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정말 멋진 회사다. 거대한 규모의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혁신을 주도하는 모습은 잘 나가는 스타트업과 다름 없어 보인다. 흔히 대기업 하면 ‘느리다’ 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인터넷 회사 중 나이가 꽤 많고 직원수도 수 만 명에 이르는 아마존이지만 느리고 정체된 이미지가 전혀 없다. 최근 CEO 제프 베조스가 쓴 연간 주주 서한을 통해 그가 어떻게 거대한 회사를 정체되지 않고 계속적으로 혁신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크게 배울 수 있었다.
베조스는 큰 회사들의 혁신이 정체되고 조직이 느려지는 이유에 대해 획일된 (“one-size-fits-all”) 의사결정 시스템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회사에서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첫 종류는 불가역적인 결정. 즉, 결정을 내렸을 때 결과를 되돌릴 수 없거나 결과를 되돌리기에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본이 들어가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경우에는 많은 분석과 자문을 구하고 충분한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는 결정들이다. 베조스는 이런 종류의 결정들을 ‘type 1 decision’이라고 한다.
하지만 업무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문제는 type 1 decision이 아니라고 한다. 어느 사안에 대해 최선의 결정을 하지 못한 경우에도, 차선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빨리 수용하고 낮은 비용으로 다시 결정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심지어 A/B testing 방법론은 그 순간 내리는 결정이 최선이 아님을 전제로 한다. 단, 그 전에 내린 결정 보다 조금 더 나은 결정일 뿐. 이런 경우의 사안들은 ‘최선의 결정’보다 ‘빠른 결정’이 더 중요하다. 이런 결정들을 ‘type 2 decision’이라고 한다.
베조스는 조직이 점점 커질수록 type 2 decision을 포함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에 type 1 decision에 필요한 접근 방법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그 결과 조직은 점점 느려지고, 무조건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며, 충분한 실험을 하지 못하여, 궁극적으로는 혁신이 멈춘다는 것이다.
내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면서 나 역시 조직을 키우면서, 그리고 더 큰 업무를 담당할수록 type 2 decision을 type 1 decision으로 취급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유는 단순하다 –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그리고 더 똑똑해 보이고 싶어서. 이 때문에 더 큰 혁신의 기회를 놓치고 조직을 정체시키지 않았는지… 어느 순간 작은 실패의 여유 조차 사라진 내 자신에게 경종을 울리는 베조스의 의사결정 철학이었다. (더 슬픈건 그렇다고 실패를 안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
Type 2 decision에 대해 Sam Altman의 스타트업 조언이 다시금 생각난다:
Move fast. Speed is one of your main advantages over large compan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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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Amazon’s annual shareholder letter
참고 2]: 블로그 포스트 이미지도 주제와 적절한 아마존 파이어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베조스. 아마존 파이어 스마트폰은 크게 실패했다. 하지만 type 2 decision 답게 빨리 실패한 만큼 빨리 손을 털고 일어났으며 (기회 비용 최소화), 또 아마존의 핵심 분야 (상거래, AWS)에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