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테슬라처럼 마케팅 하지 말자

요새 엘론 머스크가 테크계의 영웅 중의 영웅이다. 며친 전 팔콘 헤비 로켓에 테슬라 로드스터를 탑재해 화성으로 날려 보낸 후 쌍둥이 로켓을 동시에 착륙 시키는 모습은 정말 🐶감동!

그런데 이런 멋진 인간도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테슬라에서 계속 보내오는 모델 3 자동차 연기 소식. 2016년 4월 1일에 $1,000을 넣고 예약을 했는데 작년 11월 처음 연기 소식을 받고, 원래 계획 대로라면 자동차를 인도 받았을 법한 엇그제 또 연기 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테슬라 역사상 엘론 머스크가 발표한 출시일을 맞춘 적이 없는 것을 알고도 자동차를 예약 주문한 내가 바보지만, 그보다 다음과 같은 형편 없고 어이가 없는 이메일을 보낸 테슬라의 마케팅 부서에 대한 빡침이 가장 컸다.

요약하면:

안녕, 우리 테슬라야. (네가 묻지도 않았지만 굳이 알려 주자면) 우린 양산에 관한 문제점들을 너무 멋지게 풀어내고 있어. 너무 멋지지? 그런데 어쩌지? 네가 2년 전에 주문한 자동차는 (다시 한번) 예상보다 조금 더 늦어질 것 같아 (…라고 쓰지만 사실 많이 늦어질꺼야). 얼만큼 늦어지는 지 알고 싶으면 우리 홈페이지 로그인해서 알아봐. 기다려줘서 고마워!

마케터의 눈으로 봤을 때 이 편지는 정말 오.마이.갓! 😱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이란 제품과 회사에 대한 정보를 고객이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고객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를 달성 했을까? 이는 이 편지의 목적을 정리해 봄으로써 평가할 수 있다.

Primary objective
(이 편지에서 가장 중요한 점)
Inform customers about the delay (자동차 예정 인도일 연기를 통보)
Secondary objective
(추가적인 목표)
Continued support and confidence in Tesla (회사에 대한 계속된 신뢰와 지지 유지)

위를 토대로 테슬라의 이메일을 평가했을 때 우선적인 목적이 나중에 언급되고 (두 이메일 모두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은 아무도 묻지 않은 공정 혁신에 대한 자랑질-_- ), 고객의 이해와 신뢰를 얻기 위한 어조나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일방통보 같은 느낌이고 고객이 알고 싶은 정보는 웹사이트 로그인 하고 보라고 한다. 내 기준에서는 완전 탈락.

만약 내가 테슬라 마케팅 팀에 있었다면 다음과 같이 쓰는 것을 건의 했을 것이다.

Andrew,

Thank you for being a Tesla supporter. I want to let you know that your Model3 will be delayed than our original expectations, due to production bottlenecks.

The new estimates are the following:

  • First Production (310 mile range): May – July 2018
  • Dual Motor All-Wheel Drive (220 or 310 mile range): Late 2018
  • Standard Battery (220 mile range): 2019

We know we let you down, and we take this very seriously at Tesla. We are committed in clearing the production bottleneck and deliver Model 3s to our customers around the globe, while maintaining the utmost high quality standards we have on our vehicles.

If the new schedule no longer fits your timeline, you may login to the Tesla homepage and follow the instructions to get your deposit refunded.

Thank you for your patience and, more importantly, supporting our vision of sustaining energy future.

-Elon

******

앤드류님,

테슬라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타깝게도 공정 병목 현상으로 고객님이 사전 주문하신 모델3의 인도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도 예정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First production: 2018년 중반
  • 4WD: 2018 후반
  • 기본 사양: 2019년

고객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저희도 이것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속히 양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전 세계의 테슬라 고객분들께 최고 수준의 품질의 차량을 빨리 인도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만약 새로운 인도 시점이 고객님의 일정과 맞지 않는다면 테슬라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절차에 따라 예약금 환급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고객님의 이해에 감사드리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비전에 동참해 주셔서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엘론 드림


이렇게 키보드로 깊은 빡침을 표현하지만, 현실은 끄떡 없는 테슬라 주식과 모델 3를 받기 위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몇 만 명의 구매 대기자. 엘론 머스크의 아우라 + 미래의 자동차라는 멋진 포지셔닝 + 실제로 디자인과 성능이 빼어난 전기 자동차라는 매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완전 WTF 마케팅임에도 잘 나가는 것이다. (엘론 머스크가 마케팅까지 먼지 안 날리게 완벽하면 우리는 다 어떻하라고… ㅠㅠ)

