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를 겨냥한 전자상거래 업체이든 B2B SaaS 회사이던, 자신들의 브랜드와 제품의 충성도 및 재구매율이 높은, 소위 ‘VIP 고객’을 만드는 것이 제품 및 마케팅 부서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회사마다 VIP 고객을 정의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크게 봤을 때 꾸준히 구매, 많이 구매, 비싼 것 구매의 세 가지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를 업계에선 RFM 이라고 한다 – recency, frequency, monetary value). 그런데 열심히 좋은 제품 만들고 마케팅 팀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VIP 고객이 만들어지면 마케팅은 ‘VIP 고객 관리’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VIP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VIP에 걸맞는 멋진 대접을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어느 백화점들은 VIP 고객을 위한 전용 주차장, 엘리베이터, 휴게실, 쇼핑 도우미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회사의 매출과 이익에 더 많이 기여를 하는 고객들을 특별 대접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맞지만, 이렇게 VIP 고객이라고 ‘퍼 주다’ 보면 진정 남는 것이 무엇일까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VIP 고객 관리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들이 있을까?
우선적으로 VIP 고객 관리의 목적을 분명하게 정의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VIP 고객 관리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회사의 브랜드와 제품의 충성도 및 재구매율을 높이고 유지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 목적을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VIP 고객 관리가 사은 대잔치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이런 함정에 빠지는 것을 종종 목격 하였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비싼 예물 시계 하나를 구입했다고 치자. 비싼 물건을 구입했다는 사실은 이 고객이 구매력이 있다는 표시가 될 수는 있어도 재구매율을 알아내는데 유용한 정보가 되지 못한다. 되레 이런 고객들은 (결혼을 한 번 한다는 가정하에) 재구매를 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더 이상의 특별 대우를 하여 비용을 증가시킬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실제로 십년 전 어느 전자상거래 회사의 고객 관리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했을 때 ‘A’급으로 분류되었던 고객군 중 상당 부분이 자동차나 비싼 시계를 하나 구입하고 절대 돌아오지 않는 고객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에 RF의 최소 조건을 두는 고객 재정의 전략을 통해 마케팅 예산을 더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었다.
VIP 고객을 목적에 맞게 정의했다면 이젠 고객을 ‘대접’하는데 드는 한계 비용(marginal cost)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고객들에겐 사치라고 여겨지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VIP 고객 유지 전략을 실행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한계 비용이 낮아야 하는 조건은 필수는 아니지만 계속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큰 추가 비용을 들이면 이익률에 문제가 나기 때문에 권장하는 사항이고, 고객들이 사치라고 여기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고객들이 ‘내 돈 내고는 못 하지만 남이 해 주면 너무 좋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행사들이 비지니스 좌석으로 승급시켜 준다던지, 호텔 체인들이 VIP 멤버들에게 일반실에서 스위트로 올려주는 경우가 다 이런 경우에 속한다. 보통 생(?) 돈 내고 몇 배 비싼 비지니스 좌석이나 스위트 객실을 예약하는 사람이 몇 명이 되겠는가? 항공사나 호텔 측면에서는 식비와 청소비가 조금만 더 들 뿐인데, 승급을 받은 고객들은 (나를 포함) 열심히 사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좋아하지 않나. 이렇게 ‘anybody’에서 ‘somebody’가 되는 기분을 맛 본 고객들은 계속 그 항공사와 호텔 체인을 이용하게 되고, VIP 고객 유지에 선순환 시스템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 제품처럼 한계 비용이 0에 가까운 경우는 굉장히 광범위하게 이 전략을 적용시킬 수 있다. 나의 경험를 예로 들자면, 예전 링크드인 프리미엄 서비스를 담당했을 때 고객 유지 전략의 일환으로 일부 회원들의 링크드인 프리미엄 등급을 한 단계씩 올려준 적이 있다. 고객이 느낀 승급의 가치는 $500이 넘었지만 (기존 등급과 업그레이드된 등급의 가격 차이) 회사 측면에서는 한 푼도 더 들지 않았다. 거기에 ‘enjoy this pricing as long as you don’t cancel your subscription (프리미엄 계정 해지를 안하시면 계속해서 이 우대 가격으로 더 좋은 프리미엄 계정을 사용하세요)’라는 단서마저 붙여 손실 혐오 (loss aversion) 효과까지 주어 기존 VIP 고객들을 더욱 더 오래 유지시킬 수 있었다. 최근 우버에서도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Uber Pass라는 초저가 정액제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계속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Uber Pass가 갱신 되지 않도록 설계하여 고객들의 서비스 재사용을 강력하게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고객 관리란 VIP에게 무조건 퍼주는 거이 아니라 (= 이것은 그냥 고객 접대) 회사의 서비스와 제품 역량을 레버리지 하여 고객의 사용자 경험과 회사의 사업 성과 모두 win-win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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