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제약 (A Beautiful Constraint)

출처: http://goo.gl/4ifrn0
이미지: http://goo.gl/4ifrn0

며칠 전 페이스북 본사를 방문하면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시설과 복지에 감탄하여 든 생각: ‘아 역시 이렇게 직원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확실하게 지원을 해 주니 멋진 제품이 나올 수 밖에!’ 혹자는 이와 같은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풍요로움이 혁신을 장려하는 큰 힘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최근 업무 관련으로 외부 연사 초청 세미나에 참석할 일이 있었는데, 이는 나의 ‘풍요 (abundance)’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세미나 연사는 ‘A Beautiful Constraint’의 공동 저자인 Mark Barden. 그의 요지는 제약에서 오는 압박과 절박함이 조직에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 내는데 매우 중요하며, 이는 스타트업 및 신흥 브랜드들이 기존 업체들을 이기기 위한 필수 역량이라는 것이다.

이 예로 그는 남아공의 Kulula Air 저가 항공사의 사업 진출 이야기를 들었다. Kulula Air는 비행기를 한번도 타보지 못한 남아공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업계 후발 주자였다. 소자본 회사인 Kulula Air는 모든 돈을 여객기 확보에 사용하였고, 이에 고객 유치에 필요한 자본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난관에 봉착하였다. (보잉 737 한 대 가격이 5천만불!) 이런 제약에 부딪친 Kulula Air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낸다 – ‘우리 비행기를 광고판으로 사용하자!’ 이에 비행 초보자들을 겨냥한 컨셉에 맞게 비행기 전체를 ‘사용 설명서’ 느낌으로 도색을 하였다.

Kulula-flying-101

Kulula Air는 이런 도발적인 행동을 통해 TV나 지면 광고 없이 사람들을 ‘수근거리게 하는’ word-of-mouth 효과를 유발, 비행을 처음 접하는 잠재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에 마케팅 예산이 넉넉히 있었다면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품을 개발할 때도 이런 제약들이 더 혁신적이고 좋은 사용자 경험을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구글의 ‘카드 디자인’을 들 수 있다. 요새 잘 나가고 있는 NBA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팀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제공되는데, 이런 검색 결과 맨 위에 다음과 같이 ‘한 장의 카드’에 가장 핵심적인 정보가 요약되어 보여진다. ‘카드’라는 웹페이지의 공간적 제약을 통해 수많은 정보 중 사용자에게 그때 가장 중요하고 관련있는 정보만 담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Warriors'를 검색하면 방금 끝난 경기의 점수와 하이라이트만 보여주는 구글의 검색 카드 디자인.
‘Warriors’를 검색하면 팀에 대한 핵심 정보(순위)와 방금 끝난 경기의 점수 및 하이라이트를 요약하여 보여주는 구글의 검색 카드 디자인.

마찬가지로 트위터의 140자 제한도 (비록 조만간 풀린다고 하지만) 이와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140자의 제약된 글자수가 충분한 표현을 제한하기보다 오히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을 더 간결하고 힘차게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마치 시조에서 운율의 제한으로 글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 것 처럼.

140자 이내로 자신을 표현해야하는 트위터
140자 이내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트위터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제약들은 외부의 불가항력적 힘에 의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제품을 개발하면서 자체적으로 정의한 인위적인 제약이라는 것이다. 일부로 자신들의 입장을 조금 더 ‘불편하고 부족하게’ 만듬으로써 핵심 사용자 경험을 확실하게 정의하는 계기를 가지고, 또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더 창조적이고 out-of-the-box 사고 방식을 유도하는 것이다.

헤밍웨이가 단 여섯 단어로 감동적인 소설을 만들어 보라는 친구의 내기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m.
판매함: 아기 신발, 한번도 신지 못한.

제약… 갈 길 바쁜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방해물이 아니라 더 멋진 결과물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속박인 것이다.

 

A Beautiful Constraint
A Beautiful Constraint

 

참고] 실제로 헤밍웨이가 위 이야기를 지었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음. (링크)

2016년도 가장 핫할 스타트업 분야는?

