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미팅 제대로 활용하기

십여 년 전 컨설팅 업계에서 실리콘밸리 테크회사로 이직 했을 때 배운 업무 문화 중 하나는 팀원들 및 이해 관계자들과 1:1 미팅을 하는 것이었다. 1:1, 말 그대로 회사 동료들과 일 대 일로 만나 미팅을 하는 것이다. 당시 1:1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왜 부담스럽게 1:1을 해야 하는지, 만나서 어떠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누구랑 얼마나 자주 1:1을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요새는 1:1 미팅 준비에 핵심/임원 팀 미팅 준비 못지 않게 노력을 들이며 효과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1:1 미팅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적으로 대인 업무를 한 시간대로 몰아 넣어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사가 매일 같이 뜬금없는 시간에 내 책상으로 다가와 부탁한 업무 상황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의뢰한 안건을 들여다 봐야 한다. 이렇게 업무를 alt-tab 하는 경우를 ‘context switching’ 이라고 하는데,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제품 담당자 처럼 높은 집중도를 가지고 생각을 끌고 가야하는 업무를 가진 사람이 하루 종일 남들에게 이런 식으로 방해(?)를 받으면 생산성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1:1 미팅을 통해 협업하는 사람들과 정해진 시간에 경과를 보고하고 주요 사항들을 의논한다면 ‘context switching’에서 오는 생산성 저하를 막을 수 있다.

또한 1:1 미팅은 이해 관계자들 개개인을 대상으로 큰 미팅에서 하지 못할/한 이야기들을 더 깊게 의논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자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예민한 사안을 전체 회의에서 제안하기 전 1:1 미팅을 통해 이해 관계자들의 분위기를 미리 파악 하거나 사전 조율을 할 수 있다. 또한 전체 미팅 중 본인의 주장에 이견을 표출한 사람들을 따로 만나 이견을 좁혀 프로젝트의 난관들을 각개격파 할 수 있다.

1:1로 만나면 시간 낭비 하거나 눈치 보이는 방관자가 없기 때문에 해당 안건에 대해 더 깊고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때로는 더 인간적으로 이해 관계자들을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의외로 많은 업무를 1:1 미팅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참고: 여기서 밀실행정이라는 비판/오해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 결정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더 보장되는 전체 팀 미팅에서 진행해야 한다. 즉, 1:1 미팅은 더 효율적으로 개개인을 설득/이해하고 의/이견을 조율하는 것에서 끝내야 함.)

하지만 이런 장점이 많은 1:1 미팅이라고 해도 어느 누구랑 무엇을 의논할 것인지를 미리 준비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1:1 미팅만 잔뜩 잡다보면 큰 시간 낭비가 될 수 있기에, 다음 세 가지에 대하여 자신만의 기준들을 정립한 후 1:1 미팅을 접근하는 것이 좋다.

1. 누구랑 1:1 미팅을 할 것인가

누구랑 1:1 미팅을 잡을지 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1:1 미팅의 목적을 먼저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목적이 분명해지면 비교적 자연스럽게 대상을 정할 수 있다. (혹은 누구를 1:1 미팅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지 파악 할 수 있다). 다음은 나의 1:1 미팅의 목적 및 대상:

목적1:1 미팅 대상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세부 정보 파악 및 의견 조율 프로젝트에 속해있는 직군별 담당자들 및 핵심 이해 관계자(예: Engineering manager, operations manger)
조직 관리 및 팀원 개개인에 대한 피드백 직속 부하 
상부 보고  매니저, 그리고 매니저의 매니저 (skip level 이라고 함)
기타 (커리어 관리, 정보 취합, 새로운 관점이나 아이디어 도출,  친교 및 네트워킹) 멘토 동기/동료, 직속 보고 라인이 아니지만 관련선상에 있는 임원

2. 1:1 미팅에서 어떠한 내용을 다룰 것인가

1:1 미팅의 대상이 정해졌다면 그들과 대면해서 1:1 미팅의 목적에 부합한 안건들을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 때 안건을 미리 공유하고 구글닥 등의 협업 툴을 사용하여 논의 내용을 문서화 시켜 놓으면 ‘딱히 할 말이 없어서’ 1:1 미팅을 취소하거나, 1:1 미팅 중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직군별 담당자 및 이해 관계자

  •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한 가감없는 피드백: What is working? What is NOT working? Why?
  • 제품 로드맵과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 및 사전 조율
  • 드러난 이견에 대해 더 깊은 논의 및 해결 방안 모색

