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의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홈조이의 폐쇄, 에버노트와 트위터의 인력 감축 등 장미빛일 것만 같았던 실리콘밸리에 안좋은 소식들이 최근들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업친데 덥친 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테라노스(Theranos)가 개발한 혈액검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실리콘밸리는 여론과 대중으로 부터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다.
테라노스는 엘리자베스 홈즈가 2003년 스탠퍼드 재학 중 (당시 19살) 창업한 혈액검사 회사. 피 한방울로 수십가지의 질병을 기존보다 수십분의 1의 가격으로 조기 측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혈액검사 한번에 수 백 만원이 넘을 수 도 있는 미국의 현재 상황에서 몇 천원 밖에 안하는 테라노스의 기술은 기존 시장을 송두리째 위협하는 헬스케어의 ‘무서운 아이’ 였는데 최근 의혹으로 수 백 억원이 넘는 사업들이 취소되는 등 창업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홈즈는 ‘용감하게’ 모교에 강의를 나와 테라노스의 창업 및 성장 과정을 학생들과 나누었다. 그녀의 강의를 통해 ‘아…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 창업자의 포스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는데 다음 세 가지 부분에서 내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1. 사명감 (Mission-driven)
모두가 한번쯤은 자기 자신들에게 이 질문을 한다: “나는 무엇을 하며 살까?”
홈즈는 이 질문에 대해 “미리 (질병에 대해) 알지 못하여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별해야하는 일을 방지할 수는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최고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창업을 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명감은 사업 성공시에 따르는 금전적 보상의 매력에 밤과 주말을 바치는 여타 스타트업들과 많이 대조되는 모습이다. (물론, 다른 스타트업들이 다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창업할 당시 홈즈는 그녀의 부모에게 스탠퍼드 학비에 쓸 돈을 대신 회사에 투자하라고 설득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명감이 없었다면 그것이 가능했을까 생각해 본다.
2. 해결사 기질
어떻게 자신의 시간을 할당하냐는 질문에 홈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의 가장 어려운 문제점을 푸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한다. 테라노스의 경우 가장 어려운 문제점은 제품에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대중들에게 테라노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복잡한 법률과 규제를 바꾸는 일이었다. 이쪽으로 전문성이 전혀 없는 홈즈였지만 그녀는 테라노스의 성공을 위해 주 의원들을 일일히 만나 그들을 설득하는 등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법률 개정을 관철시켰다고 한다. 대기업은 큰 자본과 법무팀 등의 인적 자원을 동원하여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위와 같이 창업자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앞에 닥친 다양한 문제점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3. 깡
최근 논란으로 많이 힘들어 보일 것 같았는데 오히려 홈즈는 더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홈즈는 매일매일 더 많은 사람들이 테라노스의 서비스를 통해 자신들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이 일만 계속 될 수 있다면 잡지나 신문에서 그녀와 그녀의 회사를 ‘까는’것은 상관 없다고 한다. 이런 그녀의 깡은 스타트업 대박의 꿈보다 그녀의 깊은 신념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나 싶다.
“나는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만약 내가 해고 당하거나, CEO가 될 수 없거나, 테라노스가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까? 나의 대답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시 할 것이다. 왜냐면 내가 이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일 (질병의 조기진단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방지하는 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나는 몇 번이고 계속 할 것이다”
언론에서 제기된 논란의 사실 관계를 떠나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좋게 바꾸고 싶어하는 홈즈의 열정과 의지… 나는 그녀를 응원한다.
Update: 3/14/2018
SEC (미국 금감원)이 홈즈와 테라노스를 사기죄로 기소했다. 허위 사실과 조작된 정보로 $750M이나 되는 거금을 모집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용어중 ‘fake it until you make it’이라는 말이 있다. 될때까지 ‘인 척’ 하라는 것인데… 이 문구를 대놓고 사기쳐도 된다라고 이해 했다면 그녀는 스탠포드 출신 최고 바보이고, 알고 일부로 그랬다면 정말 나쁜 사람이다. 이 사건은 스타트업계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역사는 기억할 것 같다.
강의 동영상 링크
참고: Chris McCann 강의 요약 (https://goo.gl/spUU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