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연말 파티로 한창이다. 좋은 파티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기사부터 내성적인 남성 엔지니어의 비율이 높은 테크 회사의 파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하여 선남선녀 고급 모델들을 고용하여 몰래 파티에 심어둔다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사). 2007년 부터 미국 회사에서 연말 파티가 있는 회사를 다녀서 이젠 멋지게 차려입고 파티에 가는 설레임 보다는 이젠 그냥 ‘아이들 없이 하루 노는 날’인 것이 더 감사한 상황이다. 지난 주말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회사 파티에 다녀왔는데, 더 이상 연말 파티에 대한 감성이 무뎌지기 전에 연말 회사 파티에 다니면서 좋게 느꼈던 것들을 간단히 정리.
1. 회사마다 가족 동반, 아니면 직원 only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직원 본인 외 +1을 대동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한다. +1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애인을 데려와 한다는 부담감 100배, 그리고 껄끄러운 상사와 동료들에게 애인을 공개하기 싫은 갈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 테크 회사에서는 친한 친구는 물론, 부모님도 데리고 오는 직원들, 아니면 당당하게 혼자 와서 즐겁게 놀다가는 직원들도 상당히 많다. 내가 누구를 데려오던 뭐라는 사람도, 눈치를 볼 이유도 없는 상황과 어느 +1을 데리고 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게 하는 inclusive한 환경은 너무 그뤠잇!
2. #1을 가능하게 하는 큰 이유중 하나는 파티가 개인플레이 및 삼삼오오로 모여서 즐길 수 있게 잘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캐리커쳐, 스티커 사진, 다양한 핑거 푸드, 카지노 게임, 댄스 플로어 등 혼자 혹은 소수의 모임일 때 재밌게 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파티 이벤트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다 (참고로 개인플레이가 매우 안좋은 연말 이벤트들: 단체 식사, OX/넌센스 퀴즈, 장기자랑, 부서별 대결 등). 또한 정해진 ‘식순’이 없어서 시간에 맞추어 어디를 단체로 참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공식적인 ‘사장님의 축사’도 당연히 없다. 가끔씩 직원들에게 등 떠밀려 하는 ‘사장님의 한마디’가 있더라도 직원들이 하던 일 다 내려놓고 열심히 경청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자유롭게, 물 흐르듯 노는 분위기 역시 그뤠잇.
3. 좀 예산이 있는 큰 테크회사들은 파티 장소로 박물관, 운동장, 전시관 등을 대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를 기회 삼아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너무 멀어서, 아니면 다른 핑계로 접어 두었던 문화생활을 벼락치기로 할 수 있다.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deYoung Museum, Levi’s 49ers stadium, SF Giants AT&T Park, San Francisco City Hall, Exploratorium 모두 회사 연말 파티 때 가본 곳 들인데 아름다운 미술 작품과 전시물을 관람도 하고, 린스컴과 범가너가 월드 시리즈 우승 스트라이크를 던졌던 마운드에도 올라가도 보고, 또 NFL 선수들이 뛰는 필드를 직접 밟아보며 눈과 마음을 호강하는 것은 슈퍼 그뤠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