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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합의를 위한 ‘5일의 법칙’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대부분 직군별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서 일을 한다 (보통 cross-functional team이라고 부름). 각 분야의 전문성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의사결정에 있어서 팀 내부적으로, 그리고 팀 사이간 이견을 조율하는데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복잡하고 중대한 사항일수록 의견이 분분할 확률이 높은데, ‘상명하복’의 문화와는 동떨어진 이곳에서는 서로를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별 짓(?)을 다 하는… 정말 웃픈 광경을 볼 수 있다.

왠만해서 서로 중간 합의점을 찾기 마련인데, 때로는 정말 외나무 다리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대치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 업그레이드 버튼을 누르면 유저에게 일반적으로(default) 보여지는 제품은? 내 제품 vs 네 제품?).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 끝장 토론? 나이 많은 순서대로? 선배(?)의 눈치보고?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5일의 법칙 (5-day rule)’을 도입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 최근 나도 이 법칙을 적용하여 ‘극에 달한’ 대치 상황을 풀어내고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 직접 이 방법론을 적용하고 경험한 결과, ‘5일의 법칙’은 의사결정의 심사숙고와 속도를 둘 다 감안한 효율적인 방법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5일의 법칙이란?

어느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대치되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 양 측이 5일 안에 해결을 보자고 합의를 본다. (이것 조차 합의를 못하면… 쏘리😓). 5일 동안 각종 데이터 및 분석 자료들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논리를 펼치며 합의에 이르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나올 수 있는 결과는 네 가지: 1) A의 주장으로 합의를 봄 2) B의 주장으로 합의를 봄 3) A와 B가 동의한 제3의 방법으로 합의를 봄 4) 대치 상태를 유지.

4번의 경우, 즉 5일 동안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못하는 경우엔, 간혹 우리 측 부사장님한테 가서 ‘저쪽 팀이 말도 안되는 주장하는데… 도와주세요!’ 라고 ‘빽’을 쓰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것은 동료간 의를 상하게 하는 초고속 지름길이기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많이들 한다!)

이런 지저분한 행위 대신, 5일 후 ‘Clean Escalation’이라는 절차를 밟는다. ‘Clean Escalation’은 위와 같이 한 측에서 다른 측이 모르게 상부에 ‘고자질’ 하는 것이 아닌, 양측이 합의점을 내지 못하였음을 인정하고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더 높은 사람에게 데이터와 함께 의사결정을 부탁하는 것이다. 임명된 상부자는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고 사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결정이 내려지면 ‘잔소리’ 않고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한다.

왜 좋은가

‘5일의 법칙’은 신속한 합의를 이루는데 매우 효과적임을 느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본다:

한정된 시간에 ‘고퀄’의 논의를 가능하게 함

5일이라는 인위적인 시간의 제약을 통해 ‘다음 달 회의에서 다시 논의합시다’ 식의 미루기 작전이 불가능하다 (영어로는 ‘kick the can down the road’). 동시에 5일이라는 시간은 엄청나게 짧은 시간만은 아니다. 추가적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필요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양측 모두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더 깔끔한 논지를 펼칠 수 있게 해준다. (더 높은 수준의 데이터와 논리를 통해 합의를 볼 수 있는 가능성 ⬆️)

실무자들끼리 자연스러운 합의를 장려

제도적으로 상부에 회부할 수 있다고 매 사안마다 안건을 올려 보낸다면 아마 회사에서 오래 남아있기 힘들 것이다. 모나고 사람들과 협의도 못하며 고집만 센 사람으로 이미지가 박혀버릴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사안의 비중을 봐서 꼭 ‘윗사람’이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면 실무자들끼리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즉, 왠만한 사안들은 실무자 선에서 5일 내로 결정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Clean Escalation’

정말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Clean Escalation’ 제도를 통해 뒷끝 없이 깔끔하게 사안을 해결할 수 있다. (‘Clean Escalation’이 엄포용으로만 쓰였다면 이미 사장되었을 것이다.) ‘Clean Escalation’을 통해 지목된 상부자는 ‘결제하고 보고만 받는’ 고리타분한 관리자가 아닌 실제 사안에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리기에, 상충된 의견으로 긴장되었던 조직을 다시 통합시키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디어 임원들이 쓸모가 있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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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 아마존 CEO의 의사결정 프레임웍에서 언급했듯이, 회사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안들은 type 2 decision이다. 완벽한 답을 위해 몇 주를 투자하는 것 보다 ‘충분히 좋은 (good-enough)’ 답으로 오늘 움직이는 것이 백 배 낫다. 만약 스타트업이라면 만 배 낫다. 분석, 논의, 혹은 조직의 충돌로 인해 빠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마찬가지로 위험한 것은 무조건 빨리 가야된다고 최소한으로 필요한 심사숙고도 하지 않는 것이다. 위와 같은 ‘5일의 법칙’ 및 ‘Clean Escalation’ 기법들을 활용한다면 공평성과 논의의 심도를 유지하면서도 조직을 좀 더 긴장감있게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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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http://goo.gl/1W0o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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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in Silicon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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