이미지: http://bit.ly/1OItDPi
이미지: http://bit.ly/1OItDPi

주식, 정치, 국제 정세 등 각 분야에 대한 예측은 새해에 어김없이 언론에 회자되는 단골 메뉴이다. 스타트업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2016년도에 뜨는 스타트업 테마는 무엇일까?

CIO: “The 10 biggest startup opportunities in 2016
Inc.com: “Top 15 Companies to Watch in 2016
Monster: “6 tech startups to watch in 2016
Business Insider: “50 enterprise startups to bet your career on in 2016

내가 제일 좋아하는 VC 투자자 중 한명인 Tomasz Tunguz는 이 질문에 대해 흥미롭고 ‘VC-스러운’ 방식을 통해 예측을 한다.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기 앞서 우선 ‘핫’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 언론에 제일 많이 회자되는 분야? 창업이 제일 많은 분야? 입사 지원서가 가장 많이 몰리는 분야? Tunguz에 의하면 ‘핫’한 스타트업 분야는 VC들의 투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다. 즉, 매년 수천개의 회사와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VC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가 제일 유망한 분야라는 것이다.

그의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Crunchbase에 공시된 스타트업들의 시드 및 시리즈 A 투자 정보를 취합한 후 각 스타트업 분야가 총 투자의 몇 %를 차지했는지를 계산한다. 이 정보를 다년에 걸쳐 모으면 투자의 추세선을 그릴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핫’한 분야를 선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법론에 따라 16개의 스타트업 분야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출처: http://tomtunguz.com/hottest-startup-sectors-2016/

이를 통해 Tunguz는 SaaS, Big Data, Marketplace, 그리고 교육 분야를 2016년도에 VC의 러브콜을 많이 받을 ‘핫’ 스타트업 분야라고 예측 하였는데, 이 네가지 분야에 대한 사견은 다음과 같다.

SaaS: 개인적으로 SaaS는 스타트업의 한 ‘분야’라기 보다는 사업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만, 데이터 등에 기반한 솔류션을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회사들을 일반화한 분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2010년에는 총 투자의 5% 밖에 차지하지 못한 SaaS 기업들은 최근들어 10% – 15%나 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SaaS를 도입하여 얻는 매출의 예측 가능성, 안정성, 그리고 확장성 등, SaaS는 매력이 넘치는 사업 모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극미한 소프트웨어 회사밖에 SaaS 모델을 도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쪽 분야의 큰 성장이 예견되기에, VC의 투자가 점점 몰리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Big Data: 하루가 다르게 데이터의 양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빅 데이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모으는 기술과 새로운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하는 방법들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Marketplace: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으로 2010년에 2.5% 밖에 안했던 ‘온라인 장터’ 분야가 작년에는 전체 투자의 10%나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본문에서도 언급하지만 우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단 한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에어비앤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인데 객실을 단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레버리지가 가능한 사업 분야의 매력 때문에 투자자들은 새로운 ‘Uber for X’, ‘AirBnB for X’를 찾으려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교육: 2010년에 6%에 머물었던 교육분야의 투자가 최근 10%까지 올랐다. 교육 분야 중에서도 공교육 및 직업 교육 분야가 새로운 정보기술, 저렴해진 IT 비용, 정보의 유비퀴터스한 접근성, 그리고 ‘gig economy’로 설명되는 새로운 노동의 패러다임으로 커다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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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guz와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 Redpoint의 명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에 이러한 분석이 실제로 미래를 예측하는데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령 Tunguz의 예측이 100% 맞다고 한들 VC가 몰리는 분야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기 위해 억지로 피벗을 감행하거나 자신들이 가진 시장과 제품에 대한 철학에 역행하는 행동은 오히려 스타트업에 독이 될 것이다. 다만, 이런 정보를 통해 기업의 전략을 구상하는데 이용한다면 (예: 상대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분야의 스타트업은 인력 채용 및 비용 관리에 좀 더 신중을 기함. ‘뜨는 분야’에 있는 스타트업은 새로운 경쟁자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함)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나마 더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및 참고: The Hottest Startup Sectors in 2016 by Tomasz Tunguz

