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CEO 이름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음?

얼마 전 멍 때리며 한국 사이트들을 서핑하던 중 낯이 익은 주제가 나와서 클릭해보니 ‘앤드루 앤’이 구글에서 무엇을 했다는 기사였다. 앤드류 응 교수가 구글을 나온지가 꽤 되었는데 이건 뭐지 생각했는데, 이 ‘앤드루 앤’이 바로 나였다 -_- ㅋㅋㅋ. 쓸데 없는 호기심이 생겨 검색을 더 해보니 ‘안드루 한’ 이라고 난 기사도 있고 아주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간단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앤드류 안’이 이런 식으로 lost-in-translation (이 경우엔 lost-in-tranliteration)이 되었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가, 또 곰곰히 생각해보니 박찬호를 미국에서 ‘췐호 퐐크’, 태권도를 ‘타이-쿠원-도’라고 하는 것 같은 현상과 같다고 이해하니 ‘아 그럴수도 있겠네’ 하며 넘어가게 되었다.

이런 실제 발음과 다른 외국어 표기법은 평소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원어로 소통할 때에는 나름 큰 애로사항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기원 가는 길을 찾는 외국인이 강남역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 어눌한 한국어로 ‘타이-쿠원-도 인증 받는 곳이 어디에요?’ 라고 물으면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언론에 표기된 대로 그대로 해외에 나가서 발음했을 때 소통이 어려운 것들이 있는데, 주변에서 자주 들었던 것들을 짧게 정리해 본다.

영문 표기 설명 한국에서 종종 쓰이는 표기  Andrew Ahn 대안 (= 발음에 더 유사한)
Jeff Weiner CEO, LinkedIn 제프 와이너 제프 위너
Jeff Bezos CEO, Amazon 제프 베조스 제프 베이조스 / 제프 베이저스
Mark Zuckerberg CEO, Facebook 마크 쥬커버그 마크 저커버그
Elon Musk CEO, Tesla 엘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Susan Wojcicki CEO, You Tube 수잔 보이치키 수잔 워지스키
Chloe Kim USA Snowboard Olympian 클로이 김 클로이 킴
San Jose A city in the SF Bay Area 새너제이 산호세 / 산호제
Gwyneth Peltrow Famous actress 기네스 펠트로 그뷔네스 펠트로우 / 그위네스 펠트로우
LinkedIn Internet company 링크트인 링크드인 / 링뜨인

개인적으로는 너무 틀렸다는 경우만 제외하고 (제프 와이너, 수잔 보이치키, 새너제이, 링크트인)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표기법을 따라 쓰되, 읽거나 말할 때는 원 발음을 따른다.

추가 팁: 영어권에서 사람 이름을 제대로 말하려면 이름과 성을 분명하게 띄어 말해야 한다. 아무리 발음 표기가 정확해도 띄어 읽기가 되지 않으면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 경우가 매우 높다. 예를 들어 ‘두 유 노 덴젤와싱턴?’이 아닌, ‘두 유 노 덴젤(0.1초)와싱턴?’

절대로 테슬라처럼 마케팅 하지 말자

요새 엘론 머스크가 테크계의 영웅 중의 영웅이다. 며친 전 팔콘 헤비 로켓에 테슬라 로드스터를 탑재해 화성으로 날려 보낸 후 쌍둥이 로켓을 동시에 착륙 시키는 모습은 정말 🐶감동!

그런데 이런 멋진 인간도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테슬라에서 계속 보내오는 모델 3 자동차 연기 소식. 2016년 4월 1일에 $1,000을 넣고 예약을 했는데 작년 11월 처음 연기 소식을 받고, 원래 계획 대로라면 자동차를 인도 받았을 법한 엇그제 또 연기 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테슬라 역사상 엘론 머스크가 발표한 출시일을 맞춘 적이 없는 것을 알고도 자동차를 예약 주문한 내가 바보지만, 그보다 다음과 같은 형편 없고 어이가 없는 이메일을 보낸 테슬라의 마케팅 부서에 대한 빡침이 가장 컸다.

요약하면:

안녕, 우리 테슬라야. (네가 묻지도 않았지만 굳이 알려 주자면) 우린 양산에 관한 문제점들을 너무 멋지게 풀어내고 있어. 너무 멋지지? 그런데 어쩌지? 네가 2년 전에 주문한 자동차는 (다시 한번) 예상보다 조금 더 늦어질 것 같아 (…라고 쓰지만 사실 많이 늦어질꺼야). 얼만큼 늦어지는 지 알고 싶으면 우리 홈페이지 로그인해서 알아봐. 기다려줘서 고마워!

