위대한 제품의 기본 중의 기본이 된다.

기본 조건이 충족 된 상태에서, 위대한 제품의 특성 중 하나는 제품의 성능이 사용자의 기대치를 월등히 넘는다는 것이다 (‘performance exceeds the user’s expectations by a mile’). 보통 우리는 어느 문제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사용하는데, 이 때 대개 어느 정도의 문제와 니즈가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을 하기 나름이다. 진공 청소기를 사용했을 때 카펫이 깨끗해지는 정도, 혹은 자동차를 운전하며 가속할 때 느껴지는 승차감 정도 등 수 년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예상하는 기대치가 있는 것이다. 위대한 제품은 이런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할 정도의 멋진 제품 성능을 보여준다. 다이슨 청소기로 처음 카펫을 밀었을 때 느끼는 흡입력 및 불과 몇 십 초 만에 수북히 빨린 먼지들을 본 사람들은 예상치를 뛰어 넘은 ‘고성능’이 무엇인지 몸소 느껴 알 것이다. 마찬가지로 테슬라 자동차의 랙 (lag) 없는 가속도와 승차감은 사용자의 기대치를 훨씬 능가하여 고객들을 만족 시킨다.

셋 째, 위대한 제품은 사용자의 기대치를 월등히 넘음과 동시에 사용자가 기대하지 않은 부분까지 배려하여 즐거운 사용자 경험을 전달한다 (‘surprise and delight’). 페이스북 메신저가 ‘따봉’ 이모티콘을 찾지 않고 한번에 보낼 수 있게 한 UI 디자인, 구글 맵이 아침 저녁에 알아서 출퇴근 길을 자동으로 띄워주고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것, 지메일이 내가 답변을 하거나 받아야 하는 묵은 이메일을 자동으로 상단에 ‘follow up?’ 이라는 알림과 함께 보여주는 것 다 여기에 속한다. 간단히 말해 제품 경험의 마법(magical product experience)들이다.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았으나 그런 기능들을 접할 때 ‘와, 이거 좋은데?’ ‘오! 이거 내가 정말 원하던 것 이었는데!’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애플의 에어팟 프로가 나한테 그러한 느낌을 주었다. ‘설정 > 블루투스 > 새로운 기기 연결’의 사용자 경험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에어팟 케이스를 열자마자 전화기에 바로 연결되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페어링 경험에서 느낀 기쁨은 와우! 

위대한 제품은 위와 같이 기대치를 넘어서고, 또 기대하지 않은 것 까지 배려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기분이 좋으면 계속해서 그 제품을 사용하게 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해당 제품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게 된다. (‘야, 이거 써봤어? 이거 장난 아니야~’). YC 및 유명 VC들이 ‘사용자들이 너네 제품을 남에게 써보라고 소문 내고 싶을 정도까지 제품이 좋아야 해’ 라고 말하는 것, 제품의 리텐션(=재사용률)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그로스 해커들, NPS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프로덕트 마케터의 주장 모두 ‘사용자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위대한 제품의 특성을 계량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제품은 사용자의 행동과 태도를 바꾼다. 심지어 그것이 비합리적인 결정이고 필요 이상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사용자는 이를 감수하고 열정적으로 그 제품을 사용한다. 내 개인적인 경험만 봐도 그렇다. 다이슨 청소기의 성능은 일반 진공 청소기 보다 최대 두 세 배 정도인 것 같은데 가격은 다섯 배가 넘게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최애 가전 제품인 다이슨 청소기를 구입한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돈을 잘 쓴 제품이라고 생각(혹은 착각)한다. 또, 안드로이드 전화기를 메인으로 사용하는데 에어팟의 매력에 빠진 요즘엔 보조 전화기인 아이폰을 꼭 챙겨 다녀 주머니가 무겁다. 주변 사람들을 봐도 마찬가지. 동급의 차량보다 비싼 테슬라를 구입하고 회사에서 충전 가능한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로 더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 한 탭으로 연동이 가능한 애플 맵 대신 구글 맵을 사용하기 위해 아이폰에서 주소를 일일히 복사하여 구글 맵에 수동으로 입력하는 사용자들 모두 위대한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추가 비용, 시간, 및 불편을 감내하는 것이다. 그만큼 위대한 제품은 사용자들을 당기는 힘이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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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제품의 특성을 위의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지만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 더 다양한 조건과 특성들 역시 유효할 것이다. 다른 제품 담당자들도 나와 상황이 비슷하다면 주요 지표 관리 및 분석, 팀 미팅, 제품 개발 마일스톤 집중 등이 주요 일과 일텐데, 가끔씩 위와 같은 ‘붕 뜬’ 제품 관련 질문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또 그 생각을 바탕으로 본인이 담당한 제품에 적용해 보는 습관을 기르면 올라운드 (all-round) 제품 담당자가 되는 좋은 훈련이 될 것 같다. (물론, 혹시 미래에 있을 수 있는 면접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보너스!)