그로스 해킹, 어디까지 해봤니? #3: 데이터 주도적 사고

이미지 출처: http://hpc-asia.com
이미지 출처: http://hpc-asia.com

업계에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데이터 주도적(data-driven)인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는 또한 내가 인터뷰에서 애용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데이터 주도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은 천차만별이지만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예: SQL, Hadoop, 고급 엑셀 기능 등) 복잡한 A/B 실험과 관련한 이야기가 가장 자주 언급된다. 데이터 주도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중 이런 실력을 갖춘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능력이 있다고 반드시 데이터 주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십여년간 이쪽 관련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의논하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데이터 주도적인 사고를 갖추기 위해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데이터 주도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현재 하고 있는 무작위의 A/B 실험들을 중단하는 것을 권고한다. 데이터 주도적 사고는 체계적인 가설을 증명 혹은 반증을 하는 것으로 시작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무슨 색깔의 버튼이 제일 좋은 결과를 내는지 실험해 보자’가 아닌 ‘노란색 버튼이 이러이러한 이유로 파란색 버튼보다 클릭수를 높이는데 더 좋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가지고 실험을 임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 방식으로 실험을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겠지만 탄탄한 가설을 바탕으로 실행한 실험들이 고객의 성향, 구매 과정, 그리고 최종 성과에 대한 직관력을 더 체계적으로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설령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에도 무심코 다음 실험으로 넘어가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주어진 문제를 이산적으로 (discrete) 쪼개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측정할 수 있는 부분을 골라 풀어내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과거에 같은 양의 유저 트래픽을 가지고 더 많은 컨버젼(고객으로 변환)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구매 페이지에서 고객들의 행동을 모니터할 수 있는 conversion pixel이 없었다. 고객의 행동을 측정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지? 불행 중 다행으로 고객의 구매 과정이 잘 정의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트래픽은 세심한 측정이 가능한 이메일을 통해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구매 페이지를 최적화 시키는 일을 제끼고 측정이 가능한 이메일 열람 및 클릭을 올리는 일에 집중하였다. 이 외의 상황들은 변함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ceteris paribus) 이메일을 더 많이 열람하고 클릭을 하면 최종적인 지표(고객 전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 구매 페이지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서도.

마지막으로, 관점을 넓히고 임기응변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자.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데이터 주도적인 사고는 데이터가 없을 때 더 빛을 발휘한다. 만약 모든 데이터가 내 눈앞에 있고 ‘실험 A가 실험 B 보다 50% 더 높은 결과가 나왔어요’라고 크게 써있는 경우 어느 실험을 선택해야 할지 크게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해당 사항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경우 비슷한 상황, 혹은 과거의 경험에서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노란색 버튼이 파란색 버튼보다 얼마나 더 높은 성과가 나올지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 경험 및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10배의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5배는? 2배는? 30%? 이런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성과에 대한 범위를 적당히 예상해 볼 수 있다. 다른 아이디어들도 마찬가지 방법을 적용하면 데이터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 주도적인 사고를 하는 이유는 더 좋은 의사결정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하기 위함이다. 위의 방식을 나의 일에 적용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 주도적인 사고방식은 계량적인 능력만큼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도 배웠다 (예: 데이터 부재시 임기응변을 발휘해야 하는 경우).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어떻게 데이터 주도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요?’ SQL 고급 기능을 배우고 A/B 실험을 하는데 들이는 노력만큼 위에 소개된 방법들을 꾸준히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요… 라고 답하고 싶다.

참고] 이 글은 제 링크드인 영어 원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Stop your random A/B tests” – Heuristic approaches to becoming data-driven)


“그로스 해킹, 어디까지 해봤니”  시리즈

Lesson 1: Paid Marketing 투자의 원칙
Lesson 2: Customer Retention (고객 유지 전략)

Real-life Blitzscaling: 링크드인 창업자, 그리고 CEO와 회의하기

출처: https://toshistats.wordpress.com/2015/09/03/3182/
이미지 출처: https://toshistats.wordpress.com/2015/09/03/3182/

12월 링크드인 사업부는 평소보다 분주한 한달을 보낸다. 막판 실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 다녀서가 아니다. 12월엔 각 사업부에서 다음 해에 대한 전략을 짜고 사장단에게 보고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소위 ‘Annual Planning and Strategy Review’. 회사 사업에 관여하는 최고참들만 참여하는, 사장실에서 주최하는 회의 중 가장 중요하고 비중이 있는 모임이다. 이런 회의인지라, 사업부의 임원으로 몇 년 연속 참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긴장되긴 매한가지이다.

