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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Tech: 실리콘밸리의 월스트릿 도전기

FinTech: Stanford VLAB
Stanford VLAB, FinTech fireside chat session

자본주의 경제에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떻게 부를 축적하여 풍요로운 삶을 살까?’ 일 것이다. 여기 실리콘밸리에서의 스타트업 열풍도 이러한 동기가 어느정도 작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 스타트업을 하는데?’, ‘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데?’ 라고 질문에 대해, 물론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개발하는데 일차적인 동기가 있다고 할지언정 IPO나 M&A를 통한 경제적인 대박의 기회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열풍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를 축적하는데 있어 금융상품에 대한 거래가 빠질 수 없는데, 회사 동료들과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듯 몇 년 전 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Do you want to invest through Wealthfront? I can refer you and we can get additional waivers to the monthly management fees“, “I recently opened a new credit card that NerdWallet recommended me”.

그렇다.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는 일상 대화속에 핀테크(FinTech) 회사들이 기존의 금융기관들을 몰아낸지 오래되었다. 수 년 전에는 위의 대화는 “I visited the Morgan Stanley office and opened a brokerage account”, “I went to a Citibank branch and got a credit card the teller recommended” 였을 것이다.

위와 같은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핀테크를 접하게 되었고, 또 최근 우연한 기회로 스탠포드의 관련 세미나도 다녀왔는데 이를 토대로 핀테크에 대해 짧게 다뤄보도록 하겠다.

핀테크 성장의 배경

엑센츄어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에 투자된 돈이 2013년에 $3조가 넘었으며, 올해에는 $4조에서 $5조 정도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금융산업에 대한 혁신과 이를 수반한 시장성이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VC들이 이러한 엄청난 금액을 베팅한 것이다. 골목만 돌면 은행이 있고, 온라인 뱅킹이 이미 일상화된 시대에 이러한 열풍은 왜 온 것일까? 물론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다음 네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1. 어려운 금융상품과 대다수의 단순거래를 원하는 소비자 사이의 괴리

간단한 예금 및 주식거래를 제외한 수천가지의 금융상품들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또 사용하기에 너무 어렵다. 기존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다양한 상품들을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거래(transaction)할 때의 사용자 경험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졌다. 대다수의 사람들은”돈 있다/없다”, “돈 보냈다/안보냈다”, “주식 샀다/안샀다” 등의 바이너리한 단순 거래를 주로 하기 때문에 이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처리해주는 업체들에게 기회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페이스북 연동으로 송금을 해주는 Venmo나 전화번호를 통해 송금을 해주는 Square 등의 회사들이 이러한 이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2. 모바일 세계관

미국의 10-20대 젊은 세대를 Millenials 라고 한다. 이들은 기존 세대와 다른 소비자 행태를 보이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바일 세계관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전화기가 곧 세계이며, 휴대전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즉, 스마트폰에서 모든 일을 해결하고, 스마트폰에서 할 수 없으면 그들에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는 예로 주식 거래 앱 Robinhood 라는 회사의 공동 설립자인 Baiju Bhatt이 최근 Stanford VLAB에서 열린 강연에서 그들의 고객 대부분이 20대임을 밝힌바 있고, 모바일만이 젊은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더하여 Robinhood는 데스크탑이나 전화로 주식을 거래할 수 없고, 모바일 이외의 플랫폼을 지원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한다. 기존의 서비스를 모바일로 확장하는 것이 아닌, 모바일이 전부인 세계가 작은 화면과 터치스크린의 특성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사용자 경험의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3. 각종 규제로 제한 되었던 혁신의 기회

‘피땀 흘려 번 돈’이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돈은 중요하고, 그런만큼 내 돈을 맡기고 투자하는 기관들은 엄격한 기준으로 내 돈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한 각종 정뷰 및 금융당국의 규제들이 있는데, 이는 소비자들을 보호해 줌과 동시에 본의 아니게 혁신을 저지하기도 한다. 새로운 것들은 시도할 때는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의 위험요소가 따르는데 규제들이 de-risk를 목적으로 이를 불허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업자들이 경쟁과 혁신을 통해 산업을 발전시키기 보다는 규제를 이용하여 기존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행태들을 보이기 때문에 산업 전반의 혁신이 반감되고,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최근들어 기술이 규제의 벽을 넘을 수 있을 정도로 진보되어 (혹은 규제가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기도 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금융시장을 선진화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4. Top of mind, or absence thereof

