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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가 더 좋아요?

링크드인에서 구글로 이직한지 8개월이 넘어간다. 간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종종 묻곤 한다: ‘두 회사 중 어디가 더 좋아요?’, ‘어느곳이 분위기가 더 좋아요?’

내가 5년 가까이 몸 담았던 링크드인은 제프 위너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리더십과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회사 구성원들에게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기회를 연결시켜주는’ 사명을 가지게 하는 멋진 회사였다. 또한 투명성을 중시하여 2주 마다 하는 회사 전체 모임 (all-hands)에서 제프 및 최고 임원들이 회사의 상황을 (최대한) 가감없이 전 직원들에게 알려주며 소통하는 회사였다. ‘Relationship Matter’라는 회사 가치 중 하나를 기업 문화로 포용하기 위해 휴식 공간 및 구내 식당을 만들 때에도 등을 지고 앉지 못하게 공간을 디자인하여 최대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촉진하는, 정말 멋진 기업 문화를 자랑하였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짬이 안되었지만 일단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예전 회사와 낮과 밤처럼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링크드인의 문화가 ‘좋았기’ 때문에 구글의 문화는 ‘나쁜’ 것인가? 구글은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넘사벽의 기술을 개발하고, 또 그것들을 응용하여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데 희열을 느끼는 회사이다. 래리, 세르게이, 순다 등이 내 기준에서 제프 같은 엄청난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반면 그들이 던지는 ‘우리는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쓰고 ‘우리만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읽음)의 질문들은 기술쟁이로써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지적 짜릿함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가 더 좋아요?’ 라는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대신 나는 ‘두 회사 모두 강한 문화를 가진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은 이 회사가 좀 더 집중해서 부각시키는 것 같고, 저런 부분은 저 회사가 강조하는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한다.

