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하 직원이 내가 제시한 의견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곧이곧대로 실행만 해요. 비록 제가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대충 던진 의견마저 그래요. 어떻게 하면 해당 사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독립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팀을 만들 수 있을까요?”
지난 ‘초짜 매니저 가이드‘ 강연 때 나왔던 질문 중 하나이다.
경영진은 직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step-up’ 하길 원하지만 직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윗사람의 의견을 정면 배치하는 제안을 했다가 나만 X 되는거 아니야?’, ‘상사가 이미 이렇게 말했는데, 시키는 것이나 잘 하지 왜 쓸데없이 잘난 척해서 시간 낭비 하냐고 꾸중 들으면 어떻하지?’ 등 이미 상부에서 제시한 의견의 무게에 눌려 ‘안전빵’으로 실행만 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직원들의 이러한 태도를 줄이기 위해선 ‘여러분이 노오오오력 하세요!’ 혹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해봐요!’ 라고 종용하는 것 보다 의견을 제시할 때 그 의도를 명백하게 (explicitly) 공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방법은 많이 있겠지만 나는 수 년 전 Jeff Weiner에게 배운 ‘세 종류의 피드백‘ 프레임웍을 사용한다. 실제 업무에 적용해 본 결과 결과 매우 효과적이어서 여기에 공유. (물론 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도 이 프레임웍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영향력이 있는 입장에서 남에게 의견을 제시할 때 다음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하여 의사소통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
첫 번 째 의견의 종류는 ‘한 사람의 사견 (one person’s opinion)’이다. 이는 상사나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나오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S전자 스마트폰 디자인 팀에서 일하는 철수는 평양냉면 맛집을 운영하시는 삼촌이 ‘철수야, 이번에 새로 나온 은하계 전화기 디자인은 어쩌구 저쩌구 하게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아’라고 의견을 주셨다고 해서 머리를 싸매고 당장 디자인 변경 계획을 꾀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한 사람의 사견’의 의도로 제시된 의견은 구체적인 행동이나 변경을 기대해서는 안되고, 직원 역시 이런 종류의 의견을 단지 높은 사람이 제안했다고 해서 ‘알아서 기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
두 번 째 의견의 종류는 ‘강한 권고 (strong suggestion)’이다. 이런 의견은 해당 사안에 대해 더 많은 경험, 내공, 그리고 전문성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전달하는 조언이다. 사장이라는 직위에서 주는 은하계 전화기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은 철수가 알지 못하는 사업 및 기타 고려 사항들에 대한 인사이트가 담겨 있을 수 있고, 디자인 총괄이 주는 의견은 핵심 사용자 경험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녹아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사장이나 총괄이라고 모든 의견이 ‘강한 권고’가 되는 것이 아니고, 권고할 만한 이유와 인사이트가 의견에 담겨 있어야만 한다. 이런 의견을 들은 직원은 그 권고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내 생각과 논리에 헛점이 있는지 혹은 더 깊게 고려해 봐야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심사숙고 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 의견의 종류는 (엄밀히 말하자면 의견이 아니지만😅) 구체적인 ‘명령 (mandate)’이다. 이런 의견은 의사결정권자의 입장에서 ‘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기겠는걸?’, 아니면 ‘이렇게 해야지만 우리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는데?’ 등의 ‘mission critical’한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직원들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명령에 기반하여 충실하게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런 결정을 내리는 사람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한테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위와 같이 의견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면, 반드시 자신의 의견이 어떤 종류인지 의문의 소지가 없도록 분명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것은 제 사견이니깐 참고만 하세요’, ‘제가 예전에 비슷한 상황을 여러번 겪었는데, 이런 경우엔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문제가 심각하니 책임자인 제가 결정을 내릴게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 의견의 무게를 남들에게 정확히 전할 수 있다.
제품 담당자, 사업 총괄, 팀장, 임원 등 영향력 및 권한이 많은 직군이나 직책에 있으면 그 사실만으로 그들이 던지는 의견의 무게도 묵직해 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여 제시하는 의견의 의도를 명확하게 하는 버릇을 들인다면 직원들의 독립적인 사고와 의사결정을 장려할 수 있다. 또한 동시에 상사의 의견을 잘못 해석하여 조직의 자원을 헛되이 사용하는 비효율성도 줄일 수 있기에 조금이나마 더 슬기로운 직장 생활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