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 가짜, 그리고 소비자 태도에 대한 생각

올해 테크 및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유난히 베끼기와 가짜에 관련한 뉴스들이 많은 한 해 였다. 가짜 뉴스, 스타트업끼리, 또 정부의 스타트업 아이디어 베끼기 논란 등. 개인적으로도 직/간접적으로 이와 관련된 문제를 겪었는데 이를 통해 베끼기와 가짜 논란의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또한 조금 흥미로운(?) 소비자들의 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나의 생각을 정리.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IANAL’ (I am not a lawyer – 나는 변호사가 아닙니다)라는 단서와 함께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둔 것라는 점을 명시해 둠.*

베끼기와 가짜의 문제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의 MECE 하지 않는 이유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지적재산권 침해, 가장(impersonation)으로 속는 소비자, 그리고 상도/상생의 가치관 부재.

지적재산권 침해 => 베끼기

지적재산권 침해는 남이 가지고 있는 상표권이나 지적재산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치원 홍보물에 뽀로로 캐릭터를 사용하는 경우. 많은 경우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순진(?)하게 법을 범하게 되는 것이지만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들을 남의 지적재산의 도용을 통하여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가 유명한 브랜드와 연관되어 있거나 그들이 보증하는 것 처럼 보이게 한다. 더 심한 경우엔 원천 기술을 그대로 베껴 지적재산의 원 보유자가 가진 경쟁 우위를 무마시키는 사태를 야기하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지적재산권 침해는 법적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절차가 매우 길고 복잡할 수 있기 때문에 (예: 삼성 vs 애플 특허 분쟁) 본질에만 집중하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 스타트업 같은 경우는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에 엮이는 것 자체가 골치 덩어리이다.

가장(impersonation)으로 속는 소비자 => 가짜

가짜를 진짜처럼 가장하여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순진한 실수가 있을 수 없다. 가짜를 진짜처럼 가장하여 판매하는 자들의 의도는 분명하다. 소비자를 속이는 것, 혹은 소비자를 통해 더 많은 대중을 속이는 것. 이 때문에 가장(impersonation)이 가짜/베끼기의 문제 중 가장 비열하고 악질적이다.

그런데 이런 가짜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가 참 재미있다. 명품 브랜드의 경우 소위 ‘A급 짝퉁’이라고 암암리에 알려주고 판매할 경우엔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최소한 한국에서는). 오히려 진짜에 더 가까운 가짜일수록 그 실력을 인정해 주면서 구입하려고 한다.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척 함으로써 남에게 보여지는 (허위) 경제력 및 품위는 가지고 싶으나 실제로 그런 것을 이룰 수 없는 괴리감을 탈출하려는 시도인지, 쓸데 없이 ‘비싸기만 한’ 제품에 대한 반감인지 모르겠다. 동시에 가짜 휘발유, 가짜 자동차 부속 등 사치와 심미적인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는 같은 소비자들이 정 반대의 태도를 보인다.

소비자의 태도가 어찌하던 진짜로 가장한 가짜는 창조자(original creator)에게 너무나 치명적이다. 알고도 가짜를 사는 소비자층이 형성되면 기술과 디자인을 선도하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 수고의 보상이 사라져 창조자들은 큰 경제적인 피해를 입는다. 감쪽같이 소비자들을 속여 가짜를 판매하는 경우에는 소비자들은 사기를 당한 셈이 되고, 창조자에겐 매출 피해는 물론, 가짜 제품의 낮은 사용자 경험이 창조자의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치는 lose-lose 상황이 형성된다.

스타트업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가짜가 흔하게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 단, 피싱 (phishing) 및 악성 소프트웨어들이 진짜로 가장하여 소비자를 위험할 위험이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상도/상생의 가치관 부재 => 베끼기 & 가짜

어느 선을 넘어야 가짜이고 베끼기인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해서 나훈아와 너훈아가 전혀 관련이 없는 두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장르의 유사성, 포맷의 벤치마킹 등으로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일까?

몇 초 후 사라지는 비디오 메시지라는 재미있는 포맷을 통해 미국 청소년들을 사로잡은 스냅챗. 올 해 초 페이스북의 대항마로 주목받아 화려하게 주식시장에 데뷔하였다. 그것을 본 페이스북은 보란듯이 인스타그램에 스냅챗의 핵심 기능들을 그대로 베껴서 구현, 10억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에게 추가로 스냅챗을 사용할 이유를 없애버렸다. 케빈 시스트롬은 뻔뻔하게(?) 이런 새로운 메시징 포맷을 선구한 스냅챗이 멋지다는 멘트까지 날리기도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수 달 만에 인스타그램 내에서 스냅챗 유사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DAU/MAU) 스냅챗을 월등히 능가하게 되었다. 언론들은 Snapchat copycat (“가짜 스냅챗”) 이라는 수식어를 쓰면서 대기업이 작은 회사를 고사시킨다고 비난했지만, 위의 지표에서 보듯이 사용자들은 굳이 마다하지 않는 듯 한 사용 패턴을 보였고 주가는 이를 반영하였다.