강한 문화? 강한 문화란 기업 구성원들이 주어진 가치관, 규범, 전통 등에 대해 공통적인 이해를 가지고 이에 맞추어 행동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사람의 품성과 비슷해서 줏대 없이 ‘남이 하는 대로’ 유(柔)하게 지내는 사람과 자기 주장과 스타일이 분명한 사람이 있는 것 처럼 기업도 어느 회사에 가면 그냥 큰 느낌 없이 고만고만한 반면 위와 같은 회사들은 자신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것이다. 링크드인, 구글, 그리고 그 전에 5년 가까이 미국 회사들을 상대로 전략 컨설팅을 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기업 문화들을 되돌아 봤을 때,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어도 이렇게 강한 문화를 표출하는 회사는 그렇지 못한 회사들 보다 장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우선, 강한 문화를 가진 회사는 자신들의 가치를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하여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더 굳건히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에서는 ‘next play’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것은 링크드인의 지향하는 문화인 ‘transformation’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을 옮기는 것도, 회사를 옮기는 것도 매우 개방적으로 이야기 하고 서로 돕는 문화가 잘 형성되어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당신의 상사가 당신의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 도와주는 것 많은 아이러니 하면서 고마운 경우가 또 있을까?) 구글은 데이터가 왕이라는 문화가 내재되어 있어 아무리 높은 사람이 강하게 주장해도 데이터를 들고 있는 사람이 이기는 ‘데이터 앞에 평등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반면 문화가 약한 회사들은 서로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각기 다른 행동으로 표출하거나, 아니면 분위기 보고 그때그때 다르게 행동하는 ‘언행불일치’ 사태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둘 째, 강한 문화는 회사에 잘 맞는 인재 유입에 큰 도움을 준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기업 문화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가정하면 무조건 돈 더 많이 주는 곳, 직급이 높은 곳, 더 유명한 곳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실리콘밸리 채용 시장을 보면 왠만한 곳은 다 돈 많이 주고, 다 직급 맞춰주고, 다 유명하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우버 등 household brand name 급인 회사가 수두룩). 이런 상황에서 구직자들은 ‘나랑 더 맞는 곳이 어딜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은 연봉과 복지를 넘어 자신들의 추구하는 가치와 스타일에 맞는 회사들을 찾게 된다. 같은 조건이지만 슈퍼스타처럼 대접받고 그에 걸맞게 평가받고 싶은 사람은 넷플릭스를 선호하고, 미래를 열어가는데 희열을 느끼는 사람은 테슬라를 선호하고, 전 세계의 데이터를 만지고 싶은 사람들은 구글을 선호할 수 있게끔 기업 문화가 구직자들에게 암묵적인 신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한 문화를 가진 회사는 어려운 상황을 좀 더 잘 견뎌낼 수 있는 뚝심(resilience)을 제공할 수 있다. 예전 블로그에서 언급했듯이 링크드인은 작년 초 주식이 실적 발표 직후 50% 가까이 폭락한 적이 있었다. 보통 이럴 때는, 특히 실리콘밸리처럼 인력 수요가 핫 한 곳에서는, 인력 ‘출애굽’ 사태가 일어나야 하는게 정상이다. 수십, 수백억의 보상이 날라간 소위 ‘윗 대가리’들 부터 자신들 앞길 찾아 떠나고, 이에 맞추어 줄줄히 경영진 및 주요 인재들이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링크드인 사장단들은 사태에 대해 직원들에게 인정하고, 또 ‘우리는 해낼 수 있다’라는 감동적인 메시지로 (예전 글 참조) 회사의 사기를 굳건히 하고 인력 유출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원들 사이 수근거림과 약간의 이탈이 있긴 하였다. 그래도 내가 퇴사하면서 인사 담당자에게 주식 폭락 및 마이크로소프트 인수가 퇴사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놀랍게도 낮은 수치의 답변을 듣고 놀랐었다. 링크드인에서 이런 상황을 처음 겪은 사람들을 모르겠지만 컨설턴트 시절 클라이언트의 안좋았던 상황을 많이 봐왔던 나로써는 (= 이럴 때 보통 컨설턴트를 투입함) 강한 문화와 약한 문화의 회사들이 어려움을 어떻게 접근하고, 또 극복하려 노력하는지 너무나 대비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강한 문화를 가진 회사들이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다시 언급하지만 강하고 약한 문화가 좋고 나쁜 문화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의 경우 초창기에 명문대를 나오고 지적으로 너무나 뛰어난 사람(=천재)을 지극히 선호했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들만의 가치관과 스타일이 뚜렷했기에 강한 문화임엔 확실하지만, 과연 그것이 좋은 문화라고는 말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구글이 점점 커지면서 서로 간의 협업 및 다양성에서 기인하는 혁신들이 중요시 되기 시작했는데 기존 구글의 문화가 이런 새로운 시대에서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였고, 이에 이러한 엘리티스트 문화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 에릭 슈미트의 강의가 기억난다. 한국 관료 및 일부 기업에 남아있는 ‘기수 문화’등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시작 초반에는 나쁜 의도로 형성된 문화가 아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득보다 사회적/조직적 실이 많은 경우인 것이다. 강한 문화를 가진 회사들은 꼭 주기적으로 자신들의 문화와 가치를 되돌아 보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위와 같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지만, 그래도 강한 문화와 약한 문화를 가진 회사 둘 중 선호도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100% 강한 문화를 선택할 것이고, 강한 문화를 가진 회사가 좋은 문화일 확률, 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돈 많이 주고, 널널하고, 서로 불편하게 하지 않고,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있는 회사가 무조건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런 이상적인 (= 즉, 존재하지 않는) 회사의 사장이 될거야’ 라고 생각하는 창업자 분들을 몇 만났다. 오히려 그들에게 금전적 보상 및 복지의 지표가 어떠하던, 가치관이 뚜렷하고 구성원들이 같은 꿈을 꾸고 어려운 일들을 같이 헤쳐나갈 수 있는 강한 문화가 있는 회사로 키워보시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드리고 싶다.

Published in Silicon Val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