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예전 직장 동료랑 와인바에서 한 잔 하면서 서로의 근황을 나누었다. 이 친구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엘리트 (YC 출신에 회사를 몇 번 매각한 경험이 있고 제품 감각과 개발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인데, 링크드인에서 같이 일하다가 알게된 사이. 약 2년 전 다시 스타트업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퇴사를 하였는데, 만나서 근황을 들어보니 퇴사 후 스타트업 조언 문의가 물밀듯 들어와서 10개 회사의 어드바이저 혹은 이사회로 있다는 것이다. (역시 능력자!)
스타트업 이사회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가 도와주는 10개의 회사의 기업 문화가 천차만별 다 다른데, 신기한 것은 그 10개의 회사 모두 창업자의 성격과 기업 문화가 일치 한다는 것.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최근 어느 실리콘밸리의 대표 스타트업이 위기가 머리속을 스쳤다. 이 회사는 최근 각종 성추문 스캔들, 창업자의 막말 비디오, 경찰 단속 기피 프로그램 개발 발각 등이 근 한 달 동안 몰아서 터지면서, 아마 창사 이래 가장 큰 시련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중 특히 창업자의 막말 비디오를 보면서 ‘오로지 성장 (growth at all cost)’이란 성과주의에 사로잡혀 사는 창업자의 사고방식이 위와 같은 안 좋은 사건들이 유발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조성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 일단 경쟁에서 이겨야 하니 성차별로 보일 수 있는 애매한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자.
- 일단 목표한 성장을 이루어야하니 법리상으로 애매한 부분(양심적으로는 찔리지만)도 과감히 추구하자.
- 우리는 1등이 되야하기 때문에 팀 내에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stepping on other people’s toes)은 당연이 괜찮은 행위이다. (이것은 실제로 이 회사에서 최근 퇴사한 부사장이 한 말)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가장 많이 다른 점 중 하나는 창업자 및 구성원들이 기업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다. 제대로 된 조직 문화를 초반에 잡아두지 못하면 안 좋은 문화가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등 업어 조직에 암 처럼 퍼지게 된다. 그리고 암과 같이 이미 그 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 고치기가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위의 경우처럼 어느 순간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회사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스타트업 창업자, 초기 멤버 및 임원들은 건강한 회사 문화 성립에 능동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몇 년 전 Fred Kofman의 ‘리더가 기업 문화 성립에 있어 취해야 할 행동들’ 이란 강의를 들었었는데, 그 땐 크게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최근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아 블로그에 다시 메모한다:
3 things leaders need to do to establish the right culture. (리더가 올바른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해야할 세 가지):
- Set the standard (올바른 문화에 대한 기준을 성립할 것)
- Demonstrate the standard (그 기준에 대한 본보기를 보일 것)
- Hold others accountable for the standard (남에게도 그 기준에 책임을 지게 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