한국에서는 구닥 – 스냅킥, 라마마 – 타로냥 등의 업체들이 위와 비슷한 논란들이 있었는데, 이 논란들은 모두 포맷을 참고한 (혹은 서비스를 홀딱 베낀) 측의 사과와 서비스 중단으로 마무리 되었다. 포맷을 참고 했다고 굳게 믿는다면 인스타그램 처럼 욕을 먹더라도 묵묵히 뚫고 나가지 못해서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고, 정말 악의적으로 잘 나가는 (나갈 것 같은) 서비스를 표절 하였다면 한국의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자정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그 진실이 어떠하던 결론적으로 이런 베끼기와 가짜의 경계선에 있는 상황들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포맷 인용자’들의 상도 및 상생의 가치관이 없어 보인다는 점. 물론 가치관 자체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일정 부분은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시장 기회가 보이고 경쟁자가 하던 것을 베끼던 포맷을 참고하던 법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우리도 해야겠다’라는 사고 방식이 컸던 것 같다. 개발사들은 자신들이 악의적인 의도가 없고 상도와 상생의 의지가 있다고 한다면 포맷을 참고하는 데 있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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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해킹 – 웹사이트 A/B 실험에 대한 7가지 법칙

몇 달 전 ‘그로스해킹 – 이보다 더 과학적일 수 없다’ 라는 포스팅을 통해 계량적으로 접근하는 그로스 해킹이 ‘논문’ 형식으로 발표 된다는 사실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며칠 전 내가 예전에 다녔던 링크드인과 그 회사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는 데이터 과학자들이 ‘웹사이트 A/B 실험에 대한 7가지 법칙’이라는 논문을 2014년 KDD 학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접하게 되었다. 비록 몇 년 지난 자료지만 지금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것 같아 내 경험을 덧붙여 짧게 정리해서 공유.

(참고: 여기서 ‘법칙’은 rule of thumb, 즉 ‘어림잡은, 혹은 대략 적용되는’ 법칙이라고 해석하면 됨)

1. 작은 변화가 주요 지표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나의 그로스 해킹 시리즈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했지만 그로스 해킹의 핵심은 속도감 있게 많은 양의 실험을 수행하여 (홈런이 아닌) 단타로 점수를 내는 것이다. 많은 실험을 빨리 실행하기 위해서는 코딩을 적게 해야하고, 코딩을 적게 하려면 제품과 사용자 경험을 가급적이면 최소한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 자주 ‘값 싼’ 실험을을 계속적으로 하다보면 ‘어쩌다가 걸려서’ 홈런이 나오는 땡큐한 상황이 간간히 나올 때가 있다. 논문은 MSN 웹사이트의 링크를 ‘새 탭에 보이기’, 그리고 Bing 검색 엔진의 검색 결과 색깔 실험이 그런 좋은 예라고 언급한다. 나 역시 링크드인에 있을 때 Upgrade 버튼을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바꾸어서 좋은 결과를 내었었고, 업그레이드 페이지 (chooser page라고 부름)에 배열을 다르게 함으로 수십 억 단위의 연간 추가 수익을 냈던 경험이 있다. (아래 자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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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부분의 경우 실험의 결과가 지표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1 법칙으로 흥분 했다면 제발 워~ 워~.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된 부분인데 대부분의 실험은 지표에 미미하거나 아예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무 큰 변화를 목격한다면 홈런을 외치기 보다는 어디 코드에 버그가 있는지 의심부터 해 봐야 하는 것이다. 잊지 말자… 단타싸움!

