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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해킹, 어디까지 해봤니? #8: 이런 그로스 해킹은 아니되오

얼마 전 테크크런치에서 Everalbum 이라는 앱에 대한 기사를 접하였다. Everalbum은 클라우드에 사진을 저장하고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최근 나름 ‘뜨고 있는’ 앱이다.

“Everalbum is proof that SMS invite spam still works.
에버앨범은 문자 메시지 스팸이 아직 유효 하다는 증거이다.”

아니 이럴수가! 잘 나가는 Everalbum을 스팸 주도자로 몰다니! 기사를 끝까지 읽어보니 어라? 정말 스팸이네.

내용은 다음과 같다. Everalbum은 빠르게 사용자를 늘리기 위하여 ‘친구 초대하기’ 기능을 추가 하였다. 친구를 한 명 성공적으로 초대할 때 마다 저장공간 1기가를 주는 인센티브까지 넣어서.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 친구를 초대하는데 있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자의 주소록 모두를 기본 설정, 그리고 ‘초대하기’를 주 버튼으로 설정. 이 과정을 취소하거나 선택된 사람들을 선택 취소를 하는 버튼은 매우 흐릿한 회색으로 처리하여 잘 보이지 않도록 처리함. (덤으로 폰트 사이즈 축소 까지).

everalbum_invite
친구 초대하기 스크린. Deselect all 및 cancel이 작은 폰트, 회색으로 처리되어 있다. (심지어 ‘cancel’ 은 ‘not now’로 써있음)

아니나 다를까,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초대하기 버튼’을 누르고 순식간에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지인들에게 문자가 뿌려졌다. 당연 사람들의 반발은 거셌지만 놀랍게도 Everalbum 창업자 Andrew Dudum은 이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드랍박스, 우버, 링크드인 다 이렇게 하는거잖아요?” (아 ㅅㅂ… 강 펀치 날려주고 싶구만-_-)

빡친 고객들...
빡친 고객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스팸이다. 그로스 해킹을 가장한 지저분한 꼼수이다.

Everalbum의 전반적인 ‘초대하기’ 시스템의 그로스 해킹 마음가짐은 충분히 이해한다. 사실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인 것은 사실이다. 아마 수많은 벤치마킹과 데이터 분석 결과 ‘초대하기’ 기능을 쓰는 것이 가장 높은 바이럴 상수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진행한 결과라고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로스 해킹의 ‘방법’만 있고 그로스 해킹의 ‘정신’이 빠져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로스 해킹의 본질은 사용자들에게 제품의 가치를 더 빠르게 전해주는 것이다. 이러기 위한 방법으로 A/B 실험, funnel optimization, virality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현재 사용자들을 교묘한 UI로 속여서 다른 사람들을 끌어오게 하는 ‘매개체’로 전락시키는 것은 결코 사용자, 그리고 미래 사용자들에게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안 순간 그 앱을 다시 사용하고 싶을까?

링크드인 다닐 때 비슷한 경험과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소개한다. 그때 당시 나는 유료사업부 그로스 관련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컨슈머팀 (무료 일반 링크드인) 그로스 팀과 분기별로 한번씩 만나 아이디어와 결과를 공유하곤 했다. 유료사업부의 그로스는 이미 링크드인 회원을 상대로 하는 업무이기 회원들의 다양한 정보들을 이용하여 업그레이드를 권할 수 있었다. 반면 컨슈머팀은 아직 회원이 아닌 사람들을 링크드인 회원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인화 및 추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많지 않았다. 이에 이들의 가장 큰 (그리고 가끔씩은 유일한) 무기는 기존 회원들의 주소록을 이용하여 단체 초대장을 보내는 것.

놀랍게도 그 때 컨슈머 그로스 팀은 Everalbum이 했던 것을 거의 그대로 했었다. 사용자가 가입하는 절차 중 한 단계를 ‘지인 초대’로 만들고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뽑아내 이메일로 초대장을 보내고 있던 것이다. 표면상의 지표는 당연히 잘 나왔다. 한 명이 새로 가입할 때 마다 주소록 초대할 확률 x 평균 주소록 크기 x 평균 가입 확률이라는 공식에 사용자수는 늘어만 갔다. 하지만 어느날 누군가가 고객센터로 매우 큰 문제가 생겼다고 알려주었다. 어느 신규 가입자가 ‘주소록 업로드’를 통해 모르고 (=그냥 클릭 클릭 넘어가기) 주소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를 하였는데 그 초대 이메일을 받은 사람이 수 년 전 이혼한 전 처였다는 것이다. 또 어느 경우는 안 좋게 끝낸 거래처에게 초대장이 가고, (웃프지만) 바람을 피고 있던 사람에게 초대장이 날라갔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겪은 사람들은 얼마나 노발대발 했겠는가. 소송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트위터나 언론사에 고발하여 미디어의 이슈로 만든 사람들도 있었다.

짧은 홍역처럼 지나간 이슈였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텐데, 이 시기에 급속도로 모았던 사용자들의 링크드인 사용량 및 고객총가치가 지속적으로 낮음을 발견하였다. 맨 처음 초기 가입자 확보 지표만 좋았지, 실제로 중요한 사용자 이용량 및 수익화 지표는 완전 꽝 이었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 얕은 ‘그로스 지표’만 쫓다가 소비자의 인식도 매우 나빠지고 실제 의미있는 결과도 내지 못한 루즈-루즈 상황이 된 것이다. 된통 당한 팀은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속이는 것 처럼 보이는 기법들은 결코 장기적인 성공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었고, 이에 주소록을 통한 ‘지인 초대’ 기능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동시에 더 의미있는 사용자 유지 및 이용량으로 핵심 지표를 바꾸게 되었다. (또한 주소록이 개인에게 얼마나 민감하고 은밀한, 함부로 다뤄서는 안되는 것임을 뼈저리게 알게 됨).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많은 고객을 모으는 행위는 정말 중요하다. 이에 그로스 해커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가치관과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그로스 해킹 행위는 약삭빠른 꼼수밖에 되지 못한다. 이런 그로스 해킹은 제발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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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in Marketing Prod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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