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신제품인 모델 3를 발표하고 24시간 만에 20만대에 가까운 선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모델 3 예약에 천 달러가 드니깐 2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하룻밤 사이에 테슬라 은행으로 들어간 것이다. 또한 평균 가격을 4만 달러로 가정했을 때 이는 매출이 8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참고로 테슬라는 2015년도에 5만대가 겨우 넘는 차량을 출고했으니, 하루치 주문량으로 작년 일년치 출고량보다 4배가 높은 규모를 달성한 것이다. 👍
이 현상을 보면서 대학교때 들었던 김상훈 교수님의 마케팅 수업이 문득 떠올랐다: “Do you need it, or do you want it?”
테슬라에서 나오는 자동차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시승은 커녕, 디자인도 확인 안하고 주문을 넣을 정도로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테슬라의 자동차를 가지고 싶어한다. 소비자들의 모델 3에 대한 ‘want’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테슬라와 엘론 머스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테슬라는 어떻게 소비자들의 욕망을 제조해 낼 수 있었을가? 나는 테슬라의 시장 접근 전략, 미래에 대한 희망고문, 그리고 희소성의 법칙이 테슬라의 욕망 제조기에 완벽한 비율로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주 원료: 테슬라의 어마무시한 시장 접근 전략
엘론 머스크는 무려 10년 전인 2006년도 ‘테슬라의 비밀 계획’라는 블로그 포스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So, in short, the master plan is:
Build sports car
Use that money to build an affordable car
Use that money to build an even more affordable car”
스포츠카로 시작하여 거기서 생기는 자금으로 조금 더 가격이 ‘착한’ 제품을 만들고 (Model S), 거기서 발생하는 자금을 이용하여 대중적인 자동차를 만든다는 (Model 3), 소위 ‘top down market expansion’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전략이 주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자동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를 암시하는 ‘status symbol’로 통용되고 있다. 테슬라는 소유한다는 것은 재력과 동시에 기술의 얼리 어답터임을 표시하고, 또한 클린/재생 에너지를 지지하는 ‘미래를 생각하는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까지 얻게 됨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똑똑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이미지는 모두가 가지고 싶어하지 않을까? 모델 3은 그런 멋진 이미지를 일반적인 사람들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만약 반대로 대중적인 이미지에서 고급화를 추구하는 전략을 취했더라면 고급차 수요층에 매력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을 까 의문이다.
둘째, 테슬라는 이 top down 전략을 말 그대로 ‘전략적’으로 잘 실행하였다. 테슬라와 비교되는 예로 같은 top down 전략을 택했던 애플을 들 수 있다. 아이폰은 (반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명실상부 스마트폰계의 최고급 제품이다. 애플은 이런 브랜드 포지셔닝을 이용해 막대한 시장 점유율과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한 만큼 고급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가 오고, 가격에 예민한 고객층에게 다가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였는데, 이때 전략적으로 출시한 것이 아이폰 5c. 아이폰 5의 기본 디자인을 바탕으로 더 저렴한 5c를 개발하였는데, 낮은 가격에 맞추기 위해 5 보다 더 낮은 사양으로 출시되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 (주변에 5c 가진 사람 본 적 있나?).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폰 5c를 구입한 사람들은 ‘정식 아이폰을 구입할 돈이 없어서 저사양 제품 밖게 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들어났기 때문이다. 젊은 층을 겨냥하기 위해 입혀놓은 화려한 색깔의 외관이 오히려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 부각시키는 효과마저 야기하였다. 반면 테슬라는 모델 S의 느낌과 경험을 모델 3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자율 주행, 그리고 350km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배터리 모두 다 ‘에누리 없이’ 그대로 적용하였다. 비록 S를 살 돈이 없어서 3을 사는 것이라도, 전혀 열등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하는 비결인 것이다.
보조 원료: 미래에 대한 희망고문
Want, 더 나아가 욕망은 현재 가지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만약 그 가진 것에 대해서 상상을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가졌을 때와 현재의 상황이 극명하게 대비가 될 때 욕망이 더 강해진다. (예: 한 번만 더 하면 잭팟이 터질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도박이 무서운 것 아닌가.) 테슬라는 멋진 미래에 대한 희망고문으로 소비자들의 욕망을 부추긴다.
현재 운전자의 모습 | 미래 운전자의 모습 |
꽉 막힌 도로에 괴롭게 운전하고 있음 | 자율 주행 기능으로 15인치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하면서 도착지까지 편하게 도착 (일부 지역은 카풀 / 전용 차로 이용 가능) |
부담되는 기름값 | 무료, 혹은 무료에 가까운 연료비 |
(일부에게만 해당) 환경 오염의 죄책감 | 클린 /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인 시민’ |

MSG: 군중심리와 희소성의 법칙
마지막으로 선주문(pre-order)의 마법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테슬라의 선주문 제도는 약간 독특한데, 확실한 최종 가격과 차량 인도일을 모른채 환불 가능한 천 달러를 입금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기존 테슬라 소유주 및 주문 순서대로 차를 인도해 준다고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테슬라 구입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이성의 방어막을 무너뜨린다:
1. 기존의 테슬라 팬들이 사전 주문을 함
2. 결정을 하지 못한 사람들도 그 사실은 듣고, 환불 가능하다는 소식에 ‘보험’식으로 주문을 함. (‘혹시 마음 바뀌면 환불 가능하니깐 일단 넣어보지 뭐’)
3. 이에 실 수요보다 더 큰 예약 수요가 생김
4. 테슬라는 과장 되었지만 사실인 예상 수요 수치를 언론에 보도
5. 남아있던 사람들도 ‘아 남들도 다 하는데, 이거 괜찮은가 보네’ 식의 군중심리와 ‘아 이거 빨리 예약 안하면 너무 늦겠는데?’ 식의 희소성의 법칙에 마음이 흔들려 예약을 집어넣음. (여기서 희소성의 법칙 = 때를 놓치면 원하는 시기에 차를 받을 수 없음)
6. 3번으로 돌아가서 반복… 자기 충족 예언 실현
이런 테슬라의 전략은 정말 기발하고 멋지다. 나 역시 테슬라의 욕망 제조기에 넘어가 모델 3의 주인이 되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하늘을 뚫을 것 같은 기대치에 응할 수 있는 테슬라의 실행력. 테슬라가 모델 3 출시로 인해 성공적으로 기존 업체의 양산력을 갖추게 된다면 아이폰이 휴대전화 시장에 미친 파급력 만큼 자동차 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지 않을까 예상된다. (remember Nok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