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ife Blitzscaling: 링크드인 창업자, 그리고 CEO와 회의하기

출처: https://toshistats.wordpress.com/2015/09/03/3182/
이미지 출처: https://toshistats.wordpress.com/2015/09/03/3182/

12월 링크드인 사업부는 평소보다 분주한 한달을 보낸다. 막판 실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 다녀서가 아니다. 12월엔 각 사업부에서 다음 해에 대한 전략을 짜고 사장단에게 보고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소위 ‘Annual Planning and Strategy Review’. 회사 사업에 관여하는 최고참들만 참여하는, 사장실에서 주최하는 회의 중 가장 중요하고 비중이 있는 모임이다. 이런 회의인지라, 사업부의 임원으로 몇 년 연속 참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긴장되긴 매한가지이다.

이번에는 새로 이사온 건물의 회의실에서 모였는데 내 옆에 앉은 동료 바로 옆에 자리를 잡은 리드 호프먼! 그 옆에 제프 위너, 그리고 내 앞에 알랜 블루가 앉는다. 일인칭 Blitzscaling 수업이다! 그것도 매출 3조원이 넘는 실제 회사를 주제로!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종이 두 장에 빼곡히 자료를 정리하였고 달달 외웠었는데… 긴장감에 아무것도 생각이 안난다. 긴장을 풀기 위해 용기내어 알랜에게 한마디 건낸다: “스탠퍼드 강의 잘 봤습니다”.

회의가 시작된다. 역시나 이번에도 발표가 아닌 토론이다 (참고: 실리콘밸리 임원들이 회의 하는 법). 모두가 예상되는 질문으로 논의가 시작되지만 곧 논란이 있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건의한 내용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강한 질문 공세와 토론이 몇 시간 동안 계속된다. 정회 시간보다 한참 (= 몇 시간) 지나서야 회의가 끝이난다. 앞으로 다가올 회사 휴무기간이 그렇게 기다려 질수가…

강렬한 지적 노동으로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난 정말 행운아구나. 별 실력도 없는 내가 어떻게 이런 위대한 사람들과 옆에 앉아서 회사의 사활이 걸린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회사 휴무기간 동안 이 회의를 곱씹어 보면서 내가 가장 크게 ‘한 수’ 배웠다고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 회의한 내용 및 사업 세부 사항은 일절 제외한다).

전략이란?

우리는 전략이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한다. ‘전략 컨설팅’, ‘전략 마케팅’ 등 무엇이든 좀 중요해 보이기 위해 붙이는 수사로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전략이 무엇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는 경우는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포터의 5 Forces 이론, 손자병법 등 다양하고 복잡한 비유가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 하지만 나에게 있어 전략의 정의는 매우 간단하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 (How do you win?)

이렇게 전략을 정의하면 회의의 목적이 더욱 분명해진다. 전략 회의 = 이기는 법을 구상하는 회의인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하나?
–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할 기반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
–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가?
– 우리가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은 무엇인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Big Dream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이런 회의를 통해 내년의 매출 목표 및 구체적인 사업 추진 계획을 심도있게 다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장기적으로 회사가 이루고 싶은 큰 비전에 대한 논의이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의 궁극적인 비전은 전 세계의 모든 노동 가능한 인력들이 경제적인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아직까지 어떠한 경과가 있었고, 또 앞으로 일년 동안 어떠한 활동으로 비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근시안적인 단기전략에만 집중하는 과오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동기 부여에도 일조할 수 있게 된다.

핵심(core)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큰 비전에 너무 치중하게 되면 정말 ‘꿈 같은’ 허황된 아이디어만 좇는 경우가 생긴다. 실리콘밸리 IT 산업에 몸담은 사람들 중 ‘the next big thing’이나 ‘the new shiny thing’에 심장이 안뛸 사람이 있기라도 할까?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회사의 핵심 사업들이 견고하고 확실하게 ‘이겼을 때’까지 더 멋지고 새로운 것에 한 눈을 팔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즉, 핵심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제프에 의하면 ‘이기는 것’은 고객 가치를 더 깊게 전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

기업의 핵심 역량이나 사업이 흔들린다는 것은 기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에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cash cow’가 병들어 간다는 것이다. 고로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잃어 회사의 총체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 읽은 ‘에버노트와 5%’ 대한 기사가 생각난다. 에버노트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에버노트의 기능들을 5% 밖에 활용을 못하고 있음에도 매우 만족을 하고 있다며 에버노트의 잠재력 대해 높게 평가하였고 회사 역시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방면으로 확장을 하였다. 하지만 유저들마다 각자 활용하는 5%의 기능들이 달랐기 때문에 에버노트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이다. 즉, 에버노트는 각 유저들에겐 좋은 경험을 제공하였지만 시장 전체를 봤을 때 제대로 정의된 ‘핵심’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고, 이에 unicorn에서 unicorpse로 전락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다시 전략의 정의로 돌아와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핵심에 집중하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다.