3. 케바케 (Your Mileage Will Vary)

어느 다른 회사의 어떠한 온라인 실험이 대박을 쳤다고 나도 그것을 따라하면 대박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많은 투자를 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고객 구성, 제품의 특성, 주변 상황 등 모든 것 들이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실험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일 수 밖에 없다. 내가 파란색 버튼에서 노란색 버튼으로 재미 봤다고 해서 내가 아는 스타트업들에게 ‘모두 버튼을 노란색으로 바꾸세요~’ 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대신 이렇게 남들이 성공했을 때 사용했던 접근했던 방식을 best practice로 일반화할 수 있다면 (예: 몇 가지 색깔의 변화로 실험을 해 보세요) 자신의 상황에 더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꼭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것은 절대 될 수가 없어’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답정너’인 태도보다 어떤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실험을 했는데 잘 안되었던 이유는 이런것 저런것 같다 라고 분석적인 태도를 취하고 그 교훈을 바탕으로 더 개선된 아이디어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는게 더 바람직하다.

4. 웹사이트의 속도는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하다

어떤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실험할 때 그것이 실제 웹사이트 속도에 얼마나 미치는지 점검하는 것이 좋다. 큰 회사들을 latency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들이 다 있겠지만 이런 화려한 도구가 없더라도 웹 브라우저의 디버그 툴 (크롬의 경우 오른쪽 클릭 > Inspect > Network) 을 사용, 페이지 각 콤포넌트들의 로딩 시간 등을 잴 수 있다. 인터넷 기반 서비스는 모든 것이 다 같은 경우 (all else equal) 웹사이트의 속도가 느려지면 핵심 지표의 성과도 낮아지기 마련이기에 반드시 신경쓰고 모니터링 하는 버릇을 들이자.

웹사이트 로딩 시간과 주요 지표는 보통 반비례 관계를 가진다. (이미지 논문에서 발췌)

5. 클릭 이탈을 막는 것은 어렵다. 클릭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것은 (그나마) 쉽다

Bing 검색엔진의 주요 지표중 하나는 클릭 이탈이다 (검색 결과를 클릭하지 않고 사용자가 이탈해 버리면 검색 결과가 형편 없다는 뜻).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들이 이 지표 움직이려고 별 노력 다 해봤는데 의미있게 움직이는데 실패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용자가 어디 클릭하는지는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 법칙에서 나온 사용자 행동을 일반화 시켜 받아드리면 장바구니 담아두고 결제를 포기하는 사람들을 잡는 것 보다 장바구니에 아이템을 담을 때 조금 더 비싸거나 사용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투자를 하는 등, 전자상거래 분야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6. 복잡한 실험 설계를 피해라

‘실험 하는 김에 이런 것도 한번 알아보면 좋지 않을까?’의 똑똑해 보이려는 생각과 행동이 의도치 않은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다. A/B 테스트가 아닌 A/B/C/D 등의 다변수 실험을 할 경우 더 많은 트래픽이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코드도 더 복잡해지고 (버그 위험!) orthogonality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왜곡된 실험 결과를 초래, 심지어는 웹사이트의 ‘폭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의 좋은(?) 예로 Knight Capital이라는 금융회사가 버그가 있는 코드를 실험 환경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배포를 하여 $460M (4척6백만 달러!)라는 손실을 낸 일화가 논문에 소개된다. 간단하고 깔끔한 코드로 아주 적은 트래픽을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 후 결과에 따라 트래픽을 점진적으로 늘린 다음 실험으로 넘어가는 것을 습관화 하길 추천한다.

7.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한 후 실험에 임하라

통계의 매력은 작지만 의미있는 표본을 통해 전체 집단의 결과를 추정하는 것이다. 그로스 해킹 및 계량적인 마케팅 기법은 이런 의미있는 표본이 있을 때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만약 사용자 수가 많지 않다면 실험을 더 오래 돌리거나, 제품에 더 큰 변화를 주는 이상적이지 못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 늦은 의사결정 또는/혹은 더 많은 위험 수반). 아니면 차라리 마케팅과 제품 개발의 본질로 돌아가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발품 팔아 그들에게 직접 피드백을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것이 낫다 (= do things that don’t scale). 다음 도표는 논문에서 제시한 적절한 표본 집단의 크기. 역시 유동성이 큰 매출 지표는 꽤 많은 사용자들을 표본집단으로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각종 지표와 권고되는 표본 집단의 크기 (이미지 논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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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매니저 개론

작년 이 맘 때 쯤 ‘프로덕트 마케터 개론’이라는 글을 통해 프로덕트 마케팅 직군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어느새 그 화려한 마케터의 삶을 접고 제품 담당자로 커리어를 전환한지 거의 일 년이 되어간다. 사업을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업무를 수 년 동안 해 오면서 제품에 관여를 많이 해 왔지만 회사 연구개발 부서에서 엔지니어들과 머리를 맞대고 제품을 hands-on으로 담당해서 만드는 일은 지난 일 년이 처음.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아는 척 하지 마라’는 말에 너무나 공감이 가는 것이, ‘위에서’ 업무를 조율하고 지시하는 것과 실제로 내가 ‘현장’에서 무엇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제품 담당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또 훌륭한 제품 담당자에서 돋보이는 성향들을 관찰하고, 습득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주의: 이것은 나의 제한된 경험을 바탕으로 정의 된 것이고, 실제로 회사마다 제품 담당자의 정의 및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아래의 내용을 ‘canonical definition’으로 받아드리면 곤란 하다는 것을 미리 공지함.