마케터의 눈으로 봤을 때 이 편지는 정말 오.마이.갓! 😱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이란 제품과 회사에 대한 정보를 고객이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고객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를 달성 했을까? 이는 이 편지의 목적을 정리해 봄으로써 평가할 수 있다.

Primary objective
(이 편지에서 가장 중요한 점)
Inform customers about the delay (자동차 예정 인도일 연기를 통보)
Secondary objective
(추가적인 목표)
Continued support and confidence in Tesla (회사에 대한 계속된 신뢰와 지지 유지)

위를 토대로 테슬라의 이메일을 평가했을 때 우선적인 목적이 나중에 언급되고 (두 이메일 모두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은 아무도 묻지 않은 공정 혁신에 대한 자랑질-_- ), 고객의 이해와 신뢰를 얻기 위한 어조나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일방통보 같은 느낌이고 고객이 알고 싶은 정보는 웹사이트 로그인 하고 보라고 한다. 내 기준에서는 완전 탈락.

만약 내가 테슬라 마케팅 팀에 있었다면 다음과 같이 쓰는 것을 건의 했을 것이다.

Andrew,

Thank you for being a Tesla supporter. I want to let you know that your Model3 will be delayed than our original expectations, due to production bottlenecks.

The new estimates are the following:

  • First Production (310 mile range): May – July 2018
  • Dual Motor All-Wheel Drive (220 or 310 mile range): Late 2018
  • Standard Battery (220 mile range): 2019

We know we let you down, and we take this very seriously at Tesla. We are committed in clearing the production bottleneck and deliver Model 3s to our customers around the globe, while maintaining the utmost high quality standards we have on our vehicles.

If the new schedule no longer fits your timeline, you may login to the Tesla homepage and follow the instructions to get your deposit refunded.

Thank you for your patience and, more importantly, supporting our vision of sustaining energy future.

-E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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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님,

테슬라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타깝게도 공정 병목 현상으로 고객님이 사전 주문하신 모델3의 인도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도 예정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First production: 2018년 중반
  • 4WD: 2018 후반
  • 기본 사양: 2019년

고객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저희도 이것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속히 양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전 세계의 테슬라 고객분들께 최고 수준의 품질의 차량을 빨리 인도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만약 새로운 인도 시점이 고객님의 일정과 맞지 않는다면 테슬라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절차에 따라 예약금 환급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고객님의 이해에 감사드리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비전에 동참해 주셔서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엘론 드림


이렇게 키보드로 깊은 빡침을 표현하지만, 현실은 끄떡 없는 테슬라 주식과 모델 3를 받기 위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몇 만 명의 구매 대기자. 엘론 머스크의 아우라 + 미래의 자동차라는 멋진 포지셔닝 + 실제로 디자인과 성능이 빼어난 전기 자동차라는 매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완전 WTF 마케팅임에도 잘 나가는 것이다. (엘론 머스크가 마케팅까지 먼지 안 날리게 완벽하면 우리는 다 어떻하라고… ㅠㅠ)

하지만 당신이 엘론 머스크가 아니고 테슬라 자동차 보다 더 멋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면 테슬라처럼 마케팅 하면 안된다. 이렇게 했다가 ‘고객 신뢰 파괴’ 지뢰 한번 밟으면 폭망한다. 꼭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마케터가 되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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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Elon Musk Twitter

미국 IT 기자들과의 press briefing

https://pixabay.com/en/press-camera-the-crowd-journalist-2333329/

얼마 전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 중 일부가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일의 연장선으로 옆 팀 부사장님과 함께 테크 기자단을 상대로 press briefing을 열어 직접 회사에서 하는 일을 소개하고, 또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질문들을 대답하는 기회를 가졌다. 예전에 PR 자료를 서면으로 제출한 적이 있지만 실제 미국 테크 기자들과 엠바고를 걸어두고 대담을 나누는 경험은 처음! 나는 완전 생초짜인데 하필 상대방은 너무 후덜덜한 매체들 ㅠㅠ.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나 기사들이 좋게 나와서 감사감사 무한 감사 🙏! 또 언제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차후의 성공적인 press briefing을 위해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점들을 정리.

