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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해킹, 어디까지 해봤니? #9: 그로스 해커의 자질

집 청소를 하면서 예전 회사에서 팀원 채용 인터뷰시 쓰려고 정리했던 노트를 발견하였다. 날짜를 보니 2013년 말, 링크드인이 미친듯이 성장할 때 내 팀은 물론, 옆에 팀 친구들의 채용도 돕고자 일주일에 십 수 시간씩 인터뷰에 쏟았을 때 작성했던 것이었다. 최고의 인재를 뽑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지만 일주일에 근무시간 절반 가량을 채용 업무 및 인터뷰에 할애하면 실제 업무가 마비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지 않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지원자들을 ‘pattern matching’시키기 위해 수 천 장의 이력서를 보고 백 번에 가까운 인터뷰를 하면서 쌓은 그로스 해커의 자질에 대한 생각을 노트에 적어둔 것인데 블로그를 통해 나눔 + 재정리를 하고자 한다.

사실 훌륭한 그로스 해커를 뽑는 것은 정말 어렵다 — 일단 제대로 그로스 해킹을 해본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그로스 해킹은 융합 학문같은 성격이 있어서 이력서에 나온 ‘스펙’만으로 지원자의 실력과 업무 연관성을 판별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그로스에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뽑는것이 더 효과적이다. 인터뷰 + 실제 업무 성과 + 내 주변에 이 분야로 ‘성공한’ 사람들을 봤을 때 훌륭한 그로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자질이 두각됨을 느낀다.

지적 호기심

그로스 해커들은 ‘쓸데없는 질문’들이 많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되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은 보통 웹사이트의 버튼 색깔을 보고 ‘이게 왜 파란색 버튼이지?’ 라고 궁금해 하거나 전자 상거래 결제를 할 때 ‘왜 디지털 상품인데 주소를 입력해야되지?’ 라고 반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스 해커라면 ‘노란색 버튼이 더 눈에 잘 띄지 않을까?’, ‘주소를 입력 안하면 더 쉽게 결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가설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증명 / 반증한다.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사람들은 꼭 업무 관련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일반적인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나타냄을 느꼈다. 즉, 지적 호기심이 높아 기존에 있는 것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또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즉,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그냥 외워!’ 라고 했던 말씀을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는…)

꾸준함

그로스가 최근까지 나름 ‘핫’한 단어라서 멋있어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사실 그로스 실무를 해본 사람들은 전혀 ‘핫’하지 않다는 주장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스 해킹의 80% 이상은 사소한 것을 조금씩 바꿔보면서 실험해 보는 것이고, 그 중 80%의 결과는 ‘꽝’이다. 사소하고, 대부분이 실패로 끝나는 실험들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하게 정진하는 자세를 가지는 사람들이 결국 나머지 20%의 경우에서 20%의 확률로 ‘대박’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예전 나랑 같이 일했던 링크드인 PM들도 3개월에 30-40개 정도의 그로스 실험을 하고 그 중 성공적인 실험 4-5개로 ‘먹고 살았던’ 기억이 난다. 계속 결과가 안나오고 삽질만 계속할 때는 답답하고 미츄어 버릴 것 같기도 했지만 (특히, 답답하다고 못 참고 나가는 엔지니어가 속출할 땐 아오… ㅠㅠ ) 그러다가 한번 대박 결과를 냈을 때의 희열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전략적 사고를 가진 엔지니어 (not 엔지니어스러운 전략가)

그로스에 뛰어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깊음을 자주 느꼈다. 또한 어떤 전략을 짜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어느 전략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직접 시도해 보고, 엑셀과 SQL을 돌려보고, 엔지니어가 짜준 코드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직접 프로토타이핑 및 분석을 하는 모습이 두각된다. 이는 엔지니어스러운 전략가가 보여주는 ‘논리적이고 계량적인’ 접근 방법보다 한참 더 전선으로 나가있는 자세이다. 즉, maker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다른 엔지니어들을 동기부여 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을 만드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지적 호기심 및 꾸준함을 더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공유하기를 좋아함

그로스는 정말 ‘머리를 맞대는’ 효과가 큰 분야이다. 개인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한정되어 있고, 또 많은 경우 개인이 생각한 아이디어는 이미 누군가가 해봤을 가능성이 크다. 팀원, 그리고 다른 그로스 전문가들과 자신들의 아이디어 및 경험들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또 빠지기 쉬운 함정을 피할 수 있기에 좋은 결과에 더 가까이,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봤을 때 링크드인 무료 서비스 그로스를 담당했던 팀과 분기별로 아이디어 및 결과를 공유하고 의논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들을 꽤 쏠쏠하게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가진 그로스 아이디어들이 나만의 ‘비밀 소스’라고 생각하지 말고 널리 공유하여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더 발전시키는 자세가 더 큰 성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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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 분위기가 위축되고 유명 스타트업들의 실패 소식이 많아지면서 실리콘밸리도 그로스 해킹보다 제품과 시장의 본질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은 그로스 해커들을 채용하는데 여념이 없다. 시장진입 (first-to-market) 보다 시장선장악 (first-to-scale)이 엄청나게 중요한 이 시대에 그로스가 회사의 성공에 기여하는 정도는 장기적으로 점점 늘어날 것으로 나는 예상하며, 위와 같은 자질을 가진 멋진 그로스 해커들의 비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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