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결산: 스타트업 근황 (State of Startu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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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First Round Capital이 스타트업 근황에 대한 보고서를 출간하였다. 작년에도 짧게 요점을 요약/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올해도 보고서에 나온 내용 중 몇 개를 추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여 (파란색) 나누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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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업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인재 및 고객 유치이다.

2년 연속 창업자들은 인재 발견 및 영입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답변하였다. 반면, 작년엔 매출 성장이 두 번째 걱정거리였는데 올해는 고객 유치가 2등을 차지했다. 다양성 (diversity – 성, 인종, 배경 등) 및 ‘삶의 질 (work-life-balance)’에 대해선 25% 정도의 창업자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스타트업은 인재확보에 관련해서 대기업 대비, 악조건 속에서 베팅을 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창업자들은 각 분야의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싶지만 그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들이 대기업에 비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애플에서 인공지능 역량을 키우기 위해 스탠퍼드에서 자연어처리 등 인공지능 관련으로 박사 졸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수 억의 연봉 및 수 억의 계약 보너스를 준다는데, 이 현실적인 조건을 마다할 사람이 몇 있으며 또한 이런 제안을 맞추어 줄 수 있는 스타트업은 몇 개가 있을까? 그래도 어렵지만 스타트업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개인적인 성장 및 성취감, 그리고 회사의 비전을 열심히 파는 동시에 인재의 기준에 대해선 절대로 타협을 하지 않는 뚝심을 보여야 뛰어난 사람들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

2. 거품이 꺼지고 있다.

작년에는 73%의 창업자들이 스타트업 업계에 거품이 있다고 답변한 반면, 올해는 57%만 아직 거품이 있다고 답변하였다.

거품이 터지지 않고 수그러들고 있다고 느껴진 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2016년은 ‘눈 먼 돈’을 투자받은 회사들에겐 참으로 혹독한 한 해 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스타트업들이 폐업을 하였지만 동시에 내실이 있는 ‘옥석’ 스타트업들을 가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은 업계의 좋은 성장통 이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추가로 좋은 소식은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어웨어, 타파스 등) 성공적인 투자사업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 

3. 매출 > 이익

스타트업 특성상 당연한 이야기지만 61%의 창업자들은 이익률보다 매출 성장에 회사를 최적화 시키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물론 이익률도 중요하지만 단위 경제 (unit economics)만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면 시장 지배력을 넓히는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매출 > 이익 우선순위에서 가장 걱정되는 회사가 있는데, 바로 우버이다. 그들의 단위 경제는 대충 다음과 같다 (credit: Ben Thompson): 

우버 단위 이익 = 총 매출 – 운전자 수임 – 운전자 인센티브 – 카드 수수료 – 승객 인센티브

현재 예상되는 사실은 이 공식의 결과가 음수라는 것, 그리고 현 상황으로는 이 공식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때 줄어드는 비용이 크게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걱정의 원인이다. 하지만 만약 이 공식을 ‘+’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실행되면 (예: 운전자 수임 및 인센티브를 없앨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엄청난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4. 중간급 개발자들의 평균 연봉 = $101k ~ $150k (1억2천 ~ 1억8천 만 원)

다행히 개발자들의 처우가 나쁘지는 않다. 살인적인 물가의 실리콘밸리에서 1억 버는 것은 극빈층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소개된 글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실리콘밸리에 사는 다수 (상인, 선생님, 간호사, 은행원, non-tech 회사원, tech 회사의 비 개발자 등)와 비교했을 때 평균, 혹은 평균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물론, 테크 대기업의 개발직과 비교했을 때는 평균  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빈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은 인정).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개발자의 몸값이 낮지만, 그래도 절대적으로는 많은 비용이기 때문에 회사의 burn rate에 신경을 써야하는 창업자는 직원수를 늘리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5. 창업자 5명 중 1명은 자신의 회사가 유니콘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18%의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회사가 반드시 유니콘 (기업가치 1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에는 차이가 있는 법. 같은 비율의 창업자들은 2016년에 정리해고를 단행 하였다고 함.

스타트업에서 찾을 수 있는 긍정의 힘! 솔직히 유니콘으로 평가받고, 또 유니콘으로 엑싯을 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는 것’ 처럼 어렵다. (몇 년 전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중 가장 뜨거운 유니콘이었던 Gilt의 흥망성쇠를 보라.) 하지만 유니콘이 되리라는 확신이 없으면 유니콘이 될 가능성 조차 없지 않을까. 계속 유니콘의 꿈을 꾸시길!

6. 혹시 망한다면 그 이유는?

창업자들은 성공하지 못할 가장 큰 이유는 ‘추가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하여’라고 답변하였다 (24%).

살짝 실망스러운 자세이다. 투자를 받지 못하여 망하는 것이 아니고, 망할 것 같으니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망하는 이유는 가장 적은 답변을 받는 아래 네 가지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등용을 잘 못 하거나, 경쟁에서 패배하거나, 돈을 너무 헤프게 쓰거나, 고객들을 확보 및 유지하지 못해서. (YC 폴 그래험의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18가지 이유 참고). 스타트업 분석 업체인 CB Insights, 그리고 OATV VC의 Bryce Roberts도 이에 대해 비꼬는 기사를 냈다. 미사여구로 들리겠지만 ‘Focus on the user, and the rest will follow’, ‘Make what people want’의 정신을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CB Insights의 비평: “투자자가 우선, 고객은 차선”

2017년에는 ‘한국 스타트업의 두각’이라는 트렌드도 이 보고서에서 실릴 수 있는 해가 되길!

보고서 원문: http://stateofstartups.firstround.com/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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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First Round Capital은 연말에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들과  ‘크리스마스 뮤비’를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올해도 역시! (작년 버전은 여기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