제품 담당자란? (Who is a product manager?)

“Product Manager is the ultimate person responsible for the success of the product — he/she makes the ‘magic’ happen.”

간단히 말해 제품 담당자는 해당 제품의 전반적인 성공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어느 ‘무엇 (what)’으로 ‘누구 (who)’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성과를 평가받는 직군이다. 제품의 성공 여부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역할이기에 ‘CEO of the product’이라고도 하지만 CEO와 다르게 제품 담당자들을 제품에 관여하는 사람들에 대해 인사권이 전혀 없는 ‘이빨 없는 호랑이’이다. 엔지니어들은 제품 담당자가 원하는 기능을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멋지지 않다고 무시하면 그만, 프로덕트 마케터들이 제품 담당자가 정의한 고객 페르소나 밖의 타겟층에게 마케팅을 해도 제품 담당자가 딱히 할 수 있는 것을 별로 없다. (특히, 그 마케팅을 통해 매출이 확 늘어난다면 더더욱!)

오히려, 제품 담당자는 미식 축구의 ‘쿼터백’과 더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식 축구에서 쿼터백은 공을 남에게 건내 주거나 패스를 통해 팀이 전진하도록 하는 업무를 가진, 팀에서 가장 주목받고 중요한 포지션이다. 쿼터백은 스냅이 이루어지면 재빨리 어디가 막혔고 어느 선수가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여 의사결정을 해야만 한다. 제품 담당자도 제품의 개발 및 출시에 있어 여러가지 난관을 재빨리 파악하여 팀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해야한다. 게다가 감독처럼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고 동료 엔지니어와 함께 데이터를 보면서 직접 (hands-on)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쿼터백은 경기를 이기면 팀을 대표해서 주목을 받고 지면 팀을 대표해서 욕을 먹는데, 이 역시 제품 담당자의 역할과 일맥상통한다. 비록 제품 담당자가 코딩 한 줄 하지 않았지만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심지어 칭찬을 받으면 팀에게 공을 돌리고, 욕을 먹으면 혼자 짊어지는 미덕도 역시 비슷.)

제품 담당자의 주 업무는?

위 제품 담당자의 정의의 마지막에 “he/she makes the ‘magic’ happen”이라는 문구가 있다. 일부로 멋지게 쓰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저 단어 외로는 광범위하고 때마다 너무 다른 제품 담당자의 주 업무를 표현하기 어려워서 쓴 것이다. 물론, 제품 담당자의 기본 업무는 엔지니어와 같이 협업하여 멋진 제품을 정의하고 개발하여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다 (define, build, and release the product to market). 하지만 그것은 성공적인 제품의 필요조건이지 절대로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아니, 그 보다 더 본질적으로 ‘제품’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너무나 당연한 기본 업무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기본적인 업무 외에 제품의 성공에 기여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제품 담당자들의 주 업무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고객의 숨은 니즈 파악

헨리 포드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내가 고객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봤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대답을 했을 것이다”. 고객들에게 직접 그들의 니즈를 물어 어떠한 제품을 만들어야 할 지 파악하는 것은 혁신적인 제품일수록 어렵다. 그것을 경험하기 전 까지는 그러한 제품이 필요한지 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라는 제품을 눈으로 보기 전에는 더 빠른 말이 고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이었다. 아이폰을 보기 전에는 컴퓨터의 키보드를 전화기에 옮겨 놓는 것이 대중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고객들의 진정한 니즈는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더 편리하고 빨리 갈 수 있는 수단이었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이동 중에서도 계속해서 경험하는 것이었다. 마케팅 부서에서 제공하는 인사이트는 이러한 고객의 니즈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어도 정말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또 어떠한 경험과 제품이 그런 궁극적인 니즈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하고 파악하는 것은 제품 담당자의 몫이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어려운 업무이다.