하지만 당신이 엘론 머스크가 아니고 테슬라 자동차 보다 더 멋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면 테슬라처럼 마케팅 하면 안된다. 이렇게 했다가 ‘고객 신뢰 파괴’ 지뢰 한번 밟으면 폭망한다. 꼭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마케터가 되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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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Elon Musk Twitter

프로덕트 마케터 개론

한국서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막론하고 ‘프로덕트 마케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우 흔한 직종인데, 프로덕트 마케터는 프로덕트 매니저와 더불어 (최근들어 PM은 많이 늘어난 듯) 한국 스타트업이나 IT 회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프로덕트 마케터는 스타트업에서 ‘무시해도 되는’ 직군이지만, 또 다르게 보면 스타트업이 성공하는데 천재 개발자 못지 않은 기여를 하는 중요한 직군이기도 하다. 이렇게 ‘모 아니면 도’인 프로덕트 마케터…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지?

프로덕트 마케터란?

“PMM is responsible for driving the commercial and customer success of the product.”

프로덕트 마케터 (혹은 PMM, product marketing manager)는 회사에서 제품의 상업적 성공과 고객의 성공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상업적인 성공을 위하여 고객과 시장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제품 개발에 핵심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제품 출시 전략을 세워 최대한의 성과를 도모하는 동시에, 고객들이 제품에서 최대한의 가치를 인지하고 뽑아낼 수 있도록 ‘고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을 주로 한다.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what (=product)’을 중심으로 ‘who (=user / market)를 접근한다면 프로덕트 마케터는 ‘who (=user / market)’를 중심으로 ‘what (=product)’을 접근한다고 보면 된다.

PMvsPMM

프로덕트 마케터의 주 업무는?

프로덕트 매니저와 마찬가지로 프로덕트 마케터도 회사마다 조금씩 업무의 성격이나 세부적인 범위가 다를 수 있으나, 핵심 업무로 다음 네 가지 활동을 들 수 있다.

1. Audience Expertise (고객 및 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도)

프로덕트 마케터는 잠재 고객과 시장의 성향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며 그들의 ‘행동 변화’ (=우리 제품을 선택)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도출해 낼 수 있어야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계량적, 정성적 시장 조사 및 사용자 경험에 대한 연구를 주도해야 한다.

  • Competitive landscape: 시장 크기, 경쟁사 장/단점, 현재 제품의 위치, 미래 가능성 및 기회 분석
  • NPS / Customer Satisfaction 설문 설계, 실행, 인사이트 도출
  • User research: 고객 세분화, 고객 성향 및 행동 분석

2. Product Development (제품 개발)

제품 개발은 프로덕트 매니저와 엔지니어만 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덕트 마케터는 고객 및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품 개발팀에 전달함으로써 제품 개발 과정에서 ‘가상 고객’의 역할을 한다. 또한 제품화 과정에서 제품의 기능 개발 외적인 요소들은 대부분 프로덕트 마케터의 손을 거친다.

  • Customer validation (고객 유효성 검사): 제품의 시장 가능성을 가늠하고, 잠재 구매자들이 원하는 제품의 구성을 대략 알아볼 수 있는 심층 인터뷰 과정. 성공적인 customer validation은 신제품 출시에서 오는 제품-시장 비궁합의 위험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 Product messaging: 제품이 고객에게 어떻게 ‘대화’하고 ‘교감’할 것인가? 명령조로 제품 메뉴를 구성할 것인가? 존칭을 쓸 것인가? 고객들이 제품을 경험하면서 어떠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은가?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고객들에게 이야기하고, 교육하고, 그들의 행동을 유발할지에 대한 설계에 따라 고객들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경험의 설계를 프로덕트 매니저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정의해야 한다.
  • Product positioning: 시장에서 제품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프리미엄 제품인가 아니면 대중성이 있는 제품인가? 그렇게 포지셔닝을 하기 위해선 제품의 경험을 어떻게 제공해야하며, 경쟁사 대비 어떠한 기능들을 더 부각시켜야 하나?
  • Product pricing: 제품의 가격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제품의 포지셔닝, 타사와 경쟁력, 그리고 고객의 지불 의향을 다 고려한 이상적인 가격인가? 미래의 업데이트 및 제품 확장에 유연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가격 전략인가? (참고: 스타트업의 가격 전략)