이번에는 새로 이사온 건물의 회의실에서 모였는데 내 옆에 앉은 동료 바로 옆에 자리를 잡은 리드 호프먼! 그 옆에 제프 위너, 그리고 내 앞에 알랜 블루가 앉는다. 일인칭 Blitzscaling 수업이다! 그것도 매출 3조원이 넘는 실제 회사를 주제로!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종이 두 장에 빼곡히 자료를 정리하였고 달달 외웠었는데… 긴장감에 아무것도 생각이 안난다. 긴장을 풀기 위해 용기내어 알랜에게 한마디 건낸다: “스탠퍼드 강의 잘 봤습니다”.

회의가 시작된다. 역시나 이번에도 발표가 아닌 토론이다 (참고: 실리콘밸리 임원들이 회의 하는 법). 모두가 예상되는 질문으로 논의가 시작되지만 곧 논란이 있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건의한 내용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강한 질문 공세와 토론이 몇 시간 동안 계속된다. 정회 시간보다 한참 (= 몇 시간) 지나서야 회의가 끝이난다. 앞으로 다가올 회사 휴무기간이 그렇게 기다려 질수가…

강렬한 지적 노동으로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난 정말 행운아구나. 별 실력도 없는 내가 어떻게 이런 위대한 사람들과 옆에 앉아서 회사의 사활이 걸린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회사 휴무기간 동안 이 회의를 곱씹어 보면서 내가 가장 크게 ‘한 수’ 배웠다고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 회의한 내용 및 사업 세부 사항은 일절 제외한다).

전략이란?

우리는 전략이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한다. ‘전략 컨설팅’, ‘전략 마케팅’ 등 무엇이든 좀 중요해 보이기 위해 붙이는 수사로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전략이 무엇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는 경우는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포터의 5 Forces 이론, 손자병법 등 다양하고 복잡한 비유가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 하지만 나에게 있어 전략의 정의는 매우 간단하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 (How do you win?)

이렇게 전략을 정의하면 회의의 목적이 더욱 분명해진다. 전략 회의 = 이기는 법을 구상하는 회의인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하나?
–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할 기반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
–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가?
– 우리가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은 무엇인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Big Dream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이런 회의를 통해 내년의 매출 목표 및 구체적인 사업 추진 계획을 심도있게 다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장기적으로 회사가 이루고 싶은 큰 비전에 대한 논의이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의 궁극적인 비전은 전 세계의 모든 노동 가능한 인력들이 경제적인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아직까지 어떠한 경과가 있었고, 또 앞으로 일년 동안 어떠한 활동으로 비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근시안적인 단기전략에만 집중하는 과오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동기 부여에도 일조할 수 있게 된다.

핵심(core)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큰 비전에 너무 치중하게 되면 정말 ‘꿈 같은’ 허황된 아이디어만 좇는 경우가 생긴다. 실리콘밸리 IT 산업에 몸담은 사람들 중 ‘the next big thing’이나 ‘the new shiny thing’에 심장이 안뛸 사람이 있기라도 할까?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회사의 핵심 사업들이 견고하고 확실하게 ‘이겼을 때’까지 더 멋지고 새로운 것에 한 눈을 팔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즉, 핵심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제프에 의하면 ‘이기는 것’은 고객 가치를 더 깊게 전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

기업의 핵심 역량이나 사업이 흔들린다는 것은 기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에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cash cow’가 병들어 간다는 것이다. 고로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잃어 회사의 총체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 읽은 ‘에버노트와 5%’ 대한 기사가 생각난다. 에버노트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에버노트의 기능들을 5% 밖에 활용을 못하고 있음에도 매우 만족을 하고 있다며 에버노트의 잠재력 대해 높게 평가하였고 회사 역시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방면으로 확장을 하였다. 하지만 유저들마다 각자 활용하는 5%의 기능들이 달랐기 때문에 에버노트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이다. 즉, 에버노트는 각 유저들에겐 좋은 경험을 제공하였지만 시장 전체를 봤을 때 제대로 정의된 ‘핵심’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고, 이에 unicorn에서 unicorpse로 전락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다시 전략의 정의로 돌아와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핵심에 집중하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다.

