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

2016년 잠잠했던 IPO 소식이 올해 들어 App Dynamics에 의해 고조되고 (상장 직전에 Cisco가 $3.7B에 인수) 스냅챗의 모기업인 Snap의 상장을 기점으로 최근 Mulesoft도 상장, 그리고 OKTA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Snap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는 모두 B2B 회사이며, SaaS 수익 모델을 삼고 있다는 것. SaaS는 실리콘밸리에서 ‘the future of enterprise software’로 자리를 잡은 반면 (AFAIK) 한국 스타트업 중 SaaS 모델을 가지고 기업을 상대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곳은 손에 꼽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 비캔버스, 잔디 등).

‘왜 이 좋은 것을 안하고 있지?’궁금해서 네이버 검색을 해봤는데 SaaS에 대한 개괄적인 정의만 나와있고 실제로 SaaS 기반 소프트웨어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전략 및 인사이트가 전무함을 발견하고 털썩… 이참에 예전 LinkedIn Sales Navigator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쌓은 SaaS에 대한 소견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기로 한다.

SaaS (Software-as-a-Service)

SaaS란 매우 간단히 말해서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에 호스팅하고 사용자들에게 구독료를 받아 쓸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배포 방식이다. 예전에는 SI 업체들을 동원하여 회사 내 메인프레임 서버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였다면 (‘on-premise software’) SaaS는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고 접속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정말 더 무식하게 설명하자면 예전에 용산에서 컴퓨터를 졸업하고 스타크래프트 CD를 사서 깔아서 게임을 했다면 SaaS는 PC방에 가서 시간당 돈을 지불하면서 배틀넷에 접속하여 오버워치를 하는 느낌?)

낮은 초기 비용(+SI 비용 절감)과 빠르고 수시로 받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매력이어서 기존의 on-premise 방식을 잠식하며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가트너가 추산한 2015년 SaaS 산업 크기: $21.3B!)

전략: Land and expand

SaaS의 핵심 전략은 ‘land and expand (상륙 그리고 팽창)’이다. 일단 고객사를 확보한 후 나중에 고객과의 사업 크기를 늘리는 방식인 것이다. 예전의 on-premise 방식은 많은 SI 비용 및 회사 내부 IT 인프라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한번 도입 할 때 개발사는 전사적인 확신을 얻어야만 계약을 딸 수 있었다. 반면 SaaS의 경우는 이런 고정 비용이 없고 누구나 손쉽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내 제품을 좋아하고 사용할 1인’에게 우선 팔고 그 평판을 통해 더 큰 계약을 딸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드랍박스를 예로 들어보자. 예전 같은 on-premise 소프트웨어 방식을 사용 했더라면 드랍박스는 파일 공유 소프트웨어와 함께 각 회사 별로 대용량 하드 디스크가 딸린 서버를 같이 팔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어느 사원이 ‘저 드랍박스 사용하고 싶은데 회사에서 설치해주세요’ 라고 건의했다면 씨도 안먹혔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오늘날의 경우는 ‘저 드랍박스 사용하고 싶은데 회사에서 한달에 사용료 만 원 지원해 주세요’ 라고 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가 된 것이다. 이렇게 한 명, 두 명이 사용하게 되고 사용자가 점차 늘면 드랍박스의 영업 사원은 ‘CIO님, 이렇게 많은 직원들이 드랍박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참에 기업용 제품으로 다년 계약 맺으시죠. 제가 싸게 드릴게요~’ 라고 던지는 것이다.

박스, 슬랙, 링크드인, 거스토, 세일즈포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회사들이 이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운영: SaaS 회사의 영업팀 구조

Land and expand 전략이 성공하려면 초반에 확보한 고객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하여 그들에게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되도록 해야된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들은 언제든지 구독을 해지하고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거나 추가적인 확장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SaaS 회사의 영업 조직은 ‘고객 성공팀’을 구성하여 운영한다.

영업 직군 설명
SD (Sales Development) 가장 초보 영업사원. 흔히 말하는 ‘텔레 마케터’랑 비슷. 문의를 요청한 잠재 고객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AE랑 미팅을 잡아주는 역할을 주로 한다.
AE (Account Executive)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냥꾼’이라고 불린다. AE는 고객의 문제를 파악하고, 어떻게 당사 제품이 문제점을 해결 해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초기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RM (Relationship Manager) + CS (Customer Success)

기존의 고객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유지 및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농사꾼’이라고 불린다.

On-premise 시절의 RM은 보통 새로운 소프트웨어 버전이 나오거나 신제품을 더 팔고 싶을 때 고객들을 연락하고 했다. 하지만 SaaS 회사의 RM은 CS 팀의 도움으로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QBR 등 제공) 고객들의 성공적인 제품 사용에 큰 노력을 들인다.

SaaS 회사의 수익성

SaaS 회사의 매력은 고객과의 관계가 오래될수록 수익성이 증가 된다는 것이다. On-premise 의 경우는 아무리 오래된 관계의 고객이라도 새로운 시스템을 설치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 관계에서 추가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이 없다. 반면 SaaS는 고객에게 투자해야 하는 비용은 점점 줄어들고 (예를 들어 초반에는 Customer Success 인력을 많이 투입시켜 고객의 문의 사항 및 불편함을 해소하지만, 그 후에는 모두가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경써서 지원해야 하는 경우가 줄어듬) 동시에 expand 전략을 통한 매출 증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눈에 띄게 이익폭이 늘어나게 된다. 말 그대로 ‘농사 잘 지은’ 느낌 확실히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매 해 지날수록 사업 지표가 좋아지는 SaaS 모델을 도입한 회사들이 요새 IPO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출처: OKTA S-1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660134/000119312517080301/d289173ds1.htm)

클라우드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모든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거나 자신들의 파이어월 안에 모든 IT 서비스가 존재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한국에서도 SaaS 모델을 지향하는 스타트업, SaaS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기업들이 증가하여 B2B IT 혁신이 촉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