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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의 성공 조건 [working paper]

o2o rip

작년 이맘 때 테크크런치 및 IT 관련 매체에서 새로운 유니콘 기업의 탄생과 화려한 투자 유치 소식을 종종 접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지난 몇 달 동안 문 닫은 회사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접하는 것 같다. ‘실리콘밸리에 겨울이 온다’ 라는 말이 맞나보다.

On-demand private chef startup Kitchit shuts down
Dinner Lab shuts down after failing to find a sustainable business model
Shuddle, the Uber-like service for getting your kids around, is shutting down tomorrow
Homejoy is shutting down at the end of the month
홈클의 흥망성쇠

안좋은 뉴스에 눈에 띄게 O2O (라고 쓰고 미국에선 그냥 on-demand라고 한다) 관련 스타트업이 많아 보인다. ‘Uber for X’ 라는 표어만 있으면 투자받을 수 있었던 좋은 시절 때문인지 몰라도 왠지 O2O 회사들이 가장 많은 고생을 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사용자의 편의를 증진시키고 잉여의 시간, 자본, 물류를 활성화시켜 경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O2O인데, 왜 이렇게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최근 on-demand economy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O2O 사업의 성공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O2O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나 실제 업계에서 뛰시는 분들에 비해 인사이트가 현저하게 부족하겠지만, 얕은 지식으로나마 지레짐작 감히 한번 해본다.  (정리가 깨끗하게 된 것 같지 않아 제목에도 working paper라는 딱지를 붙인다.)

충분한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 경쟁력

우선,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O2O가 성공하기 위해선 충분한 수요와 공급이 필요하다. O2O에서 사업자의 역할은 수요와 공급을 즉각 연결 시켜주는 ‘시장(marketplace)’이다. 우버는 승객과 기사를, 도어대시는 식객과 음식점을 (비록 배달 음식이지만), 에어비앤비는 여행객과 민박집을 연결시켜준다. 경제학개론에서 배웠듯이 수요와 공급이 충분치 않거나 이들의 불균형이 있다면 시장이 클 수가 없다. 우버를 통해 차량을 요청했는데 아무도 응답을 안하거나, 에어비앤비에 남는 방을 올렸는데 묵으려는 사람이 없다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다른 곳에서 자신들의 니즈를 채우려고 할 것이다.

O2O의 이상적인 수요-공급 시나리오.
O2O의 이상적인 수요-공급 시나리오.

원활한 수요와 공급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수요-공급 곡선을 통해 형성되는 가격이다. 공급자 측면에서 형성된 가격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였을 때 발생하는 반대급부가 기존의 경제 창출보다 높아야 한다. 우버의 경우 잉여 시간(= 경제 창출 $0)을 수입으로 변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기에 많은 지속적인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요자 측에서도 형성된 가격대가 기존의 서비스보다 저렴하거나, 아니면 on-demand의 특성에서 오는 ‘당장’에 대한 가치가 높아야 수요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YC 출신 O2O 회사인 Nurx는 피임약을 온디맨드로 시킬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지금 당장’이 매우 중요하므로😓 기존 업체들 보다 더 높은 가격을 매길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단위 경제 (unit economics)와 규모의 경제

O2O는 돈 벌기 매우 어려운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거래와 관련된 수수료를 챙기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몇 백 억원의 거래가 플랫폼에서 이루어져도 그 금액의 몇 % 밖에 수수료로 챙기지 못하기 때문에 왠만한 규모로 큰 매출을 올리기가 어렵다.

O2O pricing
‘매출’과 ‘총 거래량’을 동의어로 사용하는 O2O 스타트업을 주의할 것. 실제 회사의 매출은 총 거래량 (GMV: Gross Merchandize Value)의 몇 %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O2O 회사들은 최대한 빨리 시장을 장악하려고 하는데, 이 일환으로 큰 적자를 감수하고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서슴없이 쓰는 경우도 가끔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면 ‘건강한’ 단위 경제(거래당 수익성)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러한 과감한 행동을 하는 것인데, 이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익성이 개선될지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을 반드시 해봐야 한다. 

* 시나리오 1: 규모의 경제가 전체적인 간접 비용(overhead cost)을 끌어내려 수익성이 올라간다.
* 시나리오 2: 한계 생산가(marginal cost)가 낮은 경우 어느 정도 이상의 고객을 끌어 모으면 자연스럽게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
* 시나리오 3: 규모의 경제로 다양한 서비스의 시너지가 가능해져 전체 비용을 널리 분산시킬 수 있다. (예: 우버 기사는 승객을 태우는 동시에 트렁크에 제품을 싣고 제 3자에게 배달을 할 수 있다.)
* 시나리오 4: 경쟁사가 없어졌으므로 가격을 올려서 수익성을 재고한다.

만약 시나리오 4가 유일한 (혹은 가장 유력한) 전략이라면 ‘무조건 시장 장악’의 태도는 지양하고 up-sell, cross-sell 등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가치있는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수익성 공식에서 비용을 못 맞추면 더 비싼 것을 팔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는 당연한 이치).

합법/불법의 경계에서의 판단력

O2O는 기존 산업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모델이다. 특히 규제가 많이 있는 산업일수록 그 여파가 크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몇 달 전 한국에 홈클이라는 가사도우미 O2O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종료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O2O 같은 새로운 사업에 맞지 않는 규제 및 법률이 폐업에 일조했다고 한다. 우버도 최근 어스틴에 새로 도입된 규제로 인해 해당 도시에서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실
도전도 좋지만 규제와 법규 때문에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타깝지만 법률과 규제는 기득권자에게 유리하게 쓰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 법의 ‘애매한 부분’을 파고 들어야 그나마 승산이 있을텐데, 이것에 대한 판단을 현명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하지 말라는 거 빼고 괜찮은’ 법 체계와는 달리 ‘하라는 것 빼고 다 안되는’ 대한민국의 체계에서는 더욱 어려울지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펴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너무나 힘든 법적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섣불리 들어가는 것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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