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링크드인 이후의 진로를 탐색하다가 실리콘밸리의 좋은 VC에서 파트너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사실 오래전 부터 VC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관심 산업에 대해 깊게 배우며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비결들을 빨리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중에 내가 스타트업을 하게 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순진해 빠진 생각이었는지…)
최근 기회를 통해 VC라는 직종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었는데, 미래 진로의 참고용으로 다음과 같이 메모 해둔다.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평가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에, 아래 내용들은 실리콘밸리의 VC 파트너들, 그리고 전직 투자자들과의 인터뷰 및 대화를 바탕으로 도출한 짧은 사견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1. VC’s primary job is to find the best deals.
VC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차세대 유니콘 스타트업을 누구보다 먼저 찾고, 누구보다 싸게 투자해서, 누구보다 더 큰 수익률을 얻는 것이다. 그 외의 일들은 부수적이거나 더 큰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2. VC is all about disproportionate outcome.
“The best VCs funds truly do exemplify the Babe Ruth effect: they swing hard, and either hit big or miss big. (최고의 VC들은 베이브 루스 효과를 제대로 보여준다: 큰 스윙으로 홈런을 치거나 크게 헛스윙을 한다)
– Chris Dixon, a16z
벤처 투자는 투자의 위험도가 가장 높은 동시에 성공시 수익율도 가장 높다. 하지만 여기서 재밌는 것은 하한이 0 (=투자한 돈 다 날림) 이라면 상한은 이론상 없다는 것이다. 돈을 날릴 가능성이 아주 높은 현실에서 소수의 투자가 잃은 돈을 다 메꾸고 남을 정도의 성과를 내 줘야 하므로 초대박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 위주로만 투자해야 한다. 중박 몇 개 있어도 전체 펀드 수익율이 마이너스가 나면 실패한 VC. 돈 잃지 않고 약간의 수익률로 방어해도 실패한 VC (LP 왈: ‘이럴바엔 주식/부동산에 투자했지!’). 대박 엑싯을 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 만이 살 길이다.

3. VCs don’t get to work with founders that much.
1과 2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VC들은 투자한 회사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창업자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이사회나 자문 역할로 있다고 한들, 한정된 시간에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기에 실제로 회사를 운영하거나 제품의 전략을 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을 좋아하는 전직 스타트업 출신 VC 파트너들은 답답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게다가 투자한 회사들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그 회사들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이중 답답!
4. Partners need to have extremely high ‘dynamic range’.
VC 파트너는 최고의 딜을 찾는 것과 동시에 단기간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빠른 지식 습득 능력, 그리고 상황 파악 및 적응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명문 VC의 파트너로써 하루는 재생 에너지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고, 그 다음 날엔 어느 회사에 같은 이사진으로 있는 빌 게이츠랑 식사를 하며 컴퓨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분기마다 원로 VC랑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랑 기술 정책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단다. (놀랍게도… 이것은 실제 상황이었다는!)
이러한 능력을 ‘high dynamic range’를 가진 사람이라고 묘사하는데 (전기공학 전공하신 분은 이해할 수 있을 듯), 이 능력의 계량화가 어려워 면접에서 효과적으로 가늠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한다. (나같은 경우는 대놓고 질문을 받았다: “Andrew, do you have high dynamic range?” 나: 속으로… ‘wtf?’)
5. Increased demand for operators (vs. bankers).
VC도 금융업의 일종인지라 예전에는 투자 은행 및 사모펀드 출신의 경영학도 / MBA 들을 선호했다고 했는데 최근엔 회사에서 빠른 성장 및 ‘스타트업 롤러코스터’ 경험을 가진 인재들을 많이 찾는 추세라고 한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패턴 인식’을 경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다. 나의 멘토도 이 부분을 강조하며 회사에서 더 큰 사업을 키워보고 VC에 가도 늦지 않으니 (아니, 오히려 대우가 더 좋을 수 있으니)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아무튼, 이번 기회는 놓쳤지만 5 – 10년 후에 도전해 보고 싶은 직업이다. 그때 되면 나도 억만장자 엑싯한 파운더가 되어 general partner로 후학을 양성하면 좋겠다… 라는 망상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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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 탑 클라스 VC의 내공 및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조 레이콥 (KPCB 파트너 & NBA 워리어스 구단주) 초청 강연. 사실 이 동영상 보는게 위에 쓴 글 보다 무한대 더 유용함-_-;
PS2 – 전문 벤처 투자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엔젤 투자 및 자문은 회사 일과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하고 싶습니다 (이젠 허락도 받아야 해서요;;). 멋진 꿈과 미래를 창조하는 제품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