마케팅을 공부함에 있어 “top of mind” (최초상기)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제일 처음 떠오르는 브랜드를 일컫는 것이다 (예: 햄버거 => 맥도날드, 핸드백 => 샤넬). Top of mind를 달성하려면 무엇 하나만을 엄청나게 파서 그쪽에 일인자가 되어야 한다. 기존 금융기관들은 너무나 많고 다양한 일을 해서 어느한 부분에 일인자라고 칭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금, 대출, 신용카드, 보험, 주식거래, 투자에 대해 어느 기관이 최고라고 딱 떠오르기 보다는 보통 본인이 주로 거래하는 은행 이름이 생각날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top of mind의 부재를 인지하고 한 상품이나 분야를 더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Unbundling of a bank
출처: https://www.cbinsights.com/blog/disrupting-banking-fintech-startups/

위 그림은 15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Wells Fargo은행의 다양한 금융 업무에 도전장을 던지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표시해 놓은 것이다. Union Square Venture의 Alexander Pease 애널리스트는 이 현상을 ‘Disaggregation of Banks’  (은행의 분해) 라고 지칭하였다. 기존 Wells Fargo와 같은 은행들은 각종 문서 작성 및 복잡한 인증 절차, 그리고 이 은행 저 은행을 왔다갔다 해야하는 소비자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한 곳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차적인 측면에서는 소비자의 편리성을 극대화 한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너무 넓게 사업영역을 펼치다 보니 각자의 서비스에 대해서 ‘best’가 아닌 ‘good enough’에 안주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피곤하게 다른 은행에 가지 않을테니 우리는 적당히 좋은 제품을 팔면 된다’ 라는 식인 것이다. 하지만 은행 업무가 스마트폰 스크린안에서 몇 개의 터치 만으로 가능해진 현재에 소비자들은 각 분야에 최대 성과를 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더 중요해 진 것이다.

투자도 ‘핫’하고 핀테크가 성장하기 좋은 조건인데… 나도 해볼까?

개인적으로 핀테크쪽에 관심이 늘어 여러 아이디어도 내어보고, ‘욱’ 하고 핀테크 스타트업에 도전해 보고 싶었던 때가 근래에 몇 번이나 있었다.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분명하나, 나의 아이디어를 진행하는데 있어 아래의 두 사항에 관련하여 깊은 전략을 세울 기회가 없어 잠시 멈춰 둔 상태이다. (만약 핀테크에 열정적인 미래 CTO가 제 글을 읽고 계신다면 연락 주세요 – 아이디어를 상의하고 싶습니다!)

1. 규제와 기존 시장을 뚫고 나가기 위한 자본력

규제 때문에 생긴 핀테크의 기회지만, 동시에 규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핀테크 스타트업은 시작 조차 불가능하다. 특히, 보안과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미국의 경우 FDIC, SiPC 등의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등, 여타의 스타트업 보다 훨씬 많은 자본과 노력이 요구된다. 더욱이 이미 오프라인 시장이 굳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골리앗 같은 은행들을 효과적으로 상대하려면 좋은 제품과 서비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switching cost를 보전해 줄 수 있을 만큼의 마케팅 후크와 예산이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2. 베타란 없다!

베타 제품이란 정식 제품이 출시되기 전 완성되지 않은, 하지만 ‘사용 가능한’ 상태의 제품을 의미한다. 베타 제품을 내는 이유는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fast time to market의 이점을 살리고 그 동안 실제 고객의 반응에 따라 제품의 문제점을 고치고 기능을 향상시켜 나가기 위해서이다. 구글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메일 중 하나인 쥐메일 (Gmail)은 5년 넘게 베타 딱지를 달고 운영하였다. 이런 ‘ship fast, fail fast, iterate towards success’ 정신은 핀테크에서 바로 적용하기 매우 어렵다. 만약 고객이 돈을 예치했는데 버그로 인하여 그 기록이 사라져 버린다면? 주식 거래를 하는데 매매에 대한 코드가 실수로 인해 매수로 실행이 된다면? 만약 이런 상황에 내 돈이 걸려있다는 끔찍한 상상을 해 보아라 – 누가 그런 제품을 사용하고 그 플랫폼 위에서 거래를 하겠는가.