모두가 지적으로 동년배이다 (intellectual peers)

이는 내가 컨설팅 업계에 몸담고 있을 때 나의 스승이자 상사였던 분이 물려준 가장 큰 가르침인데, 최근 다시 한번 크게 공감이 되었다. 회의에 초대된 사람은 사장님(제프)을 흐뭇하게 하려고 모인 것이 아니라 회사의 성과를 최대로 이루기 위해 그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의견을 회의에 기여하라고 부른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직위을 불문하고 지적으로 동년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당당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 – 심지어 그것이 사장과 ‘논리 배틀’이 붙는 경우일지라도.

개인적으로 이런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영원한 블랙리스트에 오를 줄 알았던 불안감은 기우로 끝나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respect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맞고 틀림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 대신 다른 접근 방법이나 주장이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더 좋은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아무리 직위가 낮더라도 자신의 관점과 논리를 주장하는 것이 머리를 조아리고 조용히 있는 것 보다 몇 만 배 더 회의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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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배움은 끝이 없다더니, 이번 회의를 통해 Blitzscale 주역들의 내공을 느끼고 실리콘밸리의 일류 회사를 이끌어가기 위한 ‘클래스’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크게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부족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더 크게 꿈꾸고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

가족같은 회사는 없다

handshake

대학교 시절 박찬희 교수님의 ‘경영학 개론 / General Manager’s Perspective’ 라는 수업 중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아 나도 훗날 기업가가 되면 가족같은 분위기의 멋진 회사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또 얼마전에, 한국 스타트업에 들어간 분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파운더(창업자)가 가족같이 형-아우 지간으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자라고 한다’.

한국인에게 ‘가족’이라는 단어만큼 따뜻한 단어가 또 있을까. 그런 단어를 수식어로 품은 ‘가족같은’ 회사… 얼마나 멋진가. 행여 언론에 ‘가족같은 회사’가 소개되면 한국인 특유의 정(情)과 인간미가 넘치는 곳으로 묘사되곤 한다. 특히 공사 구분이 확실한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해온 나는 이런 ‘가족같은 회사’가 가끔씩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 다가오곤 했다.

The Alliance Book Cover

이런 가운데 내가 다니는 회사의 창업자 리드 호프먼이 쓴 책 ‘The Alliance‘를 접하게 되었다. (리드가 직원들에게 한 권씩 보내주었다). 몇 장을 넘기지 못한 채 나는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요지는 ‘가족같은 회사는 없다 였기 때문이었다.

“Your company is not a family.”

호프먼은 회사가 가족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은 논리를 통해 설명한다.

회사의 거짓말
Companies expect employee loyalty without committing job security
회사는 직원의 충성심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인 고용 보장은 약속하지 않는다

직원의 거짓말
Employee’s say they are loyal, but leave the moment a better opportunity comes
직원은 애사심이 있다고 하지만 더 좋은 기회가 생기는 순간 바로 이직을 한다

이런 양측의 거짓말로 인해 성립된 관계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치고 결국 lose-lose하는 상황을 만든다고 책은 설명한다. (회사는 능력있는 직원들을 잃고, 직원은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이 대안으로 호프먼은 회사-직원 관계를 ‘동맹‘ (alliance) 의 개념으로 보기를 주장한다.

동맹 관계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 Mutually beneficial deal => 상호 이익이 있음
  • With explicit terms => 조건이 확실하고 명시적임
  • Between independent players => 독립적인 주체 사이에 성립됨

충격에서 벗어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솔직히 ‘인간미’가 확실히 떨어지긴 하지만 맞는 말인것 같다. 또한 회사-직원 관계에 있어서 더 솔직하고 공정한 접근 방법인 것 같다. 가족같은 회사라고 말해놓고 직원을 해고하거나 직원의 미래에 투자하지 않는게 어떻게 보면 더 비인간적인게 아닌가? 또한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고, 나 역시 회사 업무를 통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것이 윤리적이고 공정한 거래가 아닐까.

미국 온디맨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의 일인자인 넷플릭스(Netflix)도 그들의 ‘culture deck‘을 통해 ‘We’re a team, not a family’라고 명시하고 있다. 프로구단들이 선수들을 영입하여 공통된 목적(=우승)을 향해 노력하는 것 처럼 회사도 ‘가족처럼’ 지낼 사람이 아닌, 능력있는 사람들을 모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Netflix Culture Deck 발췌
Netflix Culture Deck 발췌

아쉽게도 The Alliance 책으로 인해 나의 ‘가족같은 회사’의 환상과 꿈은 날아가버렸다. 새로운 직원이 팀에 합류할 때 ‘welcome to the family’라는 정감 넘치는 말도 이제 그만 사용하게 되었고, 전체 이메일을 보낼때도 ‘Team’이라는 호칭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그 전에는 All, Friends, Fam, Guys 등 다양하게 사용).

아쉽지만 맞다… 가족같은 회사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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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Image source (creative commons: 드림포유):  https://goo.gl/ZTZYx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