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스타트업 근황 (State of Startups)

First Round Capital VC에서 2015년 부터 출간한 ‘스타트업 근황’ 설문 조사를 매년 추려서 블로그에 공유하고 있다. 올해는 성추행과 성차별, 그리고 이런 것들이 엮인 정치적인 이슈들이 실리콘밸리 및 미국 사회 전역을 크게 흔들어 놓아서 그런지 이번 설문 조사는 D&I (Diversity and Inclusion) 부분이 크게 강조되고, 이에 상대적으로 시장, 투자, 성장 등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다룬 것 같지 않아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든다. 매년 그렇듯이, 올해의 하이라이트 몇 개를 추려서 개인적인 의견과 함께 (파란색) 공유한다.

 

1. 절반이 넘는 창업자들은 성추행과 관련된 이슈를 겪거나 겪은 사람을 직접 알고 있으며 (여성은 78%, 남성은 48%), 여성은 ‘갑’의 위치에 (예: VC, LP) 더 많은 여성들이 포진해 있어야 이 문제가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반면 남성은 교육과 언론의 역할이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

2017년은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한 해 였다. 대놓고 육아휴직을 쓰려는 여사원에게 퇴사를 종용하거나 젊은 여직원에게 커피 심부름 등을 시키는 무식한 짓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갑’의 위치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추행은 실리콘밸리 여성들에게 큰 쇼크를 주었고, #MeToo (#나도피해자였다) 운동을 일으키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2. 창업자의 1/3은 ICO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

2017년 2Q+3Q에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들은 $2.3B의 금액을 투자 받았는데 그 중 90%는 ICO로 자금은 조달했다는! 이런 믿을 수 없는 통계는 그렇다 쳐도, 최근 펀드레이징 중에 있는 회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VC 투자 조건에 ICO를 안하거나, 할 때 VC들이 동일한 조건으로 우선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항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ICO가 ‘the real thing’임을 실감한다.

3. 성공하지 못할 가장 큰 이유는 ‘추가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하여’ (21.8%)

작년에도 같은 질문에 창업자들은 같은 이유를 들어서 각종 스타트업 애널리스트과 VC들에게 된서리를 맞은 적이 있다 (작년 #6 참고). 회사가 매출이 늘어나고, 인재가 계속 유입되고, 고객들이 제품을 사랑하면 투자를 못 받을 가능성이 적을텐데… 

4. 올해 처음으로 영업 담당 임원을 채용하는 것이 엔지니어링 임원 채용보다 더 어렵다는 답변 (25.8% vs. 엔지니어링 임원 24.4%)

B2B 스타트업에서 제품만큼 중요한 것은 영업팀의 능력이다. SaaS 기반의 B2B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이쪽 분야에 역량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기에 이들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 나의 추측.

5. 중간급 개발자들의 편균 연봉 = $101k ~ $150k (1억2천 ~ 1억8천만원)

작년과 거의 동일한 결과이다 (작년 #4 참고). 많은 스타트업의 경우 burn의 가장 큰 요소가 인력이기 때문에 $150k 이상을 넘게 연봉을 챙겨주기엔 무리가 있나보다.

6. 비트코인/블록체인은 이제 주류?

작년엔 창업자 70%들이 비트코인이 ‘overhyped’ (과열) 되어 있다고 생각한 반면 올해는 블록체인이 (올해는 비트코인 대신 블록체인으로 기술) 대략 50%만 과열되어 있다고 응답. 반면 VR/AR이 65%로 올해 가장 과열되어 있는 기술로 평가됨. 논란의 Magic Leap이 최근 개발자 툴을 공개했는데 과연 과열 및 허풍으로 그칠지 두고 볼 일.