살을 깎는 트레이드오프 (trade-off)

100이면 100, 내가 아는 모든 제품 담당자들은 할 것은 너무 많고, 주어진 로드맵을 온전히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엔지니어 팀원들은 너무 적다고 불평을 한다. 단 한 명도 팀에 엔지니어가 넉넉하여 여유롭다고 하는 경우를 보지 못하였다. 항상 제품 담당자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제품과 그 제품을 만들 때 현실적으로 닥치는 기술적인 난관, 버그, 제품 방향의 긴급 수정 등의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제품 담당자의 핵심 업무는 제품의 성능, 기능, 출시 기한을 어떻게 타협할 것인가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한다. 꼭 필요한 기능 (must-have) 중에서 또 다시 추리고, 엔지니어들과 묘수를 찾기 위해 고민을 하고, 고객들이 이탈한다고 ‘협박’하는 영업팀과 마케팅팀들의 원성을 원활하게 조율하되, 제품의 궁극적인 비전에서 벗어나지 않는 트레이드오프 결정 과정은 과학이 아닌 예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팔방미인 코스프레 (jack of all trades)

이 외에 제품 개발 및 출시에 있어 막히거나 더딘 부분이 있으면 제품 담당자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아무리 그것이 자잘하거나 제품 담당자의 ‘job description’ 밖에 있는 것일지라도 제품의 성공을 막는 그 어느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자동적으로 제품 담당자의 업무가 되는 것이다. 고객 인터뷰를 하거나, 고객의 항의성 C/S 전화를 받고, 영업팀에서 급하게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 주고,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수습하기 위해 당장 뛰어 나가는… ‘제품 담당자 직군 매뉴얼’에 쓰여있진 않지만 제품 담당자들이 때와 상황에 맞추어 해야하는 업무이다. 이런 것들을 다 해결할 때 비로소 ‘magic’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훌륭한 제품 담당자가 되기 위하여…

동료 제품 담당자들과 ‘우리 업’에 대해서 종종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훌륭한 제품 담당자가 되기 위해선 계량화 하기 어려운 ‘소프트’한 것들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는 결론을 자주 내리게 된다. 실제로 내가 존경하고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제품 담당자들을 관찰하고, ‘전설적인’ 제품 담당자들의 글을 읽고 제품을 경험하며, 또 그들에게서 종종 조언을 들으면 다음과 같은 ‘soft skill’들의 훈련과 발전이 훌륭한 제품 담당자의 길로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기술적인 호기심 가득 (Technically Curious)

최근에 제품 담당자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코딩 할 줄 알아야 되나요?”, “기술적인 지식이 깊어야 하나요?”이다. 특히 컨설팅 및 MBA 출신 친구들이 다른 ‘스펙’은 다 되는데 기술적인 부분이 약하다고 제품 담당자에 지원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을 많이 본다. 몇 달 전 Hunter Walk와 이 부분에 있어서 Q&A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물어봤는데 그의 대답이 이 질문에 매우 적절한 것 같다.

“You don’t have to be technical per se, but you need to be technically curious. (기술적일 필요는 꼭 없지만, 기술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해요)”

테크 회사에서 제품 담당자는 기술을 이용하여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의 성공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이에 기술을 어떻게 이용해서 어떤 멋진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이런 호기심 없이는 세상을 바꾸는 훌륭한 제품을 상상해 내고, 또 그것을 현실적인 제약에 맞추어 성공적으로 구현해 내는 훌륭한 제품 담당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왜? What & WHY

무엇을 만들 것인가, 즉 제품에 대한 정의를 하는 것은 제품 담당자의 기본 역량이자 업무이다. 하지만 뛰어난 제품 담당자들은 제품 정의에 대한 명확한 논리와 강력한 설득력이 있다. 왜 주어진 상황이 문제인지,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왜 이러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한 논리와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는 제품 담당자들과 일하는 팀은 대체적으로 능률이 더 높으며 제품의 성과도 훨씬 좋은 편이다.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제품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기에, 애매하고 대충 정의된 제품을 만들 때 늘 따라오는 trial & error 및 기타 ‘삽질’과 짜증남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추상화 (Abstraction)

제품을 개발할 때 고객들이 가지는 문제, 그리고 그것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잘 추상할 수 있으면 문제의 어느 특정한 부분에 발목 잡히지 않고 문제의 전반적인 본질을 이해할 수 있으며, 또 이에 필요한 해법의 방향과 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더 빠른 말을 원하는 고객’들의 진정한 니즈는 이러한 추상화 과정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추상화를 못했다면 아마 더 단단한 말굽, 더 공기역학적인 안장, 말의 근육량을 늘릴 수 있는 사료들에 집중했을 것이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추상화의 과정은 자세한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는 점. 자세한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큰 그림만 겉핥기 식으로 파악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너무 과하게 추상을 하여 현실과 너무 동 떨어지는 상상을 하는 것은 큰 꿈을 꾸는 제품 담당자가 아닌 허황된 생각만 하는 바보라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빠른 말’에서 얻은 ‘아 고객들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빨리 이동하고 싶어하는구나’ 라는 인사이트를 ‘순간 이동 텔레포터’ 제품으로 풀려는 꼴)

