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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ier said than done

요새 연말 모임이 잦다 보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가끔 대화가 서로 하는 일, 혹은 최근 이슈가 되는 일들이 회자되곤 하는데 이럴 때 마다 꼭 크게 훈수를 두시는 분들이 있다. ‘그건 이렇게 하면 되지’,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건 이러이러 한거야’, ‘에이~ 그건 바로 저렇게 풀면 되는거 가지고… [회사]는 그것도 못하나?’

제 3자가 보기엔 문제가 단순해 보이고 왜 그걸 풀지 못하는지 의아해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정말 간단한 해결책이 있는데 완전 깜빡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밖에서 보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매우 애매한 뉘앙스 및 복잡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술자리에서 가볍게 얘기하는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가 2017년의 큰 이슈 였는데 많은 사람들은 ‘딱 보면 가짜인지 아는데 그걸 왜 페이스북이랑 트위터에서 못 잡아내는거야?’라고 불평을 한다.

페이스북이랑 트위터에 다니는 똑똑한 수재들이 가짜 뉴스가 정말 ‘딱 보면 알 수 있는’ 것이었으면 왜 여태껏 해결을 못했겠는가. 근본적으로 가짜 뉴스는 ‘딱 보면 알 수 있지’ 못하거니와, 많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은 컨텐츠의 내용의 진위를 (가짜 뉴스, 댓글 조작 등) 평가 및 판별하는데 있어 크게 사용자 제보, 머신러닝, 그리고 실제 인력을 투입하는데, 이런 다양한 기법 및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도 다음과 같은 뉘앙스와 복잡함으로 문제 해결이 용이하지 못하다:

사용자 제보

혹자는 사용자들이 ‘신고하기’로 제보된 뉴스를 골라서 거르면 가짜 뉴스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가짜 뉴스에 현혹된 사람들은 그 뉴스를 믿기에 ‘신고하기’를 누르지 않는다. 되레, 그들은 ‘좋아요’ 혹은 ‘추천’을 마구 누를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이런 플랫폼들은 보통 추천 알고리즘으로 컨텐츠를 사용자에게 개인화 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설령 ‘딱 보면 가짜인지 아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그들에겐 이런 가짜 뉴스가 보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머신러닝 적용

머신러닝이 실리콘밸리에서 큰 유행처럼 번지고, 또 그 그대치에 걸맞는 결과들이 나오면서 (예: 알파고) 가짜 뉴스 파악에도 머신러닝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 (페이스북 예). 많은 사람들은 머신러닝이 가짜 뉴스를 포함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머신 러닝은 항상 precision 과 recall 이라는 제한이 존재한다 (참고: precision = 예측한 결과가 실제 맞는 경우, recall = 검출율; 모든 ‘true’ 중 맞게 예측한 정도). 99% precision이 있는 가짜뉴스 판별 시스템을 만든다고 해도 1%의 가짜 뉴스는 미꾸라지 처럼 빠져 나가고, 또 이런 높은 precision의 경우엔 recall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짜 뉴스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최대한 많은 가짜 뉴스를 걸러내기 위해 recall을 높이면 precision이 낮아지므로 가짜 뉴스가 아닌 무고한 뉴스들도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데 희생(?)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실제 인력 투입

어떻게 보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수 조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에서 올라오는 모든 뉴스들을 사람이 일일히 팩트체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전수조사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로 ‘딱 보면 아는’ 가짜 뉴스가 얼마나 될까? 또한 개개인의 조사자들이 가진 가치관과 지식의 차이 때문에 매우 일관적이고 공편하게 가짜뉴스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정말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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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표현 중에 ‘easier said than done’ 이라는 말이 있다. 간단히 말해 ‘말이 쉽지’ 라는 뜻. 실제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하면 모든게 쉽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한 때 어느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며 안좋은 경험이 있을 때 마다 ‘아 이런 회사가 이런것 기본적인 것도 못하네’ 라고 매섭게 비평을 할 때가 있었는데, 막상 ‘내부자’가 되어보니 정말 ‘easier said than done’임을 실감하며 나의 과거 모습이 부끄러워 진다.

위에 연말 모임의 분위기를 살짝 망치는 ‘훈수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많은 문제들이 ‘easier said than done’임을 인정하고, ‘정답’을 제시하는 것 보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접근 방식, 그리고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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