1. 짧고 임팩트 있는 소개

내가 이미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기자들은 내가 무슨 사람이고 어떤 역량에서 회사를 대표 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럴 때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역량으로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다’ 라고 짧게 소개를 하면 좋다. 이 때 본인이 어떠한 직군에 있는지 말하는 것 보다 자신의 업무가 풀고자 하는 문제나 목표에 연관시켜 소개를 하면 조금 더 자신을 임팩트 있게 포지션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어느 팀에서 마케팅 해요, 제품 개발 해요” 등의 소개 보다는 “100억 명의 사용자의 보안을 항샹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가 더 강력하고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다.

2. Talking point를 미리 확실하게 정리

사실 회사에서 press briefing을 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목적이 존재한다. 대략 경과 보고 (inform progress), 담론의 주도 (influence narrative), 혹은 신제품/기술/회사 홍보 (promotion)의 경우가 있는데 이런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화두를 정확히 정리해 두어야 기자들을 상대로 내가 (= 회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예전 링크드인 다녔을 때 Jeff Weiner CEO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우리 마케팅 팀을 엄청 쪼았던(?) 것 중 하나가 예상되는/원하는 신문 기사 헤드라인을 뽑아 오라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군더더기 없고 목적에 완벽히 부합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자료를 만들어 내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와 더불어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단위를 일상적인 것들과 비유하는 talking point를 준비하면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 많은 경우 기사에 인용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노 단위의 반도체 공정을 설명하면 일반 사람들에게 얼마나 정교하고 미세한 것인지 전달하기 어렵지만 ‘머리카락의 8만분의 1’이라고 이야기 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초미세 공정임을 누구나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보다 높은’, ‘달까지 왕복 가능한 거리’, ‘마른 날에 벼락 맞을 확률 보다 낮은’, ‘사람이 숫자를 센다면 수 천 년이 걸리는’ 등의 표현을 십분 활용한다면 talking point들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

3. Keep it real

너무 찬양 일색인 보도 자료는 기자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환영을 받기 힘들다. 사실 이런 성향은 대기업 보다 스타트업에서 자주 관찰되는데, 그들의 말만 들으면 너무나 장미빛 미래만 이야기하여 그 회사/제품의 신뢰도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진한 점을 강조하지는 않더라도 상황에 맞게 인정을 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갈 계획을 공유하고 제시하는 것이 기자들에게 균형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을 전달하는데 도움이 된다.

4. 예상되는 질문들, 특히 피하고자 하는 곤란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미리 준비

100이면 110, 내가 꼭 피하고자 하는 질문은 누군가가 던지게 되어있다. 어려운 질문 피했다고 좋아하고 있으면 나중에 서면으로 추가 질의에 포함되어 있다 ㅠㅠ.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누구처럼 눈에서 레이저 쏘는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답변을 준비해 놓는 것 밖에 답이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에서 나왔던 겸손과 인정의 미덕을 보임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2에서 준비한 화두로 되돌아가 꼭 강조하고 싶은 것들 중심의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대화의 흐름 바꾸는 것은 왠만한 사람이 임기응변으로 하기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꼭 미리 준비하여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5. 연습, 연습, 그리고 또 연습

Press briefing에서 내가 준비한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은 반도 안되고 (미리 자료를 공유했을 경우는 더더욱), 대신 대부분의 시간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데 할애한다. 이런 자유로운 포맷 때문에 나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고 실수를 할 위험이 있다. 특히 경쟁사와의 비교나 기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 ‘아’ 다르고 ‘어’ 다르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서 답변을 해야하며, 공개할 의도가 없는 기밀사항들이 실언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나 역시 초반에 몇 번 ‘허걱, 잘못하면 이거 말할 뻔했네!’ 하며 뜨끔 한 적이 있다. 기자들에게는 특종이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런 실수를 최소화 하기 위해 많은 멘탈 훈련과 연습은 필수이다.

막상 쓰고 보니 너무나 당연한 것들만 나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동시에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는 것 보다 더 훌륭한 전략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정리 끝.

Special Bonus: 어느 실리콘밸리의 내공있는 기자님께서 전해주시는 press briefing tip!!

1.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다

설명 하다 보면 필요 이상의 말, 빈 말, 심지어는 기자와 다투는 일도 벌어진다. 이건 최악의 상황이다. 불필요한 말을 하기보단 말을 안하는게 좋다

2. “나는 그 이슈에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

기자들이 기자회견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민감한 질문이 나올때 VP 이상 심지어 CEO 조차도 이런 말을 하더라. 마크 저커버그도 “나는 그 질문에 설명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한 것도 들은 적 있다. 마크가 아니라면 페북에서 누가 이슈를 설명한단 말인가.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방어할 때 이보다 좋은 레토릭은 없다고 생각했다.