유연함 (Flexibility)

팔방미인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선 유연한 성격 및 뛰어난 ‘현장 적응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유연하지 못하고 ‘대쪽’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답답한 상황에 스트레스만 쌓이고 자신이 정한 제품 담당자의 역할에 대한 제한적인 ‘행동 반경’ 때문에 제품의 성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제품의 비전과 제품의 핵심적인 가치에 대해선 확고함이 필요하겠지만 비전과 전략만큼 중시되는 제품 담당자의 실행 능력에 있어서 만큼은 유연함이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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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담당자라는 직군… 실리콘밸리에서는 흔하다고 하지만 기존 직군들과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새롭고, 이에 직군에 대한 정의와 역할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앞으로 더 많은 훌륭한 제품 담당자들의 활약을 통해 이 직군이 조금 더 명확해지고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될’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한 직업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나 역시 이 개인적인 바램에 일조할 수 있도록 더욱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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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이 정의는 내 친구이자 훌륭한 제품 담당자로 십 수 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Sachin Rekhi에게서 차용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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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해킹 – 이보다 더 과학적일 수 없다

https://pixabay.com/en/arrows-growth-hacking-marketing-2128979/

큐빗(Qubit)이라는 마케팅 분석 플랫폼 스타트업이 그들의 플랫폼에서 수행된 수 천 개의 그로스 해킹 실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논문 형식으로 발표하였다. 사실 그로스 해킹 만큼 실용적이고 실증적인 (empirical) 계량 마케팅 논문을 쓰기에 좋은 주제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누가 이렇게 해주니 너무 감사!

다음은 논문의 간단한 요약:

표본 집단 및 분석 정의

  • 전자상거래 (여행업 포함) 업체들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함
  • 2,600 여개의 A/B 실험을 29개 군으로 분류
  • 성공 지표로 RPV (Revenue Per Visitor) 의 % 상승률로 잡음 (개인적으로 RPV는 생소한 개념인데, 궁극적으로는 ARPU와 같은 개념인 듯)

분석 요약

평균 성과 상승률이 가장 높은 기법들:

  • 희소성 (scarcity): +2.9% (홈쇼핑에서 ‘몇 개 남지 않았어요~’ 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기법인데… 역시!)
  • 대세 마케팅 (social proof; 남들도 하니깐): +2.3%
  • 긴급함 (urgency; 카운트 다운 표시): +1.5% (홈쇼핑에서 ‘마감 임박~’ 하는… 이것도 역시!)
  • 떠난 사람 붙잡기 (abandonment recovery): +1.1%
  • 제품 추천 (recommendation): +0.4%

대부분의 UI 조금씩 바꾸는 ‘꼼수’는 잘 통하지 않음:

  • 색깔 바꾸기: +0.0%
  • 버튼 바꾸기: -0.2%
  • 버튼에 쓰여있는 문구 바꾸기: -0.3%

90% 이상의 실험이 매출의 +/- 1.2% 내외로 영향을 끼침. 하지만 모든 것을 통틀어서 봤을 때 대체적으로 지속적으로 A/B 실험을 하는 것이 매출에 긍적적으로 영향을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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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느낀점 몇 가지:

역시 구관이 명관!

  • 홈쇼핑에서 사용하는 기법들은 전자상거래로 넘어 와서도 통한다. (홈쇼핑의 마법같은 고객 확보 기법들을 개척한 마케터들에게 박수를…)

UI 바꾸기는 안통함?

  • 예전 블로그에서 밝혔듯이 링크드인에서 사업부 그로스 해킹을 담당할 때 논문에서 언급한 UI ‘꼼수’들의 효과가 매우 쏠쏠하였다 (링크드인 실례). 어쩌면 전자상거래/여행업이 아니여서 다른 결과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그로스 해킹은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이것 저것 해 보면서 사업과 고객에 맞는 기법을 찾는 ‘노가다’가 필요한 듯. (한마디로 ‘그로스 해킹, 책으로 배웠어요~’ 하면 안됨)

90% 이상의 실험이 매출에 미미한 영향을 미침?

