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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신제품 발표: 잡스가 무덤에서 땅을 치고 분노를?!

지난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가 있었다.

  • 애플 워치 (에르메스) 및 watchOS2
  • 아이패드 프로 / 애플 연필 / 스마트 키보드, 아이패드 미니 4
  • 아이폰 6s / 6s+
  • 애플 티비

혹자들은 기대 이하의 실망스러운 제품 발표회였다면서 회의감을 표현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술적으로 또 한번 도약한 애플의 저력을 볼 수 있었던 발표회였다. 중간 중간에 ‘아 저건 진짜 잘 만들었다!’ 라고 혼자 탄성을 내며 발표회를 보다가, 문득 ‘어… 좀 이상한데? 진짜? 이거 스티브 잡스가 무덤에서 땅을 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2007년 겨울 아이폰으로 애플 제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아이폰의 직관적이고 단순한 사용자 경험이 아이폰의 커다란 스크린 보다 더 큰 매력이었는데,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통해 ‘왜 제품을 이렇게 만드는지’, 그리고 ‘왜 제품을 저렇게 안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러한 단순함과 직관적인 부분이 다소 사라진 듯한,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열정적으로 주장했던 제품에 대한 신념들을 정면 반박하는 제품들이 이번 애플 발표회에서 느낄 수 있었다

1. 대형 아이폰

source: http://images.gizmag.com/gallery_lrg/iphone-1-vs-iphone-6-vs-iphone-6-plus-8.jpg

이미 이미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진 소재이지만,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폰 6의 화면 크기는 4.7인치 (대각선 기준), 6+는 심지어 5.5인치이다. 이는 첫 아이폰의 3.5인치 화면 대비 ~2.3배가 넓어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2010년 기자들과의 대담에서 4인치 이상의 스마트폰들은 손으로 제대로 잡을 수도 없고 (‘you can’t get your hand around it’),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no one’s going to buy that’) 폄하를 했었는데, ‘완벽한 크기’라고 했던 3.5인치 제품은 불과 몇 년 만에 사라지고 현재 애플은 대형 전화기의 선봉자 역할을 하고 있다.

잡스가 말한 큰 전화기의 문제점 중 하나는 손가락이 화면 윗부분에 편하게 닿지 않는다는 것인데, 애플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더블탭’ 동작을 통해 화면을 아래로 ‘내려주는’ 경험을 개발하였다. ‘더블탭’을 화면에서 실행하면 줌이 되지만, 홈버튼에서 실행하면 화면이 내려간다. 이는 직관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일관성도 떨어지는 사용자 경험이다. 아이폰 6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대형 화면을 쌍수들고 환영하지만 이 특정한 사용자 경험은 ‘애플 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 아이패드 미니 4

역시 사이즈에 관련된 일화이다. 스티브 잡스는 삼성 갤럭시 탭 7인치가 출시되는 것에 대해 DOA (Dead on Arrival: 출시되자 마자 사장됨) 라고 독설을 서슴치 않았다. 그 주장의 근거로 1) 아이패드보다 현저하게 작은 화면으로는 풍부한 사용자 경험이 불가능하고 2) 사람들의 손가락을 ‘사포’로 갈아서 얇게 만들지 않는 한 아이패드 같은 정교한 터치를 구현할 수 없고 3) 가격 대비 성능 및 제공되는 앱들이 형편 없으며, 마지막으로 4) 크기가 애매해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전혀 매력이 없음을 들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8인치 모델인 ‘미니’를 출시하자마자 대박을 터트렸고, 심지어 네번째 모델까지 나왔다. 이는 새로운 아이폰이 나올때 마다 수요가 적은 구형 모델들을 없애는 것과는 다르게, 작은 사이즈의 태블릿 수요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손가락이 몇 년 사이에 얇아지지도 않았고,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더욱 늘었는데 늘어가는 작은 태블릿의 수요… 스티브 잡스가 무덤에서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고 있을지 살짝 궁금해진다.

3. 애플 연필 / 스마트 키보드

이번에 출시된 제품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이패드 프로. 커다란 화면, 엄청난 하드웨어 성능, 거기에 걸맞는 전문가용 앱들. 아 그런데 갑자기 키보드와 연필 (스타일러스)가 나온다. 역시 과거에 스티브 잡스는 스타일러스에 대한 혐오를 들어낸 바 있다.

“Handwriting is probably the slowest input method ever invented”
필기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느린 입력 방식일 것이다.

“If you need a stylus you’ve already failed”
만약 스타일러스가 필요하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한 것이다.

이랬던 애플이 스타일러스, 거기에 키보드까지 부착하다니!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랑 너무 유사한거 아닌가? 터치 스크린에 정교한 햅틱 반응을 넣어서 키보드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없었을까? 손가락의 굴곡과 손톱 등의 다른 느낌으로 스타일러스를 대체할 수 없었단 말인가? 아… 정말 스티브 잡스가 무덤에서 땅을 치면서 화를 낼 것 같다.

아이패드에 키보드가 생길 것을 2012년에 예측한 Joel Watson의 풍자 만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만약 잡스가 살아있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참 재미있는 질문이다. 스타일러스가 있었을까? 작은 아이패드를 만들었을까? 상상도 못할 제품들이 세상에 나왔을까? 잡스가 타계한지 4년이 되어가고, 팀쿡의 애플도 아직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계속 이런 질문들이 계속 던져지는 이유가 비져너리의 포스가 (비록 많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실리콘밸리에서 가시지 않은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One more thing…

애플 신제품 발표 초대장
애플 신제품 발표 초대장

애플 티비: 살짝 실망스럽다. 앱 스토어와 시리는 당연히 예상한 것인데, 딱 예상한 것만 나왔다. 새로운 터치 기반의 리모콘도 소개되었지만, 티비의 핵심은 컨텐츠다. 사용자 경험은 컨텐츠를 더 쉽게 접근하거나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공중파의 클라우드화, 특히 스포츠나 시사 (current events)에 관련된 구독 (subscription) 서비스를 기대하였는데 MLB만 달랑 하나 소개되어 많이 아쉬웠다. 시리 음성 조작 역시 당분간은 대중들의 어색함 속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하고 개인적으로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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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약간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애플에 대한 포스팅이지만 개인적으로 애플은 내가 써본 제품 중 가장 높은 품질과 아름다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 나올 멋진 제품들에 대해 큰 응원과 (나의 지갑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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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http://www.apple.com/
2] http://www.gizmag.com/iphone-1-vs-iphone-6-vs-iphone-6-plus/35856/
3] 사진: Ben Stanfield (creative commons: https://www.flickr.com/photos/acaben/541420967/)
4] http://www.huffingtonpost.com/entry/comic-predicted-apple-event_55f18065e4b093be51bdb9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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