3. 내가 얘기한대로 기사화된다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자들은 프레스컨퍼런스에서 말하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fact에 기반해서 쓰지만) 다양한 맥락을 가지고 해석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왜곡이 아니라 해설이며 최근 독자들은 앵무새처럼 그대로 전달하는 것보다 해설하는 기사를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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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ier said than done

요새 연말 모임이 잦다 보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가끔 대화가 서로 하는 일, 혹은 최근 이슈가 되는 일들이 회자되곤 하는데 이럴 때 마다 꼭 크게 훈수를 두시는 분들이 있다. ‘그건 이렇게 하면 되지’,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건 이러이러 한거야’, ‘에이~ 그건 바로 저렇게 풀면 되는거 가지고… [회사]는 그것도 못하나?’

제 3자가 보기엔 문제가 단순해 보이고 왜 그걸 풀지 못하는지 의아해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정말 간단한 해결책이 있는데 완전 깜빡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밖에서 보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매우 애매한 뉘앙스 및 복잡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술자리에서 가볍게 얘기하는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가 2017년의 큰 이슈 였는데 많은 사람들은 ‘딱 보면 가짜인지 아는데 그걸 왜 페이스북이랑 트위터에서 못 잡아내는거야?’라고 불평을 한다.

페이스북이랑 트위터에 다니는 똑똑한 수재들이 가짜 뉴스가 정말 ‘딱 보면 알 수 있는’ 것이었으면 왜 여태껏 해결을 못했겠는가. 근본적으로 가짜 뉴스는 ‘딱 보면 알 수 있지’ 못하거니와, 많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은 컨텐츠의 내용의 진위를 (가짜 뉴스, 댓글 조작 등) 평가 및 판별하는데 있어 크게 사용자 제보, 머신러닝, 그리고 실제 인력을 투입하는데, 이런 다양한 기법 및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도 다음과 같은 뉘앙스와 복잡함으로 문제 해결이 용이하지 못하다:

사용자 제보

혹자는 사용자들이 ‘신고하기’로 제보된 뉴스를 골라서 거르면 가짜 뉴스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가짜 뉴스에 현혹된 사람들은 그 뉴스를 믿기에 ‘신고하기’를 누르지 않는다. 되레, 그들은 ‘좋아요’ 혹은 ‘추천’을 마구 누를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이런 플랫폼들은 보통 추천 알고리즘으로 컨텐츠를 사용자에게 개인화 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설령 ‘딱 보면 가짜인지 아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그들에겐 이런 가짜 뉴스가 보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머신러닝 적용

머신러닝이 실리콘밸리에서 큰 유행처럼 번지고, 또 그 그대치에 걸맞는 결과들이 나오면서 (예: 알파고) 가짜 뉴스 파악에도 머신러닝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 (페이스북 예). 많은 사람들은 머신러닝이 가짜 뉴스를 포함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머신 러닝은 항상 precision 과 recall 이라는 제한이 존재한다 (참고: precision = 예측한 결과가 실제 맞는 경우, recall = 검출율; 모든 ‘true’ 중 맞게 예측한 정도). 99% precision이 있는 가짜뉴스 판별 시스템을 만든다고 해도 1%의 가짜 뉴스는 미꾸라지 처럼 빠져 나가고, 또 이런 높은 precision의 경우엔 recall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짜 뉴스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최대한 많은 가짜 뉴스를 걸러내기 위해 recall을 높이면 precision이 낮아지므로 가짜 뉴스가 아닌 무고한 뉴스들도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데 희생(?)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실제 인력 투입

어떻게 보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수 조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에서 올라오는 모든 뉴스들을 사람이 일일히 팩트체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전수조사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로 ‘딱 보면 아는’ 가짜 뉴스가 얼마나 될까? 또한 개개인의 조사자들이 가진 가치관과 지식의 차이 때문에 매우 일관적이고 공편하게 가짜뉴스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정말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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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표현 중에 ‘easier said than done’ 이라는 말이 있다. 간단히 말해 ‘말이 쉽지’ 라는 뜻. 실제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하면 모든게 쉽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한 때 어느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며 안좋은 경험이 있을 때 마다 ‘아 이런 회사가 이런것 기본적인 것도 못하네’ 라고 매섭게 비평을 할 때가 있었는데, 막상 ‘내부자’가 되어보니 정말 ‘easier said than done’임을 실감하며 나의 과거 모습이 부끄러워 진다.