직속 부하

  • (내가 직접 담당하지 않는) 프로젝트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 및 문제점 파악. 특히 막혀 있거나 (=blocked) 문제가 생긴 부분에 대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
  • 업무 태도 및 성과에 대한 피드백, 그리고 커리어 궤적에 대해 90% 듣기 10% 조언의 비율로 의견 나누기

매니저

  • 주요 프로젝트 현황 정리 및 보고: 내 매니저가 그의 매니저에게 그대로 전달/자랑 할 수 있겠금 중요도 순으로 상황, 문제점, 주요 지표, 나/팀의 성과 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보고
  • “Managing Up”
    • 매니저에게 숙제 주기: 내 선에서 해결하지 못하거나 계속해서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
    • 보호막 요청: 의사 결정이 순탄치 않아 보이는 안건을 총대매고 제안할 때 강력하게 지지하고 쉴드를 쳐 달라고 요구 (영어로는 ‘air cover’라고 함)
  • 업무 성과 및 커리어에 대한 전반적인 피드백 및 조언 요청

멘토, 동기/동료, 직속 보고 라인이 아니지만 관련선상에 있는 임원

  •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상황에 대한 피드백 요청: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거나 비슷한 일을 이미 해결한 사람/사례를 들을 수 있음
  • 상대방이 고민하고 있거나 가장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프로젝트 파악: 회사 내에 돌아가는 프로젝트 및 큰 그림 파악, 새로운 기회의 발견 (협업,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 혹은 팀 이직 등)
  • 커리어에 대한 고민 및 조언 나누기

3. 얼마나 자주 만날 것인가

1:1 미팅은 한 사람 씩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확장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30명이 일하는 프로젝트의 제품 담당자가 30명 모두와 1:1 미팅을 가진다면 1:1 미팅의 장점을 실제 업무에 하나도 적용하지 못하고 일주일이 다 지나갈 것이다. 그래서 누구랑 만나고 그들과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을 정확히 해야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얼마나 자주 만날 것인지를 정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나는 보통 1:1 미팅 길이은 30분을 기본으로 하고, 업무의 속도 및 신속한 의사결정/합의의 중요도에 맞추어 1:1 미팅 주기를 조절한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직군별 담당자 및 이해 관계자

  • 기본적으로 1주에 한 번
  • 사안의 긴박함/중요도에 따라 더 늘리거나 2주일에 한번으로 페이스 조절 

직속 부하

  • 기본적으로 1~2주에 한 번
  • 너무 자주 만나면 micromanage 의 덫에 빠질 수 있고 너무 띄엄띄엄 만나면 제 때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없어 나중에 더 골치아픈 인사관리 문제가 생길 수 있음

매니저

  • 기본적으로 1주에 한 번. 상황봐서 격주로 ‘미팅 취소’의 방식으로 2주에 한 번으로 페이스 조절
  • Skip level인 경우는 잦으면 2주에 한 번. 보통 한 달, 혹은 한 분기에 한 번 정도 ‘체크인’ 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함
  • 매우 긴박하고 중요한 상황인 경우 매니저에게 ‘make time for me’ 라고 요구하고 많은 1:1 미팅 시간을 보내는 것은 필수. (매니저 시간 배려해 준다고 2주 후에 곳간 불 탔다고 보고하면 얻어 맞을 수 있음)

멘토, 동기/동료, 직속 보고 라인이 아니지만 관련선상에 있는 임원

  • 동기/동료: 3~4주에 한 번 (물론 일주일에 몇 번 커피 타임 등을 제외한 추가적으로…)
  • 멘토 및 임원: 분기에 한번, 혹은 일년에 두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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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재택 근무가 장기화 되면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번 상황을 기회 삼아 나도 위의 기준을 바탕으로 기존에 있던 1:1 미팅들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일주일에 불필요한 미팅을 수 시간 넘게 줄이고, 또 그만큼의 시간을 비움으로써 재택근무에서 나오는 비효율성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었다.

생각 없는 1:1 미팅은 옥상 올라가 담배 피며 노가리 까는 것 보다 더 큰 시간 낭비이지만 잘 이용하면 새로운 정보 취득, 주요 이해 관계자들 설득 및 의견 조율, 커리어 관리 등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유용한 업무 생산성 꿀팁이이다. 혹시 적지 않은 인원 수의 팀/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1:1 미팅 문화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위의 기준을 참고 삼아 한번 시도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