7. 투자자들이 협상 테이블을 주도

작년엔 61%가 창업자들이 투자 협상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 반면 올해는 47%로 무려 14% 포인트가 빠짐. VC들도 겨울을 겪고 나서 더 날카로운 안목으로 옥석을 고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

 

보고서 원문: http://stateofstartups.firstround.com/2017

PS: 올해에는 FRC에서 연례 행사로 만드는 ‘크리스마스 뮤비’ 10주년. 이런 것도 10년 동안 꾸준히 만드는 것도 대다나다…

Disclaimer
원문 내용의 권리 및 의견은 First Round Capital에 있습니다.
* 번역상 의역, 오역이 있을 수 있으며, First Round Capital의 의도와 다르게 번역 및 해석이 되었을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but not my intention to mis-interpret / mis-represent)

실리콘밸리 연말 회사 파티

요즘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연말 파티로 한창이다. 좋은 파티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기사부터 내성적인 남성 엔지니어의 비율이 높은 테크 회사의 파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하여 선남선녀 고급 모델들을 고용하여 몰래 파티에 심어둔다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사). 2007년 부터 미국 회사에서 연말 파티가 있는 회사를 다녀서 이젠 멋지게 차려입고 파티에 가는 설레임 보다는 이젠 그냥 ‘아이들 없이 하루 노는 날’인 것이 더 감사한 상황이다. 지난 주말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회사 파티에 다녀왔는데, 더 이상 연말 파티에 대한 감성이 무뎌지기 전에 연말 회사 파티에 다니면서 좋게 느꼈던 것들을 간단히 정리.

1. 회사마다 가족 동반, 아니면 직원 only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직원 본인 외 +1을 대동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한다. +1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애인을 데려와 한다는 부담감 100배, 그리고 껄끄러운 상사와 동료들에게 애인을 공개하기 싫은 갈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 테크 회사에서는 친한 친구는 물론, 부모님도 데리고 오는 직원들, 아니면 당당하게 혼자 와서 즐겁게 놀다가는 직원들도 상당히 많다. 내가 누구를 데려오던 뭐라는 사람도, 눈치를 볼 이유도 없는 상황과 어느 +1을 데리고 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게 하는 inclusive한 환경은 너무 그뤠잇!

2. #1을 가능하게 하는 큰 이유중 하나는 파티가 개인플레이 및 삼삼오오로 모여서 즐길 수 있게 잘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캐리커쳐, 스티커 사진, 다양한 핑거 푸드, 카지노 게임, 댄스 플로어 등 혼자 혹은 소수의 모임일 때 재밌게 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파티 이벤트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다 (참고로 개인플레이가 매우 안좋은 연말 이벤트들: 단체 식사, OX/넌센스 퀴즈, 장기자랑, 부서별 대결 등). 또한 정해진 ‘식순’이 없어서 시간에 맞추어 어디를 단체로 참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공식적인 ‘사장님의 축사’도 당연히 없다. 가끔씩 직원들에게 등 떠밀려 하는 ‘사장님의 한마디’가 있더라도 직원들이 하던 일 다 내려놓고 열심히 경청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자유롭게, 물 흐르듯 노는 분위기 역시 그뤠잇.

3. 좀 예산이 있는 큰 테크회사들은 파티 장소로 박물관, 운동장, 전시관 등을 대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를 기회 삼아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너무 멀어서, 아니면 다른 핑계로 접어 두었던 문화생활을 벼락치기로 할 수 있다.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deYoung Museum, Levi’s 49ers stadium, SF Giants AT&T Park, San Francisco City Hall, Exploratorium 모두 회사 연말 파티 때 가본 곳 들인데 아름다운 미술 작품과 전시물을 관람도 하고, 린스컴과 범가너가 월드 시리즈 우승 스트라이크를 던졌던 마운드에도 올라가도 보고, 또 NFL 선수들이 뛰는 필드를 직접 밟아보며 눈과 마음을 호강하는 것은 슈퍼 그뤠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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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마케팅 강의

