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er for X – 온디맨드 기업의 B2B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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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PwC의 Digital Leadership Council (DLC)에 초대되어 실리콘밸리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DLC의 의도는 인터넷, IoT, 전자상거래 분야의 리더들이 모여 업계 동향, 제품,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생각을 나누는 것인데, 이번 모임은 ‘On-demand for Enterprise’ 라는 주제였다. 장소도 주제에 알맞게 온디맨드 서비스 분야에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는 Sherpa Foundry / Sherpa Capital에서 모였다.

요즘 뜨겁디 뜨거운 온디맨드 (on-demand) 사업 모델을 흔히 ‘Uber for X’로 지칭하곤 한다. 우버가 교통수단이 필요할 때 버튼을 하나만으로 그 니즈를 해결해 주는 것처럼, 어느 것이든 (음식, 마사지, 세차) 즉각적인 수요 (on-demand)를 바로 만족 시켜주는 것이 바로 ‘Uber for X’인 것이다. (예: Product Hunt의 Uber for X)

이러한 온디맨드 사업들은 보통 B2C이기 마련인데, 이러한 회사들이 B2B로 영역을 확장하며 겪는 새로운 문제점과 생각해야 할 부분들을 이번 모임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를 할 수 있었다. 이런 문제들을 당장 직면하고 있는 Uber, Wonolo, Doctor on Demand 도 참여를 하여 상당히 구체적이로 실질적인 모임을 가질 수 있었는데, 요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한 Sherpa Foundry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한 Sherpa Foundry

소비자를 사로잡으면 회사를 잡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우버의 사업 모델은 실정법 해석이 애매한 서비스이다. (한국에서 불법으로 지정된 것을 보라!)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각 주마다, 그리고 시마다 해석이 조금씩 달라서 우버의 사용이 한정적인 지역이 꽤 있다. 이러한 애매한 상황에서 많은 기업들은 업무용으로 우버 사용을 금지한다. 예를 들어, 사고가 났을 경우 산재 판단 여부 등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우버의 편리함에 빠져든 사람들은 업무용으로도 우버를 많이 찾는다고 하는데, 우버의 추측으로는 우버가 회사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경우(출장차 공항에 가는 등)가 미국 전체 우버량의 20%에 달한다고 한다. 그들의 조사에 따르면 우버 비용이 기업의 경비처리 중 가장 빨리 늘어나는 항목이고, 심지어 Uber for Business를 담당하고 있는 모임 참석자는 ‘우리 회사에서 우버 비용을 처리 할 수 있게 담당자랑 이야기 해주세요’ 류의 이메일을 하루 종일 받는다고 한다.

B2B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고객 기업들의 니즈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소비자를 완벽하게 사로잡은 우버는 이를 기반으로 B2B 사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왜 우리 서비스가 당신에게 필요한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보다 ‘당신 회사의 직원들은 이미 저희 서비스를 열정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로 대화를 시작하면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간 것이다.

‘마법스러운 경험’이 사라지는지 경계하라

우버의 마법스러운 경험 중 하나는 비용 지불이 우버 경험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버는 탑승 후 목적지에 도착하여 내리면 그만이다. 신용카드 결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우버 사용 후 자동으로 금액이 결제되어 이메일로 영수증이 날라온다. 하지만 우버가 업무용으로 사용되면 이런 멋진 경험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이메일로 받은 영수증을 프린트 해서 경비처리 보고서에 첨부한 후 결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택시 영수증을 받아 처리하는 것 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우버는 이렇게 자신들의 핵심 경험이 변질되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이에 Uber for Business 사업부는 회사와 단순 제휴 및 우버 이용 허가를 받는 것을 넘어, 우버를 사용하는 회사들의 백오피스 IT 시스템과 연동하여 우버의 마법스러운 경험을 기업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한다.

별도의 비용처리가 필요없는 Uber for Business
별도의 경비처리가 필요없는 Uber for Business

수요 그로스… 어렵지만 가능하다

온디맨드 서비스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서비스에 만족하면 친구들에게 써보라고 추천 및 초대를 할 수 있었고, 또 이를 촉진하기 위해 온디맨드 회사들은 유저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펼쳤다. 예를 들어 우버는 친구에게 추천링크를 보내서 친구가 신규가입을 하면 쌍방으로 $25불 크레딧을 지급하고 있다. 만약 내가 네명의 친구를 추천했다면 $100불어치의 공짜 우버를 탈 수 있고, 내 친구들은 첫 우버 경험을 거진 공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모델은 B2B로 넘어오면 불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구글이 Uber for Business가 좋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페이스북에게 사용하라고 권할리 만무하지 않은가. 이에 B2B로 확장하는 온디맨드 회사들은 다른 방식으로 그로스를 생각해야 한다. 모임에 참석한 한 회사 대표는 고객 기업에 관련된 노조와 협약을 맺어 노조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회사들을 뚫을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노조와 일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고 하지만).

공급 그로스… 나만의 강점을 살려라

B2B로 빨리 확장을 하게 되면 필요한 것이 수요를 받쳐줄 수 있는 원활한 서비스의 공급이다. 공유경제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공급을 담당하는 인력들은 다양한 일거리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어느 특정 시간에 우버 운전사를 해도 되고,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해도 되고, 남의 강아지를 산책시켜 줄 수 도 있는 것이다. 같은 시간 동안 위에 나열된 일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노동 제공자는 가장 일당이 높은 일을 선택 할 것이다. 이는 온디맨드 회사가 성공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데, 제일 높은 일당을 챙겨주는 곳은 수익성을 내기 힘들 것이고, 나머지 회사들은 공급 부족으로 회사를 키우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Wonolo라는 회사는 ‘Uber for Labor’이다. 간단히 말해 ‘인력시장’을 우버화 한 것이다. 이들은 우버나 다른 온디맨드 회사들이 쉽게 제공할 수 없는 ‘업무 숙련도 및 승진 기회 (upward mobility)’를 제공한다. 오늘 벽돌을 날랐다면 다음에는 벽돌에 콘크리트를 얹고, 그 후에는 전체 벽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오늘은 우버 운전사보다 $15불 덜 벌었어도 다음 달에는 $50을 더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Wonolo처럼 수당 외적으로 업무에 내제된 고유 장점들을 노동 공급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공급 그로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Doctors on Demand의 경우는 'American board certified physician'만 고집하여
Doctor on Demand의 경우 ‘(American) board-certified physician’으로만 의료진을 구성하여 ‘고급 원격 진료’ 이미지를 구축, 지속적으로 양질의 의사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하고 있다.

Uber for X… 망할 확률에 내 돈과 손모가지를?

Sherpa Capital 투자 파트너들에 의하면 투자 유치를 위해 연락오는 Uber for X 류의 회사가 한달에 수십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에 의하면 Uber for X의 대부분은 유행에 휩쓸린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회사들이고,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그 중 정말 극소수라고 한다. Uber for X의 성공 전제는 단순하다: 1)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격이 싸야한다, 2) 회사가 성장할수록 unit economy(거래당 수익성)가 크게 개선된다,  3)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 이런 세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사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exit(IPO or buyout)한 온디맨드 스타트업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잘 나가던’ 홈조이도 몇 달 전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지 않았는가. 명심하자…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결국에는 스타트업도 손익계산서가 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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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걸맞게 디저트를 Munchery에서 on-demand로 배달시키는 센스.
주제에 걸맞게 디저트를 Munchery에서 on-demand로 배달시키는 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