개인적인 예로 Coin이라는 회사의 베타 신용카드 제품을 받아서 사용해 봤는데 절반의 경우 신용카드가 읽히지 않아서 민망했던 경우가 많이 생겼고 (후배 비싼 밥 사주고 카드 내밀었는데 결제가 안된다든지!), 이에 얼마 후 사용을 그만 두게 되었다. 베타 제품 사용자의 ‘혜택’으로 정식 제품을 무료로 받았는데 ‘혹시나 또 안되면 어떻하지’ 라는 마음에 장롱카드로 잘 보관되고 있다.

Coin card
장롱카드가 된 나의 Coin

핀테크에선 베타란 없다. 소비자와의 첫 만남에서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면 추후에 더 좋은 제품이 나오더라도 그들을 돌아서게 할 수 없을 것이다.

핀테크의 미래는?

엄청난 투자와 머리 좋은 인재들이 몰리는 핀텍의 미래는 찬란한 장미빛인가? 실리콘밸리에 사는 tech enthusiast 이지만 월스트릿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해본다. 월스트릿의 어마어마한 자금력과 기업 및 개인 고객들의 탄탄한 기반은 몇 핀테크 스타트업의 도전으로 무너지기엔 너무 단단한 것 같다. 2008년 경제위기를 겪으며 한번 스타일 구긴 월스트릿은 강도높은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그들 사업에 대한 fundamental를 강화시켰고, 지금 핀테크의 동향을 자세히 관찰하며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다.

  • 돈을 때려 부으며 버티기: 자본과 기존 고객 확보라는 우위가 있는 상태에서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가 나올 때 까지 마케팅 및 고객만족에 대한 투자를 아낌없이 하면서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아무리 Wealthfront가 좋고, Robinhood의 사용자 경험이 좋아도 Merrill Lynch에서 계속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100불을 보너스로 준다고 하면 대부분의 고객들을 이에 순응하지 않을까.
  • M&A를 통한 역량 강화: 스타트업이 기존 업체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두 가지 있다 – 신선한 브랜드, 그리고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 이 둘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기존 업체들이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M&A를 통해 이런 역량을 확보하고 기존에 다가가지 못했던 고객층 사이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이들은 과감히 돈보따리를 풀 것이다. 실제로 Capital One 이라는 기존의 거대 금융기관이 Level Money 라는 스타트업을 인수 하는 등 이런 움직임이 종종 보인다.

그럼 결국 누가 이길 것인가? 실리콘밸리의 젊음과 혁신? 아니면 월스트릿의 노련미와 기존 역량?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월스트릿이 현재의 핀테크의 위협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솔류션을 제공하여 팽팽한 경쟁관계를 유지 할 것이라 예상한다. 100년 넘게 쌓은 막대한 자본, 인프라, 그리고 지식을 하루 아침에 뒤집기에는 기술 하나만으론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억해라… 1930년 대공황, 2001년의 IT 버블, 그리고 2008년의 부동산 위기에서 살아남은 월스트릿이다.)

FinTech winners and losers prediction (Jul 10, 2015)
핀테크 세부 분야 예상 승자  눈에 띄는 스타트업
Personal Finance FinTech Credit Karma
Wealth Management FinTech Wealthfront
Insurance FinTech Coverhound
Loans Wall Street LendingClub
Mortgage Wall Street LendingHome
Investment Wall Street Robinhood

(위 예측에 대한 저의 논리와 이유를 알고 싶으시면 따로 쪽지 주세요)

몇 년 혹은 십수년이 지나야지 이 예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겠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현재 핀테크 붐은 백년 넘게 쌓아놓은 월스트릿의 위상에 신선하고 동시에 위협적인 충격을 주고 있으며, 이 혼전 속에서 최대의 효용을 고객에게 최대한 빠르고 아름다운 경험으로 제공하는 기업들만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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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http://pfnyc.org/wp-content/uploads/2014/06/NY-FinTech-Report-2014.pdf
2] https://www.cbinsights.com/blog/disrupting-banking-fintech-startups/
3] https://www.cbinsights.com/reports/fin-tech-landscape.pdf

 

Published in Industry Tr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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