며칠 전 산호세 주립 대학교 교수님의 초청으로 하이테크 마케팅에 대해 강의를 하였다. 대상은 마케팅을 공부하는 경영대 학생들. 하이테크 마케팅의 특이점, 그리고 그에 따라 변하는 마케팅 조직을 주로 설명한 후 직접 진두지휘를 했던 (또 대중에 공개할 수 있는) 그로스 및 제품 마케팅의 실례 공유, 마무리로 마케팅 실무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주는 짧은 조언 세 개. 강의 후 10분 정도 질문의 시간을 남겨 두었는데 수업 내용 중 추가적으로 궁금했던 것, 테크 회사 입사 방법, 전반적인 커리어 조언 등의 질문들이 수업 후 까지 계속된 것을 봤을 때 나름 선방(?) 했다고 생각. 단, 교수님 수업에 누가 안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불안불안.

Voice-over가 많이 필요한 발표 자료지만 기록 및 공유 차원에서 자료를 번역해서 블로그에 투척.

번역본

수업 자료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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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성공하는 실리콘밸리

https://www.pexels.com/photo/marketing-school-business-idea-21696/

‘실리콘밸리’라고 하면 명문대를 중퇴한 컴퓨터 초 고수들이 차고 한 구석에서 코딩 신공을 발휘하여 세계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짠~ 하고 출시해 하루 아침에 부와 명예를 거머쥔 성공한 창업자들이 판치는 곳이라고 묘사될 때가 있다.

과연 그럴까?

최근 Masters of Scale과 How I Built This 라는 창업자들을 인터뷰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느낀 것은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게 앞만 보며 달렸고,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실패와 위기를 경험하였으며, 이런 크고 작은 실패마저 교훈으로 삼으며 계속해서 자신의 열정 분야를 미친듯이 파다보니 어느 순간 성공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다음은 팟 캐스트에서 소개된 창업자들의 이야기 중 일부:

마크 주커버그는 어렸을 때 부터 이것 저것 인터넷 기반 제품을 만드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고 한다. 마크가 고등학생 때 그의 아버지는 개조한 집에서 치과를 운영 하였는데 병원과 집을 들락 거리기 뭐해서 인트라넷으로 채팅을 할 수 있는 메신저를 개발 하였고 (심지어 AOL Instant Messenger가 나오기도 전에!), 하버드에서는 시험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신의 공부 노트를 올려서 공유하고 온라인으로 토론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자신은 필기 하나도 안하고 쪽집게 노트를 만들었을 뿐 만 아니라 그 반 전체 평균 성적도 올렸다고. 이렇게 꾸준하게 인터넷을 이용해 ‘남들과 연결하고 공유하는’ 제품들을 꾸준히 생각하고 만들어 나갔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지금 20억 명이 넘게 사용하는 페이스북 ‘제국’을 건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리드 호프먼도 링크드인이라는 거대한 직장인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기 전, 소셜넷(SocialNet)이라는 온라인 ‘만남의 장소’ 스타트업을 운영하다가 말아(?) 드신 적이 있다. 소셜넷은 사람과 관련된 모든 ‘만남’을 온라인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서비스였는데 (예: 데이팅, 룸메 구하기, 테니스 칠 상대 찾기), 이 때의 뼈 아픈 실패가 좌절이 아닌 ‘하나의 페르소나에 집중해서 그것만 누구보다 더 잘 파야된다’라는 교훈이 되었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교훈을 바탕으로 링크드인을 창업하였고, 직장인 페르소나만 꾸준하게 파서 지금의 5억 명의 회원이 넘는 세계 유일무이의 글로벌 전문직 소셜 네트워크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요새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주춤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계속해서 ‘잘 나가고/버티고 있는’ 시장 대신 봐주고 배달 해주는 앱 Instacart의 창업자인 아프루바 메타 역시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는 아이디어에 도달하기까지 무려 스무 개의 스타트업을 말아 먹었다고 한다. 그 역시 중간에 좌절하고 포기했더라면 유니콘의 냄새도 맡지 못했겠지.