기분 좋은 제품의 법칙

11961997885_0767db6a4f_k모든 회사는 최고의 제품 (great product)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느 경우에는 비록 마음 뿐일지라도). 최고의 제품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그 중 공통되게 말할 수 있는 것을 꼽자면 ‘세계 최상급의 방식으로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문제점을 잘 해결해준다고 그 제품이 ‘기분 좋은’ (delightful)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 사용하기 쉽고, 설령 없어서는 절대 안되는 제품 일지라도 ‘기분 좋음’이 부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띄우는 ‘기분 좋음 (delight)’은 종종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릿츠칼튼 호텔에 체크인을 할 때 지난 투숙 정보를 보고 내가 선호하는 베개로 이미 세팅을 해주는 것 같은 것이 이 ‘기분 좋음’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구글의 제품들을 사용하면서 이러한 기분 좋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제품의 단순함과 유용함이 구글 제품들을 사용하게 된 계기였다면, 기분 좋은 경험들로 인해 제품에 대한 몰입도와 ‘감성적 충성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구글의 기분 좋은 경험은 다음과 같다:

  • 구글 검색: 멤버십 번호를 검색창에 바로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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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예약을 하면서 멤버십 번호를 찾으려 책상 서랍을 다 뒤지거나 예전 이메일을 한참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안을 빌미로 이메일에 멤버십 번호 마지막 네자리만 보여줄 때는 정말 최악이다. 하지만 이 구글의 기능으로 비행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서 이미 스크린 앞에 필요한 정보를 놓고 시작할 수 있다.

  • 쥐메일: 첨부파일을 까먹었을 때 알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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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파일 보내드립니다’라고 이메일을 쓰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첨부하지 않은 적이 얼마나 되는가? (나는 수도 없이 많다 ㅠㅠ). 그러면 다시 ‘전체 회신’을 해서 파일을 보내게 되고, 이러는 과정에서 좀 칠칠치 못해 보이게 되는데 이런 부끄러움을 이 기능 하나로 원천봉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개인 비서가 옆에서 잘 챙겨주는 기분이다.

  • 구글 지도: 예약이 되어 있는 곳들을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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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개인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도상에 내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는 것은 의외로 유용하다. 예를 들어, 하루에 다양한 곳에서 여러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경우 효과적인 이동 경로를 짤 수 있다. 만약 이런 정보가 지도에 없다면 달력이나 이메일에 있는 정보를 일일히 지도에 찍어 봐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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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최근 경험들을 일반화 시키면 다음과 같은 ‘기분 좋은 제품의 법칙‘ 을 세울 수 있다.

  •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견한다. (예: ‘어? 지도에 있는 이 날짜들은 뭐지?’)
  • 당장의 핵심 사용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더라도, 그 문제 해결 이후의 경험을 더 좋게 만든다. (예: ‘좋아! 내게 꼭 맞는 비행기표를 찾았다! 앗 이런… 근데 멤버십 번호가 뭐였더라?’)
  • ‘좋은 느낌’의 감정을 떠나서, 실제로 유용하다. (예: 이메일에 첨부파일을 같이 보냄으로서 업무상 실수를 줄임)

위의 법칙들을 이용하여 ‘기분 좋은’ 경험들을 제품에 적절히 배합하면 사용자들은 제품과 더 깊게 교감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최고의 제품을 더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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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포스트는 제 원글을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