위에 연말 모임의 분위기를 살짝 망치는 ‘훈수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많은 문제들이 ‘easier said than done’임을 인정하고, ‘정답’을 제시하는 것 보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접근 방식, 그리고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

2017 스타트업 근황 (State of Startups)

First Round Capital VC에서 2015년 부터 출간한 ‘스타트업 근황’ 설문 조사를 매년 추려서 블로그에 공유하고 있다. 올해는 성추행과 성차별, 그리고 이런 것들이 엮인 정치적인 이슈들이 실리콘밸리 및 미국 사회 전역을 크게 흔들어 놓아서 그런지 이번 설문 조사는 D&I (Diversity and Inclusion) 부분이 크게 강조되고, 이에 상대적으로 시장, 투자, 성장 등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다룬 것 같지 않아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든다. 매년 그렇듯이, 올해의 하이라이트 몇 개를 추려서 개인적인 의견과 함께 (파란색) 공유한다.

 

1. 절반이 넘는 창업자들은 성추행과 관련된 이슈를 겪거나 겪은 사람을 직접 알고 있으며 (여성은 78%, 남성은 48%), 여성은 ‘갑’의 위치에 (예: VC, LP) 더 많은 여성들이 포진해 있어야 이 문제가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반면 남성은 교육과 언론의 역할이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

2017년은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한 해 였다. 대놓고 육아휴직을 쓰려는 여사원에게 퇴사를 종용하거나 젊은 여직원에게 커피 심부름 등을 시키는 무식한 짓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갑’의 위치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추행은 실리콘밸리 여성들에게 큰 쇼크를 주었고, #MeToo (#나도피해자였다) 운동을 일으키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2. 창업자의 1/3은 ICO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

2017년 2Q+3Q에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들은 $2.3B의 금액을 투자 받았는데 그 중 90%는 ICO로 자금은 조달했다는! 이런 믿을 수 없는 통계는 그렇다 쳐도, 최근 펀드레이징 중에 있는 회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VC 투자 조건에 ICO를 안하거나, 할 때 VC들이 동일한 조건으로 우선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항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ICO가 ‘the real thing’임을 실감한다.

3. 성공하지 못할 가장 큰 이유는 ‘추가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하여’ (21.8%)

작년에도 같은 질문에 창업자들은 같은 이유를 들어서 각종 스타트업 애널리스트과 VC들에게 된서리를 맞은 적이 있다 (작년 #6 참고). 회사가 매출이 늘어나고, 인재가 계속 유입되고, 고객들이 제품을 사랑하면 투자를 못 받을 가능성이 적을텐데… 

4. 올해 처음으로 영업 담당 임원을 채용하는 것이 엔지니어링 임원 채용보다 더 어렵다는 답변 (25.8% vs. 엔지니어링 임원 24.4%)

B2B 스타트업에서 제품만큼 중요한 것은 영업팀의 능력이다. SaaS 기반의 B2B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이쪽 분야에 역량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기에 이들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 나의 추측.

5. 중간급 개발자들의 편균 연봉 = $101k ~ $150k (1억2천 ~ 1억8천만원)

작년과 거의 동일한 결과이다 (작년 #4 참고). 많은 스타트업의 경우 burn의 가장 큰 요소가 인력이기 때문에 $150k 이상을 넘게 연봉을 챙겨주기엔 무리가 있나보다.

6. 비트코인/블록체인은 이제 주류?

작년엔 창업자 70%들이 비트코인이 ‘overhyped’ (과열) 되어 있다고 생각한 반면 올해는 블록체인이 (올해는 비트코인 대신 블록체인으로 기술) 대략 50%만 과열되어 있다고 응답. 반면 VR/AR이 65%로 올해 가장 과열되어 있는 기술로 평가됨. 논란의 Magic Leap이 최근 개발자 툴을 공개했는데 과연 과열 및 허풍으로 그칠지 두고 볼 일.

7. 투자자들이 협상 테이블을 주도

작년엔 61%가 창업자들이 투자 협상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 반면 올해는 47%로 무려 14% 포인트가 빠짐. VC들도 겨울을 겪고 나서 더 날카로운 안목으로 옥석을 고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

 

보고서 원문: http://stateofstartups.firstround.com/2017

PS: 올해에는 FRC에서 연례 행사로 만드는 ‘크리스마스 뮤비’ 10주년. 이런 것도 10년 동안 꾸준히 만드는 것도 대다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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