  • 고액의 상품이거나 매출의 분포가 매우 넓은 경우 (전자상거래 및 여행이 바로 이러함) 매출의 상승률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statistically significant) 계산해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런 경우 outlier들을 없애기 위해 winsorize 기법들을 사용해야 하는데 논문은 그러하지 않았다. 만약 RPV가 아니고 순 거래 횟수 등으로 지표를 잡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 그로스 해킹은 흔히 game of inches (‘cm의 게임’) 라고 불린다. 당연히 미미한 (그러나 소중한) 성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한번에 사업을 변화시킬 대박의 그로스 해킹 기법들을 기대 했다면 그로스 해커의 기본 자세부터 잘못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가끔은 모래성 쌓으며 삽질 한다는 느낌도 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설 기반의 실험을 통해 조금씩 발전해 나가고, 이것이 반복 되면서 궁극적으로 큰 성과를 얻는 것이 그로스 해킹이다. 마치 소백산 가파른 비탈길을 한 발 씩 열심히 올라 부석사 안양루에 다다러 뒤돌아 봤을 때 눈에 들어오는 장관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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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le Foods Prime? 아마존 + 홀푸드

아마존이 미국 고급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를 15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인수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소식에 미국의 미디어는 물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앞다투어 테크 애널리스트로 빙의, 아마존의 전략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가 의미하는 것’이란 주제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는, 매우 신기한 며칠이었다. 아마존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현상이었다. 워낙 큰 뉴스라, 나도 시류에 편승하여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 소식을 들으며 생각난 것들을 정리해 본다.

1. 테크 회사의 반격

최근 테크 관련 인수합병 트렌드는, 특히 다른 산업 사이의 인수합병은, 기술적인 역량을 키우고 싶은 기존 산업들이 주도하였다. 유니레버의 달러쉐이브클럽, 쥐엠의 크루즈 인수, (공교롭게도 아마존과 같은 날 발표해서 빛이 바랬지만) 월마트의 보노보스 인수 등이 모두 기존 산업의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즉, 새로운 시대에서 살아남고 싶어 최근 트렌드 및 기술적인 역량을 ‘강제 이식’ 한 것이다 (= They need to stay relevant).

기존 산업들이 주도했던 최근의 테크 M&A 트렌드.
반면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위기 의식이 아닌, 테크회사가 한 산업군에 대한 ‘혁신 의지’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perishable goods 유통과 판매에 대한 역량을 이번 인수를 통해 함양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아마존의 온라인 역량을 오프라인 세상에서 구현함으로써 기존 산업을 송두리째 흔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인수 소식이 ‘테크회사의 반격’의 시작점이라면, 이런 형태의 테크-to-기존산업 인수합병이 산업 곳곳에 미칠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에어비앤비가 항공사나 호텔을 인수하여 ‘여행 산업’을 재정의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미국 극장 체인을 인수하여 ‘영화 산업’을 재정의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방송사를 인수하여 ‘뉴스/생방송’을 재정의 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끝이 없는 혁신의 실타래가 풀릴 지도 모르는 일이다.

2. 아마존이 모든 사람들이 가장 자주 찾는 ‘시장’이 되기 위한 마지막 단추를 끼움

아마존은 이미, 최소한 북미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시장(marketplace)이다. $280B로 추정되는 아마존의 GMV (아마존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는 미국 전자상거래 거래액의 40%에 육박하며, 4천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월마트 GMV의 60%에 달한다. 이런 괴물 같은 아마존도 그들이 표방하는 ‘Everything Store’를 달성하는데 크게 발목 잡히는 것이 있었는이 이것이 바로 식료품 (grocery) 이었다. ‘뭐 식료품 별거 아닌데 그런거 말고 TV나 더 많이 파는게 나은거 아니야?’ 라고 식료품을 과소평가할 수 있는데 이는 큰 오산.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을 평균 수입의 10%를 음식에 지출 하고, 그 중 절반 이상을 식료품이 차지한다고 한다 (food-at-home). 이는 아마존이 현재 ‘꽉 잡고 있는’ 의류 와 기타 지출 apparel, services, and other expenditures)을 합친 것과 맞먹는 금액이다. 물론 Amazon Fresh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식료품 사업에 도전해 봤지만 홀푸드의 광대한 매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 시장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 소식에 폭락한 기존 슈퍼마켓 주식들 (이미지: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님 페이스북)
식료품의 또 하나의 매력은 음식이 상하기 때문에 일반 제품과 다르게 고객들이 주기적으로 소비하고 또 다시 구매해야 한다는 것. 아마존이 추구하는 loyal customer를 더 쉽게 확보하고, 또 더 쉽게 유지 및 관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거의 완벽한 ‘Everything Store’가 된다는 것. (남은 부분은 아마 집, 보험, 교육, 그리고 교통 밖에 없을 듯).