모두가 지적으로 동년배이다 (intellectual peers)

이는 내가 컨설팅 업계에 몸담고 있을 때 나의 스승이자 상사였던 분이 물려준 가장 큰 가르침인데, 최근 다시 한번 크게 공감이 되었다. 회의에 초대된 사람은 사장님(제프)을 흐뭇하게 하려고 모인 것이 아니라 회사의 성과를 최대로 이루기 위해 그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의견을 회의에 기여하라고 부른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직위을 불문하고 지적으로 동년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당당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 – 심지어 그것이 사장과 ‘논리 배틀’이 붙는 경우일지라도.

개인적으로 이런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영원한 블랙리스트에 오를 줄 알았던 불안감은 기우로 끝나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respect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맞고 틀림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 대신 다른 접근 방법이나 주장이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더 좋은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아무리 직위가 낮더라도 자신의 관점과 논리를 주장하는 것이 머리를 조아리고 조용히 있는 것 보다 몇 만 배 더 회의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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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배움은 끝이 없다더니, 이번 회의를 통해 Blitzscale 주역들의 내공을 느끼고 실리콘밸리의 일류 회사를 이끌어가기 위한 ‘클래스’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크게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부족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더 크게 꿈꾸고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

스타트업 크리스마스 뮤비

여러번의 창업 대박 후 First Round VC를 창업한 John Topleman
여러번의 창업 대박 후 First Round VC를 창업한 Josh Kopelman

얼마전 2015 State of Startups를 발표한 First Round Capital에서 재미있는 ‘Holiday Video 2015’ (크리스마스 파티 뮤비)를 발표하였다. First Round가 투자한 회사들을 찾아가 ‘게릴라 콘서트’를 연다는 코믹한 설정으로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뮤비를 처음 접했을 때 ‘참 재미있는 뮤비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뮤비 마지막 부분에 ‘자막을 켜서 가사를 자세히 보세요’ 라는 문구가 있어 자막을 키고 다시 한번 시청을 해보니 스타트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촌철살인같은 가사가 뮤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뮤비 중 개인적으로 와닿는 부분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추려보았다:

스타트업 그라인드

언론 및 외부에서 보기엔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회사 문화, 멋진 캠퍼스, 투자 유치 등이 화려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노력, 실패, 그리고 어려움이 있다 (소위 ‘스타트업 그라인드’). 어쩌면 이런 고됨이 스타트업의 일상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뮤비에서 이런 스타트업의 고난을 가사로 멋지게 녹여냈다.

– Startup life ain’t always pretty (스타트업 생활을 멋지지만은 않지)Screen Shot 2015-12-21 at 10.21.47 AM
– Cause in startups there’s no guarantee (스타트업에서 보장된 미래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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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one ever mentions the sleepless nights (아무도 밤새 일한거에 대해 말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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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확보의 절박함

저번 2015 State of Startups에서 다루었지만 창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좋은 인재들을 채용하는 것이다. 더욱이 ‘블릿츠스케일’을 해야하는 회사라면 뮤비 가사처럼 ‘need to hire and hurry about it’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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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크롬 브라우저를 쓰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들이 MVP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개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족한 시간, 자원, 인력으로 제품 출시 이후에도 다른 플랫폼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Bumble이라는 인기있는 데이팅 앱은 작년 12월 출시 이후 일년 내내 아이폰만 지원하다가 최근에서야 앤드로이드 앱을 출시하였다. 더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고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플랫폼을 두루 지원하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다. (요즘 ‘잘 나가는’ Slack 은 windows phone 플랫폼마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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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의 조건

Series A: 유저들이 사랑하는 멋진 제품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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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B: 시장이 엄청 크다는 것을 보여라 (TAM: Total Addressable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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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C: 사업으로 클 수 있다는 것을 보여라. 쇼미더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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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찰력 깊은 보고서로 스타트업 동향을 다방면으로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이러한 재미있는 뮤비를 만들다니… 정말 투자 받고 싶은 멋진 VC 이다!

Happy Holidays and Merry Christmas! 😃

Reference: http://holiday.firstrou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