3. Sales Enablement (영업 지원)

현장에서 뛰는 영업팀들은 각각의 고객의 니즈나 영업 사원 개인의 성향에 따라 제품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세부적인 (동시에 중요하지 않은) 논의에 빠져 효과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할 때가 간혹 있다. 더 높은 영업 실적 달성을 위해 프로덕트 마케터는 제품 및 시장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다양한 영업 자료로 성문화하여 제공하고, 또 영업팀을 대상으로 제품에 대한 교육 및 공지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 Model pitch (판촉 모범 답안): 영업 사원들이 기준을 삼을 수 있는, 제품의 기능과 가치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해 놓은 참고용 P/T. Model pitch는 고객의 문제점으로 시작하여 우리 제품의 차별화된 해결책을 유기적이고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영업 사원은 model pitch를 기반으로 약간의 수정을 거쳐 (예: 고객사 이름 삽입, 고객사가 중요시 하는 부분을 앞으로 당김 등) 사용한다.
  • Data sheet: 제품의 기능들과 가격을 설명해 놓은 판촉물. 고객들의 FAQ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자료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 Sales Training: 영업 사원들에게 시장/고객의 니즈, 제품의 기능, 경쟁사들을 대처하는 법, model pitch 연습하기 등의 교육을 시킨다.
  • Product update: 영업팀을 대상으로 새로운 업데이트 및 강조해야할 부분들을 수시로 공지해준다.

4. Go-to-market (제품 출시 전략)

제품의 상업적, 그리고 고객의 성공을 위하여 제품 출시 전략을 진두지휘한다.

언제 제품을 출시할 것인가?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고객 지원에 필요한 자료 및 회사의 역량은 무엇인가? 고객의 성공 및 만족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성과 지표는 무엇인가? 유통 채널들의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계획보다 성과가 뒤쳐질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들인가?

(5. Own the P&L – 사업 총괄)

회사에 따라 사업 성과의 책임을 지는 조직이 다르기 때문에 프로덕트 마케터의 ‘핵심 활동’이라고 할 수 없지만 때에 따라서는 사업의 총 책임을 지는 general manager 역할도 수행한다. 나 같은 경우도 LinkedIn Sales Solution의 사업 성과를 동료 프로덕트 매니저와 같이 책임을 졌었다.

훌륭한 프로덕트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

프로덕트 마케터는 개발팀, 영업팀, 그리고 고객을 직접 대하는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 직군이기에, ‘똑똑함, 높은 적응력, 싹싹함’ 등의 범용적인 실력 외에 다음과 같은 능력이 절실하다.

출처: Drift blog
출처: Drift blog
  • 진정한 T-자형 인재: 시장과 제품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해당 산업 및 고객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여러 산업군의 특성을 두루 파악하고 있고, 동시에 기술 동향 및 새로운 혁신에 대한 깊은 지식으로 고객들에게 어떠한 솔류션으로 그들의 니즈를 효과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 프로덕트 마케터는 개발팀, 영업팀, 고객으로 구성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을 조율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개발자들에게 시장의 니즈에 맞게 기능을 바꾸라고… 영업팀에게는 제품의 가치를 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특정 기능들을 부각시켜 설명하라고… 고객을 상대로 왜 우리 제품이 경쟁사보다 좋으며, 왜 지금 구매를 해야하는지… 등). 변화를 야기하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은 프로덕트 마케터에 있어서 정말 필수 항목.
  • 제갈량같은 뛰어난 전략…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높은 실행력: 프로덕트 마케터의 네 가지 핵심 활동에서 알아봤듯이 업무가 전략적인 것에서 (가격 전략, 유통 전략 등) 매우 실행적인 것 까지 (고객 설문 조사 분석 등) 넓은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전략과 실행력을 겸비한 ‘레어템’ 인재들이 다양한 직군과 소통하며 제품의 상업적 성공과 고객의 가치 창출을 위한 행동들을 능수능란하게 실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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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분석을 할 수 있지만 실행력이 부족한 경우, 제품 개발 과정에는 너무 문외하고 영업팀이랑만 쿵짝이 맞은 경우 등, 모두 프로덕트 마케터로써 성공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이다. 이렇기 때문에 프로덕트 마케터가 ‘모 아니면 도’라는 이유이다. 하지만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굴지의 회사들이 프로덕트 마케팅 조직을 두고 있는 것은 고객의 성공과 제품의 상업적 성공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데 프로덕트 마케터의 활동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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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https://goo.gl/7PJS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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