물론 엘론 머스크나 패트릭 콜리슨같은 창업만 하면 성공하는 말도 안되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그런 이야기 보다 위 처럼 실패에 개의치 않고 묵묵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도전하는 허슬러들의 이야기가 더 많다.

자고 일어났더니 급 성공하는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10년 걸려 급 성공하는 (overnight success that took ten years) 실리콘밸리인 것이다.

결론: 열심히 꾸준하게 노력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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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참고 자료]

1] Mark Zuckerberg Biography: Success Story of Facebook Founder and CEO

2] Before LinkedIn, Reid Hoffman Founded An Overeager Dating Site

3] Apoorva Mehta had 20 failed start-ups before Instac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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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아재의 한국 스타트업 방문기

얼마 전 업무 차 고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참에 평소에 관심이 있던 스타트업 및 벤처 투자자들을 만나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 대해 배우고, 또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에 나온 후 십 수 년 동안 단 한 번도 한국과 관련해서 일해본 적도 없고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조그마한 뉘앙스 하나하나가 새로웠고, 또 나의 실리콘밸리 경험과 견주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느낀 점들을 까먹기 전에 정리. (쉽게 각인될 수 있게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 하였지만, 실리콘밸리와 비교해서 정도의 차이라는 점을 인지 바람)

가장 다르게 느껴졌던 점 (= 아쉬웠던 점)

모두가 애널리스트이고 감독인 세상. 선수는 어디에?

스타트업 생태계 밖에 있는 사람들(대기업, 금융계, 공무원)은 물론,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 조차 ‘이래서 한국 스타트업은 안 돼’ 식의 비판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을 생각보다 많이 만났다. 예를 들어, ‘내가 아이디어는 많은데, 개발자를 구할 수 없어서 스타트업을 못 해’, ‘스타트업은 투자 받기가 너무 어려워서 안 돼’, ‘한국서는 시장이 작아서 성공할 수가 없어’, ‘한국은 각종 규제 때문에 절 대 잘 될 수가 없어’, ‘머리 좋은 애들은 다 대기업 가는데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어?’ 등. 이런 비판적인 사고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이런 문제점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분석하고 훈수(?)를 두면서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 및 문제의 대응에 대해선 불난 집 구경하듯 매우 수동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매우 아쉽게 느껴졌다. 실리콘밸리도 개발자 구하기 어렵고, 매출 100억이 넘어도 시장이 (TAM) 작다고 투자를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며, 대부분의 ‘똑똑한’ 친구들은 테크 대기업이 싹 쓸어간다. (혁신과 스타트업의 진원에 있어 편향이 있겠지만) 실리콘밸리의 문화는 이런 비판적인 사고와 더불어 이를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자세가 저변에 깔려있는데, 한국 스타트업 업계도 이런 면에서 조금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규제 및 인증의 벽

말로만 듣던 규제 및 인증의 벽이 정말 ‘넘사벽’일 때가 있음을 실감. 핀테크 하시는 분을 만났는데 한국서 핀테크를 하면 금융 전문가가 아닌 법률 전문가가 된다고 하소연을 하시더라는. 큰 규제를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여 겨우 넘으면 또 다른 부처에서 다른 규제로 태클이 들어오고, 해결하기 위해 관련 부처들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으면 또 그 위에 계신 분(?)이 다른 이유로 불허하고… 약 10개월 정도 제품을 기획 및 개발하고 있는데 그 중 6개월 이상을 변호사랑 법 공부하고 담당 부처에 출입하면서 규제를 풀고 인증을 받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