3. 홀푸드 = 아마존 혁신의 전초기지

사실 이 뉴스가 ‘product guy’로써 제일 흥분되는 것은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함으로써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혁신, 그리고 기존의 아마존 서비스들의 융합과 재탄생에 대해 상상을 하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뒷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면 ‘아 정말 이 인수 무섭게 정교하고 대단하네’라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상상해 본 아이디어 몇 가지:

홀푸드 = 미니 아마존 웨어하우스

Amazon Prime Now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대도시를 중심으로 생필품을 두 시간 안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이다. 홀푸드가 아마존의 마지막 단에 있는 물류센터로 활용되기 시작하면 대도시, 생필품, 그리고 두 시간이라는 애매한 시간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정확한 수요 예측에 의하여 홀푸드 창고에 더 다양한 제품들을 구비해 두고 즉각 판매 및 배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볼 시작 한 시간 전에 TV가 고장이 났는데, 클릭 몇 번 으로 곧바로 새로운 TV가 집 앞에 배달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정말 엄청나지 않은가?! 이미 저렴한 가격과 무한대에 가까운 품목을 구비하고 있는 아마존이 ‘즉석 배달’이라는 궁극적인 편의를 실현한다면 그야말로 게.임.끝. 일 것 같다.

배달 드론들의 기지

아마존이 드론을 이용하여 상품들을 배달한다고 했을 때 감탄사와 동시에 현실적인 제약들이 머리속에 곧바로 떠올랐었다. 특히 국지적인 비행 거리가 이 멋진 아이디어를 실현 시키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홀푸드 옥상을 ‘드론 기지’로 바꾼다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홀푸드 창고를 미니 아마존 물류 센터로 사용한다면 드론 배달이 현실로 확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장보기 + 생필품 + 좋아하는 책을 아마존 에코의 알렉사를 통해 음성으로 주문하면 10분 후 드론이 뒷 마당에 주문한 상품들을 배달시켜 놓고 유유히 다음 장소로 날아가는 상황이 SF 영화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소름이 끼친다.

오프라인 쇼핑 경험의 혁신

아마존은 현재 Amazon Go라는 매장을 직원들을 상대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아마존 앱을 통해 매장에 들어가서 필요한 상품을 고르고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그냥 걸어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마법의 슈퍼마켓’이다. 시범 매장을 통해 기술을 완성시킨 후 아마존이 자신들만의 Amazon Go 매장들을 만들다면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아마존의 실행력이 워낙 무서워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동시에 매우 높다고도 확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성공적인 소매업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멋진 기술’과 실행력 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상품들을 구비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소매의 제 1, 2, 3의 법칙인 location, location, location을 놓쳐서는 안된다. 만약 Amazon Go 기술이 홀푸드에 바로 적용이 된다면? 품질 높은 상품과 부자 동네의 노른자 땅에 위치한 홀푸드는 Amazon Go 기술을 적용해 오프라인 쇼핑 경험의 혁신을 선도하기에 너무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혼수로 집, 가구, 차, 통장 다 준비해 놓고 ‘칫솔만 들고 들어와~’라고 하는 느낌?). 이미 현재 오프라인 경험이 최고에 가까운 홀푸드에 온라인 및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우리에게 선보일 마법스러운 쇼핑 경험은 너무 기대가 된다.

SaaS (식료품-as-a-service)

아마존의 AWS 서비스는 전 세계 크고 작은 개발자에게 차별하지 않고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식료품을 소비자의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효율적으로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으로 홀푸드를 생각하면 어떤 것들이 가능할까? 지금은 소비자가 장을 보러 가는 곳이지만, 음식점들도 홀푸드 유통 허브에서 직접 원자재 / 반자재들을 배달시킬 수 있지 않을까? 홀푸드엔 꽤나 괜찮은 푸드코트가 있는데, 매장에 들리는 사람들의 간식거리로 파는 것이 아닌 기업용 케터링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식료품의 SaaS시대… 아마존이 연다고 확신한다.

결론: 아마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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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홀푸드 인수 발표 당일 아침엔 슬랙을 $9B에 구매 의향을 보인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더더욱 ㅈㄴ 멋지다.

PS2 – 커버 이미지 소스 https://goo.gl/Nd9Pii