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vs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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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결승골 주인공인 김영권 선수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 더 희생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을 하였다.

응?

희생?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는 ‘희생 (sacrifice)’이라는 말을 평소에 너무 쉽게, 그리고 자주 사용한다. 특히 ‘회사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등 무엇인가 더 크게(?) 느껴지는 ‘대의’를 위하여 우리는 개인의 자유/권리/시간을 ‘희생’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당연한 만큼 자주 말을 하고 다닌다.

나는 일반적으로 ‘희생한다’ 라는 문구를 좋아하지 않고, 특히 ‘회사를 위해 희생’ 한다는 류의 말에 대해서는 너무나 반대한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감정에 호소한 부당한 노동 착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가 잘 되어야지 그 회사의 구성원들도 잘 될 수 있지만, 사원들이 희생하지 않고서 회사가 잘 될 수 없다면 그 회사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게다가 평생 야근, 주말 근무, 임금 동결 등의 ‘희생’으로 회사가 궤도에 오른 후 정리해고라도 된다면 개인적으로 얼마나 억울한 일 이겠는가?

대신 나는 ‘헌신 (dedication)’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였으면 좋겠다.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희생과 헌신의 차이는 실제로 꽤 크다. 희생은 수동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반면 헌신은 100% 능동적인 행위이다. 같은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더라도, 능동적으로 (본인이 좋아서, 하고 싶어서, 스스로) 하는 것과 상사의 강요나 눈치 때문에 억지로 개인 시간을 희생 당하면서 하는 것의 차이는 일을 대하는 태도, 능률, 성과, 개인적인 만족도 등에 대해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가끔씩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법’이 자유롭고 유연한 근무시간, 높은 연봉과 엄청난 직원 복지,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워라밸, 수평적인 조직 문화 등에 있다고 주장하는 한국 기사를 접하곤 한다. 물론 이런 것들이 한국과 비교해서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성과주의 평가, 대기업 스타트업 할 것 없는 치열한 경쟁, 그리고 불안한 고성취자 (insecure high achiever) 들이 바글바글한 실리콘밸리이기에 생각보다 일 많이 하고, 야근 (집에서 늦게 까지 랩탑 들고 일하는 것 포함) 많고, 사내 정치 치열하고, 또 살인적인 물가로 고액 연봉 대비 생각보다 넉넉치 못하게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보다 오히려 위에서 언급한 ‘희생’이 아닌 ‘헌신’이라는 관점으로 일을 접근하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숨은 ‘성공 비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리 위에서 성과를 위해 조직을 굴리고 쪼아도(?) 헌신적인 자세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조직의 성과를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다. 설령 짧게는 따라 잡은 것 같아도 지속적으로 (sustainable),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회사 구성원이 회사에 헌신을 하기 위해서는 주식이나 스톡옵션 등의 금전적인 이해 관계도 필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각 구성원들의 업무에 자율성, 책임, 그리고 업무에 대한 의미가 부여 되어야 한다. 회사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조직의 일개 부속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 부터 조금이라도 정해진 업무에서 벗어난 일들은 헌신이 아닌 희생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회사의 리더는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 종용, 묵인하기 보다 회사 구성원들이 업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공감 가능한 회사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헌신적으로 일을 하며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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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리더와 기업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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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예전 직장 동료랑 와인바에서 한 잔 하면서 서로의 근황을 나누었다. 이 친구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엘리트 (YC 출신에 회사를 몇 번 매각한 경험이 있고 제품 감각과 개발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인데, 링크드인에서 같이 일하다가 알게된 사이. 약 2년 전 다시 스타트업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퇴사를 하였는데, 만나서 근황을 들어보니 퇴사 후 스타트업 조언 문의가 물밀듯 들어와서 10개 회사의 어드바이저 혹은 이사회로 있다는 것이다. (역시 능력자!)

스타트업 이사회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가 도와주는 10개의 회사의 기업 문화가 천차만별 다 다른데, 신기한 것은 그 10개의 회사 모두 창업자의 성격과 기업 문화가 일치 한다는 것.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최근 어느 실리콘밸리의 대표 스타트업이 위기가 머리속을 스쳤다. 이 회사는 최근 각종 성추문 스캔들, 창업자의 막말 비디오, 경찰 단속 기피 프로그램 개발 발각 등이 근 한 달 동안 몰아서 터지면서, 아마 창사 이래 가장 큰 시련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중 특히 창업자의 막말 비디오를 보면서 ‘오로지 성장 (growth at all cost)’이란 성과주의에 사로잡혀 사는 창업자의 사고방식이 위와 같은 안 좋은 사건들이 유발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조성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 일단 경쟁에서 이겨야 하니 성차별로 보일 수 있는 애매한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자.
  • 일단 목표한 성장을 이루어야하니 법리상으로 애매한 부분(양심적으로는 찔리지만)도 과감히 추구하자.
  • 우리는 1등이 되야하기 때문에 팀 내에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stepping on other people’s toes)은 당연이 괜찮은 행위이다. (이것은 실제로 이 회사에서 최근 퇴사한 부사장이 한 말)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가장 많이 다른 점 중 하나는 창업자 및 구성원들이 기업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다. 제대로 된 조직 문화를 초반에 잡아두지 못하면 안 좋은 문화가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등 업어 조직에 암 처럼 퍼지게 된다. 그리고 암과 같이 이미 그 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 고치기가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위의 경우처럼 어느 순간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회사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스타트업 창업자, 초기 멤버 및 임원들은 건강한 회사 문화 성립에 능동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몇 년 전 Fred Kofman의 ‘리더가 기업 문화 성립에 있어 취해야 할 행동들’ 이란 강의를 들었었는데, 그 땐 크게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최근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아 블로그에 다시 메모한다:

3 things leaders need to do to establish the right culture. (리더가 올바른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해야할 세 가지):

  1. Set the standard (올바른 문화에 대한 기준을 성립할 것)
  2. Demonstrate the standard (그 기준에 대한 본보기를 보일 것)
  3. Hold others accountable for the standard (남에게도 그 기준에 책임을 지게 할 것)
“만약 당신의 회사 조직이 석 달에 두 배씩 커지는데 ‘우린 기업 문화를 우선시해요’ 라고 말한다면 나는 믿지 않을 것이에요.” (참고: 댓글을 다신 분이 요새 그… )

실리콘밸리에서 10년… 그리고 10가지 팁

2006년 6월 19일, 나는 Spansion이라는 반도체 회사의 인턴으로 실리콘밸리의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 회사를 필두로 SAP Labs에서 한 번 더 인턴 과정을 거친 후 엑센츄어, 그리고 현재 링크드인까지 실리콘밸리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실무에 대한 많이 배웠지만, 이런 전문지식의 습득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문화와 관습’이 더 기억이 남는다.

문화와 관습이라는 것은 몇 번 본다고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 생활을 10년 이상 한 지금도 미국의 회사 문화가 어색할 때가 있지만, 다행히 10년 전 보다는 좀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나의 지난 10년을 되돌아 보며, 2006년 여름 Spansion의 문을 열고 첫 직장을 맞이한 과거의 나에게 다음과 같은 ‘실리콘밸리 회사 생활 팁 top 10’을 알려주고 싶다:

1. 이메일

  • To와 cc를 구분하여 사용하자. To는 이메일 수취인, cc는 이메일 내용을 참고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만 포함할 것. cc가 있는 경우는 꼭 전체회신을 할 것. (지메일은 전체회신을 기본 옵션으로 설정해 놓을 수 있음.)
  • 이메일은 간결하고 목적이 분명하게 쓴다. Bullet point도 좋다 – 소설은 쓰지 말자. 안부는 짧게 묻는 것은 좋지만 너무 오버하지 말자. (‘Hope you had a great weekend!’ 정도)
  • 이메일을 받았으면 수신 확인차라도 답변을 하도록.  (Got it. Thanks!)

2. 회의

  • 30분이 기본. 정말 중요하면 60분. 60분이 넘어가면 회의을 아예 잡지 말자.
  • 회의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가급적이면 ‘발표’는 생략하고 논의로 바로 들어간다.
  • 회의에 꼭 필요한 사람들만 부르고, 눈치 보여도 회의 중에는 컴퓨터와 휴대저화 사용하지 말자고 건의할 것.

3. 대화

  • 이메일, 메신저 등을 잘 활용할 수 있어도 꼭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자. 사람과 대면할 때의 경험을 100% 재현시킬 수 있는 도구는 아직 없다.
  • 두괄식으로 대화를 풀어 나가자.  결론부터 말해야 혹시 중간에 중요한 일로 상사가 불려 나가더라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4. 업무 시간

  • 업무 시간을 정해놓지 말아라. 늦게 출근한다고 눈치 볼 사람 없고 사장님보다 늦게 있는다고 인정해주는 사람 한 명도 없다. 일한 시간 만큼 평가 받는 것이 아닌 일해서 나온 결과로 평가 받는다. 눈치 때문이 아닌,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회사에 늦게 남길…

5. 상부 보고

  • 결재 떨어지기 기다리다가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 너의 결정 능력을 믿기 때문에 회사에서 너를 뽑은 것이다. “Ask for forgiveness, not permission.”
  • 모든 결과에 대해서 투명하게 보고를 하도록. 안 좋은 결과라고 이상하게 포장하지 말고 좋은 결과를 오버해서 자랑하지 마라. 다들 똑똑해서 좋은 것, 안 좋은 것 말하지 않아도 기가 막히게 파악한다.

6. 노가리 까기

  • 실리콘밸리도 가끔씩 나가서 동료들이랑 ‘노가리 까는’ 것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단, 대화를 공유할 만한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점. 무한도전이랑 추신수 경기만 보지 말고 왕좌의 게임과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를 관람하여 대화거리를 만들어보자. (특히 짝수 년도인 지금!)
  • 아, 그리고 노가리 까면서 탄생한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지?

7. 복장

  • 멋드러진 양복은 제발 집에 두고 출근하자. (Spansion 첫 날 양복 입었음 😓). 심지어 구글의 복장 규정은 ‘you must wear something’ 이다.
  • 양복이 아쉬우면 비지니스 캐쥬얼이 정답이고, 편하게 청바지랑 남방 입는게 제일 무난하다.
  • 잘 모르겠으면 상사와 동료들의 스타일을 따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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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적극성

  • 일은 찾아서 하는 것이더라.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은 보통 자신들이 하기 싫어 떠넘기는 경우거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차별화 되지 못한 일이 대부분.
  • 적극적으로 질문 및 반박을 하는 훈련을 하자. 상사의 의견에 ‘적극 반대’해도 논리가 합당하면 ‘찍힘’이 아닌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다.

9. 술자리

  • 실리콘밸리 친구들도 술먹고 노는거 엄청 좋아한다! 이럴 때 한국인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자! 🍸🎉🏮🎤🍻
  • 술자리는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자 마련한 것이다. 아무리 급하고 중요해도 가급적이면 업무 이야기는 하지 말자.

10. 우선 순위 정하기

  • 일은 끝이 없다. 중요한 것, 의미 있는 것을 우선시 하고 나머지는 무시하자. (일 잘하는 법)
  • 업무 뿐만 아니라, 인생의 우선 순위도 꼭 생각하자. 내일 사장에게 보고하는 문서가 내 딸의 첫 걸음마 순간을 목격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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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http://goo.gl/Nnaf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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