개인적으로 규제는 혁신과 빠른 성장이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는 최소한으로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방문 중 한국이 세계 두 번 째로 ICO를 금지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위험한 투기 및 돈 세탁 등의 위험을 줄여서 ‘국민을 보호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지만 이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혁신과 유동성을 막아버리는, 득 보다 실이 많은 결정이다. 미국 송금업체인 페이팔의 시가총액이 아멕스를 넘어 골드만삭스의 턱 및 까지 왔다고 한다. 이런 엄청난 페이팔도 1998년 창업 당시엔 보안, 사기, 돈 세탁 등의 위험이 넘처나는 금융계의 이단아였다. 페이팔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투자 받은 돈의 상당한 부분을 나쁜 사람들이 어떻게 보안망을 피해 금융 사기를 행하는지 관찰하는데 사용하였고 이때 얻은 인사이트를 통해 세계에서 손 꼽는 위험 분석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금융 거래에 대한 위험 요소 분석이 가능하게 된 페이팔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더 안전하고 편리한 송금 및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폭풍 성장, 지금의 거대 핀텐크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만약 페이팔이 창업 초반에 맞이 했던 문제점들을 규제로 통제하려 했다면 이런 멋진 알고리즘과 서비스가 과연 나왔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B2B의 부재

짧은 시간 동안 만난 회사의 모수가 작아서 일반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 스타트업에서 B2B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느꼈다. (한국 카메라 + 데이팅 앱의 수가 한국 전체 B2B 스타트업 보다 많은 듯?) 요즘 실리콘밸리의 B2B 스타트업 추세는 SaaS, Cloud, 그리고 ROI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으로 on-premise의 높은 비용 장벽을 없애고, SaaS의 사업 모델로 회사들이 필요할 때 서비스를 ‘구독하여’ 사용함으로써 자체 개발하는 것 보다 높은 투자 효율 (ROI) 및 노동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아직 한국 기업 전반에 와닿지 않는 것 같다. 교육 스타트업 하시는 분을 만나 기업 상대로 enterprise business를 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라고 의견을 드리자 한국의 B2B 구매 과정에 대해 알려주시며 B2C를 하는 것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 하시더라.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주 겪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확실하게 마주하는 B2B 구매 과정의 어려움:

  • 왠만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다 막아두는 한국 기업의 엄청난 파이어월: 드랍박스, 구글, AWS를 막아두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는 아예 접속이 안된다는… ㅠㅠ
  • 노동 생산성 및 ROI: ‘왜 돈 주고 새로운 도구를 써야 되지? 그냥 사람 더 쓰면 안 돼? 야근 좀 더 하면 안 돼?’로 접근하는 사고 방식.
  • 의사 결정권자의 책임 회피 편향: 클라우드… 이거 보안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건데? 스타트업 서비스… 이거 쓰다가 당신네 망하면 어떻게 책임지라고? S사가 사용하면 우리도 쓸게.

희망적으로 느껴졌던 점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증가

작년 초 한국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O2O가 스타트업 트렌드로 회자 되곤 했다. O2O도 매력적인 면이 있지만 시장 확장성, 지속 가능성, 그리고 실제로 구축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이 확실치 않은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규모를 빨리 키워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 반면 올해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약진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은 기술 자체가 커다란 진입 장벽으로 이용할 수 있고 현재 한국에만 서비스를 하고 있어도 상대적으로 쉽게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사업 확장이 가능하기에 매우 고무적인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CVC에서 전략 투자를 담당하시는 지인께서 이스라엘이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활성화 되어 있고 이에 투자 및 엑싯 성과도 꽤 좋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한국도 이런 트렌드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살짝 기대가 된다.

정말 훌륭한 인적 자원

이번 한국 스타트업을 방문하면서 가장 감동한 것은 이들이 가진 훌륭한 인적 자원. 재능 넘치는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점점 늘어나고, 이들이 모여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제품이 조금씩 나온다는 사실이 위에서 제기한 ‘선수는 어디에?’라는 질문에 대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세상 좁은’ 한국이라 업계 사람들끼리 많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매우 고무적이다. 같은 업계에 있다고 서로 친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스타트업 업계에선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 학연/지연에 지나치게 얽매이고 배타적인 모임을 만들어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암튼, 개인적으로 이번에 만난 훌륭한 분들과 언젠가 같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들 정도로 한국 스타트업 인재의 수준에 놀람. 그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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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제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멋지게 발전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너무나 기대되는, 그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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