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인터넷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데이터 분석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data junkie”) 늘어나는 데이터 양은 더 다양한 분석과 지표 수립을 가능하게 하는 꿀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점점 새로운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 할수록 오히려 조직의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이 떨어짐을 경험하였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데이터 분석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고, 또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지표들을 이해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정작 중요한 사업의 전략과 실행에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0명의 제갈공명이 한번에 조언을 준다고 생각해보라 @_@).

결국 데이터의 절대적인 양보다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여 핵심적인 몇 가지 지표로 단순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 훨신 중요한 것이다. 위의 경험을 교훈 삼아 데이터 분석 및 핵심 지표를 단순화시키는 것에 집중하였는데, 역시 단순화 시키는 것이 늘리는 것 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모든 지표들이 다 중요해 보이는데 어떠한 기준으로 지표를 골라야 될까? 많은 시행착오 끝에 요즘엔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핵심 지표들을 선정한다.
회사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가
핵심 지표는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에게 측정하는 vital sign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심박, 호흡 등 정말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정보만 알아도 환자를 어떻게 해야할지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듯이, 간단하지만 회사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몇 개의 지표 위주로 핵심 지표를 구성해야 한다. 나머지는 정기 건강검진 결과처럼 그때 그때 필요할 때 알아봐도 되는 것이다. (즉, important but not urgent)
시계열 (time-series)로 표현할 수 있는가
핵심 지표들은 지속적으로 측정을 할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판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시계열 차트로 그릴 수 있는 지 알아보면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지표들이 차트를 따라 우측상향으로 올라가는 것이 목표인지를 판단한다면 핵심 지표로의 가치가 있을 확률이 높다. (예외: 고객 이탈과 관련해서는 우측하향으로 차트가 그려지길 원해야 할 것이다).
고객의 양과 질을 판별할 수 있는가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윤 창출이기에 많은 핵심 지표가 화폐 단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금전적인 지표만 측정한다면 사업의 동인(動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게 된다. 예를 들어 매출 실적이 예상치보다 10% 밑돌았을 때 그것이 고객이 10% 줄어든건지, 같은 예상치의 고객이 10% 덜 구매했는지에 따라 회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매우 다를 수 있는데,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고객의 양과 질적인 면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이 큰 도움이 된다.
다음은 위 기준에 따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핵심 지표들이다 (150여개에서 15개로 90% 감소!).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 변명은 없지만 이 지표들을 몇 분만 훝어보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위 지표들이 모든 회사에 해당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우버 및 마켓플레이스 기반의 사업 모델은 수요와 공급에 관련된 지표들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표 자체가 무엇이던 핵심 지표에 대한 지도 원리(guiding principle)는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 즉, 위와 같은 일관된 기준들을 통해 높은 ’signal-to-noise ratio’를 가진 지표들만 추려낸다면 훨씬 더 높은 업무 효율 및 사업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